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 진짜 Q50, 인피니티 Q50S 시승기

조회수 2016. 12. 7. 14:31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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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끝에 동영상 시승기가 있습니다.

최근 국내 수입차 업계는 정부의 서슬 퍼런 입김으로 분위기가 흉흉하다. 인피니티도 인증 과정 중 발생한 문서 오류로 인해 Q50 2.2d를 자발적으로 판매 중단했다. Q50 2.2d는 인피니티 전체 판매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던 모델이어서, 더욱 뼈아픈 결정이 아닐 수 없었으리라.

하지만 Q50에는 Q50S가 남았다. 2.2d가 판매 볼륨을 책임졌다면, S는 Q50의 정수를 느끼는데 제격이다. 본의 아니게 홀로 인피니티의 막내 역할을 하게 된 Q50S를 만나봤다.

꼭꼭 숨어라, 전기모터 보일라

일단 <착한 가격 착한 성능, 인피니티 Q50 2.2d 시승기>를 읽고 시작하자.

겉으론 2.2d와 큰 차이를 발견할 수 없다. 무릇 다른 차들은 조금만 달라도 훨씬 대단한 척 그 차이를 부각시키기 마련이거늘, Q50S는 의뭉스레 내숭을 떤다. 흔히 힘의 차이를 부각시키기 위해 머플러 팁의 구경이나 휠 사이즈를 달리하곤 하는데 Q50S는 그마저도 동일하다. (사실은 S의 내숭이 아니라 2.2d의 허풍일지도 모른다.)

그렇다고 차이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앞범퍼 하단 흡기구를 2.2d와 반대로 아랫면이 더 넓도록 해 한층 공격적인 인상을 준다. 립스포일러도 길게 앞으로 돌출돼 있어 차체가 더욱 낮아 보이고(실제로 10mm 더 낮다) 그만큼 차체 아래로 흐르는 공기를 날카롭게 가른다.

또 다른 차이는 19인치 휠 속으로 빠끔히 비치는 브레이크 캘리퍼와 디스크다. 2.2d와 S의 출력차이는 무려 스포츠 세단 한 대에 해당하는 194마력. 절대 같은 제동시스템을 공유할 수 없는 수치다.

다행히 S에는 2.2d와는 다른 앞 14인치, 뒤 13.8인치의 디스크와 앞 4피스톤, 뒤 2피스톤 캘리퍼가 장착됐다. ‘INFINITI'라고 쓰여 있는 회색 경량 알루미늄 캘리퍼는 S를 소유한 자만 뽐낼 수 있는, 하지만 겉으로 잘 드러나지 않는 자랑이다.

겸손함은 실내도 마찬가지다. 프리미엄 브랜드다운 품질은 이미 2.2d에도 갖춰져 있었다. 하지만 상위트림만을 위한 혹은 하이브리드임을 내세우기 위한 기교가 아쉽다. 1열 시트 등받이에 수놓아진 인피니티 로고와 마그네슘 시프트 패들만으로 내 차가 2.2d 대비 얼마나 특별한지 동승자에게 으스대기엔 궁색하다.

그 밖에 실내에서 찾을 수 있는 S만의 특징은 2열 시트 등받이 좌우 양쪽 끝의 구멍이다. 독특한 위치에 달린 에어컨 송풍구가 아니다. 바로 리튬-이온 배터리와 컨버터의 과열을 막기 위한 환풍구다.

Q50S는 2열 등받이와 트렁크 사이에 배터리를 실었다. 덕분에 뒷자리와 트렁크는 완전히 독립된 공간으로 6:4 폴딩이나 스키스루를 지원하지 않는다. 트렁크 용량은 400L로 배터리 공간 때문에 깊지 않다. 일반 세단의 뼈대를 기본으로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을 얹기 위한 고육지책이었을 터.

하지만 시승 전 만나본 Q50S 차주는 디럭스 사이즈 유모차를 싣는데 아무 문제가 없을 만큼 좌우 폭이 넓고 바닥이 낮아 적재공간에 대한 불만은 없다고 말했다. 더불어 2,850mm의 우월한 휠베이스에서 비롯된 충분한 무릎 공간도 패밀리 세단으로서 역할을 수행하는데 큰 장점이다.

평범한 외모에 담긴 비범한 달리기

사람도 차도 외모로만 판단해선 안 된다. 얌전한 척 발톱을 감춘 Q50S의 겉모습에 달리기 실력까지 2.2d와 비슷하리라 예상했다면 큰 오산이다. 둘의 진짜 차이는 시동버튼을 누름과 함께 드러나기 시작한다. 바퀴가 구르기 시작하면 비로소 Q50S 오너들이 추가로 지불한 수백만 원에 대한 보상이 시작된다.

Q50S의 엔진룸에는 인피니티에서 ‘다이렉트 리스폰스 하이브리드(Direct Response Hybrid)'라고 부르는 파워트레인이 빼곡히 들어차있다. 3.5리터 V6 가솔린 엔진과 전기모터가 합쳐진 이 시스템은 이름에서부터 연비보다 성능에 더 치중하고 있음을 느낄 수 있다. 합산 성능은 364마력, 56kg·m에 달한다.

신참 전기모터를 파트너로 맞이한 고참 엔진의 이름은 VQ. 20년이 넘도록 닛산과 인피니티의 고성능 이미지를 이끌어온 일등공신임과 동시에 배기량과 실린더를 줄이고 터보차저로 보완하는 다운사이징의 흐름 속에서 홀로 빛을 발하는 백전노장이다. 아이들링부터 레드존이 시작되는 7,000rpm까지 전 영역에 걸쳐 뽑아주는 시원한 힘과 부드러운 회전 질감은 명불허전.

요즘 아이돌의 유행가 가사에는 망설임이 없다. 보고 싶으면 만나고, 좋아하면 고백한다. VQ 엔진을 보필하는 신참 전기모터도 출발과 동시에 68마력 29.6kg·m을 왈칵 드러낸다. 최적의 rpm을 향해 뜸 들이는 선임과 세대차이가 느껴진다. 기자도 이젠 전기모터처럼 사랑하련다.

제원표에 나온 0-100km/h는 5.1초. 하이브리드의 특성상, rpm을 띄운 뒤 밟고 있던 브레이크를 풀어 더욱 극적인 가속을 연출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럼에도 직설적인 전기모터와 화들짝 놀란 엔진은 굳이 숫자를 들먹일 필요가 없을 만큼 후련하게 등을 떠민다.

산뜻하게 바퀴가 구르기 시작하는 느낌은 전기차와 비슷하고, 초고속 영역까지 쉼 없이 몰아치는 모습에선 엔진의 뒷심이 전해진다. 그 와중에도 실내는 평온함을 잃지 않는다. 과정은 스포츠카처럼 힘차지만, 우악스럽지 않고 매끈하다. 어디선가 들었던 ‘effortless driving'이란 문구가 머리를 스친다.

하지만 저 멀리 다음 신호등을 낚아채듯 뛰쳐나가고, 고속도로 1차선을 쏘아붙이다 보면 계기반 중앙의 배터리 잔량이 뚝뚝 떨어지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금방 닳고 금세 충전되는 배터리는 연료계 바늘을 붙잡아 두는데 별 관심이 없다. 전기로만 달릴 수 있는 모드가 따로 존재하지 않고, 조금만 세게 오른발에 힘을 주면 바로바로 엔진이 깨어나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승 중에 기록한 연비는 리터당 8km다. 과거 악명 높았던 VQ 엔진의 먹성과 가혹한 시승 환경을 생각하면 나쁘지 않은 수치다. 더구나 성능 향상에 초점을 맞춘 하이브리드 시스템의 개발 방향이 명확하고 만족도가 높은 만큼, 충분히 수긍할 수 있다.

간혹 발생하는 변속기 충격은 만족스러운 하이브리드 시스템에 티를 남겼다. 쭉~ 자연스럽게 가감속을 하는 상황에서는 문제가 없다. 문제는 막히는 길이다. 가속페달에서 발을 떼고 제동하는 듯하다가 다시 가속하는 경우처럼 변칙적인 상황이 연출되면 순간적으로 허둥대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전기모터와 엔진이 힘을 합치거나 서로 바통을 넘겨주는 과정에서 갑자기 변속기에 부하가 걸리면 이를 매끄럽게 처리하지 못하는 느낌이다. 짧은 시승기간 동안 발생 상황을 좀 더 세밀하게 특정 지을 순 없었다. 하지만 어떤 상황에서건, 어느 정도이건 불필요한 불쾌함이라면 개선이 필요하다.

Q50S의 넉넉한 힘은 고속까지 이어진다. 고속도로에서 주로 쓰는 100~130km/h대 속도는 마치 70 ~ 80km/h 정도를 달리는 느낌이고, 200km/h의 영역도 어렵지 않게 들어선다. 누구나 쉽게 맛볼 수 있는 200km/h인 만큼 무섭지 않도록 속도감도 잘 다독여 막았다.

부드러움과 단단함이 공존하는 하체

뛰어난 고속 안정감과 함께 시내 주행 시 승차감은 Q50S의 또 다른 장점 중 하나다. 한 남성 오너는 승차감 덕분에 내무부장관님께 Q50S 구매를 허락받았다고 밝혔을 정도다. 300마력 중반의 힘을 든든하게 지지하면서도 결코 딱딱하지 않게 요철을 걸러낸다. 짧은 스트로크 안에서도 간결하고 부드럽게 자세를 추스르는 감각이 고급스럽다.

흥미로운 점은 S와 2.2d의 승차감 차이다. 상상 이상으로 단단했던 2.2d와 비교하면 S의 부드러움은 의외다. 둘은 동일한 19인치 휠과 런플랫 타이어를 신고 있으며, 몸무게 차이는 35kg에 불과하다. S가 2.2d에 비해 훨씬 높은 출력을 발휘하고, 그에 어울리도록 보다 스포티하게 다음은 서스펜션을 감안하면 반전 매력이 아닐 수 없다.

세계 최초의 '스티어 바이 와이어', 다스(DAS)

Q50S를 얘기하면서 또 하나 빠뜨릴 수 없는 것이 바로 DAS(Direct Adaptive Steering)다. 운전자가 조작하는 스티어링휠의 입력값을 전기신호로 보내서 앞바퀴 축에 달린 액추에이터가 방향을 바꿔주는 방식이다. 세계 최초로 ‘드라이브 바이 와이어(drive by wire)’ 기술이 조향에도 접목된 셈이다.

‘드라이브 바이 와이어’는 전통적인 자동차 내부의 기계장치들을 전자, 전기 장치로 대신하는 기술을 일컫는다. 각종 기어와 샤프트, 벨트, 펌프, 호스 등은 액추에이터와 센서, 전선 등으로 대체된다. 따라서 첨단 전자장비가 자동차의 움직임에 좀 더 직접적으로 개입해 안전도를 향상시키고, 설계 자유도를 높여주며, 무게도 줄일 수 있다.

DAS 역시 이론적으로는 한결 빠르고 직관적인 핸들링을 구현할 수 있다고 말하지만 처음 시도되는 기술이다 보니 효과보다 충분히 숙성되지 못한데 따른 역효과가 걱정됐다. 더구나 핸들링은 안전은 물론 전체적인 운전 질감까지 좌우할 수 있는 중요한 부분이다.

다행히 인피니티가 충분한 담금질을 거쳤는지 시승 중 큰 이질감은 느낄 수 없었다. 자갈길에서 스티어링휠로 넘어오는 잔진동이 생각보다 적었던 점, U턴시 스티어링휠을 끝까지 꺾은 후에도 조금 더 꺾여 돌아가는 점은 기존 방식에 비해 색다른 느낌이었다. 인피니티는 DAS를 얼마 전 새롭게 출시한 Q60에도 장착했으며 앞으로도 확대 적용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하이브리드로 깨운 Q50의 잠재력, Q50S

인피니티는 현재 르노 스포츠팀의 기술 파트너로서 F1에 참여하고 있다. 르노와 닛산(인피니티의 모기업)이 한 식구인 이유도 있지만, 닛산이 보유한 하이브리드 기술이 F1 머신에 유용하게 쓰일 수 있기 때문이다. 반대로 F1에서 얻는 값진 노하우를 양산차에 이식할 수 있음은 물론이다.

Q50S의 경쟁력은 간단하고 명확하다. 364마력 + 12.6km/l + 5,690만 원. 독일 출신 경쟁자들 중 비슷한 출력을 구입하려면 쏘나타 한 대 값은 족히 더 지불해야 하고, 가격을 맞추면 최소 100마력은 양보해야 한다. 공인 복합연비 리터당 12.6km는 200마력 대 모델에나 어울리는 식성이다.

이제 대한민국 길거리에서 수입차를 만나는 일은 편의점에서 수입맥주를 사는 것만큼 일상이 된지 오래다. 단순히 수입차라고 해서 남들의 이목을 끌지 못할 바에야 차 자체를 보자. 하이브리드를 이식한 Q50S의 출력+연비+가격 삼단 콤보는 독일 프리미엄 브랜드의 엠블럼값을 상쇄하고도 남는다.

인피니티 Q50S는 5,690만 원의 ‘에센스’와 6,190만 원의 ‘하이테크’ 두 가지 트림이 있다. 500만 원의 몸값 차이에는 어댑티브 프론트 라이팅 시스템과 어라운드 뷰 모니터, 전방 충돌 경고 장치, 인텔리전트 크루즈 컨트롤, 차선 이탈 경고 시스템 등이 포함된다.

본문, 사진 이광환 carguy@carla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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