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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가 무게를 아끼지 않고 만든 고성능 차 엘란트라

나윤석 입력 2018.05.22 12:19 수정 2018.05.22 12:2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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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흥분시켜 심장 박동수를 올렸던 엘란트라

[내가 사랑한 올드카] 지금 생각해 보니 미안하다. 내가 너무 혹사시켰던 것이 아닌가 해서. 내게 엘란트라는 광고에서 포르쉐 드라이버가 엄지척을 하는 것보다 더 고성능 자동차였고, 그래서 너무 가혹하게 일생을 살았기 때문이다. 요즘 현대가 N 브랜드가 ‘rpm이 아니라 bpm’이라는 말을 하는데 내게는 엘란트라가 바로 그런 존재였다. 가슴의 박동수가 올라가는 흥분의 고성능 차. 바로 그것이었다.

그러나 모든 엘란트라가 그런 이미지는 아니었다. 내가 선택했던 고성능 이미지의 엘란트라는 1.6DOHC 수동 변속기 모델이었다. 당시 엘란트라 1.6DOHC는 정말 드문 차였다. 내 차가 출고되던 날 울산 출고 사무소를 떠난 엘란트라 1.6DOHC 수동 변속기 모델은 단 두 대였을 정도였다. 그리고 7450rpm의 높은 레드 존과 고회전 영역에서만 제 실력을 발휘하는 출력 특성 등 지금 기준으로도 꽤 고회전형 엔진이다.

엔진도 엔진이었지만 엘란트라를 선택했던 이유 가운데 하나는 현대차가 상당히 공을 들인 차체 설계였다. 당시 엘란트라 1.6DOHC와 쌍벽을 이루는 고성능 모델이었던 스쿠프 터보는 뒷바퀴의 주행 안정성이 부족해서 고속 주행에 불리했다. 그러나 비록 무거운 차체와 낮은 중저속 토크로 초반에는 뒤쳐지지만 엘란트라는 훨씬 우수한 주행 안정성으로 엔진을 고회전으로 열심히 돌리면서 주행하는 맛이 좋았다. 한 등급 높은 고성능 모델이었던 기아 콩코드 2.0DOHC와 비교해도 차량 중량에서 몇 십 킬로그램 차이가 나지 않을 정도로 당시의 현대차로서는 무게를 아끼지 않고 만들었던 견고한 차체였다.

내 개인적으로도 엘란트라와 함께 하던 시절이 가장 자동차를 열정적으로 좋아했던 시절이었다. 우리나라 온라인 자동차 동호회의 시조 격인 하이텔 달구지의 창단 멤버로 활동하던 나는 엘란트라가 또 하나의 집처럼 느껴질 정도로 차에서 오랜 시간을 보냈다. 당시 세단으로서는 드물게 뒷시트 등받이를 접을 수 있었던 엘란트라 1.6DOHC는 풀 플랫이 되지 않더라도 뒷시트 등받이를 앞으로 접고 몸을 트렁크 쪽으로 넣어서 쉴 수도 있었다.

그러나 뭐니뭐니해도 엘란트라 1.6DOHC는 고회전으로 달릴 때 진가를 발휘했다. 짐카나는 물론 어떤 종류의 자동차 경주가 열리더라도 달려가서 직접 참가했고 시속 199km/h까지 표시되지 않는 LCD 속도계가 끝에 도달한 뒤에도 계속 올라가는 엔진 회전수 그래프에 뿌듯하기도 했다.

하지만 한 해 동안 8만km 이상을 아마도 평균 5000rpm 이상으로 달려대니 견뎌낼 차가 어디 있을까. 엔진은 엔진 오일 1리터에 100km를 주행하는 오일 소모를 보이기 시작했다. 차를 지게차로 들고 직접 바닥에서 엔진을 ‘털어’ 오일 링을 교환하고 위에서는 밸브 가이드 실을 직접 교환하는 등 정성을 쏟았다. 하지만 나중에 언제까지나 견고할 줄만 알았던 차체의 강성이 흐트러지는 것을 느끼고는 이제 조용한 삶을 위해 떠나보내기로 했다.

지금도 내 곁을 떠나던 그 녀석의 뒷모습이 기억난다. 1,6DOHC만의 전유물이었던 차체 색상의 리어 가니시를 마지막으로 보여주면서 내 엘란트라 1.6DOHC는 내 곁을 떠났다.

나중에 페이스리프트를 거치며 1.6DOHC는 단종되고 1.5와 1.8엔진 모두 DOHC로 바뀌었고 1.8DOHC는 최고 출력이 더 높기는 했다. 하지만 1.6리터 고회전 시리우스 엔진의 감성은 출력으로 대체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자동차 칼럼니스트 나윤석

나윤석 칼럼니스트 : 수입차 브랜드에서 제품 기획과 트레이닝, 사업 기획 등 분야에 종사했으며 슈퍼카 브랜드 총괄 임원을 맡기도 했다. 소비자에게는 차를 보는 안목을, 자동차 업계에는 소비자와 소통하는 방법을 일깨우기 위하여 노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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