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터스 에보라 400을 사야 하는 5가지 이유

조회수 2016. 8. 12. 05:31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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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를 분류하는 기준은 다양하다. 형태에 따라 세단, 해치백, 컨버터블, 쿠페 등으로 나누기도 하고 크기에 따라 경차, 소형차, 중형차, 대형차로 나누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우린 세상의 차를 둘로 나누려 한다. 단순한 이동수단과 즐거움을 주는 동반자 말이다. 무거운 몸을 이끌고 차를 타고 주말 한가한 새벽 도로를 달려본 사람이라면 이 말에 충분히 공감할 것이다.


이런 기준을 들이대면 로터스는 철저하게 후자다. 어느 한 차종뿐만 아니라 브랜드 전체로 운전의 즐거움을 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중에서도 이번엔 좀 특별한 로터스 에보라 400을 만났다.



#01 새로움


2015년 3월 제네바 모터쇼를 통해 처음 등장한 에보라 400은 로터스가 지금까지 만든 양산차 중 가장 빠른 차다. 편집증 환자처럼 가벼움과 핸들링에만 목을 맸던 로터스가 고속 크루징까지 고려해 만든 모델이다.
날 것 그대로의 퓨어 스포츠카에 GT(그랜드 투어러)카의 성격을 가미해 새로운 영역에 도전했다는 뜻. 이를테면 실력파 인디 밴드가 생존을 위해 대중성을 가미하려는 노력의 산물로 볼 수 있다. 그동안 우리가 경험했던 로터스와 닮은 듯하면서도 새롭다.



#02 스타일


에보라의 스타일은 고급과 스포티를 오간다. 엑시지나 엘리스에 비하면 한없이 고급스럽고 애스턴마틴이나 벤틀리가 만드는 두루뭉술한 럭셔리 쿠페보다 날카롭다. 이전보다 그릴의 사이즈를 키워 향상된 파워를 강조했고 블랙 하이그로시(옵션)로 범퍼에 포인트를 준 점도 눈에 띈다.


옆구리를 꼭 죄어 앞뒤의 풍만함을 강조한 섹시미는 여전히 에보라의 가장 큰 매력이다. 완만하게 기울인 리어 윈도의 끝에 꽂은 윙에도 블랙 포인트를 주었고 범퍼 하단의 디퓨저 형태를 조금 더 과감하게 손질했다. 공기역학적인면도 개선했는데 범퍼 양쪽의 날카로운 에지 라인이 대표적이다.



#03 가벼움


GT의 양념이 더해지긴했지만 에보라 400엔 경량화를 목숨처럼 여겼던 콜린 채프만(설립자)의 유전자가 여전히 담겨있다. 자동변속기를 달아 공차중량이 1,425kg으로 수동변속기보다 30kg 무겁지만, 포르쉐 카레라 S(1,500kg)나 BMW M4(1,540kg)에 비하면 여전히 가볍다.


이 모두가 로터스 '경량연구소'의 성과다. 그들이 밥 먹고 하는 일은 부품 하나하나를 그램 단위로 분석해 무게를 덜어내는 것이다. 조금 더 구체적으로 이전 모델과 비교해 그들의 성과를 논해보자. 우선 앞의 버킷 시트 둘에서 6kg의 무게를 덜었다. 뒷좌석은 더 넓어 착좌감이 좋지만 이전보다 3.4kg이나 가볍다.


더 나아가 엔진 마운트와 휠에서 각각 5.6kg과 3.3kg을 줄였다. 이밖에 스티어링 휠과 도어 안쪽의 패널 등의 작은 부품까지 재검토했다. 이전 에보라 S 스포츠 레이서(AT)가 1,460kg이었던 것을 생각하면 상당한 변화다.



#04 편안함


"미친놈" 로터스 에보라를 보고 편안하다고 주장한다면 대번에 이런 답이 날아올 것이다. 맞다. 에보라를 평범한 세단과 비교하면 편안함과는 거리가 멀다. 하지만 그 기준을 로터스 형제들에 맞춘다면 충분히 납득할만하다. 에보라 400은 지금까지 로터스가 만든 그 어떤 모델보다도 편안하다.


우선, 페이스리프트 이전과 비교해 섀시 강성을 양보하지 않으면서도 문턱을 56mm나 깎고 43mm 좁혀 타고 내리기가 수월하다. 물론, 이때도 로터스 패밀리가 기준이다. 가죽과 알칸타라의 고급스러움도 크게 나아졌다. 에어컨과 AV 시스템, 크루즈 컨트롤까지 달렸다.


게다가 엔진을 뒷바퀴 앞쪽에 얹었음에도 2+2 시트 구성을 지녔다. 뒷좌석에 사람을 태울 생각은 버려야 하지만 등받이를 기울일 수 있고 보스턴백은 물론이고 제법 덩치 큰 물건도 휙 던져 놓을 수 있다. 엑시지에선 생각할 수 없는 호사다.


주행 느낌도 형제들과 차이를 보인다. 속도를 높일수록 문짝이 날아갈 것 같던 엘리스나 노면의 주름을 거르지 않고 경추까지 전달하는 엑시지완 느낌이 다르다.



#05 아드레날린


엑시지에 비해 하드코어적인 느낌은 줄었지만, 여전히 달리면서 아드레날린 촉진제 역할은 충분히 해낸다. 에보라의 심장은 V6 3.5L 슈퍼차저다. 토요타에서 가져온 것인데 로터스처럼 소량생산 메이커에서 엔진을 외부에서 수혈받는 건 흔한 일이다. 게다가 이 엔진은 지금까지 경험했던 토요타와 그 맛이 다르다. 기본은 토요타일지 몰라도 에보라에 얹은 이 유닛은 온전히 로터스의 것처럼 느껴진다. 세팅에 따라서 이리 다른 움직임을 보이다니...



스펙 상승도 눈에 띈다. 350마력이던 최고출력이 과급기의 용량을 키우고 수랭식 쿨러를 단 덕분에 400마력으로 올랐고, 최대토크는 40.8kgm에서 41.8kgm로 상승했다. 스포츠나 레이스 모드에선 변속기의 반응도 빠릿하다. 이전보다 편안하면서도 빠르기에 손해를 보지 않았다는 건 로터스의 본거지인 헤델의 테스트 트랙 랩타임으로 증명되었다. 로터스 테스트 드라이버인 가반 커쇼(Gavan Kershaw)가 에보라 400을 몰고 기록한 랩타임이 1분 32초로 엑시지 S와 같다.



몸은 편안한데 감성적인 자극은 여전하다. 와인딩이 이어질수록 편안함과 쾌감의 밀당이 재미지다. 대시보드의 테일 파이프 모양을 누르면 엔진이 '으르렁' 대며 성격을 바꾼다. 이것만으로도 귀가 즐겁긴 하지만 본격적인 자극은 타코미터 바늘을 4,500rpm 이상으로 높일 때부터다. 같은 엔진으로 볼 수 없을 정도로 변화의 폭이 크다. 비트를 한껏 높인 드러머의 연주를 듣는 기분이다. 소리의 매력에 빠져 자꾸만 가속페달을 더 세게 짓누르게 된다.



가벼움이 주는 날랜 움직임과 서스펜션의 하모니는 로터스가 오래전부터 지녔던 매력이다. 에보라 400은 여기에 고속주행 능력이라는 즐거움 하나를 더했다. 수동 모델의 경우 최고시속 300km까지 낼 수 있고 자동의 경우도 280km/h까지 가능하다. 고속 코너링 솜씨도 나아졌는데 더 많은 다운포스로 뒤쪽을 찍어 누르는 느낌이다. 조금 과장하자면 타이어를 노면의 경사에 맞춰 스스로 비틀면서 스티어링 휠의 빨간 띠가 가리키는 방향대로 몸뚱이를 틀어댄다. 잘 달리는 만큼 잘 서도록 브레이크도 손질했다. AP 레이싱의 브레이크 로터를 350mm에서 370mm로 키웠다.



지금까지 에보라 400을 사야 할 이유를 나열했다. 장점만 말해줬다고? 오해를 풀기 위해 몇 가지 단서를 달아야겠다. 우선, 키가 190cm를 넘지 않아야 한다. 그리고 로터스의 브랜드 철학에 공감할 것, 허나 미치진 말아야 한다. 드리프트 찬양자가 아닐 것, 마지막으로 무난함을 쫓는 게으름뱅이가 아닐 것. 당신이 이런 조건에 해당한다면 에보라 400을 위해 쓸 1억7,500만원(기본가는 1억4,500만원)이 전혀 아깝지 않을 거다.


박영문 기자 spyms@encarmagazine.com, 사진 최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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