브루스 배너와 헐크를 오가다! BMW 뉴 M5 트랙 체험기

조회수 2018. 5. 16. 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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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어딜 가나 슈퍼히어로 영화 ‘어벤저스’ 얘기다. 영화에 등장하는 수많은 영웅들 중 ‘헐크’의 힘은 단연 압도적이다. 헐크로 변신하기 전 브루스 배너의 직업은 과학자다. 문무를 겸비한 반전 매력 캐릭터다.


신형 M5가 드디어 한국 땅을 밟았다. BMW가 만든 헐크다. 작년 8월 처음 모습을 드러낸 후, 약 9개월 만이다.


M5는 지난 1984년 처음 태어나자마자 ‘가장 빠른 세단’으로 등극했으며, 30년간 진화를 거듭했다. 세대를 거듭할 때마다 당대의 첨단 기술을 선도하며, 세단에 담아낼 수 있는 고급스러움과 고성능의 한계를 조금씩 높여왔다.


독일산 슈퍼세단으로 첫 손에 꼽히곤 하는 M5. 이번에 등장한 M5는 6세대다. 지금껏 등장한 M 모델들 중 가장 최신이자, 제일 강력한 모델이다. M5의 최신버전은 이번에도 BMW의 자존심을 지켜낼 수 있을까? 한정된 공간에서 짧은 시간 만나본 신형 6세대 M5의 첫인상을 나눠본다.


1세대 M5

감출 수 없는 강력함


M5가 슈퍼세단이긴 하지만, 겉으로 과장된 화려함을 자랑하지는 않는다. ‘슈퍼’보다는 ‘세단’에 더 초점을 맞췄다. 실제보다 더 잘 달리듯 보이기 위한 허세는 찾아볼 수 없다. 이만큼 달리려면 원래 이 정도는 생겨야 할 것 같은 꾸밈이다.


송곳니를 드러낸 듯 공격적인 앞범퍼는 실제 냉각성능을 신경 쓴 결과다. 커다랗게 뚫린 흡기구마다 육각 패턴 그릴 안으로 라디에이터를 품었다. 뒷범퍼 디퓨저 좌우 2개씩 자리 잡은 배기구도 강력한 엔진의 힘과 박력 넘치는 배기음을 생각하면 딱 어울리는 구성이다.


일반 5시리즈에는 없는, M5만을 위한 디테일도 곳곳에 숨어있다. 세로줄이 두 개씩 내려오는 ‘더블 스트럿 키드니그릴’을 비롯해, 위아래로 연결된 듯한 사이드미러는 M만의 특징. 보닛에 잡힌 주름도 이마 위 핏줄처럼 M5의 인상에 화를 더한다. 앞바퀴 뒤 아래쪽에 있던 ‘에어 브리더’도 캐릭터 라인이 시작되는 곳으로 자리를 옮겼다.


휠은 20인치를 신었다. 해외는 19인치가 기본이지만, 국내에는 기존 M5와 같이 20인치 휠을 택했다. M5 정도라면 성능과 멋 모든 면에서 20인치가 훨씬 더 어울리는 조합으로 보인다.


퍼스트 에디션에 적용된 '제트 블랙 스타일링 706M' 20인치 휠

M5는 가장 강력한 5시리즈임과 동시에 가장 고급스러운 5시리즈기도 하다. 현행 5시리즈도 프리미엄 중형 세단으로서 부족함 없는 실내를 갖고 있었지만, M5는 여기에 한술 더 떴다. 대시보드 하단부는 플라스틱 대신 가죽으로 감쌌고, 필러와 천장은 알칸타라를 썼다. 점잖고 지적인 브루스 배너가 좋아할 만한 실내다.


가장 고급스러운 5시리즈
퍼스트 에디션에 적용된 흰색 가죽과 붉은색 바늘땀

옆구리가 불룩 솟은 헤드레스트 일체형 시트는 봉인 해제된 M5가 아무리 미쳐 날뛰어도 운전자를 꼭 붙들어 준다. 손아귀에 가득 차는 M 전용 운전대는 M 모델을 탈 때마다 마음에 들었던 부분. 운전대 좌우에 달린 M버튼과 시동버튼은 빨강으로 칠해 시선을 잡아끈다.


헤드레스트의 ‘M5’ 로고는 밤에 운전자가 접근하면 빛을 발한다
운전대와 안전밸트에는 M을 상징하는 하늘색, 파란색, 빨강색 실을 썼다

실내에서 일반 5시리즈 대비 M5만의 특징이 가장 많이 묻어나는 부분이 바로 기어노브 주변이다. 면허가 있다 한들 자동차에 관심 없는 운전자라면 도대체 정체 모를 버튼들이 주르르 모여있다. 몰라도 운전하는데 지장은 없지만, 운전자 가까이 뒀으니 적극적으로 쓰라는 의도일 텐데 말이다.


가장 위 DSC(‘다이내믹 스태빌리티 컨트롤’의 약자로 BMW의 전자식 주행안정장치 이름) 아래로 세 가지 버튼이 자리했다. 엔진과 하체(댐퍼), 스티어링 반응을 조절하는 버튼이다. 배기구 그림이 그려진 ‘M 사운드 컨트롤’ 버튼을 누르면 한결 박진감 넘치는 배기음을 들려준다. 양쪽 트윈팁 배기구의 바깥쪽 파이프에 달린 플랩을 여닫아 조절한다.


배기구 모양 버튼을 누르면 바깥쪽 파이프의 플랩이 열려 박력있는 배기음을 연주한다

기어노브도 생김새가 독특하다. 작동법은 생각보다 쉽다. 오른쪽으로 밀 때마다 D와 S를 오가고, 왼쪽으로 당기면 중립, 중립에서 위로 올리면 후진이다. M의 기어노브에서 전에 없던 P모드를 따로 마련한 것도 특징. 기어노브 정수리에 달린 버튼은 변속 반응을 조절하는 용도다.



브루스 배너와 헐크를 오가는 주행성능


자, 구경은 이쯤하고 트랙으로 나가보자. 엔진을 깨우니 우렁찬 배기음이 고막을 울리며 입꼬리를 슬며시 올려준다. 당연히 배기구 플랩은 활짝 연 상태. 출발도 안 했는데 흥분된다. M의 마법은 시동버튼만 눌러도 시작된다.


가속페달에 발을 얹자마자 벌써 느낌이 다르다. 저단 기어에서 엔진이 부웅~ 하며 차가 출발해야 하거늘, M5는 분명 엔진은 둥둥거리고 있지만 그냥 공짜로 앞으로 가는 기분이다. ‘나에게 이렇게 느린 속도는 서있는 것과 같다’라고 말하는 듯하다.


처음 몇 바퀴는 워밍업 주행으로, 페이스카를 따라 천천히 달렸다. 이때다 싶어 아까 기어노브 왼편에 있던 버튼들을 통해 각 부분의 설정을 여러 가지로 바꾸고 반응을 살폈다. 오른발을 까딱 까딱거리며, 운전대를 좌우로 휘저었다. 버튼을 딸깍일 때마다 차의 거동이 점진적으로 바뀌는데, 단계가 꽤 명확하다.


계기반 중앙 상단에 각종 설정 상태가 표시된다

특히, 모든 설정을 ‘스포트 플러스’로 바꾸면 차의 모든 나사를 반 바퀴 더 조인 듯 훨씬 빠릿빠릿한 움직임이 인상적이다. 앞머리는 운전대 조작에 맞춰 날카롭게 방향을 바꾸고, 네 바퀴는 바위처럼 단단하게 버티고 서 무게 이동을 거부한다. 서킷과 같이 매끄러운 노면을 따라 연속된 코너가 이어지는 환경에 딱 안성맞춤이다.


기어노브 옆 세 가지 모드를 비롯해 DSC, 변속기 반응, 굴림 방식, HUD를 원하는 대로 설정한 뒤 운전대에 달린 붉은색 M1, M2 버튼에 저장해 두면 주행 중 바로 불러올 수도 있다. 하기에 따라 딸깍 한 번으로 M5를 브루스 배너에서 헐크로 변신시킬 수 있는 셈이다.


M버튼 설정 화면
운전대 좌우의 M1, M2 버튼

시간이 지나자 앞서가던 패이스카가 점차 속도를 높이며 거리를 벌여준다. 1800부터 5600rpm까지 꾸준히 쏟아져 나오는 76.5kgm의 토크와, 5600에서 6700rpm 사이에 발휘되는 608마력은 비현실적인 가속을 연출한다. 제원표상 시속 100km 도달시간은 3.4초.


608마력, 76.5kgm을 발휘하는 4.4L V8 트윈터보 엔진

600m 길이의 직선구간을 앞두고 한껏 속도를 높여보라는 무전이 온다. 원래 최고 200km/h까지 달리도록 설계된 구간이다. 코너를 나서며 가속페달을 끝까지 밟자 HUD의 숫자가 무섭게 올라간다. 순식간에 200이다! 보통 이 구간을 200-300마력대 차로 달리면 ‘우우우우웅~끽’ 정도로 지나치지만, M5는 ‘우웅~끽’ 으로 끝내버린다.


한 바퀴를 돌아 다시 직선구간을 앞뒀을 때는 기어노브의 버튼을 눌러 변속기 반응을 최대한 빠르게 당겼다. 역시 등을 떠미는 가속으로 시야가 좁아지는 가운데, 방금은 느낄 수 없던 변속충격이 머리를 흔든다.


신형 M5에 들어간 변속기는 ‘M 스탭트로닉’ 8단 자동이다. 시프트패들을 당길 때마다 RPM 바늘이 순간이동하며 기어를 바꿔 문다. 오늘날 BMW와 ZF의 궁합이야 천생연분 급이지만, M5는 여기에 DCT 못지않은 속도와 폭력성을 더했다. 변속 때마다 들려오는 ‘빠방!’ 배기구 팝콘 소리는 덤.


200km/h로 달리는 2톤짜리 세단을 잡아 세우기란 보통 일이 아니지만, M5는 해당되지 않는다. 시속 100km로 달리던 소형차를 세우는 것보다 훨씬 부담 없이 속도를 줄인다. 무섭게 올라가던 속도계 숫자가 갑자기 두 자리 수로 곤두박질치는 중에도 거동은 침착함을 잃지 않는다.


M5의 브레이크 캘리퍼는 앞이 6피스톤, 뒤가 1피스톤이다. 메르세데스-AMG E 63 4MATIC도 같은 구성이다. 시승차로 제공된 M5는 캘리퍼가 금색이다. 카본 세라믹 디스크가 들어갔다는 의미. 국내 출시 M5에는 파란색 캘리퍼의 일반 M 브레이크가 들어간다.


황금빛 브레이크 캘리퍼는 카본 세라믹 디스크를 상징한다

그렇다고 해서 제동력이 부족한 것은 아니니 아쉽지 않다. 서킷주행이 주라면 모를까, 오히려 일상에서는 고가의 카본 세라믹 디스크가 돈값을 하지 못한다. BMW 관계자는 향후 국내에서도 카본 세라믹 디스크를 선택사양으로 적용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핸들링 코스에서도 M5는 만화같은 움직임을 이어간다. 페이스카가 그린 레코드라인을 따라 운전대만 돌리면 그만이다. 결코 느리지 않은 속도임에도 코너링이 너무 쉽다. 밟는 대로 튀어나가고 돌리는 대로 꺾이지만, M5는 태연하다. 기울어짐도, 타이어 비명도 없다. 평정심을 잃은 건 내 마음이요, 지쳐가는 것도 내 체력일 뿐이다.


파일럿 스포트4 S 타이어는 비명조차 지르지 않는다
카본 지붕을 통해 21kg, 경량 배기 시스템을 통해 5kg 감량했다

롤스로이스가 ‘에포틀리스 드라이빙(Effortless Driving)’을 자랑했던가? 그렇다면 M5는 ‘에포틀리스 스포츠 드라이빙(Effortless Sports Driving)’이라 부를만하다.


뻔뻔한 M5가 얄미워 잠시 DSC를 껐다. 구동방식은 ‘4WD Sport’를 택했다. ‘4WD Sport’는 ‘4WD’보다 뒷바퀴로 좀 더 많은 힘을 보내 2WD에 가까운 코너링을 선사한다. 급코너에서 가속페달에 힘을 실으니 예상대로 엉덩이가 스르륵 흐른다. 그동안 엄청난 성능에 감춰져있던 더 엄청난 보살핌을 느끼는 순간이다.


M5에 들어간 4륜구동 시스템의 이름은 ‘M 엑스드라이브(M xDrive)’. 4WD와 2WD를 마음대로 오갈 수 있는, 이름 그대로 M의 다이내믹함과 xDrive의 듬직함이 만난 시스템이다.


시동을 걸면 항상 4WD와 DSC on이 기본이다

모드는 총 5가지다. 먼저 전자장비의 보살핌을 받는 DSC on + 4WD, MDM + 4WD Sport 두 가지가 있다. MDM은 ‘M 다이내믹 모드’의 약자로 DSC on 대비 많은 미끄러짐을 허용한다. 전자장비를 모두 끄면 4WD와 4WD Sport, 2WD 세 가지를 모두 고를 수 있다.


2WD에서는 DSC를 켤 수 없는데, 후륜구동은 오로지 엉덩이를 미끄러뜨리기 위해서만 쓰라는 BMW의 의도를 알 수 있다. 608마력짜리 후륜구동 차를 전자장비의 도움 없이 자유자재로 다룰 자신이 있는 사람만 쓰면 되겠다. M5가 줄 수 있는 가장 짜릿한 즐거움은 아무나 누릴 수 없다.


마지막 바퀴는 쿨링 랩이다. 각종 설정을 가장 느슨하게 바꾸고, 천천히 서킷을 돈다. 조금 전, 변신 직전까지 갔던 헐크는 어디론가 사라지고 다시 브루스 배너로 돌아왔다. 조용하고, 편안하고, 안락하다. M5에는 ‘드라이브 어시스턴트 플러스’와 ‘제스처 컨트롤’ 같은 일반 5시리즈의 안전, 편의장비가 모두 달렸다.


시승을 마치며 생각했다. ‘무슨 이런 차가 다 있나?’ BMW가 보여줄 수 있는 프리미엄 브랜드의 고급스러움과, M이 가진 레이싱 노하우를 한 대에 모두 담아낸 차가 바로 M5다. 버튼 하나로 브루스 배너와 헐크를 오갈 수 있는 차가 바로 M5다.


최고속도는 250km/h, 'M Driver's Package'를 선택하면 제한이 풀려 305km/h까지 달릴 수 있다

이광환 carguy@carla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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