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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승기] 피아트 500X, 반전 매력 지닌 소형 SUV

모터그래프 입력 2016.05.14. 13:20 수정 2016.05.26. 1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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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형 SUV는 전세계적으로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이렇게 한 세그먼트에서 신차가 집중적으로 쏟아지는 경우도 흔치 않다. 어찌 보면 소형 SUV는 좀 애매한 세그먼트지만, 그 애매함이 오히려 소비자들에게 긍정적인 평가의 원인이 된다.

소형 SUV는 ‘SUV’라고 불리긴 하지만 해치백과 큰 차이가 없다. 전통적 SUV의 특징이라고 할 수 있는 사륜구동 시스템이 없는 소형 SUV가 대다수다. 해치백에 비해 트렁크 공간이나 뒷좌석 공간이 더 좁은 경우도 많다. 또 일반적인 SUV에 비해 가격은 저렴하지만, 그 이유를 차량 곳곳에서 느낄 수 있을 정도로 완성도가 낮은 차도 많다.

물론 제품은 수익을 내기 위해 탄생한다. 하지만 그것에만 목을 매면, 기대했던 수익은 커녕 애써 쌓은 이미지까지 떨어질 위험이 있다. 실제로 수익의 덫에 걸린 브랜드도 적지 않다. 소비자들이 원하는 제품을 내놓는 것은 중요하지만, 이와 함께 제품을 통해 브랜드가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까지 담을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다. 피아트가 내놓은 소형 SUV ‘500X’에서는 이러한 고민을 엿볼 수 있었다.

500X와 500, 그리고 지프 레니게이드

사실 피아트가 갖는 힘보다 500의 브랜드 파워가 더 강력하게 느껴진다. 피아트도 이점을 분명 인지하고 있다. 미니가 SUV를 내놓으면서 별도의 이름인 ‘컨트리맨’을 사용한 것과 달리, 피아트는 500의 명성을 활용했다.

하지만 500과 500X는 디자인 특징을 제외하면 공통점을 찾기 힘들다. 전혀 다른 차다. 세그먼트도 다르고 추구하는 바도 다르다. 500의 유명세를 통해 소비자들의 생경함을 없애주긴 해도, 500X만의 차별화된 정체성을 설명해주진 못한다.

오히려 500X은 지프 레니게이드와 더 많은 것을 공유한다. 뼈대가 똑같고, 개발 방향이 조금 다를 뿐이다. 하지만 지프는 피아트와 달리 레니게이드에게 확고한 정체성을 부여했다. 같은 재료로 만들어진 차지만 레니게이프는 지프에서 ‘본지’가 됐고, 500X는 피아트에서 ‘부록’으로 전락한 느낌이다.

500X는 주행 성능도 예상보다 뛰어났고, 기본기도 탄탄했다. 전반적인 완성도는 수준급이었다. 하지만 어느 한 부분이 경쟁 모델을 압도할만큼 부각되진 않았다. 컨트리맨만큼 잘 달렸지만 조금 아쉬운 느낌이 들었고, 레니게이드만큼 오프로드에 적합했지만 이 역시 부족했다. 물론 푸조 2008만큼 연비가 뛰어나지도 않았다.

시승하는 내내 500X만의 결정적인 ‘한방’이 필요하단 생각이 들었다. 국산 중형 SUV까지 상대해야 하는 상황인 만큼 500X를 더 매력적으로 만들 수 있는 가장 큰 특징이 필요해보였다.

뜻밖의 완성도를 지닌 9단 자동변속기

이미 크라이슬러 200을 통해 FCA가 사용하는 9단 자동변속기를 경험한 적이 있다. 부드러운 승차감엔 큰 도움이 됐지만, 막상 주행에서 9단을 사용하기 쉽지 않았고, 연료효율에 큰 이득을 주지도 못했다. 전세계적으로 불만의 목소리가 컸고, FCA는 9단 자동변속기의 소프트웨어를 수정했다.

500X에 장착된 9단 자동변속기는 크라이슬러 200과는 완전히 달랐다. 변속기 스스로의 판단력도 뛰어났고, 운전자에 의한 반응도 신속했다. 또 엔진의 힘을 아낌없이 사용하는 능력도 기대 이상이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큰 어려움 없이 9단을 쓰는게 가능했다. 200과 500X의 9단 자동변속기를 모두 경험한 입장에서는 9단 자동변속기는 토크가 풍족한 디젤 엔진과 궁합이 더 좋은 것 같다.

수동 모드를 사용하면 시속 75km 부근에서 9단 기어를 넣을 수 있다. 엔진회전수는 1400rpm 정도다. 메르세데스-벤츠의 경우 시속 90km 정도에서 1000rpm을 살짝 넘긴다. 회전수가 다소 높은 점은 아쉬운 부분이다.

‘킥다운’의 반응이 매우 빠른 것은 의외였다. 그리고 변속의 폭도 매우 넓었다. 9단에서 순식간에 5단까지 내려갔고, 스포츠 모드에서는 4단까지 내려갔다. 가속을 진행할때 경쾌하게 변속이 진행됐다. 변속기만 놓고 봤을땐, 메르세데스-벤츠가 주력으로 사용하기 시작한 ‘9G-트로닉’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성능이 탁월했다.

달리는 재미까지 갖춘 500X

500X는 오토, 스포츠, 미끄러운 길이나 오프로드를 위한 ‘트랙션+’ 등 총 3가지 주행 모드를 지원한다. 오토 모드에서는 거의 대부분 앞바퀴에만 힘이 전달된다. 반면 스포츠 모드에서는 스티어링의 무게감, 엔진과 변속기의 적극성, 사륜구동 시스템의 개입 등이 모두 변경된다.

스포츠 모드에서는 확연히 성격이 달랐다. 주행 성능을 크게 강조하는 차가 아닌데, 그 변화 폭이 사뭇 놀라운 수준이었다. 마치 500X의 고성능 모델을 타는 기분이었다. 묵직한 스티어링휠은 큰 이질감이 없었고, 고속에서 오히려 안정감을 전달해줬다.

지상고가 높은 편이지만 고속안정성이나 코너링은 의외로 훌륭했다. 물론 타이어의 영향도 크다. 500X의 성격과 잘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되는 미쉐린의 파일럿 스포츠3가 장착됐다. 500X의 출력을 생각해보면 ‘오버 스펙’이란 생각도 들었다.

주행 모드 변경에 따라 사륜구동 시스템의 성격도 달라졌다. 500X의 전자식 사륜구동 시스템엔 ‘리어 액슬 디스커넥트’ 시스템이 적용됐다. 앞차축에 장착된 이 시스템은 클러치를 이용해 프로펠러 샤프트를 제어한다. 스포츠 모드나 트랙션+ 모드에서는 항상 프로펠러 샤프트를 돌려 뒷바퀴에 힘을 전달하게 된다.

500X의 정체성을 찾아서

디자인은 500과 500X의 연결고리다. 수십년을 이어온 500 특유의 디자인이 500X에도 고스란히 전달됐다. 다소 앙증맞은 디자인이 조금 과격해진 기분도 들지만, 여전히 개성 넘친다. 억지스럽지 않다. 미니 쿠퍼와 컨트리맨의 차이를 이미 경험했기 때문일수도 있다.

어쨌든 외관이나 실내엔 500에서 볼 수 있었던 디자인 특징이 담겼다. 동그란 헤드램프와 콧수염 그릴, 센터페시아의 각종 버튼, 시트와 헤드레스트 등에서는 500의 향기가 물씬 풍겼다.

독특한 디자인은 큰 매력이지만, 이를 위해 사용된 플라스틱의 촉감은 형편없었고, 각 패널이 깔끔하게 맞아 떨어지지 않았다. 이런 부분은 국산 소형차보다 경쟁력이 부족해 보였지만, 시트나 도어 트림에 사용된 인조 가죽은 또 질감이 매우 좋았다. 마치 고급 소파를 연상케 했다. 예상과 다른 모습을 계속해서 만나고, 작은 부분에서도 품질의 극과 극을 체험하니 다소 혼란스럽기도 했다.

피아트가 500X를 통해 많은 것을 시도하고, 여러 고민을 했다는 것은 역력하게 느껴지지만 항상 그 고민이 좋은 결과로 마무리되는 것은 아니다. 브랜드의 차이도 있겠지만 500X가 지프 레니게이드처럼 명확한 개발 방향과 캐릭터를 갖고 있다면, 피아트가 500X를 소비자들에게 설명하기도 수월하고 소비자들도 500X를 받아들이기 더 쉬울 것으로 생각된다.

김상영기자 sy.kim@motorgraph.com <자동차 전문 매체 모터그래프(http://www.motorgraph.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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