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정통파 SUV의 참맛 - 지프 그랜드 체로키 75주년 에디션 시승기

모토야 입력 2016.08.25 15:54 수정 2016.08.25 16:3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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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프가 자사 SUV 라인업의 기함, 그랜드 체로키의 4세대 모델을 내놓은 지도 벌써 5년이라는 세월이 흘렀다. 2014년에는 대대적인 페이스리프트를 한 차례 거치면서 상품으로서의 가치를 높였다. 그리고 2016년, 그랜드 체로키는 지프의 창사 75주년을 기념함과 동시에 또 한번의 작은 변화를 거쳤다. 3/4세기를 이어 온 역사를 기념하기 위한 특별한 그랜드 체로키를 만나보았다. 이 모델은 3.0L 디젤 엔진이 탑재된 리미티드 모델을 기반으로 만들어졌다. VAT포함 가격은 7,100만원.

75주년을 기념하기 위한 그랜드 체로키의 외모는 기존에 비해 한결 시원스럽고 세련된 인상을 풍긴다. 불필요한 선이 많았던 기존에 비해 한결 단순해진 선과 면을 사용하여 깔끔해진 느낌을 준다. 그러면서도 헤드램프와 전통의 7구 세로줄 라디에이터 그릴을 약간 돌출시켜서 보다 입체적인 형상을 이루고 있다.

헤드램프에는 블랙베젤을 적용하는 한 편, 라디에이터 그릴에도 유광 검정색 도장을 입혀, 마치 하나로 연결된 듯한 시각적 효과를 주고 있다. 이렇게 일체화를 이룬 형태는 차의 인상을 확실하게 잡아주면서 좌우로 넓은 인상을 주어, 보다 안정감 있는 느낌을 준다. 전면 범퍼의 디자인도 보다 일체감 있는 형태로 변화했다.

75주년을 기념하기 위한 그랜드 체로키에는 브론즈 마감과 유광 검정색 도장을 적극적으로 사용한 점이 가장 눈에 띈다. 브론즈 마감은 7구 세로줄 라디에이터 그릴과 안개등 주변, 앞 범퍼 하단, 그리고 20인치 알로이 휠, 심지어는 75주년 기념 배지와 도어 하단의 차명에까지 두루 사용하고 있다.

이 브론즈 마감은 의외로 고급스러운 질감과 함께, 크롬 도금과는 또 다른, 독특한 멋이 있다. 범퍼 하단부와 사다리꼴 휠 아치, 사이드 스커트는 유광 검정색 도장을 사용했으며, 측면의 창 주변과 테일램프 하단에 적용되었다. 이는 시승차의 새하얀 브라이트 화이트 도장과 조화를 이루며, 남다른 방식으로 스포티한 이미지를 부여한다.

실내에서는 그다지 큰 변화를 감지하기 어렵다. 단순한 구성의 실내 곳곳에 지프의 사다리꼴 형상을 강조한 디자인으로 악센트를 주고 있으며, 특유의 펄이 들어간 구릿빛 메탈릭 마감은 페이스리프트 당시 그대로의 모습이다.

림 전체를 가죽으로 마감한 스티어링 휠은 여전히 직경이 크다. 열선 기능이 적용되어 있으며, 굵직한 림 덕에 손에 든든하게 잡히는 그립감이 인상적이다. 하지만 손이 작은 여성 운전자들은 불편을 호소할 수도 있다. 변속을 위한 시프팅 패들은 크라이슬러 계통 특유의 형상을 채용하고 있다. 계기판은 중앙의 액정 디스플레이를 중심으로 좌측에 타코미터, 우측에 수온게이지와 연료게이지가 반원형태를 이루며 배치된 7인치 컬러 멀티-뷰(Multi-View) 주행 정보시스템을 사용중이다. 센터페시아 중앙에는 한글화를 지원하는 8.4인치 크기의 크라이슬러 유-커넥트(Uconnect) 시스템을 사용하고 있으며, 한국어 음성인식 기능 및, 내비게이션, 라디오, 공조장치, 전화 기능 등을 사용할 수 있다. 시스템 자체는 사용하는 데 큰 불편함은 없다. 그러나 조악한 한국어 폰트와 완성도가 떨어지는 자체 내비게이션은 여전히 아쉬운 부분이다.

실내에서 변화한 것은 변속 레버뿐이라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이 변화는 생각보다 더 큰 변화로 다가온다. 기존의 변속 레버는 완전 전자식으로 이루어져 있어, 처음 접하는 운전자에게는 작동 방식이 생소하고 직관적인 느낌을 주었다. 하지만 지금의 변속 레버는 보다 일반적인 H매틱 형태에 가까워, 누구나 쉽게 사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변화임은 확실하다.

가죽과 탄(TAN) 색상의 바느질로 마감된 그랜드 체로키의 좌석은 착좌감이 은근슬쩍 단단한 편이다. 앞좌석과 뒷좌석을 막론하고 비슷한 정도의 착좌감이 느껴진다. 착좌감을 조금만 더 부드럽게 해도 좋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지만, 아쉬움으로 느껴지진 않는다. 앞좌석은 2단계의 열선 및 통풍 기능을 지원한다. 뒷좌석 공간은 차체의 사이즈에 걸맞게 넉넉하고, 등받이의 각도조절도 가능하다. 뒷좌석을 위한 별도의 에어벤트도 적용되어 있고 열선 기능 및 두 개의 USB 포트가 설치되어 있다. 뒷좌석을 접을 때에는 측면 하단의 레버를 사용한다.

그랜드 체로키의 기본 트렁크 용량은 457리터. 덩치에 비해 결코 크다고 할 수 없는 용량이다. 뒷좌석을 모두 접으면 1,554리터까지 늘어나지만, 여전히 체구에 비해 비교적 부족한 용량임은 변하지 않는다. 한국과 일본 등의 아시아계 브랜드들이 생산하는 한 체급 아래의 컴팩트 SUV들과 비교해야 할 판국이다. 그랜드 체로키의 주요 경쟁 모델들이 통상 1,800리터 이상의 용량을 확보하고 있는 것에 비하면, 그랜드 체로키의 트렁크 용량은 납득하기 어려운 수치다.

브랜드 탄생 75주년을 기념하는 그랜드 체로키에는 VM 모토리의 3.0리터 A630 DOHC 디젤 엔진과 ZF의 자동 8단 변속기 구성을 사용한다. 241마력의 최고출력과 56.0kg.m의 최대토크를 낸다. 이 엔진의 출력을 275마력으로 높인 고성능 버전인 A630 DOHC HP는 마세라티에서 콰트로포르테와 기블리, 그리고 곧 출시될 SUV인 르반떼에 사용된다. 공인 연비는 도심 9.6km/l, 고속도로 12.1km/l, 복합 10.6km/l(4등급)이다.

그랜드 체로키는 디젤 엔진을 탑재한 SUV로서는 우수한 정숙성을 지니고 있다. 정차 상태에서도, 주행 중에서도 디젤 엔진 특유의 소음이나 진동이 운전자와 승객을 괴롭히지 않는다. 여기에 75주년 스페셜 에디션과 함께 선보인 전자식 스톱/스타트 기능이 추가되어, 정차 상태에서는 엔진의 작동을 정지시키기도 한다. 하지만 이 스톱/스타트 기능은 작동 시간이 짧으며, 재시동도 그리 빠른 편은 아니다.

이번에 시승한 그랜드 체로키 75주년 기념 모델은 에어 서스펜션이 적용되지 않는 3.0 리미티드 모델들 바탕으로 만들어진다. 따라서 에어 서스펜션이 장착된 오버랜드 모델과 다소 다른 느낌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그 차이는 크게 느껴지지는 않는다. 작은 요철은 구렁이 담 넘어가듯 넘겨버리지만, 큰 요철은 튕겨내듯 하는 반응에서 에어 서스펜션을 장착한 오버랜드 모델과 대체로 유사한 느낌이다. 하지만, 요철을 걸러내는 동작에서 미묘하게 더 부드러운 느낌을 받는다.

가속 시의 감각은 확실히 2.4톤에 이르는 몸무게를 실감나게 한다. 딱히 힘이 부족하다는 느낌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유럽식 크로스오버 SUV들처럼 정력적으로 달려나가지도 않는다. 그저 차근차근 우직하게 속도를 올려 나갈 뿐이다. 3,000rpm을 넘는 회전수부터 엔진은 묵직한 맛이 있는 음색의 소리를 낸다. 하지만 변속기는 회전수가 오르건 말건 우직하고 느긋하기만 한 엔진과는 달리, 바쁘게 움직이며 바퀴로 구동력을 전달한다. 출발 후 40km/h 근방에서 2단으로, 60km/h에 못 미쳐서 3단으로, 80km/h 언저리 즈음에 4단으로 넘어가고 나서야 비로소 100km/h에 도달한다.

고속 주행에서의 안정감은 헐겁게 느껴지는 차체와 섀시에 비해 비교적 안정적인 느낌이다. 다만, 마이너 체인지 과정에서 채용된 전동식 스티어링 시스템은 고속 주행에서 짐짓 가벼워지는 느낌을 주는 데다, 센터 부근에서 미묘한 이질감이 있어, 기존의 유압식에 비해 보정을 약간 더 필요로 하는 편이다.

코너링에서는 차가 가진 한계가 명확히 드러난다. 육중한 몸무게와 단단하지만 어딘가 모르게 헐거운 느낌을 주는 하체, 그리고 미묘한 이질감을 지닌 스티어링 시스템 등의 때문에 산악 도로 등의 테크니컬한 코스에서는 페이스를 함부로 높이기 어렵게 한다. 스티어링 시스템은 기존의 유압식에 비해 직결감이 약간 부족하여 미묘한 이질감이 나타나는 탓에, 적극적인 조작에 있어 다소 불리한 모습을 보인다. 반면, 자세제어장치나 전복방지장치와 같은 전자장비들은 조금이라도 빠른 속도로 진입했거나, 차체의 거동에 조금이라도 불온한 움직임이 생기는 즉시 작동하여 자세를 강제로 바로 잡는다.

75주년 기념 그랜드 체로키는 비록 높이 조절식 `콰드라-리프트` 시스템이 빠져 있기는 하지만, `콰드라-트랙` 상시 4륜구동 시스템과 이에 연동하는 전자식 지형 반응 시스템, `셀렉-터레인`은 그대로 장비되어 있다. 여기에 유니바디 구조로 든든하게 만들어진 차체와 댐핑 스트로크가 긴 서스펜션 덕에 가혹한 오프로드의 노면에서도 불안한 느낌을 주지 않고, 험난한 오프로드 구간을 무리 없이 소화해 낸다.

한 우수한 험로 주파능력을 지니고 있다. 특히, 콰드라-트랙 상시 4륜구동 시스템은 저속 트랜스퍼 케이스 기능을 지원하여, 오르막과 내리막 양쪽에서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다. 이 저속 트랜스퍼 케이스의 존재는 그랜드 체로키를 정통파 4X4 SUV의 맛을 느낄 수 있게 한다. 저속 트랜스퍼 케이스를 사용하려면, 기어를 중립에 둔 상태에서 4WD LOW 버튼을 눌러주면 된다.

셀렉-터레인 지형 반응 시스템은 자동/모래/눈길/진창길/바위 의 5가지 모드를 제공한다. 일반도로 주행 중에는 자동 모드를 사용하면 된다. 각 모드마다 가속 페달 조작에 때른 스로틀 개도량, 토크 분배 등을 실시간으로 조정하여 주행에 반영한다. 중간에 바퀴가 뜨게 되는 경우에도, 노면에 접촉한 나머지 바퀴에 착실하게 구동력을 배분한다. 때문에 접지력이 현저히 낮은 오프로드 환경을 안정적으로 헤쳐나간다.

시승 중 트립 컴퓨터로 기록한 구간 별 평균 연비는 공인 연비와 약간의 차이를 보였다. 비교적 한산한 도심 외곽의 도로에서는 공인연비와 같은 9.6km/l에 근접한 9.0km/l의 연비를 기록했지만 혼잡한 강남 일대의 도심에서는 7.0km/l를 밑도는 평균연비를 보였다. 스톱/스타트 기능이 채용되기는 했지만, 작동 시간이 그리 길지 않아, 연비에는 그다지 유의미한 기여를 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고속도로를 100km/h로 정속주행한 경우에는 공인 연비인 12.1km/l를 상회하는 13.3km/l의 평균연비를 기록했다.

75주년 기념 모델 출시를 통해 또 한 번의 변화를 맞은 지프의 기함은 한결 멋들어지게 변화한 외모와 더불어, 변함없이 야무진 오프로드 주파 능력을 보여주며 자신의 존재 가치를 재확인시켰다. 일상에서는 편안한 대형급 SUV로, 일상을 벗어나면 오프로드에서의 노련한 발길로 어디든 떠날 수 있다는 믿음을 안겨준다. 또한, 같은 3리터급 디젤엔진을 장비한 동급의 유럽산 SUV에 비해 여전히 합리적인 가격으로 이 모든 것을 제공한다는 점 역시 변하지 않은 그랜드 체로키의 매력이다.

글, 사진 박병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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