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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승기] 제네시스 오너가 타본 G80 스포츠.."이 차, 그런차 아니다"

조회수 2016. 11. 4. 12:31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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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차 현대차 제네시스를 타고 제네시스 G80 스포츠 시승 행사장을 찾았다. 3년 전부터 현대차 제네시스를 5만킬로 가까이 다양한 방법으로 타왔으니 제네시스 G80에 대해선 누구보다 잘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물론 시승 행사가 극히 짧은 시간 동안만 이뤄져 차를 제대로 파악하는데는 한계가 있었지만, 워낙 두드러진 차이로 인해 깊은 인상을 받을 수 있었다.

달리기 좋은 차, “이게 제네시스 G80이라니”

“등받이에서 등을 떼기 어려울 정도로 쭉 뻗어 나간다”

국산차를 몰면서 이런 표현을 쓰게 될 줄은 몰랐는데, 실로 그렇다. 짜릿하다 할 것까지는 아닌데 매우 중독성 있는 가속력이다.

이 차의 핵심은 단언컨대 엔진이다. 밟는 순간 보통 차는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3.3리터지만 여기 터보 차저를 장착해 무려 370마력을 낸다. 트윈 터보 덕분에 터보래그(가속 지체현상)를 느끼기 어려운 정도로 재빠르다.

단순 수치로만 봐도 가격대가 비슷한 경쟁 차종 BMW 528i(245마력)나 메르세데스벤츠 E300(245마력)에 비해 월등한 출력이다. 벤츠와 제네시스를 같은 가격에 판다니 좀 이해가 안되지만, 같은 가격에 넓은 공간과 100마력을 더 얹어 준다고 생각하면 속 편하다.

물론 독일 자동차 회사들도 M이나 AMG 같은 고성능 차들을 내놓고 있지만 그 경우는 가격이 1억원을 훌쩍 넘는다. 더구나 이런 고성능 브랜드는 서킷 주행을 추구하는 차라서 직접 비교 대상이 아니다. 현대차는 고성능 모델에 대응하기 위한 N브랜드를 준비하고 있고, 제네시스 브랜드로도 스포츠 세단인 G70 N이 내후년에 나온다.

적은 배기량으로도 3.8리터 모델을 능가하는 출력을 낸다는 점이 일단은 기쁘지만 실은 연비도 그보다 나쁘다. 경량화 노력이 부족해서 다운사이징의 효과는 그다지 크지 않다.

스포츠 모드를 선택하고 가속페달을 밟는 순간 독특한 배기 사운드에 “와” 탄성이 나왔다. 하지만 금세 좀 어색하게 느껴졌다. 전자음으로 만들어진 가상 사운드여서 이질감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제대로 된 서브우퍼가 없으니 오디오에서도 불만인데, 엔진 사운드마저 너무 귓전에만 들리고 저음을 울려주지 못해 너무 가볍게 들린다. 사용자는 끄거나 바꾸지 못하는데 엔지니어 모드에선 바꿀 수 있다니 추후 개선의 여지는 있다.

가속감은 아드레날린을 뿜어내게 하는데 충분하다. 그러나 인간은 간사한 동물. 무게도 2톤 가까이 되다보니 ‘다이내믹한 자동차’라는 느낌은 그리 들지 않고, 고급차라면 마땅히 이 정도는 달려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대체 그동안 270마력짜리 자연흡기 3.3리터 제네시스를 어떻게 탔나 싶어진다.

안정성, 안전도도 향상…무게감은 여전

그동안 제네시스를 몰면서 가장 아쉬웠던 부분은 사실 가속보다 서스펜션이었다. 무거운데다 서스펜션이 지나치게 부드러워서 브레이크를 밟을 때마다 앞머리가 확 수그러졌기 때문이다. 오늘 타는 제네시스 스포츠는 스프링 강도를 높이고, 전자식 가변댐퍼를 좀 더 단단하게 구성해 피치(Pitch)가 훨씬 억제 됐다.

이전 모델의 ‘드라이브 모드’ 버튼은 모드간 차이가 큰 의미없는 수준이었는데, 이 차의 ‘드라이브 모드’는 바꿀때 마다 다른 차로 느껴진다. 스포츠모드에서는 가상사운드가 바뀌고, 서스펜션이 더 단단해지고, 핸들이 빡빡하게 굳어지는데다 가속페달의 응답성이 빨라지고, 변속기를 더 민첩하게 만들기까지 한다.

브레이크 시스템도 디스크 직경을 키우고, 캘리퍼도 2P에서 4P로 늘리면서 가혹한 브레이킹에 페이드를 줄였다. 답력도 잘 조정됐고 약한 힘으로도 풀브레이킹이 가능해진 점도 만족스럽다. 전에는 5.0리터 제네시스에만 장착되던 브레이크 시스템인데 이걸 3.3에도 달아준다면 좋겠다. 제동력은 배기량과 관계 없이 모두에게 중요한게 아닐까.

고속에서의 안정감은 이전에 비해 대폭 향상 돼 꽤 다이내믹한 주행이 가능하다. 타이어는 컨티넨탈의 4계절 타이어가 장착됐는데, 곧 여름용 퍼포먼스 타이어를 옵션으로 제공할 계획이라고 한다. 엄청난 속도로 차선 변경을 할 때 뒷바퀴가 조금 흔들리는걸 느낄 수 있는데, 타이어만 바꿔도 훨씬 안정감이 높아질 걸로 기대된다.

그러나 이 차는 결코 M이나 AMG가 아니다. 서킷을 추구하는게 아니라 일상에서 좀 더 여유로운 힘을 원하는 운전자를 대상으로 한 차다. 핸들을 빠르게 돌릴때는 당연히 무거운 차체를 감안해야 한다. 고속 소음이 억제되고 핸들로 피드백이 적은 만큼 운전자가 빠른 속도를 인식하기 어려우니 오히려 더 주의해야 한다.

외관…”언제부터 이렇게 예뻤나?”

그렇게까지 많이 변하지 않은 것 같은데, 스포티한 느낌이 물씬 풍겨 완전히 다른 자동차로 여겨진다. 전후좌우 어디서봐도 일반 모델에 비해 훨씬 예쁘게 보인다. 다크 크롬과 구리(Copper)색 크롬을 섞어서 그릴, 헤드램프, 휠, 실내까지 통일성 있게 꾸몄는데, 전체적으로 세련된 보석 같은 느낌이 들어 만족감이 높다.

깜박이는 아우디처럼 스르륵 옆으로 흐르듯 켜져 아우디를 연상케 했다. 18인치 휠은 처음 보자마자 렉서스 RCF의 것이 떠올랐는데, 이 차의 솔리드하고 점잖은 느낌과 다른 분위기여서 꽤 도드라진다.

스포츠 전용인 3스포크 핸들은 직경이 다소 줄고, 그립감은 훨씬 향상시켰다. 여러 기자들 모두 만족감이 높았다.

카본섬유강화플라스틱(CFRP)을 이용한 인테리어로 대시보드 패널 등이 마감 됐는데 표면 반사가 균일하지 못하다. 현대차로선 인테리어용 카본을 처음 적용하는 만큼 납품업체가 막판까지 기대치를 만족시키지 못했다는 설명이다.

‘스포츠’라는 이름이 무색하지만 이 차는 차체 어디에도 ‘스포츠’라는 글씨가 붙어있지 않다. 차를 성실하게 잘 만들어놓고 막판에 이름에만 과욕을 부렸던게 아닐까.

결론…현대차는 '스포츠'를 더 내놓으라

솔직히 말하자. 제네시스는 이미 시작점부터 놀라운 자동차였다. 현대차를 타고 시속 200km 넘는 속도로 불안감 없이 달리는게 대체 언제부터 가능했던건가. 이젠 거기 트윈터보를 달고, 조향장치와 서스펜션, 4륜구동까지 세련되게 가다듬는 등 기본기를 가다듬었다.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은 이제 브레이크나 가속페달을 밟지 않고도 스스로 주행하고 핸들까지 돌리는 차가 됐다. 이게 현대차라니...

놀라움은 잠시. 이내 당연한 것으로 생각되고 아쉬운 점을 찾게 되는게 인지상정. 가장 먼저 지적되는게 운동성능에 대한 불만이다. 하지만 현대차 입장에선 좀 억울하다. 제네시스는 전장이 5미터가 넘고 2톤이나 되는 거대한 차인만큼 거동의 한계가 생길 수 밖에 없다.

크기는 S클래스지만 가격은 E클래스 수준이니 서스펜션에 쓴 비용도 딱 그 정도다. 별다른 첨단 전자 장비보다 기계적 기본기에 기댄 면이 크다는 뜻이다. 이같은 한계를 감안하고 보면 하체 세팅은 매우 훌륭한 편이다. 코너에서 H-TRAC 4륜 구동이 만들어 내는 그립 한계는 누구에게라도 직접 보여주며 자랑하고 싶을 정도다.

그럼에도 우리나라 소비자들이 스포티 한 7000만원짜리 국산차를 사길 기대한다는건 모험이다. 아니 좀 무모하다. 이런 차를 내놓은 것 자체가 참으로 놀랍고 다행스런 일이다.

제네시스 스포츠를 내놓은건 대견하지만, 안타깝게도 '안팔릴 차는 내놓지 않겠다'는 움직임은 더 커질 전망이다. 현대차는 미국의 높은 안전사양이나 유럽의 고속 주행 감성을 갖출 필요 없는 국내 전용 모델을 점차 늘린다. 아슬란에 이어 그랜저까지 한국 시장 전용 모델로 등장 시킬 계획이다.

제네시스 쿠페를 단종시키고, 5.0리터 제네시스는 아예 얼굴도 비치지 않았던 것처럼, 고성능 모델인 i30 N이나 이어 등장할 벨로스터 N이 국내 시장에 나올지도 미지수다.

제네시스 스포츠는 분명 잘 만든 차다. 이렇게 잘 만든 차가 그릇된 선입견으로 인해 실패한다면 국내에 국산 스포츠카가 설 자리는 갈수록 줄어들지 모른다. 그래서 독자들에게 감히 바라건대 이제 시승기는 그만 읽고, 직접 매장에 가서 단 한번만이라도 타보고 얘기하자. 단언컨대 인터넷에서 듣던 것과는 전혀 다른 차일테니.

김한용기자 hy.kim@motorgraph.com <자동차 전문 매체 모터그래프(http://www.motorgraph.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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