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변절자 NO! '개척자' 레니게이드

모토야 입력 2016.06.15 16:29 수정 2016.06.15 17:3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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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절자`, `배교자`, `과거 자신이 속했던 집단을 떠난 이탈자`… `레니게이드(Renegade)`를 어학 사전에 검색하자 무시무시한 느낌의 단어가 줄을 잇는다. 부정적인 의도로 붙인 차명은 아니겠지만, 지프 브랜드가 출시한 레니게이드는 그 이름처럼 전통적인 지프와는 확연히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우선 소형 SUV라는 점. 레니게이드는 지프 브랜드 75년 역사상 최초의 소형 SUV다. 2014년 제네바 모터쇼가 그 데뷔 무대다. 레니게이드의 탄생 배경에서 피아트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다. 2011년 피아트가 크라이슬러의 대주주가 된 후, 크라이슬러 그룹에 포함된 지프도 자연스럽게 피아트와 그 성격을 공유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플랫폼과 파워트레인 등 주요 부품까지 피아트와 공유하는 레니게이드는 이러한 공유의 결과물이다.

레니게이드는 또한 미국이 아닌 곳에서 생산되는 최초의 지프 모델이기도 하다. 생산되는 곳은 이탈리아 멜피에 위치한 피아트 공장. 국내에는 론지튜드(Longitude)와 리미티드(Limited) 두 가지 모델로 출시되었다. 시승한 모델은 2.0리터 터보 엔진을 탑재한 리미티드 모델. 개소세 인하분을 반영한 가격은 4,190만 원.

전통 지프와 다른 모습을 보여주는 특징은 외관 디자인에도 그대로 이어진다. 정통 오프로더를 표방하는 각진 형태의 랭글러와는 달리 레니게이드는 차체 군데군데 곡선을 가미해 부드러운 느낌을 준다. 얼핏 보면 지프의 SUV가 맞나 싶을 정도다. 그러나 피는 속일 수 없다고 했던가? 레니게이드는 지프의 상징인 세븐 슬롯 라디에이터 그릴과 원형 헤드램프를 통해 자신이 지프 소속임을 명확하게 드러낸다. 곡선을 살려 유연한 느낌으로 디자인되기는 했지만, 투 박스 형태의 박스형 디자인도 지프의 일원임을 수긍할 수 있도록 하는 요소다.

차체는 원색과 검은색이 조화를 이룬 두 가지 색으로 꾸며졌다. 시승차의 경우 `콜로라도 레드(Colorado Red)` 색상으로 차체를 꾸몄다. 하단에는 검은색 무광 플라스틱 소재를 앞뒤 범퍼와 사이드 라인에 둘러싸 강인한 인상을 연출한다. 소형 SUV라는 차급에도 불구하고 동급 경쟁모델과 비교해 체구는 작지 않은 수준이다. 전장 X 전폭 X 전고(mm)는 4,255 X 1,805 X 1,695로 튼튼하면서도 다부진 인상을 준다.

측면에 서면 사다리꼴 형태의 휠하우스와 그 아래로 18인치 투톤 알루미늄 휠이 눈에 들어온다. 휠하우스는 휠의 움직임이 최대한 간섭 받지 않을 수 있도록 각진 형태로 디자인되었다. 두툼한 펜더도 레니게이드의 남성미를 강조하는 요소다. 부드러운 이미지와는 달리 운동으로 단련된 탄탄한 허벅지를 가진 느낌이다.

후면에서 단연 눈길을 빼앗는 것은 X자 형태로 디자인된 테일램프다. 오리지널 지프의 상징 중 하나인 윌리스 MB에 달렸던 보조 연료통에서 유래한 디자인이다. 지프 디자이너는 테일램프 뿐만 아니라 헤드램프, 루프 상단 등에도 이러한 디자인 요소를 녹여내 레니게이드만의 상징이자 개성 넘치는 디자인을 만들어내는 데 성공했다.

개성 넘치는 디자인은 실내에서도 이어진다. `테크-토닉(Tek-Tonic)`이라는 인테리어 디자인 컨셉을 기반으로 만들어진 실내는 개성 넘치는 요소들로 가득 차 있다. 대시보드 중앙에는 스포츠 고글을 형상화한 중앙 송풍구를 달았고, 센터페시아의 터치스크린 상단에는 윌리스 MB가 2차 세계대전 중 실전 투입된 해를 가리키는 `SINCE 1941`을 표기했다. RPM 수치를 표기하는 타코미터는 레드존을 마치 진흙이 튄 것처럼 꾸며 놓았고, 동승자석 앞 대시보드에는 보조 손잡이를 달아놓는 등 오프로더로서의 존재감을 드러내기 위한 요소를 곳곳에 배치했다. 이 밖에도 대시보드 양쪽 송풍구를 비롯해 스피커, 기어 레버 주변부 등 실내 여기저기에 배색 베젤을 둘러 포인트를 주었다.

이 외에도 레니게이드는 지프만의 디자인 요소를 차량 곳곳에 보물찾기하듯 숨겨놓았다. 가령 센터페시아 하단의 수납공간과 센터 콘솔 내부에는 모압 유타지역의 지도를 숨겨놓았고, 윈드실드와 뒷유리의 프릿(Frit)에서는 윌리스 MB와 설인을 발견할 수 있다. 여기에 한술 더 떠 연료주입구에까지 이러한 요소를 숨겨놓았다. 이러한 요소들을 찾는 것도 레니게이드를 즐길 수 있는 또 다른 재미다.

그러나 단점으로 지적될 만한 부분도 분명히 있다. 센터페시아를 이루는 구성품들의 재질이 뛰어난 편은 아니다. 조립 품질에서 크게 흠잡을 데가 없다는 정도가 위안거리다. 센터페시아에 자리한 6.5인치 터치스크린을 통해 내비게이션을 설정할 수도 있다. 한글화가 잘 되어 있다는 장점에도 불구하고 화면이 작고 목적지가 제한적이라 완성도가 떨어진다는 인상을 풍긴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동급 경쟁 모델 대비 작지 않은 체구 덕에 실내 공간은 여유로운 편이다. 높이 솟은 지붕 때문에 헤드룸이 비좁다는 느낌은 없다. 허리를 곧추세우고도 한 뼘 이상 남을 정도다. 높은 시트 포지션과 큼직한 윈드실드 덕에 시야 또한 넓다. 가죽 소재로 된 시트는 편안하게 운전자의 몸을 잘 잡아준다.

뒷좌석으로 자리를 옮겨본다. 앞 좌석과 마찬가지로 헤드룸에서는 여유로움을 느낄 수 있다. 그러나 앞 좌석과는 달리 뒷좌석은 비좁은 느낌이다. 등받이의 앞뒤 각도 조절이 불가능할 뿐만 아니라 레그룸도 여유로운 편이 아니므로 성인 남성이 편안함을 느낄 수 있다고 말하기는 어려운 수준이다. 다만 40:20:40으로 분할 폴딩이 가능하여 길고 큰 물건을 실을 때 적재공간을 확장할 수 있다는 점, 그리고 가운데 좌석을 폴딩하여 컵홀더로 활용할 수도 있다는 점 정도가 위안으로 다가온다고 해야 할까.

천장에는 `마이 스카이(My Sky)` 오픈-에어 선루프를 달아 버튼 하나만 누르면 오픈 에어링을 즐길 수 있다. 전용렌치를 이용해 두 개의 루프 패널을 탈부착하는 것도 가능하다. 이렇게 떼어낸 루프 패널은 별도로 마련된 커버에 넣어 트렁크에 보관할 수 있다.

트렁크는 기본적으로 524리터의 용량을 제공한다. 40:20:40으로 2열 좌석을 접으면 최대 1,438리터까지 적재공간을 확보할 수 있다. 또한, 높이 조절식 카고 플로어를 채용하여 필요에 따라 바닥을 더 낮춰서 사용할 수도 있다. 오픈 에어링을 위해 떼어낸 루프 패널은 여기에 보관하면 된다. 트렁크 왼쪽 벽에는 LED 손전등도 있어 야외활동 시 편의성을 높인다.

국내 출시된 엔진은 2.4리터 가솔린과 2.0리터 디젤 두 종류다. 2.4리터 가솔린 모델은 앞바퀴 굴림 방식이지만 2.0리터 디젤은 네 바퀴 굴림 방식이 기본이다. 시승한 모델에 채용된 2.0리터 직렬 4기통 디젤 터보 엔진은 동급 최초의 9단 자동 변속기와 조합을 이뤄 170마력/3,750rpm의 최고출력과 35.7kg.m/1,750rpm의 최대토크를 발휘한다.

운전석에 앉아 본격적으로 레니게이드의 시동을 건다. 정차 중 느껴지는 소음과 진동은 상당한 수준이다. 적지 않은 진동이 스티어링 휠을 비롯해 변속 레버 등을 통해 운전자에게까지 느껴진다.

1,750rpm부터 발현되는 최대토크는 거동이 시작되는 초기 반응 시 비교적 만족스러운 움직임을 보인다. 그렇다고 스포츠 세단처럼 바람을 가르며 질주하는 그런 반응은 아니다. 편안하고 듬직한 반응이다. 120km/h 영역까지는 비교적 순탄한 가속이 이뤄진다. 그러나 고속 영역의 속도에 이르기까지는 다소 답답한 반응을 보인다. 지프의 SUV가 지닌 전형적인 오프로드 전용 DNA 성격을 생각하면 이해가 되는 부분이지만, 이러한 주행 성향에 `굳이 9단 자동변속기를 장착해야 했나?`라는 의문점은 생긴다.

도심에서의 주행에서는 높은 지상고와 시트 포지션, 그리고 작은 차체는 복잡한 도심에서 더욱 편안한 주행을 선사한다. 시트는 안락하기보다는 단단한 편에 속한다. 유럽 스타일로 세팅된 서스펜션 덕분에 승차감은 비교적 만족스럽다.

레니게이드는 차체의 70%에 고장력강을 사용하여 차체 강성을 확보했다. 여기에 프레임 바디와 모노코크 바디의 장점을 결합한 유니바디 구조를 채택하여 주행 중 안정성을 강화했다. 핸들링은 묵직하고 안정적이다. 코너링 시 차체의 좌우 움직임도 크지 않다. 하체 감각에서 신뢰를 느낄 수 있다. 대형 벤틸레이티드 디스크 브레이크를 통한 제동력도 크게 모자라지 않은 편이다.

지프의 일원답게 오프로드 주파 능력에도 상당히 많은 공을 들였다. 액티브 드라이브 로우(Active Drive Low) 상시 사륜구동 시스템은 동급 유일 차축 분리 시스템은 물론, 동급 유일의 저속 기능을 지원한다. 경쟁 모델들이 보여주지 못하는 오프로드에서의 탄탄한 움직임을 보여준다. 여기에 셀렉-터레인(Selec-Terrain) 지형 설정 시스템까지 더해 다양한 노면에서도 유연하게 구동력을 높이고 험로를 즐길 수 있도록 했다.

하드웨어적인 면에서 봐도 레니게이드는 지프의 SUV다. 2,570mm의 상대적으로 짧은 휠베이스와 높은 최저지상고 등이 맞물려 높은 수준의 접근/램프/이탈각을 실현한다. 이 덕분에 고저 차가 높고 고르지 못한 비포장도로도 여유롭게 주파할 수 있어 오프로더다운 오지 주파 능력을 뽐낸다.

공인 복합연비는 11.6km/l(도심연비 10.5km/l, 고속도로 연비 13.1km/l)다. 실제 평균 연비는 12.5km/l 수준으로 공인연비를 살짝 웃도는 수준이다. 그러나 동급의 경쟁 차종들의 연비와 비교하면 아쉬운 부분임이 틀림없다.

이 밖에 각종 안전 사양도 탑재되었다. 가장 대표 격인 `레인 센스 차선이탈 방지 경고 플러스 시스템`은 방향 지시등을 켜지 않고 차선을 넘어갈 때 차 스스로 스티어링 휠을 돌려서 차선을 넘어가지 않도록 한다. 순간적으로 주의를 잃을 때를 대비한 유용한 장치다. 이 외에도 사각지대 모니터링 시스템(Blind Spot Monitoring)이나 파크 센스 후방 센서 주차 보조 시스템, 그리고 파크뷰 후방 카메라 등을 달아 탑승자의 안전성과 편의성을 높였다.

솔직히 말해서 레니게이드의 첫인상은 `지프답지 않다`였다. 귀엽게까지 느껴지는 외모와 브랜드의 정체성을 깨고 처음으로 등장한 소형 SUV 세그먼트 등을 내세우며 정체성을 잃지나 않았을까 싶었다. 그러나 오판이었다. 크기가 작다고 하여 오프로드 성능까지 작아지지는 않았다. 역시 지프이며 여전히 지프이다. 오히려 소형 SUV를 찾는 시장 동향을 따르면서도 지프의 방향성을 유지한, 그러면서도 비교적 가볍게 접근할 수 있는 오프로더로써 지프는 훌륭한 결과물을 내놨다.

이에 대한 사람들의 반응은 뜨겁다. 작년 글로벌 판매량은 15만대를 훌쩍 넘겼다. 출시되자마자 재고가 없어서 못 팔 정도로 해외에서 큰 인기를 끌었다. 국내에도 작년 7월에 출시될 예정이었으나, 해외의 이러한 뜨거운 반응 덕분에 출시되는 시기가 두 달 연기되었을 정도다. 소비자들이 지프의 변화를 받아들이고 레니게이드를 당당한 지프의 일원으로 인정하고 있다는 증거다. 이참에 `변절자`라는 기분 나쁜 어감의 단어 대신 `새로운 영역을 처음으로 열어나가는 이`라는 뜻의 `개척자`라는 단어를 선사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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