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라면 한 번쯤은, 포드 F-150

조회수 2016. 8. 25. 12:31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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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라면 한 번쯤은 폼 나게 몰아보고 싶은 차가 있다. 고성능 슈퍼카는 물론 가족을 태우고 떠나는 커다란 풀사이즈 밴, 여자친구와 함께 달리는 오픈카, 질주 본능 자극하는 근육질의 머슬카같은 차다. 하나같이 독특한 개성으로 남자의 마음을 훔친다. 그리고 여기, 또 하나의 상남자 차가 있다. 바로 커다란 픽업트럭의 대명사 포드 F-150이다.

운 좋게 며 칠간 포드 F-150을 몰아볼 기회가 있었다. 사무실 앞으로 온 F-150은 생각보다 컸다. 건장한 성인 남자가 옆에 서 있어도 주눅이 들 정도의 거대한 크기다. 커다란 그릴과 헤드램프, 두툼한 범퍼, 묵직한 문짝도 위협적이다. 앞 바퀴 뒤 휀더에는 F-150 뱃지를 붙여 멋도 부렸다. 이 외에도 얇은 LED 주간운행등을 비롯해 휠과 사이드미러, 트렁크에 붙인 크롬 장식은 단순히 짐차 느낌을 벗어내기에 충분했다.

문을 열면 발판이 스르륵 내려온다. 발판을 디딤돌 삼아 운전석에 올라타면 지금껏 경험하지 못했던 새로운 세계가 펼쳐진다. 먼저, 일반적인 차에서 볼 수 없던 높은 시야가 눈에 들어온다. 웬만한 승용차는 물론 SUV보다도 시선이 위에 있다. 오히려 버스 운전석 높이와 맞먹는다. 때문에 신호가 걸리면 옆에 버스 기사와 간단한 눈인사 정도 하는 민망한 순간이 오기도 한다.

큰 차답게 모든 것이 넉넉하다. 스티어링 휠 크기부터 송풍구와 계기반, 버튼 하나하나 사이즈도 모두 크다. 구동력을 바꾸는 레버와 견인을 담당하는 버튼, 룸미러에 비치는 뒤 창문을 자동으로 여닫을 수 있는 버튼 등 특별히 알아야 할 몇 몇 스위치를 제외하면 일반적인 차와 다르지 않다. 오히려 픽업트럭이라고 생각했을 때보다 더 고급스럽고 저렴한 구석을 찾기 힘들다.

계기반 가운데에는 커다란 컬러 모니터가 있어 각종 정보를 손 쉽게 볼 수 있다. 센터페시아 가운데에 위치한 인포테인먼트 시스템도 깔끔하다. 여기에 좌우독립 에어컨을 비롯해 마사지 기능이 포함된 통풍시트, 사각지대 감지센서, 곳곳을 덮은 우드트림과 가죽은 마치 옵션 좋은 대형 세단에 앉아 있는 것 같은 착각이 들기도 한다.

공간에 대한 불만은 없다. 덩치 큰 운동선수가 앉아도 좁지 않을 커다란 시트, 두 다리를 쭉 펴도 남는 뒷좌석 공간은 기대 이상이다. 컵홀더와 수납함은 거의 서랍장 수준이다. 이 외에도 대시보드 앞과 문짝 사이사이에 마련된 자투리 공간도 넉넉해 쓰임새가 좋다. 픽업트럭의 장점인 짐 공간도 마찬가지다. 최대 950kg까지 적재할 수 있는 평평하고 광활한 공간을 보고 있으면 절로 뿌듯해진다.

F-150의 운동성능은 어떨까? 시승차는 V형 6기통 3.5리터 에코부스트 엔진을 탑재한 모델로 최고출력 365마력, 최대토크 58.2kg.m를 발휘한다. 커다란 덩치에 에코부스트 엔진이라니 출발 전부터 걱정이 한가득 들었다. 하지만 이런 우려는 가속페달을 깊게 밟고 나서 말끔히 사라졌다. 차는 소리 없이 부드럽게 출발을 알렸다. 이후 조금만 힘을 주면 여지없이 앞으로 달려 나간다. 잠깐의 망설임이나 답답함은 찾아볼 수 없다. 언제든지 원할 때 속도를 올려주고 그 과정이 무서울 정도로 빠르다. 또, 육중한 덩치와 높은 시야가 만나 지금껏 느낄 수 없던 스릴과 짜릿함을 전해준다.

성능에 대한 아쉬움은 전혀 느낄 수 없었다. 반면 코너에서는 조심히 다뤄야 할 필요가 있다. 긴 차체와 넓은 폭, 높은 시야, 무엇보다도 출렁이는 하체 감각이 코너에서 좀처럼 속도를 낼 수가 없다. 물론 차의 콘셉트를 생각하면 큰 단점은 아니다. 그리고 이런 차를 구입한 뒤 일부러 코너를 격하게 지나가는 소비자도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F-150과 함께 코너를 빠르게 돌아나가고 싶다면 일찍 생각을 접는 것이 좋을 것 같다.

험로주행 능력은 100점 만점에 100점이다. 총 4가지 모드로 구동력을 조정할 수 있는 4륜구동 시스템은 오프로드 주행에 힘을 더하고, 그 결과 거침없이 차를 몰아도 의연하게 도로의 굴곡을 걸러낸다. 높이가 높아서 어지간한 바위는 그냥 타고 넘어가도 문제없고, 깊은 웅덩이나 가파른 언덕도 손쉽게 통과한다. 일반 도로에서 빠르게 달려나가던 모습과는 다른 상남자 매력을 뿜어낸다.

포드 F-150 같은 차는 우리나라 상황과 어울리지 않아, 이런 차를 끌고 다닐 만한 곳이 있어? 3일간 이 차를 타면서 들었던 주위 사람들의 의문이다. 그들의 말이 틀린 것은 아니다. 실제 F-150은 크고 높은 차체 때문에 주차하기 쉽지 않았고, 복잡한 출퇴근 길에는 일반 승용차보다 곱절은 더 신경이 쓰였다.

그러나 조금만 도심을 벗어나면 F-150만큼 잘 어울리는 차도 없다. 편하고 조용한 실내 공간에서 시원스럽게 내달리는 감각도 마음에 들고 어느 길이나 거침없이 들어갈 수 있는 험로주행능력도 갖췄다. 크고 무거운 장비를 싣고 떠나기에도 전혀 부족하지 않다. 여기에 리터당 12.3km라는 합리적인 연비, 화물차 혜택으로 감면되는 각종 비용과 6천만 원 중반에 시작하는 가격 등은 가성비에 있어 충분히 만족할 만하다. 무엇보다도 남자라면 한번쯤을 꿈꿔봤을 대형 픽업트럭의 매력을 그대로 가지고 있는 차, 탈수록 그 가치를 확인할 수 있는 차가 포드 F-150이다.

김성환 기자 swkim@ridema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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