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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보 XC60 T8, 모든 것 다 품은 차세대 첫 주자

오종훈 입력 2018.06.06. 16:01 수정 2018.06.06. 1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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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구른다. 스웨덴어 ‘볼보’는 그런 의미를 담은 말이다. 그런 볼보가 구른다. 아니, 달린다.

S90, XC90, XC60 등 신형 모델들을 연이어 투입하면서 수입차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볼보다. 시장 반응도 좋다. 몇 달씩 기다려야 하지만 기꺼이 돈을 내고 줄을 서는 소비자들이 줄을 잇는다. 그 라인업에 XC60 T8이 추가됐다. 엔진과 모터, 충전 가능한 배터리를 가진 플러그인하이브리드다.

볼보는 2019년 이후 출시되는 신차에서 내연기관 자동차를 퇴출시킨다고 발표했다. 전기차,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하이브리드 등 친환경자동차만 만들겠다는 것이다. XC60 T8은 그런 의미에서 중요하다.

볼보의 약속은 하나가 더 있다. 2020년까지 교통사고 사망자를 없애겠다고 공언했다. 용기 있는 선언이다. 설사 그런 목표를 세웠다 해도 이렇게 공언하기는 힘들다. 책임 문제가 따르기 때문이다. 분명한 메시지는 칭찬받아 마땅하지만 그만큼 자동차 메이커로선 위험한 약속이다. 과감히 치고 나가는 모습이다. 그런 면에서 XC60 T8은 볼보의 내일을 시작하는 차세대 첫주자다.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 엔진과 배터리, 모터를 다 가진 차다. 왼쪽 앞에 전기충전구, 뒤쪽은 주유구가 있다. 자동차산업이 지금까지 일궈놓은 모든 기술을 한 몸에 다 품은 게 PHEV다. 엔진 기술과 전기차 기술이 한데 섞이니 복잡하고 비쌀 수밖에 없다. PHEV를 지나 순수 전기차가 되면 단순하고 저렴해지게 된다. 가장 극적인 시기, 클라이맥스에 서 있는 차가 PHEV다.

볼보의 디자인은 격조가 있다. 차분하고 고급스럽지만 그렇다고 중압감이 내리누르는 건 아니다. 무겁지 않은 고급스러움. 시승차 역시 그랬다. 밝은 컬러, 투톤 인테리어가 고급스러움을 해치지 않는다. 뒷좌석은 적당한 공간감을 가졌다. 무릎 앞으로 주먹 하나 정도의 여유가 있다. 시트는 6:4로 접을 수 있다. 트렁크 공간은 555ℓ에서 최대 1432ℓ로 확장할 수 있다.

최고급 나파가죽과 나무를 이용한 인테리어는 스웨덴풍의 고급스러움을 잘 만들어냈다. 스웨덴의 특산품 크리스털을 기어 레버에 적용했다. 디테일에 스웨덴의 정체성을 담았다.

머리 위를 덮은 선루프는 볕 좋은 날 열고 달리면 참 좋다. 뒷좌석에 앉아 무심코 시트 아래에 손을 넣어보면 숨은 공간을 만나게 된다. 노트북 정도를 수납할 수 있는 공간이 뒷좌석 시트 아래 있다.

스위치를 살짝 비틀어 시동을 거는데 아무 반응이 없다. 엔진은 조용하고 계기판은 조용히 활성화된다. 운전석 시트는 마사지 기능이 있어 이동 중에도 운전자의 몸을 만져준다.

출발이 아주 매끄럽고 부드럽다. 엔진은 끄고 배터리 파워로만 움직이는 퓨어모드로는 26km까지 달릴 수 있다. 모두 잠든 새벽, 조용히 집안으로 스며들 때 퓨어모드를 사용하면 된다. 식구들을 깨우고 싶지 않은 순수하고 착한 아빠를 위한 모드다.

차의 각 부분에서 느끼게 되는 저항감을 이 차에선 거의 느끼기 힘들다. 스티어링 휠은 반발력이 거의 없어 손가락만으로도 돌릴 수 있을 것 같고, 노면을 밀고 움직이는 타이어 역시 아무런 저항감이 없다.

가속페달을 밟으면 엔진 소리와 모터 소리가 함께 들린다. 한데 섞여 들리는 그 소리가 색다르다. 모터 소리는 허약하게 들리기도 하지만, 놀라지 마시라. 이 차가 내는 힘이 무려 405마력이다. 100km/h 돌파시간은 5.3초다. 수퍼카에서나 맛보는 성능이다. 얌전한 규수처럼 생겼지만 엄청난 퍼포먼스를 품었다.

모든 바퀴가 동력원에서 힘을 전달받는 올 휠 드라이브, 즉 ‘4륜 구동’이다. 앞뒤로 전달되는 힘은 다르다. 앞바퀴는 엔진, 뒷바퀴는 모터에서 힘이 간다. 플러그인 하이브리드니까 가능한 구동 방식이다.

시티세이프티, 파일럿 어시스트 등 볼보가 자랑하는 지능형 안전시스템은 안정적으로 작동한다. 기술 수준이 앞섰다. 도로이탈 완화, 반대차선 접근 차량 충돌 회피, 조향 지원 적용 사각지대 정보시스템 등 인텔리 세이프티의 기술 수준은 점점 정교해지고 있다. 이는 교통사고 사망자 제로화를 향하는 볼보의 미래에 맞닿는 기술이다.

오토파일럿은 강하게 조향에 개입한다. 힘이 세다. 이를 거스르고 운전자가 조향하려면 더 큰 힘을 써야 한다. 대체로 차의 판단과 조작은 정확하고 믿을만하다. 고속도로, 자동차 전용도로에선 오토파일럿이 메인 드라이버고 운전자는 보조 드라이버인 기분이다. 그래도 운전의 책임은 아직 운전자에게 있음을 잊어선 안 된다.

바워스 월킨스 오디오는 15개의 스피커를 품었다. 1100W 출력으로 상당히 고급스러운 오디오다. 오디오 때문에라도 이 차를 살만하다. 실내가 조용해 오디오의 섬세한 사운드를 훨씬 더 효과적으로 즐길 수 있다.

시속 100km에서 2,000rpm이다. 2.0 엔진을 8단 자동변속기가 조율한 결과다. RPM은 다소 높은 감이 있다. 가속감은 탁월하다. 마지막 순간 밟히는 킥 다운 버튼이 짜릿했다. 빠른 속도에서도 불안하지 않고 바람 소리만 크다. 조용하고 안정되지만, 서스펜션은 단단했고, 계기판이 알려주는 속도는 충분히 빨랐다. 소리와 속도의 괴리가 크다.

브레이크는 예민했다. 살짝 갖다 대도 반응한다. 굳이 표현하자면 전강후약 반응이다. 브레이크가 다 밟힌 뒤에 힘을 더 주면 페달이 한참이 더 들어간다. 특이한 반응이다.

8,320만 원. 405마력의 고성능, 배터리와 전기모터의 친환경, SUV의 합리적 기능성, 공간, 효율, 승차감, 심지어 고급스러움까지. 자동차의 거의 모든 것을 품었다. 어느 하나 소홀함 없이 잘 갖췄다. 탐난다.

파주-서울 간 50여 km를 달리며 연비를 살펴봤다. 공인 복합연비는 9.8km/L다. PHEV로는 기대 이하의 연비다. 배터리 잔량은 거의 없어 가솔린 엔진 위주로 차분하게 다뤘다. 조금 더운 날씨여서 에어컨은 가동했다. 50여 km를 달린 뒤 계기판이 알려준 최종 연비는 6.6L/100km. 15.2km/L로 공인복합연비보다 훨씬 더 좋은 연비를 기록한다. 이 정도는 돼야 PHEV라 할 수 있지 않을까? 어쨌든 연비는 운전자 하기 나름이다.

오종훈의 단도직입
대시보드에 예각이 날카롭게 드러나 있다. 치명상을 줄 수 있는 부분이다. 안전을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볼보가 왜 이런 엉뚱한 인테리어를 택했을까. 예방안전 시스템을 철저하게 적용했으니 사후 안전은 소홀히 해도 된다는 것일까. 분명한 건, 디자인이 안전에 앞설 수 없다는 사실이다. 멋있고 예쁜 디자인보다 안전이 먼저다. 그런 면에서 이 차의 대시보드 디자인은 지적받아 마땅하다. 유감스럽게 최근 출시하는 모든 신형 모델들이 다 이렇다.
수동변속이 불가능하다. 변속레버는 수동변속 모드가 없고, 패들시프트도 없다. 405마력이라는 고성능을 보다 적극적으로 즐기기 위해선 수동변속도 가능해야 할 텐데, 그럴 방법이 없다.
음성명령은 안된다. 버튼은 있는데, 반응이 없다. 기능이 없다면 버튼을 빼던지, 버튼을 넣었으면 기능을 제대로 넣던지, 버튼을 보고도 그 기능을 사용할 수 없는 소비자는 기분이 안 좋다. 차별받는 기분, 썩 유쾌하지 않다.

오종훈 yes@autodiary.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