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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에 다가서다 - BMW M5 서킷 시승기

조회수 2018. 5. 15. 1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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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성능 자동차 시장에서 'M'이란 신뢰의 알파벳으로 통한다. 본성이 날카롭고 호전적인 BMW가 빚어낸 고성능 디비전이니 사족이 필요 없다. 최근까지 폭발적으로 라인업을 늘려오며 하나의 제국을 형성한 메르세데스-AMG와는 달리 한정된 모델에만 'M' 엠블럼을 붙여온 이들이었지만, 시장의 확대와 변화의 흐름에 'M'도 슬슬 남발되고 있는 추세다.
그렇다고 해서 이 엠블럼의 가치가 떨어졌느냐고? 그건 아니다. 이런 라인업 확장 역시 디비전 아이덴티티 강화의 일환이기 때문. 그리고 경쟁사들이 보여준 오싹할 정도의 추격에  잠시 멈칫거리긴 했어도, BMW는 간과하고 있던 과거의 정신을 되찾으며 다시금 M의 전성기 가도를 달리려 한다.

우선 시선을 사로잡는 건 M5를 위해 새로이 빚어낸 전용 파츠들이다. M 모델들에만 선사하는 '더블 스트럿 키드니 그릴'과 거대한 휠 사이로 빼꼼 고개를 내민 금색 브레이크 캘리퍼, 과격한 인상의 범퍼와 네 가닥으로 뽑힌 테일 파이프가 분위기를 일신한 슈퍼 세단을 한껏 치장했다. 계속 보다 보니 'G30 5시리즈가 원래 이렇게 잘생겼나?'라는 착각을 들게 했다. 물론 M 디비전이 다듬은 변종이지만 말이다.

해외에선 이미 '컴페티션' 모델도 공개된 마당이라 김이 조금 새긴 했어도, 한국에서 최초로 최신형 M5를 직접 마주하는 느낌은 남다르다. 그리고 BMW 측은 M5의 베일을 벗긴 직후, 드라이빙 센터에 마련된 서킷에서 M5를 마음껏 휘둘러 보라고 재촉했다.
최신형 M카를 다루기 직전, 기대감과 긴장감이 한 데 섞여 오묘한 감정을 만들어냈다. 곧바로 운전석에 앉아 주위를 둘러보며 마음을 추스르려 했다. 깔끔하게 다듬어진 G30 5시리즈 인테리어 구성에 'M'은 자극을 위한 조미료를 끼얹으며 조금 색다른 결과물을 만들어내고 있다.

가령 시프트 바이 와이어 방식이라는 점은 변함이 없으나, 우뚝 솟아오른 독특한 모양새의 쉬프트 노브는 제법 색다른 분위기를 낸다. 그리고 'M1' / 'M2' 버튼과 엔진 시동 버튼을 새빨갛게 칠해 고성능 모델이란 티를 팍팍 냈다. 풋 레스트나 스티어링 휠 스포크 하단, 도어 플레이트 등 장소를 불문하고 남발되어 있는 'M' 로고에 흥분은 좀처럼 가라앉질 않았다.
짧은 탐색 시간 이후, 보닛을 들춰볼 새도 없이 트랙으로 향했다. 슈퍼 세단의 환영식에 걸맞은 무대였다. 다만 모델 역사상 최초로 'xDrive'를 기본으로 장착한 부분만큼은 다소 회의감이 들었다. 후륜 구동 특유의 역동성이 흐릿해진다는 것보다도, 무게가 늘어나서 몸놀림이 텁텁해질 것 같았다.

그러나 6세대 M5의 발 놀림은 시종일관 활기가 넘쳤다. 5미터에 달하는 거대한 체구의 움직임이라기엔 반사 신경은 한껏 늘씬한 몸매를 자랑하는 하위급 M카들을 떠올리게 했고, 그 와중에서도 속도를 불문한 안정감은 빛을 발했다. 엔트리 M카인 양 도를 넘어선 활기를 자랑하진 않았다는 이야기다.
M 디비전이 별도로 튜닝한 xDrive 시스템은 '4WD' / '4WD 스포트' / 2WD 주행 모드를 지원하며 운전자의 구미에 맞는 구동 배분을 설정할 수 있다. 그렇지만 자신이 자동차 경주에 참여한 경험이 많아 어떤 자동차든 수족처럼 다룰 수 있는 사람이거나, 후륜 구동의 순수한 움직임이 그리운 운전자가 아니라면, 600마력을 뿜어내는 슈퍼 세단에 굳이 모험을 할 필요는 없다. 안정감이 기반이 되면서도 즐거움이 늘 동반하는 xDrive를 믿고 4WD 모드를 선택해도 서킷 주행을 하는 데는 하등 문제가 없었기 때문이다.

서킷을 달리는 M5들을 이끌던 M4 인스트럭터 카는 트랙의 레코드 라인을 제법 빠른 속도로 그리며 행사에 참가한 기자들을 적극적으로 부추겼다. 트랙 랩타임에 최적화된 라인을 따라가다 보니 관성의 법칙은 좌우할 것 없이 사정없이 휘몰아치기 시작했다.

그럼에도 '스포트 플러스'로 세팅한 서스펜션은 롤링을 최소화하며 최대한 안정감 있는 주행을 만들어냈다. 그렇다고 노면 질감까지 모두 읽어들일 정도로 융통성이 없지도 않았다. 기반이 고급 비즈니스 세단인 만큼, 서스펜션이 스포트 플러스로 설정되어 있어도 요철을 흘려넘기는 솜씨는 완벽에 가까웠다.
한편, 6세대 M5는 공교롭게도 선대 모델과 레이아웃이 동일한 엔진을 쓴다. V형 8기통에 4.4리터 배기량을 지닌 이 유닛은 그럼에도 출력을 한껏 끌어올려 최고출력 608마력에, 최대토크 76.5kgm의 파워를 내뿜는다. BMW가 이야기하는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의 가속 시간은 3.4초. 그러나 이쯤 되면 가속 성능 운운하는 건 사실 무의미하다.

M5는 그저 운전자가 원하는 속도까지 최대한 신속하게 도달하도록 적극적으로 돕는다. 그게 가속이든 감속이든 말이다. 헤어핀 진입 직전, 제법 끌어내린 속도계 바늘은 탈출과 함께 단숨에 솟아올랐고, 운전자는 그저 코너를 빠져나가고 싶은 속도까지 가속 페달에 발을 올려놓기만 하면 됐다. M이 손본 V8 트윈파워 터보 유닛은 영역을 불문하고 최상의 가속감을 선사했다.
 
스티어링 휠 뒤편에 마련된 패들 시프트에 반응하는 건 'M DCT'가 아니라 ZF제 8단 자동변속기였다. 그러나 이 재래식 변속기는 번개같이 기어를 바꿔 끼우던 DCT 못지 않은 감각을 선사하며 일말의 걱정을 단숨에 지워버렸다. 원하는 기어 단수를 선택하면 RPM이 끝까지 치솟아도 끈질기게 물고 늘어지는 M 특유의 성질도 품었고, 패들시프트를 딸깍거리자마자 기어를 바꿔 무는 솜씨는 놀라움 그 자체였다.

더군다나 시속 200km에서 브레이크 페달을 매트까지 쑤셔넣는 풀 브레이킹을 수 차례 시도한데다 브레이크 캘리퍼가 쉴 틈이 없는 서킷 주행을 연속했는데도 M5의 브레이크는 새빨갛게 달아오르기만 할 뿐 결코 지친 기색을 보이지 않았다. 더욱 강력해진 파워트레인 퍼포먼스에도 하체는 결코 기죽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했다.

참고로 엔진과 전자식 스티어링, 서스펜션은 주행 상황이나 취향에 따라 컴포트 (이피션트) - 스포트 - 스포트 + 모드로 변경할 수 있어 마치 비디오 게임을 즐기는 기분을 들게 한다. 특히 각 모드에 따른 변화 폭이 상당하기에 이에 따른 재미는 상상 이상이었다. 또한 쉬프트 노브 끄트머리에 있는 버튼을 눌러 엑셀에 발만 올려도 그르렁 거리는 M5를 조용히 시킬 수도 있다.
 
M이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글자'라는 BMW의 호들갑은 이 날 만큼은 인정하기로 했다. 밸런스를 중시한 하체와 퍼포먼스를 극도로 끌어올린 파워트레인, 대중성까지 겸비한 xDrive의 참전이 모두 이루어지며 마침내 이상적인 M5가 탄생했기 때문. 6세대 M5는 비즈니스 세단이 지녀야 할 품위와 세련미, 그리고 고성능 M카가 품어야 할 열정까지 모두 담은 이름 그대로의 '슈퍼 세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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