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혼자 판다' 메르세데스-벤츠 GLA

조회수 2018. 4. 30. 14:11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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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세데스-벤츠의 막내 SUV, GLA는 지난 2014년 태어났다. 처음에는 GLC로 불렸지만, 2015년 벤츠가 작명법을 바꾸며 GLA로 개명했다. GLC에게는 배다른 형제가 있었는데, 바로 인피니티 Q30이다. 서로 뼈대와 심장을 공유하고 각자 옷만 달리 입었다.


GLA가 작년 9월에는 페이스리프트를 단행했다. 실내외 곳곳에 화장을 고쳤다는데, 차이가 확연히 드러나진 않는다. 4천만 원대 벤츠 SUV는 어떤 점이 어떻게 달라졌는지, 달리기 실력은 어땠는지 살펴봤다.



실외 - 무엇이 무엇이 변했을까?


시승차의 컬러는 ‘캐니언 베이지(Canyon Beige)’. 이번 페이스리프트를 통해 처음 선보인 색인데 GLA의 성격과 썩 잘 어울린다. 진흙을 뒤집어써도 생각보다 덜 더러워 보이는 장점까지 있다.


GLA의 겉모습 변화는 헤드램프에 집중됐다. 여느 페이스리프트들도 마찬가지인데, 이는 헤드램프야말로 가장 적은 돈을 들여, 최대한 큰 신차효과를 이끌어내기 효과적인 부위이기 때문. 사람도 가장 먼저 얼굴에 손대는 곳이 눈이지 않던가. 페이스리프트도 정도가 있는데, 지난해 GLA는 ‘수술’이 아니라 ‘시술’을 받았다.


기존 GLA의 헤드램프는 바이-제논 방식을 썼지만, 이번에 모두 LED로 바꿨다. 밝기, 수명, 효율, 반응속도, 디자인 자유도까지 LED가 기존 광원에 비해 모든 면에서 훌륭하다. 점차 보급에 늘며, 그동안 걸림돌이었던 가격마저 안정되자 소형차나, 대중브랜드들도 서둘러 LED로 갈아끼우는 추세다.


리어램프도 달라졌다. 테두리의 붉은 띠를 없애고, 가운데 방향지시등 위아래로 두꺼운 두 줄이 들어갔다. 이 두 줄도 뒤따라가며 자세히 보면 단순한 면발광이 아니다. 밤하늘 별들처럼 영롱하게 빛난다. E클래스와 S클래스 같은 형님들도 뒤에서 같은 빛을 낸다.


기존 GLA
페이스리프트 후 GLA

라디에이터 그릴을 가로지르는 두 줄 장식도 디테일을 추가했다. 지금 것이 훨씬 삼각별을 입체적으로 감싸고돌며, 중간중간에 네모난 구멍을 뚫어 한결 남성미 넘친다. 이와 같은 터치는 압범퍼 하단에도 똑같이 들어갔다. 크롬 입술 아래로 네모 구멍을 추가해 더 터프하다.


일반 E클래스(좌)의 뚫린 듯 막힌 범퍼 흡기구와 메르세데스-AMG E 63 4매틱+(우)의 거대한 흡기구

앞범퍼 좌우 흡기구 같지만 아무 기능 없는 장식은 아쉽다. 아주 사소한 부분이지만, 좀 깬다. 조그만 바람길이라도 만들어 앞바퀴 휠하우스 안으로 뺐으면 좋았을 텐데…… 하긴 한참 형 E클래스도 AMG 정도가 아니면 다 막혀있으니, GLA 주제에 뭘 바라겠는가.


2009년에 나온 4세대 E클래스(W212)

각진 사이드미러는 볼륨감 있는 차체와 어울리지 않는다. 2009년에 나온 4세대 E클래스부터 쓰여온 사이드미러는 혼자만 시간이 멈춘 듯하다.


이복형제 Q30이 넘실대는 곡선으로 시선을 끌었다면, GLA의 옆모습은 벤츠의 상징 드롭핑라인이 특징이다. 앞바퀴에서 시작해 리어펜더 직전까지 포물선을 그리며 떨어진다. 하지만 가장 최근에 나온 신형 CLS와 A클래스 모두 드롭핑라인이 없어, 다음 세대 GLA에는 없어질 공산이 크다.


인피니티 Q30
메르세데스-벤츠 GLA

실내 - 구관은 구관이다


작년 인피니티 Q30을 시승하며 가장 아쉬웠던 곳이 계기반과 센터패시아 디스플레이다. 다행히 GLA는 이 부분에서 불만을 줄였다.


계기반 중앙의 픽셀이 보이던 흑백 표시창 대신 컬러 LCD를 썼고, 세련미 떨어지던 센터패시아 7인치 모니터는 8인치로 키운 뒤 화려한 그래픽으로 단장했다. 다만, 8인치는 여전히 협소하며, 두꺼운 베젤은 이마저 더 작아 보이게 만든다.


운전대는 무뚝뚝하고 각진 스타일에서 동글동글한 최신 스타일로 바꿔 달았다. 원형 송풍구 테두리는 오프로더 느낌의 디테일을 추가했다.


바로 아래 인포테인먼트 조작부는 세월의 흔적이 느껴진다. 특히 우측의 숫자판은 네모난 사이드미러처럼 고색창연하다.


비상등 좌우 일렬로 늘어선 버튼은 재질을 플라스틱에서 금속 느낌으로 바꿔 한결 고급스럽다. 도어패널에 달린 시트 조절 스위치도 금속 장식을 추가했다.


공조장치 조작부 아래는 12V 전원포트와 재떨이가 숨어있다. Q30이 같은 자리에 USB포트 2개와 수납공간을 마련했던 것과 다르다. 나라별 차이라고 말하기엔, 일본도 흡연자의 권리를 잘 챙겨주는 곳이 아니던가? 12V 포트도 그렇고, 이점은 GLA가 Q30에 비해 시대에 뒤떨어진 구성이다.


인피니티 Q30
메르세데스-벤츠 GLA

벤츠는 운전대 옆 칼럼식 시프트를 쓰는 탓에 Q30에서 기어노브가 있던 곳은 컵홀더가 자리했다. 덕분에 기어노브가 센터터널에만 3개가 됐다. 콘솔박스 뒤쪽 2열 송풍구는 생김새가 단출하다. 센터페시아에 쓰인 원형 송풍구를 달아줬다면 2열 고급감이 소폭 업그레이드 됐을텐데…… 이곳에도 USB포트는 없다.


Q30도 그랬지만, GLA 역시 2열 공간의 협소함에서 자유롭지는 못하다. 무릎공간은 국산 준중형 세단과 비슷한 수준. 지붕이 낮아 머리공간도 여느 SUV들보다 여유롭지 못하다. SUV긴 하지만 날렵한 실루엣을 추구한 탓에 공간 활용성은 ‘세단보다 나은 정도’를 챙기는데 그쳤다.


요즘 벤츠 디자인은 칭찬이 자자하다. 특히 실내는 호불호조차 갈리지 않는다. 망설임 없이 최고다. 요즘 어린 친구들 표현대로 ‘미쳤다’. S클래스는 물론이고 막내 A클래스까지 첨단과 고급스러움이 세련되게 어우러졌다.


새로운 A클래스의 실내
GLA의 실내

아쉽게도 GLA는 벤츠의 ‘미친’ 디자인을 걸치고 나오지 못했다. 2013년 GLA(당시에는 GLC)가 모습을 드러냈을 즈음, S클래스가 처음으로 오늘날과 같은 혁신적인 실내를 선보였다. 작년 페이스리프트만으로 그 차이를 좁이기란 불가능했다. 향후 출시될 신형 GLA가 더 기대되는 이유다.



주행 - 벤츠는 벤츠네


시동을 걸자 2리터 4기통 가솔린 엔진이 걸걸한 소리와 함께 깨어난다. 지나가는 사람 붙잡고 이 엔진 소리 어떻냐고 물어보면 ‘디젤치고 조용하네?’라는 답변이 돌아올 정도다.


그도 그럴 것이 보닛 안쪽에 흡음재가 전무하다. 아무리 가솔린이지만, 벤츠의 프리미엄 이미지를 생각하면 빈티난다. 막상 달리기 시작하면 엔진음과 주행소음은 거슬리지 않아 다행이다.


시승 모델은 GLA 220이다. 위로 GLA 250 4매틱과 GLA 45 4매틱이 있다. 220과 250은 동일 배기량의 같은 엔진을 얹었고 출력과 토크를 184와 211마력, 30.6과 35.7kgm로 차별화했다. 인피니티 Q30은 한 가지 엔진만 적용했고, GLA 250과 같다.


아래급이라고 힘이 부족할까 염려하진 않았다. 1,530kg의 몸무게와 184마력, 7단 듀얼클러치 변속기 조합이라면 부족함 없는 달리기를 기대할 수 있었다. 과거 Q30을 몰며 ‘인피니티 다운’ 다이내믹한 주행성능이 상당히 좋은 기억으로 남아있었고, 거기에서 27마력 줄어든다 한들 ‘벤츠답지 못한’ 성능에 실망할까 걱정은 없었다.


예상은 딱 맞아떨어졌다. 특히 최대토크가 1,200rpm부터 나오니 시내구간에서 치고 나가는 데는 아쉬움이 없었다. 1,200이면 거의 출발하자마자다. 가뿐하게 발걸음을 떼고, 힘든 기색 없이 속도를 높인다.


벤츠가 자체 제작한 변속기 ‘7G-DCT’는 무난함을 내세운다. 그냥 D에 놓고 달리면 딱히 흠잡을 구석이 없다. 변속 패턴은 다분히 연비 위주의 설정을 보인다. 조금만 속도가 붙어도 바로바로 다음 단으로 바통을 넘기며 최대한 낮은 RPM을 유지하려 애쓰는 모습. 가속을 위해 오른발에 힘을 주어도, 아래 기어로 바꿔 무는데 소극적이다.


물론 주행모드를 ‘스포트’로 바꾸면 높은 RPM까지 폭넓게 회전수를 활용한다. 시프트패들을 딸깍이면 실제 반응까지 시간이 매우 빠르다고는 못하겠으나, DCT답게 엔진 회전수에 RPM 바늘이 맞춰 들어가는 속도는 순간이동 수준이다. 일상에서 충분히 딸깍거리는 ‘손맛’을 즐길 수 있겠다.


‘다이내믹 셀렉트’ 버튼을 통해 주행모드를 바꿀 수 있다

차 크기를 감안했을 때 윗급 GLA250과 형제차 인피니티 Q30에 신겨진 19인치 휠이 ‘자세’ 면에서는 한결 당당한 모습을 만들어 주겠지만, 시승차 GLA220에 들어간 18인치 휠도 빠지지 않는다. 곳곳에 가미된 오프로더스러운 장식과 높은 지상고가 상대적으로 작은 휠과도 훌륭한 조화를 보인다.


비록 4륜구동 시스템 ‘4매틱(4 MATIC)’이 빠진 SUV지만(4매틱은 GLA250부터 적용) 울퉁불퉁한 진흙밭에 들어섰다. 여기저기 파인 웅덩이에 혹시 바퀴가 빠지진 않을까 살짝 걱정되기도 했지만…… 웬걸? GLA220은 바닥 한 번 긁히지 않고 너무나 쉽게 진창을 헤집었다.


쉽게 헤집는 것뿐만 아니라, 그 와중에 안락한 승차감까지 챙겨 기특했다. ‘오프로드 컴프트 서스펜션’을 새롭게 적용해 기존보다 30mm 지상고를 높이고, 18인치 휠을 끼운 덕분. 18인치 휠 덕분에 주차장 빠져나오다 연석에 휠 긁힐 걱정까지 줄었으니, 조금 양보한 멋에 비해 챙긴 게 많다.


안락한 승차감만큼 온로드 성능은 줄었을까? GLA와 함께 장거리 고속주행을 시험했지만, 나름 즐겁고 만족스러운 주행감각을 즐길 수 있었다. 특히 긴 스트로크(하체의 상하 움직임 폭) 안에서도 쫀쫀함을 잃지 않는 하체는 빠른 코너 진입에도 불안감을 줄였다.


전륜 맥퍼슨 서스펜션
후륜 멀티링크 서스펜션

고속도로에서 역시 소형 SUV로서 훌륭한 안정감을 보인다. ‘도로에 착 붙어 달리는’ 벤츠 대형 세단들의 감각까지는 아니었지만, 충분히 삼각별 엠블럼을 달만 하다.



마무리 - 본의 아니게 독보적


요즘 가장 뜨거운 차종이라면 ‘소형 SUV’를 첫손가락에 꼽는데 망설일 이유가 없다. 여기서 필터링 조건을 수입차와 프리미엄 브랜드로 좁히면 후보가 많지 않다. 더욱이, 경쟁모델 BMW X1과 아우디 Q3가 전시장에서 모습을 감춘 지금 GLA의 존재감은 독보적이다.


이복형제 인피니티 Q30이 나는 어떠냐며 손을 흔들지만, 벤츠 엠블럼의 후광은 어쩔 수 없다. 실제로 두 모델의 2017년 3월부터 올해 3월까지 판매 실적은 2,950대와 1,259대로 GLA가 두 배 이상 높다.


감출 수 없는 세월의 흔적과 상대적으로 좁은 뒷자리는 GLA의 흠. 반면 요즘 유행하는 소형 SUV가 벤츠 엠블럼을 달고 5,000만 원이 채 되지 않는 가격표를 달았으니 솔깃하다. 막내라고 달리기 실력이 부족할까 걱정하지는 말자. 막내도 벤츠는 벤츠다.


이광환 carguy@carla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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