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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아메리칸 럭셔리, 링컨 MKZ

조회수 2017. 1. 3. 19:31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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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에 차이는 돌이 보석임을 알아차린 기분이다. 별 감흥 없이 생각해왔던 차가 이리 매력적이었다니. 그동안 진가를 알아채지 못한 점에 대해 정중히 사과해야 할 것만 같은 기분이다.

사실 링컨은 오래전부터 아메리칸 럭셔리를 외치며 존재감을 높이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펼쳤다. 하지만 시도의 결과는 번번이 강세를 펼치고 있는 독일차에게 밀려 쓰디쓴 고배를 마시곤 했다. 하지만 이제는 상황이 달라지지 않을까 싶다. 화끈하게 성형을 마치고 명품으로 치장한 모습으로 돌아왔기 때문.

처음 마주한 MKZ는 기대 이상으로 훤칠한 외모를 가지고 있다. 디자인적인 부분만 봐도 고심의 흔적이 느껴질 정도다. 프런트 그릴과 헤드램프의 변화는 가히 파격적이다. 그릴에는 수많은 링컨 로고의 형상을 넣은 디자인으로 변경했다. 헤드램프는 고급스러운 느낌은 잔뜩 칠한듯한 모습이다. 성형수술이 꽤 성공적이라고 표현하고 싶다. 어색하게 조금 바꾸고 신차 행세를 하는 모델에 비해서 말이다.

사실 MKZ의 외관 변화는 전면부가 가장 크다. 하지만 실내의 변화도 만만치 않다. 구성이 바뀌었기 때문이다. 이전 모델은 공조장치를 비롯해 다양한 부분이 터치 방식으로 조작을 해야 했다. 터치 방식에 따른 여러 사람의 볼멘소리를 겸허히 받아들인 것일까? 신형 MKZ는 버튼을 누르는 방식으로 다시금 바꿨다. 터치 방식에 비해 올드해 보일 수 있는 구성이기는 하지만, 소비자의 의견을 수렴해 바꾼 것이라면 칭찬을 아끼고 싶지 않다. 적어도 고객의 의견을 귀담아듣는 회사이기 때문이다.

시트와 스티어링 휠에서 느껴지는 가죽의 질감은 상당히 후한 점수를 주고 싶다. 착좌감을 비롯해 손에 닿는 모든 부분이 상당히 고급스럽게 느껴진다. 또 과거와 미래가 공존하고 있는 듯한 계기반의 움직임은 상당히 자연스러워 모두 아날로그 방식이 아닌가 착각이 들 정도다. 무엇보다 센터 터널이 높게 지나가고 있어 팔을 놓는 위치와 공조장치 오디오 등을 조작하는 데 전혀 불편함이 느껴지지 않았다.

다만, 내비게이션의 조작 방식은 상당히 아쉽다. 애프터 마켓에서 판매되고 있는 모델을 적용한 점은 수긍할 수 있지만, 스티어링 휠 버튼을 통해 내비게이션을 활성화시켜야 하는 방식을 비롯해 계기반, 인포테인먼트 등은 모두 영어로 표기된다. 언어 설정이 가능하지만 한국어는 그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다. 영어로 나타나는 메시지와 가끔씩 들리는 금발의 여성이 내뱉는 영어를 들을 때면 외국에 나와있는 듯한 착각까지 든다.

본격적인 시승을 위해 도로로 나섰다. 첫 느낌은 상당히 인상적이다. 여느 독일차에서는 느낄 수 없는 부드러움이 운전자를 상당히 편안하게 만든다. 조금 과장을 보탠다면 플래그십 세단을 타고 있는 듯한 느낌이다. 신형 MKZ의 심장은 2.0리터 직렬 4기통 에코부스트. 밖에서는 4기통 엔진 특유의 소음이 들리기는 하지만, 차체의 철통보안에 쉽사리 실내로 유입되지는 않는다. 노면 소음 역시 잘 걸러져 귀를 거슬리게 하는 일은 없다. 소음이 조금 들리면 어떠하리. 이 녀석에는 레벨(REVEL) 오디오 시스템이 있어 다른 방법으로 소음을 가릴 수 있다. 실제로 총 19개의 스피커가 차 곳곳에 숨어 있어 콘서트홀에서 즐기는 음악이 부럽지 않을 정도다.

위에서도 얘기했다시피 MKZ에는 2.0리터 직렬 4기통 에코부스트 엔진이 탑재됐다. 이 엔진은 최고출력 234마력(@5,500), 최대토크 37.3kg.m(@3,000)의 힘을 발휘할 수 있고 셀렉트시프트 6단 자동변속기가 매칭됐다. 수치상으로는 결코 떨어지는 힘은 아니다. 가속페달을 깊게 밟아도 차는 한 박자 느리게 반응을 한다. 최대한 여유롭게 힘을 쓰는 듯한 느낌이 강하다. 힘에 대한 부족함은 전혀 느낄 수 없다. 물론 스포츠 모드를 비롯해 패들 시프트를 마련해 가끔은 스포티한 운전을 즐길 수 있는 배려를 베풀었다.

조금 과격하게 차를 몰아봐도 우아한 자세를 잃지는 않는다. 특유의 부드럽게 세팅된 서스펜션은 어지간한 노면의 충격은 가뿐히 걸러내 운전자에게 전달하지 않는다. 방지턱을 수차례 넘어봐도 역시나 부드럽다. 호숫가에 유유자적 떠다니는 백조 같은 느낌이다. 연속되는 코너를 돌아나가봐도 의젓한 모습이다. 칼 같은 코너링을 선사하는 것은 아니지만 의외로 뒤꽁무니가 운전자의 의도대로 꽤나 잘 따라온다.

부드럽게 세팅된 서스펜션은 편안함을 선사하지만 반대로 고속주행이나 급제동 시에 롤을 많이 허용한다. 실제로 위험할 정도로 좌우로 휘청거리지는 않았지만, 급제동을 여러 번에 걸쳐 해본 결과 차의 앞머리가 눌리는 노즈 다이브(Nose dive)가 느껴진다. 그렇지만 운전에 방해가 되거나 불안할 정도는 아니다. 브레이크 시스템은 초반부터 강하게 속도를 줄이는 세팅은 아니지만 묵직하고 일정하게 차를 멈춰 세운다.

사실 국내 시장은 유럽에서 건너온 차가 판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국산차보다 쉽게 유럽차를 만날 수 있다. 그 틈에서 비 유럽차가 살아남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렇지만 미국에서 건너온 신형 MKZ는 세심한 배려와 독창적인 매력으로 사람을 현혹시키기 위해 칼을 갈아온 느낌이다. 과연 유럽산 모델과의 싸움에서 미국 느낌 물씬 풍기는 링컨 MKZ가 어떤 성과를 이룰지 앞으로가 더 궁금하다.

허인학 기자 heo@ridema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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