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장남이네!' 닛산 맥시마 시승기

조회수 2018. 4. 5.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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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전 이맘때 닛산 알티마 미디어 시승행사가 있었다. 그날 우리 일행을 앞장서 이끌었던 모델이 바로 맥시마였다. 당시 시승 주행은 보기 드물게 빠른 속도로 진행됐고, 선두를 달리던 맥시마의 뒤태는 그렇게 스포티해 보일 수 없었다.


그 후, 많은 닛산 모델들을 경험했지만 유독 맥시마는 몰아볼 기회가 없었다. 그러던 중, 드디어 짧은 시간이나마 맥시마를 타고 봄길을 내달렸다. 애써 쫓아도 멀어지기만 하던 맥시마. 기억 속의 모습처럼 잘 달려줬을까? 하루 동안 함께한 맥시마의 시승소감을 공유한다.



실외: 남성미 뚝뚝


맥시마의 외모는 호불호가 명확히 갈린다. 평범하지 않은 모습에 거부감을 표하는 이가 있는가 하면, 그래서 더 좋아하는 사람도 많다. 나는 후자에 속한다. 페밀리 세단이라고 점잔 빼며 '에헴~'하던 시절은 갔다. 개성을 살리고, 역동성을 강조해야 먹히는 요즘이다.


보닛 주름과 이어진 ‘V-모션 그릴’은 입체적이고, ‘부메랑 주간주행등’을 품은 헤드램프는 프런트펜더와 맞물려 독특한 형상이다. 앞범퍼 하단 안개등 아래로 말려들어간 스플리터도 개성이 넘친다. 각각의 요소가 큼직큼직하고 과감해 남성미 넘친다.


옆모습은 또 어떤가? 앞바퀴를 싸고돌며 프론트펜터 중간을 가르는 날카로운 선은 옆면 거의 중간까지 내려와 뒤로 흐른다. 보통의 캐릭터라인보다 훨씬 아래지만, 리어펜더와 뒷문에 잡힌 두 번째 캐릭터라인으로 이어져 어색하지 않다. 두 날카로운 캐릭터라인을 따라 시선이 흐르며 긴장감이 전달된다.


지붕은 플로팅타입을 택했다. A, B, C필러와 창틀을 모두 검정 유광으로 마감해 차체 윗부분과 아랫부분이 확실히 구분된다. 덕분에 지붕보다 차체의 존재감이 부각되고, 무게중심도 낮아 보인다. 세단으로서 두꺼운 필러가 주는 안정감을 포기한 대신, 확실히 역동성에 중점을 둔 선택이다.


헤드램프를 닮아 밖으로 뻗어나가는 느낌의 리어램프와 C필러에서 안으로 모아져 들어오는 트렁크 주름이 만나 대조를 이루며 엉덩이를 보다 넓어 보이게 한다. 요즘 차 치고는 작은 닛산 엠블럼이 이채롭다. 대구경 배기구 팁은 닛산 모델다운 특징으로 고성능 이미지를 잘 드러낸다.


최근 일본 차들을 보면 개성이 지나쳐 기괴하게 보이는 경우가 있다. 남과 다른 것까지는 좋았으나, 달라도 너무 달라 인상을 찌푸리게 하기도 했다. 맥시마는 개성과 멋을 적당한 선에서 훌륭하게 버무렸다.


그렇다고 다 마음에 쏙 드는 건 아니다. 앞뒤 방향지시등과 안개등, 제동등에 쓰인 할로겐전구 광원은 차급이나 판매시기 등 어느 조건에서 봐도 어울리지 않는다. 주 활동 무대가 북미시장이어서인지 모르겠으나, 국산 동급 모델과 비교하면 분명 아쉬운 구성이다. 유행에 민감한 국내에서는 더욱 그렇다.



실내: 운전자 향해 7도


과거 알티마 시승이 있던 날, 본격 달리기에 앞서 잠시 맥시마를 둘러볼 기회가 있었다. 문을 여는 순간 느꼈던 맥시마의 실내는 그날 행사의 주인공 알티마와 차원이 달랐다. 현재 닛산 라인업 상으로는 맥시마와 알티마가 한 계단 차이지만, 당시 느꼈던 두 모델의 고급감 차이는 그 이상이었다. 두 모델 사이에 중간급이 하나 더 있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랄까.


그도 그럴 것이, 당시 알티마는 2012년에 데뷔해 4년 차에 접어든 페이스리프트 모델이었던 반면, 맥시마는 2015년에 등장해 갓 1년 된 신모델이었다. 오래된 동생과, 따끈한 형을 비교했으니 차이가 도드라질 수 밖에. 최근 알티마는 완전 신형 6세대가 공개됐으니, 두 모델의 차이가 대폭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1열 창은 2중접합차음유리를 썼다

다시 맥시마 얘기로 돌아와서, 일단 소재부터 고급차 느낌을 물씬 풍긴다. 가죽(인조가죽이긴 하지만)으로 두른 대시보드와 도어트림, 센터터널이 푹신해 보이고, 흰색 실 바늘땀도 멋지다.


두꺼운 림의 D컷 운전대와 운전자를 향해 7도 기울어진 센터패시아, 양쪽 날개가 도톰한 시트는 스포츠세단의 면모를 드러내는 요소. 특히 삼각형으로 퀼팅 처리한 시트는 닛산의 자랑 ‘저중력 시트’다. 같은 기능이 들어간 닛산의 다른 차들에서도 느꼈지만, 장거리 운행에서 이름처럼 편안하게 엉덩이를 감싸줬다.


2열 공간은 시간상 제대로 알아볼 수 없었다. 잠시 앉아본 바로는 일반적인 전륜구동 중형세단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휠베이스를 비교하면 쏘나타와 그랜저에 비해 각각 30mm와 70mm 짧고, 혼다 어코드와 동일하다. 딱 일본 중형세단 크기인 2,775mm다.


겉에서도 그랬지만, 실내 역시 디자인은 불만 없다. 다만, 업데이트가 늦어 아쉬운 요소가 더러 눈에 띈다. 주차브레이크는 전자식이 판치는 오늘날, 아직도 발로 밟는 방식을 쓰고 있으며, ‘노멀’과 ‘스포트’ 두 개의 버튼으로 마련한 주행 모드도 요즘차와 다르다.


계기반과 센터패시아에는 7인치와 8인치 LCD를 품었다. 크기는 괜찮은데, 그래픽 세련미가 요즘 기준으로는 조금 부족하다. 인포테인먼트 관련 시스템이야말로 자동차에서 가장 빨리 나이를 먹는 부분이 아니던가. 트렁크 안쪽 위, 그대로 노출된 스피커도 차급을 고려하면 감춰 마땅한 부위다. 2열 승객을 위한 USB 단자도 다음 모델에선 가장 먼저 추가할 항목.


아쉽게도 2열 USB 단자는 없다
그대로 노출돼 있는 스피커 뒷편

주행: 어쭈 X 3


자, 디자인도 살펴보고 사진도 다 찍었겠다, 본격적으로 달려볼 차례다. 시동을 걸자 다분히 6기통 스런 엔진음이 호방하게 기지개를 켠다. 시동만 걸어도 4기통보단 6기통이, 6기통보단 8기통이 딱 늘어난 실린더 수만큼 더 운전자를 흥분시킨다.


엔진은 ‘VQ35DE’가 사용됐다. 더 설명이 필요 없을 정도로 닛산, 인피니티를 대표하는 유명한 엔진이다. 최고출력 303마력, 최대토크 36.1kgm를 낸다니 수치상 아쉬움은 없다. 전륜구동 모델 중에서는 출력이 가장 높은 축에 속한다. 감성적 만족감은? 레드존이 시작되는 6,500rpm에 이르러도 부드럽고 강렬한 회전 질감이 일품이다.


주차장을 빠져나가는데 운전대가 상당히 묵직하다. 이차가 저차 같고 저차도 이차 같은 요즘, 맥시마만의 남다른 지향점이 돋보인다. 첫 번째 ‘어쭈’가 나오는 순간이다. 과거 독일차를 경험했던 분들이라면 반가울 수 있겠다.


직선구간을 만나 가속페달을 밟자마자 두 번째 ‘어쭈’가 절로 이어진다. 시원한 엔진회전과 맞물려 등을 떠미는 가속이 나도 모르는 사이 입꼬리를 올려준다. 출시 당시 닛산이 주장했던 ‘4도어 스포츠카’가 부끄럽지 않는 가속이다. 주행안정장치를 모두 끄면, 왈칵 쏟아지는 토크를 앞바퀴만으로 어찌하지 못해 옆걸음질 치기도 한다.


‘꿀회전’을 자랑하는 VQ엔진과 장단을 맞춘 변속기는 ‘엑스트로닉 CVT(Xtronic CVT)다. 다른 브랜드들 보다 일찍 자회사 ‘자트코(JATCO)’를 통해 CVT를 만든지 20년 넘게 지난 만큼, 기술적 숙성도가 높다.


‘디-스텝(D-Step)’을 적용해 CVT 특유의 ‘고무줄 늘어지는’ 이질감도 어느 정도 지웠다. 일반 자동변속기와 다르다는 느낌은 받을 수 있으나, 답답함은 찾기 어렵다. 물론 여기엔 엔진의 넉넉한 출력도 일조한다.


하체는 승차감과 운동성능 사이에서 절묘히 조율해 세 번째 ‘어쭈’를 부른다. 조금 과격하게 코너에 진입해도 롤링(좌우 기울어짐)을 잘 억제했고 고속 안정감도 뛰어났으며, 동시에 훌륭한 승차감까지 구현했으니 칭찬할만 하다.


페밀리 세단치곤 단단하고, 닛산의 말처럼 (4도어) 스포츠카라기엔 푹신하다. 스포츠세단에 딱 어울리는 설정이다. 스티어링 답력을 비롯해서 이왕 이렇게 스포츠성을 내세울 심산이었다면, 차라리 조금 더 단단하게 했어도 좋지 않았을까? 이대로도 마음에 들어 크게 아쉽지는 않다.



역시 장남이네!


맥시마의 가격은 4,370만 원이다. 현대 그랜저 3.3에 비해 40만 원 높고, 쉐보레 임팔라 3.6보다는 190만 원 저렴한 수준이다. 프리미엄 브랜드가 아닌 바에야 요즘같이 수입차가 흔한 시대에 엠블럼 후광은 차치하자. 모델 자체만 놓고 보더라도 맥시마의 경쟁력은 충분하다. 특히 달리기 실력은 맥시마의 가장 큰 장기.


시승 후, 운전석에서 내려 바라본 맥시마의 엉덩이는 과거 알티마에 앉아서 봤던 모습 그대로였다. 그 때 짐작했던 파워풀하고 날쌘 움직임을 똑같이 보여줘 슬며시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맥시마의 이런 달리기는 다들 상냥하고 나긋나긋한 세단들 사이에서 유독 기억에 남을 듯싶다. 맥시마는 닛산의 스포티한 이미지를 가장 잘 담아낸 세단이다. 역시 장남답다.


이광환 carguy@carlab.co.kr


이미지: 카랩DB, 닛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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