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산 두 악동, F타입 엑시지S

조회수 2016. 5. 4. 11:31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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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을 대표하는 두 스포츠카를 만났다. 아니 두 악동을 마주했다는 표현이 더 정확할 것 같다. 재규어 F타입과 로터스 엑시지S. 이 두 차는 비슷하면서도 전혀 다른 매력으로 사람을 조종한다. 운전자의 실수를 조용히 눈감아주는 요즘 차들과는 달리 날 것 그대로의 성격은 두 차종 모두 동일하다. 다만 F타입은 조금 더 현실과 타협해 모두의 만족을 높이는 쪽을 택했고, 엑시지S는 더 짜릿하고 하드코어한 방향을 선택했다. 그리고 이런 방향은 두 차를 직접 운전해보면 좀 더 확실하게 느껴진다.

엑시지 S의 숨막히는 성능에 지배당하다

세상에는 참 다양한 성격의 차들이 많다. 편하고 고급스러운 차가 있는 반면 그렇지 않은 차도 있다. 이번에 시승한 로터스 엑시지S는 요즘 나오는 차라고 믿기 힘들 정도로 편의장비가 갖춰지지 않았다. 누군가 "그래서 불편한가?" 라고 물어본다면 불편하다는 표현보다는 "착하지 않다."는 표현을 쓰고 싶다. 물론 몇 개 빠진 편의장비가 이 차의 매력을 떨어뜨리진 않는다. 일반 차에 비해 불편한 것은 사실이지만 함께 달려보면 밤을 잊고 하루 종일 달려도 더 달리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마음을 휘어잡는 매력을 가졌다. 여자들이 나쁜남자의 매력에 빠져서 정신을 못차리는 것 처럼 착하지 않은 차의 매력에 빠져 정신을 못차리게 된다. 차에 대한 본질적인 매력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그렇게 될 가능성이 90% 이상이라 확신한다.

엑시지S의 열쇠를 손에 넣자마자 얼른 달리고 싶은 마음에 서둘러 차에 몸을 구겨 넣었다. 차체가 워낙 낮아 타고 내리기가 쉽지 않았지만 그마저도 즐거움으로 다가왔다. 국내에서 엑시지는 많이 알려지지 않은 모델이다. 하지만 로터스만의 확고한 철학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차임은 분명했고 그러한 매력을 가진 사람들이 있어 국내에도 다수의 마니아가 존재한다. 운전석 바로 뒤쪽에 자리잡은 엔진과 노면을 고스란히 몸으로 느끼며 타는 맛은 그 어떤 차에서도 느껴보지 못한 느낌이다. 한가지 명심해야 할 점은 편하고 안락함을 원하는 사람들은 엑시지의 키를 손에 넣으면 안된다는 것이다. 편안함과는 거리가 먼 날 것 그대로의 차이기 때문이다.

엑시지S는 엘리제의 스몰 플랫폼을 바탕으로 서브 프레임을 추가해 앞과 뒤 트레드를 확장해 만들어졌다. 운전석 바로 뒤쪽에서 숨쉬고 있는 엔진은 3.5리터 V형 6기통 수퍼차저 엔진은 최고출력 350마력(@7,000), 최대토크 40.7kg.m(@4,500)의 성능을 발휘한다. 요즘은 300마력이 넘는 힘을 발휘하는 차들이 많지만 엑시지의 경우는 이야기가 조금 다르다. 무게가 1,166kg 밖에 되지 않는 가벼운 몸무게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또 시승차는 옵션으로 토크 컨버터 방식의 6단 자동변속기가 장착된 모델이다. 손과 발이 바쁘게 움직이는 수동변속기에 비해 재미가 덜 하다는 의견도 있을지 모르지만 결코 자동변속기라서 재미가 떨어지지는 않았다.

본격적으로 엑시지S를 정복하기 위해 운전석 왼쪽에 있는 레버를 돌려 스포트 모드로 바꿨다. 참고로 엑시지S에는 로터스의 제어 시스템(DPM)이 마련돼 투어, 스포트, DPM 해제 등 3가지 모드를 선택할 수 있다. 또 배기음을 한층 더 키울 수 있는 버튼을 눌러 달릴 준비를 모두 마쳤다. 가속페달을 밟고 있는 발에 힘을 줘 깊게 가속페달을 밟았다. 가벼운 차체를 바탕으로 도로를 박차고 앞으로 돌진했다. 순간적으로 몸이 시트에 묻혔고, 속도는 끝을 모르고 올라갔다. 참고로 엑시지 S는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가속하는데 걸리는 시간은 4초면 충분하다. 일반 도로에서 달리기에는 힘은 넘쳐났다. 마치 레이스카를 타고 서킷을 달리는 듯한 착각마저 들기도 했다.

코너를 돌아나갈 때는 엑시지의 진가가 발휘되는 순간이다. 실제로 연속되는 코너에서 스티어링 휠을 가차 없이 돌리면 직관적으로 차의 머리를 돌린다. 놀랍도록 빠르고 정확하게 돌아나가는 코너링 성능은 정말 칭찬을 아끼고 싶지 않다. 조수석에 동승자가 있다면 운전자가 대단한 운전실력을 가지고 있다고 믿을 정도의 완벽한 성능이었다. 하지만 한계치를 벗어나면 여지없이 엉덩이를 흔들며 뒤가 돌아가는 오버스티어 성향이 그대로 드러난다.

또 노면 상태를 그대로 운전자 엉덩이로 전달해주는 단단한 서스펜션은 일반적으로 타는 차와는 정반대의 성격을 가지고 있다. 아무리 빠른 속도로 코너를 전개해 나가도 섀시가 끝까지 버텨주는 능력이 대단했다. 여기에 앞 뒤 모두 더블 위시본 방식의 서스펜션이 롤링을 억제해 불안한 모습을 보여주지 않았다.

물론 아쉬운 점도 있었다. 앞서 말했듯이 부족한 편의 장비를 비롯해 현저히 떨어지는 연료 효율성은 진한 아쉬움으로 남았다. 하지만 엑시지S는 데일리카로 사용하는 경우가 드물 것이다. 말 그대로 일반 도로를 서킷으로 착각하게 만들고, 당찬 움직임은 레이스카에 올라있는 듯한 느낌마저들게 했다. 미안, 편의장비는 없지만 일단 달려봐, 달려보면 이해 할거라 믿어라며 자신감에 넘쳐 말하는 듯한 느낌이 강했다. 엑시지S는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성능을 바탕으로 진정한 영국산 날 것의 매력을 선사해준 고마운 존재였다.

재규어 F타입 S AWD 컨버터블

엑시지S에 비하면 F타입은 초호화 세단이다. 커다란 차체와 편의장비 가득한 실내, 최고급 소재들만 봐도 알 수 있다. 보기 좋게 나뉜 센터페시아 기능과 변속기 주변 버튼들도 사치스럽다. 재규어 브랜드가 보여줄 수 있는 프리미엄 감각을 여지없이 표현했다. 그리고 이는 운전석에 앉아서 만져보고 느껴보면 바로 알 수 있다. 웬만해서는 운전석에서 내려오고 싶지 않을 정도로 마성의 매력이다.

시동을 켜면 계기반 바늘이 한 바퀴 돌며 우렁찬 소리를 뿜어내지만 이내 감정을 추스리고 잘 다듬어진 소리로 돌아온다. 일반적인 주행모드에서는 세단 버금가는 편안함을 가졌다. 소리도 크지 않고, 탄탄한 서스펜션은 도로의 굴곡을 잘 걸러내 허리에 무리도 없다. 시속 100km 정속주행 시 엔진회전수는 1,600RPM 부근에 머무르며 연비도 아낄 줄 안다. 익히 들어오던 F타입이 맞나 하는 생각도 든다.

조금 욕심을 부려 가속페달에 힘을 주어도 크게 불안하지 않다. 직선도로는 물론 굽이치는 코너에서도 확실히 예전 FR방식 F타입보다 안정적인 움직임이다. 고삐 풀린 망아지처럼 마냥 다루기 어려울 것 같던 F타입이 4륜구동 시스템 추가로 한결 믿음직스러워 졌다. 하지만 변속기 옆 체커기 모양 버튼을 누르면 차는 완전히 다른 성격으로 돌변한다. 엔진 회전수, 변속기 반응, 포효하는 소리는 물론 차체 서스펜션과 도로를 움켜쥐는 스티어링 휠의 반응도 더 민첩해진다. 그래 이게 진짜 F타입이지 라는 말과 함께 차는 더 밟으라고 운전자를 유혹한다.

단단한 서스펜션과 폭이 넓은 타이어, 대용량 스포츠 브레이크 시스템도 빠른 운전을 돕는다. 각각의 서로 다른 부품의 조화가 최적의 성능을 구현했고, 그 결과 짜릿하고 재미있게 차를 다룰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언제나 방심은 금물이다. 한계치를 벗어나면 여지 없어 오버스티어 성향을 보이며 조종성을 잃게 되고, 차는 운전자의 실수를 눈감아 주지 않는다. 원한다면 엉덩이를 슬쩍 날리며 내 운전 솜씨를 마음껏 보여줄 수 있지만 자칫 만만히 봤다가는 큰 코 다칠 수 있다는 얘기다.

정신 없이 피드백을 주고 받으며 내 운전실력을 알았다면 이번에는 톱을 열고 조금 천천히 달려보자. 마냥 사나울 것 같던 F타입도 지붕을 벗기고 여유롭게 달리면 로맨티스트 영국 신사로 변한다. 디자인부터 다르다. 깔끔하게 접히는 소프트톱 뒤로 부드럽게 내려앉은 트렁크 라인은 재규어 E-타입의 뒤를 이은 스포츠카답다. 크기만 부풀린 요즘 차들과는 비교할 수 없는 아름다움을 뽐낸다. 한편으론 이렇게 아름다운 차를 완성시킨 이안칼럼의 디자인에 박수가 절로 나온다.

톱을 열고 운전하면 빠르게 달릴 때 보지 못했던 것들이 눈에 들어온다. 여름을 준비하는 나무부터 밀려오는 바람과 햇살, 아름다운 주변 풍경이 온전히 내 몸 속을 파고든다. 쿠페 대비 아쉬운 차체 강성과 무게 중심은 오픈 에어링을 하는 순간 모두 사라진다. 주변 시선이 신경 쓰였다면 애초에 톱을 열지도 않았다. 그냥 지금 이 순간만큼은 모든걸 다 내려놓은 자유인이 된다. 차도 사람도 한결 가벼운 마음으로 젊어진 기분이다. 빠른 성능만 강조하던 F타입에서 숨어있던 진짜 재미를 찾은 것 같다.

F타입은 최고 380마력, 최대 46.9kg.m의 힘을 오로지 운전자의 능력으로만 표현하는 차다. 틀린 부분을 조용히 고쳐주기 보단 밖으로 더 꺼내 운전자가 알게 하고 보완할 수 있는 피드백을 준다. 조금은 차가워 보일 수 있겠지만 보완점을 터득하고 나면 차는 한결 더 짜릿한 재미를 선사한다.

여기에 마음을 가다듬고 천천히 달리면 여느 GT카 못지않은 젠틀맨으로 변신하기도 하고, 톱을 열면 오픈에어링의 감성을 선사하는 낭만주의자로 바뀌기도 한다. 마냥 나쁜남자 같았는데 또 다른 섬세함이 묻어난다. 이렇듯 다양한 반전을 통해 운전자의 마음을 사로잡고 마성의 매력을 주는 차가 재규어 F타입이다.

영국산 날 것의 매력에 빠지다

라이드매거진 편집부가 이번에 시승한 두 모델은 진정한 영국산 날 것의 성격을 고스란히 담고 있었다. 로터스 엑시지S는 경량 퓨어 스포츠카의 진수를 보여줬고, 재규어 F타입은 고급스러움과 맹수의 날카로운 모습을 두루 갖춘 모습이었다. 사실 엑시지S와 F타입은 날 것이라는 것을 제외하면 정 반대의 성향을 보여주고 있다. 오로지 달리기만을 위해 존재하는 엑시지S와 현실과는 조금 타협한 성격의 F타입. 그렇지만 두 모델은 언제든지 달릴 준비가 되어 있고, 놀기 좋아하는 딱 악동 모습은 확실했다. 엑시지S와 F타입은 경제적인 부분을 떠나서 자동차를 좋아하는 어른들에게는 정말 좋은 장난감이 아닌가 싶다.

김성환 기자, 허인학 기자 heo@ridema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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