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숙해진 꼬마숙녀, 시트로엥 DS3

조회수 2016. 6. 28. 17:31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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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트로엥 DS3는 아름답다. 멀리서 봐도 가까이서 봐도 부품 하나하나 따로 봐도 아름다움이 풍긴다. 크기는 소형차인데 저렴한 구석을 찾기가 쉽지 않다. 귀여운 차체와는 반대로 성숙해 보인다는 표현이 더 맞을 것 같다. 하지만 완전히 어른이 되기에는 아직 이르다. 사소한 배려마저도 모두 다 챙겼다면 이만한 차도 없을 것 같은데 그 사소함이 부족하다. 한 층 더 무르익기 위한 과정이라 생각하고 칭찬과 격려가 필요하다.

어른스러운 이미지는 외관에서 강하게 느껴진다. 전체적으로 둥그런 몸은 여전하지만 속을 구성하는 부품 하나하나는 귀티가 흐른다. 삐죽 솟아있던 그릴은 차분한 사각형 형태로 다듬었고, 위 아래로 길다란 크롬도금을 넣어 안정적인 느낌이다. 커다란 DS 뱃지는 그릴 안으로 쏙 들어갔다. 최근 DS 모델들이 내세우고 있는 패밀리-룩을 그대로 닮았다.

헤드램프는 언제 봐도 아름답다. 원석처럼 맑게 비추는 하얀색 LED 전조등과 바깥으로 스르륵 점등되는 깜빡등, 램프를 뒤덮고 있는 DS문양은 소형차 맞나 싶을 정도로 사치에 가깝다. 입체적인 테일램프 역시 마찬가지다. 여기에 트렁크 가운데 자리잡았던 시트로엥 알파뱃은 과감히 사라졌고, 오른쪽에 작은 글씨로 DS3 엠블럼을 붙였다. 루프 색상과 동일한 17인치 컬러 휠도 깔끔함을 더한다.

실내에 들어서면 경쟁 모델에는 없는 세련된 감각이 묻어난다. 입체적인 계기반과 위 아래로 색을 나눈 센터페시아, 알루미늄 패달, 세미 버킷 시트 등이 그렇다. 스티어링 휠 에는 복잡한 버튼이 보이지 않아야 하고, 송풍구는 작아도 디퓨저 보관함은 꼭 있어야 한다. 이것이 바로 프랑스차가 갖는 낭만이자 시트로엥 DS만의 매력 포인트다.

다른 DS 모델들과 마찬가지로 신형 DS3 역시 사소한 아쉬움이 남아있다. 먼저, 운전석 쪽 조명등이 없다. 뒷좌석 조명등으로는 밝기와 빛의 퍼짐이 한계가 있어 보인다. 인포테인먼트 구성은 한 세대 전 시스템으로 조작 방법이 어렵다. 푸조 308의 세련되고 깔끔한 시스템이 그리워진다. 하나쯤은 있어줬으면 하는 컵 홀더도 없다. 이런 사소한 배려가 부족하다. 누군가는 별거 아니라고 느낄 수도 있겠지만 불편한 건 사실이다.

이런 아쉬움은 의외의 곳에서 찾은 매력으로 잊혀진다. 바로 공간이다. 세그먼트만 듣고 지레짐작 작을 거라 생각했는데 직접 보니 꽤 광활해 보인다. 글로브 박스를 안쪽으로 움푹 집어넣어 탑승 공간을 넓게 확보했고, 문짝 밑 수납공간도 크게 디자인해 실용적이다. 소형 해치백이지만 뒷좌석 공간도 나쁘지 않다. 크기가 큰 뒷 유리창 덕분에 답답한 느낌이 없고, 트렁크 공간도 밑으로 깊게 파 놓아서 제법 쓸만하다.

DS3의 어른스러운 행동은 주행에서도 드러난다. 1.6리터 블루 HDi 엔진은 최고출력 99마력, 최대토크 25.9kg.m를 내는데 체감 성능은 제원표 숫자 그 이상이다. 1,200kg의 가벼운 몸무게로 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게 차를 이끈다. 힘을 써야 할 때는 남들 못지않게 시원한 가속감도 보여준다. 여기에 정교한 핸들링과 거친 노면을 의연하게 거르는 서스펜션 이 모든 게 한대 어우러져 고급스러운 승차감을 구현했다. 물론 시속 150km가 넘어가는 고속 영역에서는 기본적인 배기량의 한계를 느끼기 마련이다. 하지만 적어도 일상적인 주행에서는 성능에 대한 답답함을 느끼기 힘들다.

변속기에 대한 아쉬움은 남아있다. MCP 변속기 특유의 반박자 밀리는 느낌은 썩 좋지 않다. 자동변속기에 익숙한 소비자들이라면 급출발이나 언덕길에서 당황할 수 도 있겠다. 하지만 연비를 생각하면 충분히 수긍이 가기도 한다. 기름을 가득 넣은 상태에서 정속 주행 시 트립컴퓨터상 주행가능거리는 1,000km를 훌쩍 넘었고, 실제 파주와 강원도 그리고 서울, 수원 등을 오가면서도 기름 한번 넣지 않았다. 공인연비 17km/l가 믿기지 않을 만큼 기대 이상의 만족감을 준 연비다.

DS3는 많이 성장한 모습으로 돌아왔다. 이제 어디 내놔도 손색 없네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완성도 높아졌다는 뜻이다. 깔끔하고 고급스러운 디자인과 LED 헤드램프, 액티브 시티 브레이크 시스템 등은 호사를 누리는 것 같기도 하다. 그렇다고 이 차가 100% 완벽한 차는 아니다. 조금의 배려가 못내 아쉽게 느껴진다. 누군가는 별로 상관없는 포인트라고 생각하겠지만 또 다른 누군 가에게는 매우 중요한 부분일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래도 DS3의 미래는 밝다. 지금 것 그랬듯이 꾸준히 수정하고 갈고 닦아왔기 때문에 앞으로가 더 기대되는 브랜드 이기도 하다. 적어도 사람들의 마음을 훔치기에는 이만한 차도 없다. 몇 일간 시승을 하면서 가장 많은 사람들의 시선을 훔쳤고 젊은 사람들은 직접 다가와 이차가 어떤 차냐고 물어보는 사람도 적지 않았다. 인기스타로서 자질을 충분히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어른이 되고픈 꼬마숙녀의 성장은 지금부터 시작이다. DS 브랜드 철학을 바탕으로 남들과 다른 프리미엄을 구현하는차, 그래서 더욱 기대되는 차가 시트로엥 DS3다.

김성환 기자 swkim@ridema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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