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벤틀리 벤테이가, 트랙에서 마음껏 돌아보니

조회수 2018. 4. 11. 17:5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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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틀리의 첫 SUV이자 가장 빠른 SUV로 이름을 올렸던 벤테이가를 용인 스피드웨이에서 만났다. 벤틀리 모터스 코리아 설립 이후 첫 미디어 대상 트랙 이벤트다. 실 구매가 4억 원에 육박하는 모델을 마음껏 굴릴 기회는 흔치 않다. 여러모로 의미가 남다른 트랙으로 발길을 옮겼다.

SUV의 역사는 1990년대부터가 시작이다. 포드가 소형 픽업트럭 레인저의 플랫폼으로 익스플로러를 내놓으면서 1990년대 본격적인 SUV 붐이 일기 시작했다. 경쟁사인 GM과 크라이슬러도 SUV를 출시했고, 독일 BMW와 벤츠 그리고 일본 회사들도 가세했다. 심지어 스포츠카 브랜드 포르쉐도 카이엔을 내놓았다. 럭셔리 브랜드 가운데에는 벤틀리가 롤스로이스나 마이바흐보다 앞서 벤테이가를 내놓으면서 가장 먼저 SUV 시장에 진입했다. 참고로 국내에 벤테이가가 출시된 이후 130대가 넘게 팔렸다고 한다.

벤테이가를 마주한 첫 느낌은 단정하고 수수해 보였다. 화면으로 많이 봐서 익숙한 탓이었을까? 하지만 다가서면서 실감이 나기 시작한다. 그리고 찬찬히 살펴보면 무엇 때문에 명차의 럭셔리 기준으로 항상 벤틀리를 거론하는지를 깨닫게 된다.

평범한 5도어 SUV라고 칭하기에는 황송할 만큼 벤틀리의 감성적 가치는 보는 이의 마음을 사로잡을 만하다. 좌우가 다른 휠 디자인 배치는 비슷해보이지만 철저히 공기역학을 계산한 결과이고 전면부 그릴과 좌우 둥그스런 헤드램프 안쪽은 그야말로 보석을 수 놓은 듯 화려했다. 면과 선을 적절히 배합해 남성적이고 과감하면서도 전후 펜더의 볼륨감은 한없이 풍만하고 매끈하다. 힘과 기술 그리고 관능미까지 갖춰 한마디로 흠잡을 여지가 없다.

실내는 벤틀리 클래식카를 박물관에서 처음 마주했을 때를 떠올릴 만큼 과거의 향수를 그대로 가져다 썼다. 목재의 선별만을 따로 하는 팀이 있을 정도로 정성을 쏟는 벤틀리의 특별함이 느껴진다. 대시보드와 센터페이시아의 분위기는 그야말로 최고 럭셔리의 느낌이다. 여기에 특별한 소가죽으로 감싼 스티어링 휠과 보드패널 그리고 도어트림을 더해 고혹적이고 우아한 매력을 뿜는다. 기능적이면서 미학적이었다가 너무도 사랑스러운 감촉의 실내 마감은 벤틀리가 추구하는 명차의 이미지가 어떤 것인지를 느끼게 했다.

여느 차에서 볼 수 없었던 고급스러운 느낌의 마감을 비롯해 색다르고 찬란하게 빛나는 벤틀리의 로고는 이 차를 만드는 사람들의 자신감이 어느 정도일지 상상하게 끔 했다. 과거의 가치를 그대로 살리면서도 최신 기술을 적극적으로 반영해 최고의 차를 만들겠다는 벤틀리의 의지를 읽을 수 있다.

방목해서 키운 12마리의 송아지 가죽을 쓰고 20년 이상 숙련된 바느질 전문가가 한땀 한땀 수놓았다는 바느질을 굳이 의식하지 않더라도, 벤테이가는 아주 작은 부분까지 만족감을 준다. 덕분에 차를 전혀 모르는 사람 혹은 벤틀리에 대한 아무런 지식이 없더라도 이 차가 고급 차라는 것을 단박에 알아챌 수 있다.

벤틀리 벤테이가의 이번 이벤트는 트랙 시승이라 일반도로에서 확인할 수 있는 내용은 알아볼 수 없었다. 오프로드 시승이 마련되어 있었지만 우리가 생각하는 산길이나 흙길 등을 거칠게 오갈 수 있다기 보다 벤틀리 모터스 코리아가 마련한 구조물 3가지 중 2가지를 ‘살살’ 주행해 보는 것에 그쳤다. 그야말로 소극적인 이벤트였다. 이유는 ‘차가 너무 비싸기 때문’이라는 것.

오프로드에선 측면경사로 오르기와 굴곡 구간을 건너는 주행 2가지였다. 이번 이벤트를 위해 마련했던 것인 만큼 잘 오르고 잘 내려왔다. 주목할 만한 점은 탑승자가 어떤 불안감도 느껴지지 않을 만큼 부드러웠다는 점. 일단 차에 오르면 가죽 냄새가 코를 간지럽히는데 시동을 걸고 차가 달릴 때도 특유의 가죽 냄새에 취해 있을 정도로 부드럽고 안정적이다.

이번 시승회의 포인트는 ‘트랙 주행’이다. W12 TSI 6.0L 가솔린 엔진은 최고출력이 608마력이고 최대토크는 무려 91.8kg.m에 이른다. 웬만한 중형차의 3배 출력이다. 상시 사륜구동 시스템을 쓰고 최고속도는 301km/h까지 낼 수 있다. 이 엄청난 출력을 활용하는 것도 남달라 모든 출력을 쥐어짜는데 정확히 1.1초가 걸린다.

최근까지 슈퍼레이스에서 포디움을 노렸던 박승규 강사는 이 차의 최대 강점으로 48V 벤틀리 다이내믹 라이드가 만들어내는 ‘롤의 억제력’을 꼽았다. 차의 안정감을 극도로 끌어올리면서도 정신차리고 속도계를 보면 깜짝 놀랄 수준이라는 것. 특히 트랙의 가장 긴 직선주로에서 뽑아내는 최고속도는 메르세데스-AMG GT S의 것과 동일했다라고 말한다. 그와 함께 단지 속도로만 즐기더라도 벤테이가의 가능성은 차고 남는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코스의 진입은 말 그대로 ‘진입’이라기 보다는 ‘찌른다’라는 표현이 들 정도로 강렬했다. CP를 넘어서 가속을 이어나갈 때는 짜릿함이 이루 말 할 수 없을 정도다. 배기사운드는 귓가를 간지럽히며 운전자에게 속도를 채근하지만, 풍절음은 철저히 가려져 있다. 이 차가 지금 정말로 이 속도로 달리고 있는 것이 맞는지 궁금할 정도다. 오죽하면 엄청난 속도로 트랙을 달리는 와중에 뒷자리에서는 초면인 기자들끼리 명함을 주고받는다.

벤테이가의 8가지 주행 모드를 모두 쓰진 못했지만 적어도 이 ‘스포트’모드에선 어떤 SUV도 범접할 수 없는 수준이었다. 롤의 억제력과 함께 피칭도 느껴지지 않을 만큼 안정적이고 놀랍도록 매끄럽다. 듣기 좋았던 배기음 역시 벤테이가의 가치를 설명해준다.

벤틀리 모터스 코리아의 패트릭 키슬링은 “여러 트랙에서 많은 차를 타봤을지라도 벤테이가는 특별한 경험이 될 것이다” 말했다. 일단 SUV를 트랙에서 타는 일이 흔치 않지만 벤테이가는 그의 말처럼 ‘극한의 벤틀리’를 ‘부드럽게’ 경험해 본 ‘특별한’ 시승회였다.

Editor’s Note

동승석에 남성을 태웠다는 것을 빼면 3억 4,500만 원짜리 SUV에 불만이 있을까? 벤틀리의 첫 SUV는 놀랍도록 정숙하고 부드러웠으며 넘치는 힘을 발휘했다. 부지불식간에 이루어지는 벤테이가의 실력발휘는 그야말로 압권이다. 한동안 잊지 못할 듯하다.

김경수 기자 kks@encarmagazin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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