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터스 엑시지S, 경량 하드코어 스포츠카

조회수 2016. 4. 6. 21:31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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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게 엎드린 차체, 주변 공기는 다 빨아들일 듯이 크게 벌린 공기 흡입구, 풍만한 리어 펜더는 이차의 성격에 대한 충분한 메시지다. 짙은 컬러의 바디워크는 존재감을 과시하기 충분했다. 경량 스포츠카의 대명사 로터스 엑시지S의 첫 인상이다.


글_김경수, 사진_최진호



시트는 딱딱하고 스티어링 휠은 돌처럼 무겁다. 신호등은 낮은 차체와 바짝 다가선 루프라인이 가려 보이지 않는다. 내비게이션? 스마트폰 하나 던져 놓을 컵 홀더 조차 없다. 그러나 이 불편함이 불쾌하지 않았다. 오히려 유쾌하고 설레는 반전으로 이어진다. 자동차를 굳이 좋아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엉덩이가 땅에 닿을 것 처럼 착 달라붙은 이런 시트에 오르면 누구나 오늘은 무언가 다른 경험을 하게 될 것이라고 생각할 법하다. 로터스 엑시지S는 불편하지만 새로운 경험을 하게 만든다.



로터스 엑시지S, 어디서 시승을 해야 하고 포토그래퍼에게는 어떤 사진을 요청해야 할 지 정하지 않아 머리 속이 복잡했다. 하지만 키를 건네 받았을 무렵 어지러운 고민의 조각들은 제자리를 찾아가기 시작했다. 로터스 엑시지S는 어떤 도로에서든 입이 쩍 벌어질 만큼 짜릿한 로터스만의 운전감각을 발휘하며 운전자를 극한의 재미로 몰아붙인다.



민첩함을 향한 집념이 만든 디자인


“엔진 출력을 높이면 직선 구간에서 더 빨리 달릴 수 있다. 그러나 차의 무게를 줄이면 모든 구간에서 더 빨리 달릴 수 있다” 로터스 창업자 콜린 채프먼의 한마디는 로터스의 장점을 한 번에 설명하는 중요한 말이다. 요즘 자동차회사들이 다운사이징에 안간힘을 다하고 있는 것을 보면 콜린 채프먼의 선견지명은 더욱 빛난다.



엑시지S는 민첩하게 달리기 위한 것 이외에는 아무것도 없다. 뒷좌석이 없다고 불평하는 ‘스포츠카 무식자’들에게는 옆자리도 있음을 말해주고, 트렁크 공간을 질문하는 사람들에게는 V6 엔진이 가득찬 엔진룸의 멋들어진 자태를 들이민다. 인테리어는 그야말로 단순함의 극치다. 쿠션감이라곤 눈곱만치도 없는 시트에 푹 파묻히면 먼발치에 알루미늄으로 깎은 페달만 둥지 위 아기새 마냥 볼톡 솟아올라 있다.



실내 곳곳에도 그대로 드러나있는 알루미늄 뼈대와 등 뒤에 그대로 보이는 엔진룸은 무언가 비장함마저 느껴지는 분위기다. 스티어링 휠은 또 어떤가. 인포테인먼트 기능이 잔뜩 들어간 최근 자동차들에 비하면 운전에만 집중하라는 무언의 메시지를 담은 듯 간결하다. 오로지 단 하나의 목표에 집중한 로터스 엑시지의 외모는 마치 옥타곤에 선 격투기 선수의 체지방 없는 등근육 같았다. 이 외에도 영국식 경량 스포츠카 특유의 터치가 농밀하게 베어 있다.



직관적 파워로 무장한 스프린터

로터스 엑시지S의 심장은 V6 3.5L에 슈퍼차저 과급방식을 채택해 345마력을 발휘한다. 1,200kg이 채 되지 않는 가벼운 몸을 이리저리 가누기에는 차고 넘치는 수준이다. 무게당 출력비 1kg당 3.4마력 정도로 압도적 수치를 자랑한다. 여기에 로터스의 제어 시스템(DPM)이 적용되는데 투어, 스포트, DPM 해제 등 3가지 주행모드로 자세제어장치와 엔진 등의 세팅에 미세한 변화를 준다. 물론 운전자의 체감은 절대 ‘미세’한 수준은 아니다.



무거운 스티어링휠 감각은 가장 먼저 맞닥드릴 로터스 엑시지S의 관문이다. 이 문턱을 넘어서면 이제는 엉덩이를 쿵쿵 때리는 단단한 서스펜션에 적응해야 한다. 더불어 낮은 차체로 인해 새로운 시야가 열리는 경험도 선사한다. 손끝에서 발끝까지 긴장하던 그 순간 넓은 도로에서 힘껏 밟은 엑셀 페달은 차의 봉인을 해제하는 순간이었다. 끝을 모르는 가속력을 발휘하며 차체를 밀어 낸다. 정지상태에서 100km/h까지 걸리는 시간은 대략 4초 남짓.



가로배치 구조의 V6 엔진이 한꺼번에 힘을 폭발시키는 펀치력은 마치 등에서 댐이 터져 물이 방류되는 듯 한꺼번에 힘이 쏟아진다. 특별한 느낌이다. 정신이 아찔할 만큼 강력한 가속력을 경험하고 나면 이번에는 코너링에서 다시 한번 감탄이 이어진다. 도로를 칼로 째고 나가듯이 궤적을 그려나갔다. 경량화라는 눈에 보이지 않는 마법이 최고조의 빛을 발하는 순간이다. 7,000rpm으로 돌아가는 광기마저 서린 사운드는 지면에 달라붙은 냉철한 핸들링과 묘한 대조를 이뤘다. 보통의 자동차에서는 느낄 수 없는 로터스만의 분명한 희열과 즐거움이었다.



로터스 엑시지S가 발휘하는 가속력은 직선 도로에서 빛났고, 선회력은 굽은 도로에서 또 한 번 매력을 뽐냈다. 경량화의 가치를 이처럼 매력적으로 드러냈던 자동차는 손에 꼽는다. 그만큼 로터스는 특별했다.

한낱 쇠로 만든 기계 덩어리에 불과한 자동차에게 감성까지 바란다는 게 욕심일 수 있지만 감성이 배제된 차는 매력도 없다. 또 감성이 어설프거나 군데 군데 비어있으면 미련이 생기고 쉽게 질린다. 로터스는 민첩하게 달리기 위한 목표에 수십 년 간 치열하게 집중했다. 어설픔이라곤 찾아보기 힘든 이유다. 몇 살까지 엑시지S의 무거운 스티어링 휠을 마음껏 잡아 돌릴 수 있을 기력이 될지 모르겠지만 계속해서 이런 감성을 놓치지 않고 싶었다. 늦은 저녁 한번 더 주차장으로 달려갔다.



Editor’s point


로터스 엑시지S는 기본가격만 1억 2,600만 원이다. 시승차는 옵션 포함 1억 4,500만 원선. 높은 가격만큼 소수의 사람에게만 문을 열어준다. 로터스 엑시지S는 너무도 매력적이고 중독적이라서 앞뒤 가리지 않고 덤벼들 ‘드라이빙 환자’들에게 추천할 수 있다. 다만 명심하시라. 로터스 엑시지S에게 사로잡힌 ‘환자’라면 치료제를 찾기란 쉽지 않을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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