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달리는 콘서트장, 링컨 MKX가 그 어려운 걸 해냅니다

달리는 콘서트장

기자는 어릴 적 좀 산다는 집 아들과 친하게 지냈다. 그 덕에 그 집에 놀러 갈 때 마다 거실 벽 한 켠을 가득 메운 ‘전축' 소리를 자주 들을 수 있었다. 비록 만화영화 노래를 자주 틀긴 했지만, 대형 스피커에서 뿜어져 나오는 요리 보고, 저리 보는 둘리 주제가는 실로 압도적이었다.

오랜 세월이 지난 지금, 둘리송 대신 클래식과 힙합을 두루 즐길 줄 아는 나이가 됐다. 지친 하루 끝에 즐기는 드라이브와 음악은 합법적인 마약과 같다.

링컨이 지난 3월 출시한 신형 MKX는 이를 위한 최적의 차다. 평범한 SUV에서는 느낄 수 없는 풍부한 음질과 빈틈 없는 방음은 ‘달리는 콘서트장'이라는 식상한 표현을 다시 끄집어내게 만든다.

스피커 19개

오로지 달리기에 근본을 둔 로터스 엑시지에는 스피커가 4개 달려 있고, BMW의 기함 7시리즈에는 이보다 네 배나 많은 16개가 달려있다. 그런데 MKX는 여기서 3개 더 많은 총 19개의 스피커가 있다.

MKX에 적용된 ‘레벨’ 스피커는 유명 스피커 회사 ‘하만'이 만든 하이엔드급 서브브랜드다. 기자와 함께 시승에 참여했던 일부 스피커 전문가는 생소한 브랜드라고 했다. 차에 오르기 전, 레벨스피커의 성능에 반신반의하는 듯 했으나 차에서 내릴 때는 모두가 ‘훌륭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스피커 19개는 문짝과 A필러 뿐만 아니라 천정을 비롯한 다양한 곳에 숨어 있다. 탑승자의 귀 위치에 맞게 아주 세심하게 세팅됐다고 한다. 요즘에는 보통 블루투스 연동으로 음악을 트는데 거기에 최적화된 하만의 ‘클래리파이(Clari-Fi)'라는 기술도 적용됐다.

임장감 뛰어난 음향 시스템

스피커 덮게는 보통 직물소재로 감싼다. 소리를 최대한 있는 그대로 내보내기 위해서다. 그런데 MKX는 타공이 뚫린 알루미늄 재질이 스피커를 덮고 있다.

스피커 특허를 다수 취득한 한 음대 교수는 “덮개를 금속으로 마무리할 경우 ‘츠’, ‘트', ‘프'와 같은 치찰음에서 소리가 깨지거나 이질감이 느껴지기 쉬운데 MKX는 그런 게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MKX에 내장된 엠프와 스피커간 조화가 아주 잘 돼 있고, 저-중-고 각 영역의 소리가 아주 매끄럽기 때문에 임장감(현장에서 듣는 듯한 감각)이 뛰어나다"며 MKX의 음향시스템을 칭찬했다.

우수한 방진, 방음

아무리 스피커가 좋아도 방진, 방음이 제대로 돼 있지 않으면 제대로 된 사운드를 즐기기 힘들다. 자동차는 철판으로 돼 있기 때문에 고성능 스피커를 장착할 경우 진동을 잘 잡아야 한다.

실내 문짝에 붙은 스피커가 이례적으로 두툼하게 튀어나온 것으로 봐서는 뒷쪽에 방진방음용 내장재를 두툼히 덧댄 것으로 보인다. 트렁크에까지 흡음에 도움이 되는 카페트를 깔아 음질의 순도를 높였다.

조용한 가솔린 엔진

무엇보다 MKX에는 가솔린 엔진이 장착돼 있는 것이 좋은 음질을 즐기는데 도움이 된다. 국내에서는 디젤 SUV가 대세를 이루고 있지만 고품질 사운드를 즐기기 위해서는 가솔린 엔진이 유리하다. 디젤엔진보다 소음과 진동이 적기 때문이다.

모든 창문에도 이중접합 유리가 사용돼 외부소음을 한번 더 걸러준다. 문틈새도 아주 잘 막았다. 프리미엄 브랜드다운 꼼꼼한 마감이다. 역음파로 소리를 잡는 노이즈 캔슬링 기능도 적용됐다.

청각의 시각적 고급화

고급스러운 소재로 꾸며진 MKX의 실내는 고품질 사운드를 한층 업그레이드 시켜준다. 청각의 시각적 고급화로 봐도 되겠다. 대시보드는 브라운 계열의 가죽으로 감쌌고 모서리에는 스티치를 박아 디테일을 살렸다. 시트에는 자연스럽게 주름이 잡히는 고급스러운 가죽이 몸을 부드럽게 감싼다.

실내 디자인의 백미는 오디오 버튼이다. 반짝거리는 금속으로 제작된 두 개의 다이얼은 마치 최고급 오디오의 것을 그대로 가져온 듯 하다. 촉촉한 조작감이 신뢰감을 더한다.

넓고 안락한 실내

차체는 길이 4,830mm, 높이 1,690mm, 폭1,935mm다. 현대 싼타페보다 약간 더 크고, 맥스크루즈 보다는 작다. 하지만 앞뒤 바퀴 사이 거리가 맥스크루즈보다 48mm나 길다. 당연히 실내는 아주 넉넉하다.

상당히 두툼한 앞좌석시트를 맨뒤로 밀어도 다리공간에 여유가 남는다. 앞좌석 임신한 아내와 뒷좌석 부모님, 그리고 아이들까지 한꺼번에 넉넉히 태울 수 있다. 뒷좌석에는 등받이 조절기능이 있다. 음악틀어놓고 눈 붙이면 잠이 절로 온다.

시원한 가속감 보이는 340마력 엔진

자 여기까지 살펴보니 MKX는 스피커 좋고, 조용하며 안락하다. 그렇다면 달리기 성능은? 전형적인 미국차 느낌이지만 상당히 준수하다. 일단 가속페달을 발으면 힘이 남는다. 최고출력 340마력을 내는 2.7리터 에코부스트 엔진은 꾸준하게 차를 밀어붙인다.

낮은 RPM에서 최대토크 53kg.m이 나오지만 초반 가속에서는 살짝 굼뜬 가속을 보인다. 아무래도 차체 무게가 약 2.2톤이나 되는 것이 다소 부담으로 작용한 것 같다.

그러나 한번 속도가 붙기 시작하면 사이다가 따로 없다. 아주 시원하게 가속한다. 아이신 6단 변속기는 킥다운 시 반응이 그리 빠르지는 않다. 급가속 하려고 하면 한박자 쉬고 앞으로 나가지만, 음악 들으면서 부드럽고 우아하게 타는데는 알맞은 세팅이다.

정지상태에서 급가속할 경우 2단은 50km/h근방, 3단은 80km/h 언저리에서 변속된다. 4단은 140km/h에서 활약한다. 고속주행에서도 RPM을 높게 가져가면서 가속에 대한 갈증을 깨끗하게 해소한다.

우아한 감각의 서스펜션

유럽산 경쟁 SUV가 도로 위 기분 나쁜 요철을 아주 기분 좋은 진동으로 전달한다면, MKX는 요철을 아예 삭제해버리는 듯한 재주가 있다. 웬만한 진동은 알아서 다 처리하기 때문에 수입 SUV 중에서 MKX만큼 우아한 주행감각을 보여주는 차는 없을 듯 하다.

그래도 미국차 느낌은 사라지지 않았다. 스트로크를 길게 가져가는 특징은 여전하다. 과속 방지턱 같은 큰 요철을 넘고나서 다소 여운을 남긴다. 앞쪽에 맥퍼슨 스트럿 뒤에는 멀티링크 서스펜션이 장착돼 있다.

코너링은 의외로 뛰어나다. 스트로크가 길고 부드러운 세팅이라 나도 모르게 코너링 실력은 기대하지 않았다. 근본적으로 무게 중심이 다소 높은 것을 생각해봐도 수준급이다.

네 바퀴에는 포드 익스플로러에도 장착된 인텔리전트 4륜구동이 탑재돼 있다. 평소에는 앞바퀴로 달리다가 힘이 필요할때는 네바퀴에 토크를 나눠쓰는데 코너링에서는 익스플로러 보다 훨씬 안정적으로 코너를 돈다.

코너에 진입할때는 살짝 언더스티어 성향을 보이다가도 코너를 반쯤 돌아나올 때는 이내 자세를 바로 잡는다. 이 정도면 기대 이상이다. 무게배분도 52:48로 전륜기반의 4륜구동차에서는 멋진 비율이다. 기본적으로 신경을 많이 쓴 것 같다.

다만, 시트 포지션이 너무 높은 것이 아쉽다. 미국사람들 체형에 맞춘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함께 시승했던 어떤 여성은 조수석에서 발이 바닥에 닿지 않기도 했다. 차체 무게중심은 어느 정도 잡혀 있는 느낌이지만 시트도 좀 더 낮출 수 있도록 해주면 좋겠다.

MKX는 BMW X5나 렉서스 RX와 경쟁한다. 그러나 가격은 BMW X3수준(MKX는 5,750만원부터)이다. 최고급 오디오 시스템에 고급스러운 실내, 준수한 성능까지 동급에서는 가장 가격 경쟁력이 뛰어나다.

무게 2.2톤에 2.7리터 가솔린 엔진이 장착된 터라 연비는 그리 좋지 않다. 3일 동안 측정한 실연비는 6.7km/l를 기록했다. 실연비는 복합 7.6km/l다.(도심 6.6km/l, 고속 9.3km/l)

MKX 구매를 고려하고 있다면 6,460만 원짜리 리저브 모델을 사는 것이 좋다. 아랫급 5,750만 원은 파워트레인이 리저브와 같지만 레벨 오디오,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 사각지대 경보 시스템, 주차보조기능, 360도 카메라 등 여러 옵션이 빠져 있다.

카랩 신동빈 everybody-comeon@carla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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