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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2km/L, 경차 연비로 누리는 대형세단의 편안함. 그랜저 하이브리드

오종훈 입력 2017.06.25. 21:49 수정 2017.06.25. 2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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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랜저 하이브리드는 국산차에서 택할 수 있는 최고의 하이브리드 모델이다. 2.4 MPI 세타2 엔진에 1.76kW 리튬이온폴리머 배터리와 38kW모터로 파워트레인을 구성하는 대형세단이다. 배터리는 평생보증. 모터는 10년 20만km. 보유기간중 모터 배터리 걱정은 하지 않아도 좋겠다.

폭포수의 웅장함을 따왔다는 캐스케이딩 그릴은 단정한 모습. LED 헤드램프는 부드럽고 서글서글한 눈매를 가졌다. 날카롭지 않아서 좋다. 그 아래 7개의 LED 램프를 보석처럼 박아놓은 주간주행등이 자리했다. 대형세단의 크기를 보여주는 옆모습, 그리고 리어 가니시로 좌우의 리어램프를 이어주는 멋스러운 뒷모습이다. 단정하지만 대형세단의 여유로움을 품은 디자인이다.


좌우측 팬더에 새겨진 ‘블루 드라이브’, 트렁크 리드 아래에 ‘hybrid’ 표기가 이 차의 정체성을 드러내고 있다.

하이브리드 전용 17인치 휠은 공기 저항을 줄이기 위해 일부 틈새를 막았다. 넥센타이어가 제공하는 225/55R17 사이즈의 타이어는 기대 이상의 성능을 보여줬다.

1.43kW에서 1.76kW로 개선된 하이브리드 전용배터리는 트렁크 아래쪽으로 배치됐다. 이 때문에 트렁크 바닥은 높게 올라와 있다. 트렁크 공간은 426리터로 골프백 4개와 보스톤백 2개를 넣을 수 있다.


인테리어는 단정하고 고급스럽다. 센터페시아에 돌출시킨 모니터는 매립형처럼 튼튼하게 배치했고 유니크하고 부드러운 라인이 모니터를 감싸며 조수석까지 이어진다. 돌출형 모니터의 단점을 잘 커버했다.

뒷좌석에 앉으면 넉넉한 공간이 여유롭게 다가온다. 센터터널은 담뱃갑 정도 높이로 살짝 솟았을 뿐이어서 공간을 크게 제약하지 않는다.

지름이 조금 큰 듯한 스티어링휠은 2.6회전한다. 대형세단이지만 나름 날렵한 조향성능을 의미한다.

하이브리드자동차나 전기차는 에너지 모니터를 보면서 운전하는 색다른 맛이 있다. 동력 흐름을 운전하다보면 가속페달을 밟는 오른발에 힘을 빼게 된다. 조금이라도 더 에너지를 아끼려는 본능을 자극하기 때문이다.


시동 버튼을 눌러도 엔진 시동음은 들리지 않는다. 그냥 스위치 ‘ON’ 상태가 되는 것. 유령의 움직임처럼 소리 없이 부드럽게 첫발을 뗀다. 서스펜션은 이전 모델보다 조금 더 좋아졌다. 과속방지턱은 물론 노면 굴곡을 넘는데 충격의 상당부분을 제거하고 전달한다. 거칠지 않다. 노면 충격을 다루는 법이 많이 늘었다.
실내는 에어컨 바람소리가 크게 들릴 정도로 조용하다. 어지간한 속도에선 엔진 소리가 안 들린다. 시속 100km 전후에서도 잔잔한 바람소리가 들릴 뿐이다. 실내 정숙성은 최고 수준이다.

전기차로 달릴 수 있는 최고속도는 120km까지다. 물론 배터리 잔량이 충분하고 도로 환경이 허용해야 한다는 전제조건을 충족시킬 때의 경우다.

현대 스마트 센스는 지능형 안전기술이다. 반자율운전 기술이기도 하다. 자동긴급제동시스템, 주행조향보조시스템, 어드밴스드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 부주의 운전 경보 시스템, 스마트 하이빔, 스마트 후측방경보 시스템, 어라운드 뷰 모니터 등이 운전자가 미처 챙기지 못하는 부분을 꼼꼼히 살피며 운전을 돕는다.

스마트 센스는 보조 운전자 역할을 톡톡히 한다. 스마트 엔젤이라고 해도 좋을 정도다. 때로는 직접 운전에 개입하기도 한다. 누군가 옆에서 나를 도와 함께 운전한다는 느낌이다. 커브 도는데 핸들을 잡은 또 다른 힘이 느껴지고 브레이크도 긴급상황에서는 더 강하게 작동하며 확실한 제동을 돕는다. 구석구석에 운전자의 의도를 알아채고, 기능을 강화하고 보조하며 운전을 돕는 장비들이 있다. 차에 대한 신뢰가 생긴다. 하지만 운전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하는 건 운전자다. 명심해야 할 부분이다.


풀컬러로 표시되는 헤드업 디스플레이는 아주 선명해 잘 보인다. 주행에 필요한 정보들을 집약해 보여줘서 굳이 계기판이나 내비게이션을 보지 않아도 될 정도다.

주행모드는 스포츠 에코 노멀 3가지다. 스포츠 모드는 일반 세단의 스포츠 모드보다 순하다. 일반 세단의 노멀 모드 정도. 에코 모드는 반응이 더디다. 일하기 싫은데 억지로 움직이는 느낌이다.

꾸준히 속도를 올려 고속주행에 접어들었다. 빠른 속도에서도 차체 반응은 얌전하다. 정확하게 도로를 읽으며 달린다. 시속 110km에서도 주행조향보조 시스템은 차선을 정확하게 읽어낸다. 재미있고 기특하다. 방향지시등을 켜지 않고 차선을 넘으면 핸들을 통해 저항과 진동이 전해진다. 조심하라는 경고다. 이처럼 차와 운전자 사이에는 지속적인 커뮤니케이션이 일어난다.

고속에서도 엔진은 착하다. 소리 지르는 법이 없다. 소리를 높이지 않아도 속도를 차분히 올린다. 지붕 위로 흐르는 바람소리가 들린다.


55시리즈 17인치 타이어는 성능보다 효율을 조금 더 배려한 타이어다. 단단한 고성능보다 약간 소프트한 승차감에 중점이 가있다. 하지만 코너를 돌아나갈 때에는 확실한 그립을 확보하며 제법 단단하게 반응했다. 타이어가 그립을 놓칠 법도 한 코너에서도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타이어의 성능이 좋은 것도 있겠지만, 트렁크 아래로 배치한 배터리, 단단한 서스펜션이 타이어의 빈틈을 잘 보완해주고 있다는 평가도 가능하겠다. 배터리 위치를 최적화시켜 앞뒤의 무게배분과 무게중심이 낮아지는 효과를 보고 있다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 덕분에 앞바퀴굴림차 답지 않은 거동을 만날 수 있었다.

6단 변속기는 엔진과 모터의 출력을 잘 조절했다. 가속페달을 끝까지 한 번에 밟아도 강한 힘을 부드럽게 조율하며 변속이 거칠지 않게 달려 나갔다. 부드러움이 돋보이는 건, 효율을 중시하고 있음을 말하는 부분이다. 차의 각 부분이 이처럼 차의 성격에 잘 맞게 조절됐다.

공기저항 계수는 0.27. 놀라운 수준이다. BMW i8이 0.26인데 여기에 버금가는 수준의 에어로 다이내믹을 구현한 것이다. 엔진룸으로 들어가는 공기를 조건에 따라 차단하는 액티브 에어플랩도 공기저항을 줄이는 데 한 몫 한다. 엔진룸의 열관리와 공기저항을 줄여주는 기술이다.

공기저항이 낮은 하이브리드. 좋은 연비를 구현할 조건들을 갖춘 셈이다. 그랜저 하이브리드의 복합연비는 16.2km/L. 시내주행도 16.1km/L에 불과하다. 경차 모닝 수동변속기 연비가 16km/L다. 경차 수준의 연비로 대형세단을 탈 수 있다는 건 대단한 매력이다.


하이브리드 차는 내리막길에선 움직이는 발전기가 된다. 회생제동 시스템이 작동하면서 끊임없이 전기를 충전하는 것. 관성주행을 이용하면 EV 모드가 활성화되고 배터리 충전이 계속된다. 상황에 따라 브레이크를 살짝 밟아주면 충전량이 더 많아진다. 유명산 와인딩로드 정상에서 배터리 4칸이 비어있었는데, 내리막 길을 내려오면서 완충 시킬 수 있었다.

12개의 스피커로 구성된 JBL 오디오 시스템은 질감이 좋은 소리를 들려준다. 하이엔드급 오디오는 아니지만 자동차에서 즐기는 오디오로는 딱 좋은 수준의 소리가 아닐까한다. 개인적으로 하이엔드 오디오는 거실이라면 모를까 끊임없이 움직이며 소음에 시달려야하는 자동차에선 의미가 크지 않다고 본다.

하이브리드자동차에는 130만원까지 세금감면 혜택이 있다. 덕분에 그랜저 하이브리드는 4,000만원 미만에 살 수 있다. 가격대가 3,540만원~3,970만원까지다. 여기에 풀옵션을 선택하면 약 500만 원 정도 추가 부담이 생긴다.

친환경차는 착한 소비라는 점에서도 좋은 선택이다. 전 지구적 차원에서 환경문제에 대응하는 의미가 있는 것. 하이브리드 자동차 역시 그 범위 안에 들어갈 수 있다.

오종훈의 단도직입
긴급제동 시스템이 작동할 때 헤드업 디스플레이에 경고등이 뜬다. 그런데 경고등에 작은 글씨가 써 있다. ‘전방주의’ 그 긴박한 순간에 글자를 읽으려고 신경을 집중하는 경우가 생긴다.
충돌 위험 경보에 글자는 빼는 게 낫다.
뒷좌석 암레스트 안쪽 수납함에 USB와 12V 전원구가 있다. 뒷좌석에 3명이 탑승하면 사용할 수 없다. 밖으로 꺼내 놓는 게 좀 더 합리적이지 않을까.

오종훈 yes@autodiary.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