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외모지상주의 저격! 쉐보레 캡티바

조회수 2016. 4. 27. 15:31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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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인정할 건 인정하려 한다. 앞모양을 힘을 주긴 했지만, 세월의 티를 벗어나기엔 역부족이었음을. 아울러 이 부분으로 대중의 질타를 받은 것 또한 사실이고 기자 역시 시승을 마친 지금까지 많은 아쉬움이 남았다는 것을 말이다. 하지만 분명한 건 이러한 단점이 운전대를 잡는 순간만큼은 말끔히 사라진다는 점이었다. 정말이다. 이따금 투박한 스티어링 휠과 단조로운 계기반이 눈에 들어오긴 하였으나, 캡티바가 만들어낸 만족스러운 주행질감 앞에선 날선 비판의 칼날보다 말랑말랑하고 유한 마음이 앞섰다. 다시 말해서 생김새는 세련되지 못했지만, 자동차가 갖춰야할 본질은 어느정도 꿰뚫고 있었다는 얘기다.

기대이상으로 달가웠던 움직임

애초에 기대를 안하면 실망도 없을뿐더러 오히려 예상치 못한 호재에 즐거움이 두 배가 되는 법. 그러나 잠깐의 심리적인 효과는 그리 오래가지 않는다. 실체가 고개를 드는 순간 기대가 사그라져 서다. 이런 의미에서 캡티바의 움직임은 기대이상으로 달가웠다. 잘 나갔고 잘 섰으며, 시시각각 변하는 노면 상황에서도 자세를 쉽게 잃지 않았다. 물론, 중형 SUV란 틀 안에서 말이다. 이 차의 파워트레인은 2.0리터 디젤 엔진과 6단 자동 변속기. 최고출력 170마력, 최대토크 40.8kg.m의 동력성능을 발휘한다. 수치상으로도 부족함이 없고, 체감상 가속력도 나쁘지 않았다. 여기에는 1,750rpm부터 터지는 풍부한 토크와 변속기의 빠른 응답성 영향이 컸는데, 엔진과 잘 어우러지는 기어비 세팅으로 강한 출력을 고속 영역까지 전달하는 능력도 상당했다.

덕분에 속도계 바늘 움직임에 답답함이 없었다. 시속 100km 이상의 속도에 도달하는 건 시간 문제였다. 고속에서의 안정감도 높았는데, 차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는 무리한 주행만 삼가면 불안감은 거의 느낄 수 없었다. 승차감은 부드러움에 가까웠다. 노면에서 올라오는 크고 작은 충격이 유연하게 걸러지는 느낌을 받았다. 많은 사람을 태우고 짐을 싣는 다목적 차의 특성을 잘 반영한 게 아닐까 싶었다. 다만, 단단함과 거리가 있는 하체 세팅으로 굽이진 길을 돌아 나갈 땐 약간의 롤이 느껴지는데, 이 차는 스포츠 SUV가 아니기에 크게 문제될 건 아니었다. 더군다나 엔진 토크와 네 개의 휠에 각기 다른 제동력을 분배하는 차체 제어 시스템이 보조하고 있어 너무 급격한 코너만 아니면 그렇게 불안하지 않았다.

브레이크 페달 전개 시에는 무게 중심이 앞으로 쏠린다는 느낌이 적어 좋았다. 주행모드는 스포츠가 준비되어 있었으며, 일반 모드에 비해 저단 기어 유지 범위를 넓혀 엔진의 반응 속도를 끌어올린 것이 가장 큰 특징이었다. N.V.H 성능도 기억에 남는데, 디젤 특유의 진동 소음을 꽤나 잘 억제돼 있었다. 고속에서의 풍절음은 껑충한 자세 때문인지는 몰라도 좀 들이쳤다. 그러나 그렇게 심한 정도는 아니었다.

이렇다 할 단점을 꼽기 어려웠다. 캡티바는 자신의 한계 내에서 최대한의 몸놀림을 구현하고 있었고 그 과정이 너무 과하지도 또 모자라지도 않았다. 외적인 콤플렉스 역시 말끔히 씻어냈다. 진정 몰아봐야 그 진가를 알 수 있는 차였다.

달리기 이외의 것들에 대해서

몰면 몰수록 디자인은 캡티바의 '적'이란 생각이 들었다. 내용물은 괜찮은데, 포장이 이를 못 따라가는 형국이었다. 특히, 옆면과 뒷면, 인테리어는 보고 있기가 안쓰러운 수준이었다. 아무리 부분변경 모델이지만, 유지하지 않아도 될 걸 유지하는 것 같았다. 그런 와중에도 앞면 생김새가 멋스럽게 바뀐 점은 다행이었다. 크롬 그릴과 LED 주간주행등이 현대적인 분위기를 연출했다. 실내는 깔끔한 그래픽 디자인이 포인트인 최신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이 들어가 겨우 신차다운 구색을 맞춰주고 있었다. 센터페시아의 레이아웃이나 계기반 모니터 그래픽, 추억을 자극하는 운전대 디자인은 너무나 구식에 가까웠다.

편의장비도 성에 차진 않았다. 무엇보다 아이폰을 사용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내비게이션을 사용할 수 없었던 점은 아직도 이해가 가질 않는 면이었다. 애플 카플레이를 못쓰는 사람들을 위해 별도의 방안을 마련했어야 했다. 그나마 사운드 시스템은 후한 점수를 주고 싶은데, 이름있는 브랜드 제품이 아니었지만 입체적인 음장감에 귀를 즐겁게 어루만져 줬기 때문이다. 이처럼 수많은 단점 사이에서도 정말 눈이 가는 장점이 하나 있었으니, 바로 공간 활용성이었다. 2열과 3열 시트를 접어 총 6가지의 시트베리에이션을 만들어낼 수 있었고, 1열을 제외한 모든 시트를 다 접을 경우엔 이삿짐을 실어도 될 만큼 널찍한 공간이 펼쳐졌다. 과연 SUV란 장르에 부합하는 면모였다.

여전히 아쉬운 모양새, 그래도

편의품목이야 개선할 의지가 있으면 얼마든지 추가할 수 있는 부분이나, 디자인은 시승기를 마무리하는 시점까지도 안타까움이 앞섰다. 주행감각만 놓고 보면 확실히 경쟁 차종에 밀릴 것이 없는데, 결과적으로 그놈의 외형이 제살깍아먹기란 씁쓸한 어휘에 딱 들어맞았다. 새 차인데 새로움이란 근처에 가기에도 부족한 모습이었다. 그래도 외모보단 차가 갖고 있는 본질을 중시하는 소비자도 있을 터. 그들에게는 이만한 차도 없지 않을까 하는 게 개인적인 의견이다. 차와 하나가 돼 도로를 달려 나가는 그 느낌에서 비로소 구식이라는 녹슨 쇠사슬을 벗어 던지고 자신감으로 가득 찬 참신함을 맛볼 수 있어서다.

문서우 기자 msw@ridema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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