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케스트라를 집어삼킨 마세라티 더 뉴 콰트로포르테 S Q4 그란루소

조회수 2016. 12. 7. 17:31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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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의 신 포세이돈의 삼지창을 형상화한 브랜드 엠블럼. 신의 영역까지 넘어보겠다는 이야기로 들린다. 그만큼 자신감에 차 있고 그 자신감은 곳곳에서 적나라하게 표출되고 있다. 마세라티의 자신감이 담겨있는 플래그십 모델 콰트로포르테. 이 녀석이 세심한 터치를 거쳐 새로운 모습으로 다시 등장했다. 두 가지 얼굴로 말이다.

페이스 리프트를 거친 6세대 콰트로포르테는 그란루소(GranLosso)와 그란스포트(GranSport) 두 갈래로 나뉜다. 이번에 시승한 모델은 그란루소. 스포츠세단에 고상함을 더 담아낸 것이다. 그렇다고 특유의 감성을 헤치지는 않았다. 이전 모델 대비 꽤 모던한 모습이 많이 강조된 느낌이다. 상어의 코를 형상화했다는 새로운 디자인이 녹아들어 있고, 그릴과 범퍼에 크롬 소재를 더해 강인한 인상으로 변화를 꾀했다. 이 외에도 20인치 휠 등을 더 해 고급스러움을 강조했다. 마치 박물관에 고이 모셔둔 예술품 같은 느낌이다.

더 뉴 콰트로포르테의 운전석에 오르면 고급스러움이 극에 달한다. 실내 거의 모든 부분을 가죽으로 감싸놨고, 시승차에는 에르메네질도 제냐(Ermenegildo Zegna) 옵션이 적용된 모델이다. 이 옵션을 통해 고급스러움을 한층 더 높이고 있다. 센터페시아 중앙에 자리 잡은 8.4인치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의 편의성은 좋았지만, FCA 모델에 사용되는 내비게이션 지도는 차의 품격을 떨어뜨리는 부분이 아닌가 싶다. 또 변속기 앞쪽에 자리한 비상등 버튼의 애매한 위치는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버튼을 누르기 위해서는 손을 구겨 넣어야 하기 때문이다.

콰트로포르테는 디젤엔진을 포함해 총 4가지 엔진 라인업을 가지고 있다. 시승차는 콰트로포르테S Q4 모델로 3.0리터 V6 트윈터보 가솔린 엔진이 숨 쉬고 있다. 스타트 버튼을 누르자 우렁찬 목소리를 토해내며 귀를 자극한다. 오케스트라를 집어삼킨 모양이다. 배기음 하나는 정말 아름답다고 표현할 수밖에 없을 정도다. 배기음을 내기 위해 피아니스트와 작곡가들이 머리를 맞대고 의논을 한다는 것이 사실인가 보다.

가속페달을 지그시 밟자 배기음이 도로를 수놓으며 나아간다. 최고출력 410마력(@5,500), 56.1kg.m의 힘을 가진 것과 달리 의외로 나긋나긋한 모습을 보인다. 400마력 이상의 힘과 50kg.m가 넘는 토크를 가지고 있음에도 머리가 쭈뼛 서도록 움직이지는 않는다. 하지만, 초반부터 꾸준하게 묵직하게 밀어주는 맛이 있다. ZF 8단 자동변속기도 변속 충격 없이 매끄럽게 변속을 이어 나간다. GT카 DNA가 제대로 녹아들어 있는 느낌이다.

조금 더 빠릿한 반응을 원하는 사람을 위한 기능이 있다. 바로 기어 레버 옆에 옹기종기 모여있는 버튼 사이에 위치한 스포츠다. 이 버튼을 누르니 가속페달의 반응이 사뭇 달라지며 금방이라도 튀어나갈 것 같은 자세를 취한다. 또 배기 밸브가 열려 조금 더 웅장한 배기 사운드가 가속을 부추긴다. 이 밖에 서스펜션 모양이 새겨진 버튼을 누르면 서스펜션이 단단하게 세팅을 맞춘다. 특히 매뉴얼 모드를 사용할 수 있는 M 모드에서는 모든 변속을 운전자에게 일임한다. 아무리 엔진 회전수가 올라가도 차가 스스로 변속을 하는 경우는 없다. 오로지 변속의 재미, 스포티한 운전의 재미를 운전자에게 전달하려는 기특한 모습이다.

힘은 넘쳐나지만 3m가 넘는 휠베이스를 가진 차가 스포츠 주행에 어울릴까? 이 질문에 답은 간단하다. 충분히 과격한 주행이 가능하다는 것. 스포츠 모드에 서스펜션의 강도를 조절하고, 매뉴얼 모드로 바꾸면 이 녀석의 숨겨진 과격함이 드러난다. 이리저리 굽이치는 도로에서도 쉽게 노면을 놓치는 법이 없다. 무게와 길이 등에서 오는 압박이 있지만 실제로 몰아보면 앞서 말한 걱정은 저 멀리 사라진다.

속도를 높여 달리다 코너에서 브레이킹. 묵직하게 차를 잡아주며 속도를 줄인다. 그리고 코너 공략. 흐트러짐 없이 정갈한 자세를 유지한다. Q4 사륜구동 시스템이 도움을 준다. 전륜과 후륜에 각각 5:5에서 0:10까지 동력 배분이 가능하다. 실제로 동력이 옮겨가는 찰나를 느낄 수 없을 만큼 깔끔하게 움직인다.

주행 중 느껴진 한 가지 아쉬운 점은 바로 효율성이다.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I.C.E(Increased Control and Efficiency) 모드를 만들어놔 정차 시에 잠시 엔진이 쉴 틈을 주지만 체감되는 효율성은 낮은 것이 사실이다. 마세라티만의 감성에 효율성까지 동시에 느끼고 싶다면 디젤 엔진이 탑재된 모델을 선택하는 것이 현명할 것 같다. 자주 주유소에 들러 기름을 넣고 싶지 않다면 말이다.

마세라티 더 뉴 콰트로포르테는 브랜드의 자신감이 듬뿍 담긴 모델이 틀림없다. 어느 길에서도 당당하고 우아한 모습을 뽐냈고, 마세라티 특유의 아름다운 배기음은 어느 차와 견줘도 부족한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옵션으로 적용된 바우어 앤 윌킨스(B&W) 사운드 시스템에서 흘러나오는 풍부한 노랫소리를 줄이게 할 정도니. 물론 마세라티의 감성에 취하기 위해서는 2억에 가까운 금액(시승차 기준)을 지불해야 한다. 다소 높은 금액이기는 하지만 다름을 추구하는 경제적 능력을 갖춘 사람이라면 선택의 이유는 충분하지 않을까.

허인학 기자 heo@ridema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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