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삐딱하고 불량한 지프 레니게이드

오토다이어리 입력 2015.09.29 16:00 수정 2016.01.08 07:3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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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참 묘하다. 레니게이드. 변절자, 이탈자, 통제 불능인 존재 정도의 의미를 담은 말이다. 삐딱하고 불량한 이름 지프 레니게이드다. 이 녀석 출생부터 대열을 이탈했다. 지프 브랜드의 고향 미국을 벗어나 이탈리아에서 생산됐다. 이탈리아에서 생산된 미국 브랜드차를 한국에서 타는 셈이다.

생김새는 살짝 언밸런스하고 장난스럽다. 세븐 슬롯 그릴 좌우의 원형 헤드램프는 지프의 전통을 충실하게 따르고 있다. 지프 특유의 박스 스타일은 유머와 위트를 담고 있다. X자로 만든 리어램프(지프의 보조 연료통에 새겨진 X자를 응용했다는 설명이다), 아예 떼어낼 수 있는 선루프, 진흙이 튄 계기판 등 디테일에 유머를 담았다.

도어까지 분리하면 더 폼 날수도 있겠지만 선루프 분리만으로도 오픈 에어링을 즐길 수 있다. 그냥 그럴 수 있다는 얘기다. 꼭 그렇게 할 필요는 없다. 생각보다 폼은 안 난다. 생각만 해도 신나는 일이 막상 해보면 재미없는 경우다. 그래도 할 수 있다는 게 어딘가.

레니게이드는 지프 라인업의 엔트리 모델로 굳이 따지자면 소형급이다. 하지만 얕잡아봐선 안 된다. 길이 4,255mm의 작은 차안에 의외로 많은 것을 담고 있다. 9단 변속기가 대표적이다. 이 작은 차에 9단이라니. 9단 변속기는 아주 효율적인 움직임을 만들어낸다. 시속 100km로 달리는 데 엔진회전수는 겨우 1,500rpm에 머문다. 9단의 힘이다. 아주 빠른 속도에서 의외로 차분한 엔진 반응을 보인다.

4WD 로 기어와 4WD 록 기능은 이 차가 정통 오프로더 가문에 속해 있음을 말해주는 증거다. 사륜구동이라고 다 같은 사륜구동이 아니다. 오프로드에서 제대로 움직이기 위해서는 로 기어와 4WD 록 기능은 반드시 필요하다. 이게 있고 없음에 따라 갈 수 있는 길의 범위가 크게 달라진다.

로 기어 넣고, 디퍼렌셜을 잠근 채 오프로드에 올라서면 못 갈 길이 없다. 뒤뚱뒤뚱 흔들리며 앞으로 조금씩, 조금씩 전진하는 맛을 제대로 느낄 수 있다.

한적한 오프로드에 차를 올려놓고 길이 없는 언덕을 로 기어에 넣고 잠깐 올랐다. 탱크처럼 밀고 오른다. 도심의 얍삽한 장난꾸러기가 아니다. 도시를 벗어나 제대로 험로를 달릴 줄 아는 정통파다. 오랜만에 맛보는 ‘스파르탄 타입’의 사륜구동차가 반갑다. 언제든 도로를 이탈할 준비가 되어 있다. 삐딱하고 불량한 이름을 붙인 이유다.

“어? 익숙한 이 느낌은 뭐지?” 운전석에 앉아 핸들을 쥐면서 드는 생각이었다. 높은 차의 낮은 시트. 그 안에 푹 안기는 특유의 시트포지션이 주는 느낌. 이런 차가 있었는데……. 록스타 R2다. 기아차의 자회사 아시아자동차에서 만들었던 록스타. 93년대 페이스리프트모델로 출시됐던 록스타 R2의 운전석 느낌과 지프 레니게이드의 느낌이 흡사했다.

핸들은 2.5회전한다. 오프로드에서는 조금 피곤할 수 있는 조향비다. 하지만 아무리 정통파 오프로더라고해도 도심 포장도로 주행이 훨씬 더 많을 수밖에 없는 현실을 무시할 수는 없는 법. 온로드에서의 조향감을 먼저 감안한 세팅을 타박할 수는 없다. 덕분에 작은 차에 걸맞는 빠르고 날카로운 조향감을 맛볼 수 있다.

물론 온로드에서도 레니게이드는 잘 달렸다. 차체가 높은 SUV의 승차감이 세단과 같을 수는 없다. 적당한 바람소리와 흔들림이 전해온다.

레니게이드는 2.4 가솔린 엔진에 한 개트림, 2.0 디젤 엔진에 두 개 트림 총 3개 트림을 운용한다. 시승차는 2.0 디젤을 얹은 리미티드 모델. 최고출력 170마력, 최대토크 35.7kg·m의 2.0L 터보 디젤 엔진이 장착된다.

아주 많은 편의장비는 분에 넘친다. 방향 지시등을 켜지 않고 차선을 넘으면 시작하면 계기판에 주의 메시지 및 스티어링 휠에 햅틱 진동으로 경고한다. 경고에도 차선이탈이 진행될 경우 자동으로 조향해 차량을 차선 내로 복귀시켜 주는 차선이탈 경고 플러스 시스템(LDW-plus)이 적용됐다. 사각지대 모니터링 시스템, 후방 교행 모니터링 시스템 등이 있다.

7인치 TFT LED 풀-컬러 전자식 주행정보 시스템(론지튜드 2.4 모델은 3.5인치), 음성인식 기능이 있는 유커넥트 6.5인치 터치 스크린 멀티미디어 커맨드 센터, 전자식 주차 브레이크, 운전자의 답력 부족 시 추가 답력으로 제동 성능을 높이는 어드밴스드 브레이크 어시스트, 앞좌석 열선 시트, 열선 스티어링 휠 등 70가지 이상의 다양한 안전 및 편의사양이 기본 제공된다.

복합 연비는 12.3km/L로 3등급이다. 그리 좋다고 할 수 없는 수준. 연료탱크가 비어가는 게 보인다.

국내 공식 판매 가격은 올-뉴 레니게이드 론지튜드 2.4는 3,480만원, 론지튜드 2.0 AWD는 3,990만원, 리미티드 2.0 AWD는 4,390만원이다. 올해 연말까지 론지튜드 2.4는 3,280만원, 론지튜드 2.0 AWD는 3,790만원, 리미티드 2.0 AWD는 4,190만원으로 각각 200만원의 개별 소비세 인하 혜택을 제공한다.

허허실실, 그저 재미있는 차인 줄만 알았는데 구석구석 파고들수록 의외인 면을 만나게 된다. 왕성한 혈기에 반항기 가득한 고등학생처럼, 언제든 대열을 이탈할 준비가 되어 있는 녀석이다. 준비된 말썽꾸러기다.

오종훈의 단도직입

조용하지 않다. 시속 100km 미만의 일상적인 주행 속도에서도 엔진소리, 노면 잡소리 등이 자글자글 실내로 파고든다. 어쩌면 이런 거친 면이 오히려 지프의 진가를 느끼게 해주는 요소일 수도 있겠다. 조금 터프하고, 약간의 소음 정도는 무시할 수 있는 운전자라야 이 차를 사랑할 수 있다. 정해진 길로만 조용히 가야하는 얌전한 샌님에겐 안 어울리는 차다.

오종훈 yes@autodiary.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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