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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8 SPECIALIST

자동차생활 입력 2016.11.11. 10:00 수정 2016.11.11. 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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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8 SPECIALIST
세계 최고의 V8 엔진을 얹고 있는 차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성격은 판이하게 달랐지만, 각 브랜드의 철학을 이해하는 데는 전혀 부족함이 없었다. * 구성 류민 기자 사진 최진호
#1 카마로 SS, 488 GTB, GLE63. 그렇다. 다소 생소한 조합이다. 물론 비교 시승은 아니다. 이달 우리는 V8 엔진에 빠져보기로 했고, 여기에 일가견이 있는 브랜드부터 추려냈다. 그 결과 GM(쉐보레), 페라리, 메르세데스 벤츠가 남았다. 성격이 판이하게 다른 차들이 모였지만 별 상관없다. 아니, 오히려 잘됐다 싶었다. 각 브랜드의 철학을 이해하기에는 이편이 더 나아보였으니깐. 그것보단 여기에 포드를 끌어들이지 못한 게 못내 아쉬웠다.
#2 V8은 ‘엔진의 왕’이다. 물론 10, 12, 16기통 등 더 큰 엔진도 있다. 하지만 크기와 무게, 그리고 출력 등을 모두 고려하면 V8만 한 엔진이 없다. 대부분의 자동차 브랜드가 고성능 모델/스포츠카에 V8을 핵심 엔진으로 삼는 것도, 우리가 이달에 V8 엔진에 주목하기로 한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3 우르릉 쾅쾅. 청명한 가을 하늘 아래 세 개의 V8 엔진이 쉴 새 없이 공기를 뒤틀었다. 소리는 장엄했고, 우리의 웃음소리는 끊이질 않았다. 사실 브랜드의 철학이니 차의 성격이니 이런 거 다 필요 없다. V8을 겪어본 사람이라면 이해할것이다. V8은 그 소리만으로도 존재 가치가 충분하다는 것을. 그래도 오늘 모인 차들의 성격을 한마디로 정의하자면이렇다. 카마로 SS는 담백했고 488 GTB는 정교했으며 GLE63은 사치스러웠다.

아메리칸 머슬카의 진수

CHEVROLET CAMARO SS
V8 엔진의 역사는 꽤 오래됐다. 1914년 캐딜락이 양산형 V8을 최초로 만들었으니 벌써 100년이 넘었다. V8의 주무대는 미국이다. 기름 걱정이 없어서 덩치 크고 무거운 차가 유행하던 미국 시장에서는 최소한 V8 정도는 달아야 했다. 고성능보다는 최소한의 힘을 보장하는 일반 엔진이었다. 그중에서도 1955년 쉐보레가 선보인 스몰블록은 미국 V8의 대표로 꼽힌다. 배기량은 265입방인치(4.3L)로 348입방인치(5.7L)인 빅블록V8과 구별하기 위해 ‘스몰’로 불렀다. 이름에서 유추할 수 있듯이 스몰블록은 중소형차에 종종 쓰였다.자동차 회사가 엔진 만드는 게 뭔 대수냐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스몰블록은 다르다. 6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기본 설계를 이어오고 있으니 말이다. 이는 1911년시작된 쉐보레 역사에서 가장 큰 업적으로 꼽힌다. 이물건은, 쉐보레와 GM을 통틀어 가장 대중성이 높은V8로 자리잡았다. ?
역사와 대중성만 가지고 스몰블록 V8을 평가하는 것은 지극히 단편적인 발상이다. 28개월 만에 이처럼 완성도가 높은 엔진을 개발한다는 게 어디 그리 쉬운 일인가. 스몰블록은 크기가 매우 작은데, 여기에는 OHV방식이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현재 대부분의 엔진은 두 개의 캠샤프트와 이를 구동하는 스프로켓을 배치하는 DOHC 방식을 쓰기 때문에 크기와 무게가 늘어날 수밖에 없다. 반면 OHV는 실린더 헤드에 밸브와 밸브 스프링, 로커암으로 구성되므로 엔진 크기가 작아진다. 게다가 스몰블록은 부품이 가볍고 설계가 단순해 신뢰성이 높다. 100여 종의 변형 엔진이 나왔지만호환 부품이 많아 튜닝도 간편하다. 작은 크기와 튜닝용이성 때문에 미국에서는 스몰블록으로 스왑하는 일이 많다. 보통 2,000cc 엔진이 들어갈 엔진룸이면 들어가기 때문에 차종을 가리지 않고 넣을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시대를 초월한 전통

스몰블록은 ‘가장 오랜 시간 생산 중인 엔진’이라는 타이틀을 달고 있다. 크게 LT와 LS 계열로 나눠지며 지금까지 1억 대 이상 생산됐다. 이처럼 유서 깊고 명성 높은 엔진이지만 국내에서는 이를 경험하기가 쉽지 않았다. 국내 수입차 시장은 독일차 편향이 심하다. 특히스포츠카 분야는 더하다. ‘아메리칸 머슬’은 국내 취향이 아니라며 업체들도 외면했다. 그나마 희망은 최근들어 희소성 짙은 차를 찾는 분위기가 확산되며 아메리칸 머슬이 하나 둘 선보인다는 점이다. 포드코리아는 최신 머스탱에 V8을 얹은 GT 모델을 추가했다. 마니아들의 심장을 후끈 달아오르게 한 사건은 비교적 최근에 벌어졌다. 쉐보레가 카마로 SS를 팔기 시작한 것이다. 국내에서 구형 카마로는 V6 3.6L 엔진을 얹은 ‘무늬만 카마로’였다. 하지만 신형은 C7 콜벳에 얹은 바로 그 엔진, 5세대 스몰블록 LT1 V8 6.2L를 얹은SS를 판다. 게다가 카마로는 수입차이긴 하지만 쉐보레 유통망을 이용하니 국산차나 다름없다. 값도 5,098만원에 불과(?)하다.
배기량은 정확히 6,162cc다. 최고출력은 5,700rpm에서 453마력, 최대토크는 4,600rpm에서 62.9kg·m를 발휘한다. 과급기가 난무하는 시대라 V8 6.2L로이 정도밖에 내지 못하냐는 소리가 나올 법하다. 하지만 수치에 대한 맹신을 버리면 스몰블록의 매력이 드러난다. OHV는 고회전에 불리하다. 그러나 미국 시장에서는 고회전이 그리 중요하지 않다. 작은 배기량으로 쥐어짜는 것보단 대배량으로 뽑아내는 저회전토크를 중시한다. 그리고 여기에 묵직한 배기 사운드가 어우러진 것이 아메리칸 머슬카의 오랜 특성이자매력이다.
최근 스몰블록은 고회전 영역의 성능을 키우는 등 약점을 개선했다. 카마로 SS의 V8에는 가변 밸브 타이밍과 직분사, 그리고 액티브 퓨얼 매니지먼트 등의 최신기술들이 녹아들었다. 이런 개선에도 여전히 경쟁사의 4L급 V8 DOHC 터보 엔진보다 무게가 20kg 가량가볍고 길이는 10cm 정도 짧다.

저회전 토크가 매력인 대배기량 자연흡기

시동 버튼을 누르니 V8이 ‘그르릉~’ 소리를 낸다. 낮게 깔리는 사운드가 성능에 대한 기대를 키운다. 가속페달을 살짝 건드리자 불쑥 치고 나간다. 좀 세게 밟으면 우악스럽게 밀어붙이고, 급가속을 하면 몸이 시트에 달라붙는다. 앞 차축이 정확하게 1자로 정렬되어 있지 않으면 동시에 뒤가 뒤틀린다. 험하게 다루면 넘치는 힘을 자신도 주체할 수 없다는 신호다. 물론 자세제어장치가 곧바로 수습하기 때문에 불안하지는 않다. 니아들이 동경하는 번아웃도 어렵지 않게 해낼 수있다.
요즘 시대에 자연흡기는 고대 유물 같은 존재지만, 그만큼 희소성이 높다. 자연흡기는 회전대가 높아지면서 차곡차곡 불어나는 토크가 매력이다. 그런데 카마로 SS는 좀 다르다. 배기량이 6.2L나 되기 때문에 저회전 토크가 막강하다. 절반이 넘는 토크를 미리 발산한다. 토크 커브도 정비례가 아니라 급격하게 치솟는타입이다. 1,000rpm에서 토크가 약 30kg·m가 나오고 3,000rpm까지 58kg·m 수준으로 치솟는다. 이어서 5,700rpm까지 나머지 토크를 분출해 62.9kg·m에 도달한다. 정점에 이른 토크는 6,500rpm에 이르러46kg·m로 떨어진다. 중저속 회전대에서 이미 토크의 92% 정도가 나오기 때문에 터보의 토크감이 전혀아쉽지 않다. 오히려 초반부터 최대토크로 밀어붙여 밋밋한 터보와 달리 강한 힘에서 더 강한 힘으로 도약하는 가속감이 짜릿하다.
속도감은 오묘하다. 감각과 실제 속도의 괴리가 느껴진다. 가령 이 정도 가속이면 시속 100km 정도여야 하는데 실제로는 시속 150km 이상을 가리킨다. 조용하고 부드러워 속도감이 느껴지지 않는 것과는 좀 다르다. 공간이동 하듯 속도를 건너뛰는 그런 기분이다. 때문에 시내 주행 때는 제한속도를 넘기기가 일쑤라 계기판을 수시로 체크해야 한다.
변속기는 8단 자동이다. 변속 감각은 부드럽고 상향은 빠르게, 하향은 조금 여유를 두는 패턴이다. 기어비는 대배기량 엔진에 알맞게 1~3단은 넓고, 5단부터는 촘촘하다.
스몰블록은 묵직한 중저음 배기음이 일품이다. 그런데 스포츠카치고는 방음이 잘 되어 있어서 실내에서의 감흥은 조금 떨어진다. 바깥에서 들을 때 감동이 더크게 밀려온다. 아무래도 실생활 주행에 비중을 둔 세팅인 듯하다.
카마로 SS는 스몰블록이 빚어낸 아메리칸 머슬 특유의 개성이 빛난다. 터보 시대라고 해도 GM이 유서 깊은 스몰블록을 없애는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유행도 좋지만 쏠림은 다양성을 해친다. 스몰블록 V8은계속해서 존재해야 하고 카마로 SS는 V8 엔진의 당위성을 다시 한번 확인시키고 있다. * 글 현성현

브랜드 역대 최강의 V8

FERRARI 488 GTB
“우린 결코 배기가스 규제 때문에 터보를 도입한 게 아니에요.” 지난해 6월, 페라리 본사에서 열린 488 GTB 프레젠테이션. 제품홍보 총괄 마테오 토레는 V8 엔진에 터보를 물린 당위성을 설명하느라 진땀을 뺐다. 여러 이유 중 하나가 이산화탄소 배출량 규제 때문인 걸 빤히 알면서도, 기자는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그와의개인적인 친분 때문은 아니었다. 이날 페라리가 보여준 각종 수치가 이성을 움직였다. 특히 458 이탈리아의 V8 4.5L 자연흡기 엔진과 비교한 제원표가 인상적이었다. 488의 최고출력은 670마력이다. 458보다 배기량을 595cc 줄이고도 무려 100마력을 높였다. 최대토크도 55.1에서 77.5kg·m로 수직상승. 토해내는 시점은 기존의 6,000에서 3,000rpm으로 바짝앞당겼다.

스스로의 한계를 넘어서기 위한 도전

두 엔진의 회전수에 따른 출력과 토크를 비교한 그래프 또한 드라마틱했다. 458 이탈리아 자연흡기 엔진의 그래프는 일본의 후지산을 떠오르게 했다. 굴곡 없이 한결같은 기울기로 정상을 향해 뻗었다. 반면 488 GTB의그래프는 모양이 딱 그랜드 캐년의 바위산이다. 허겁지겁 아득히 솟아 오른 뒤 평평하게 이어졌다. 시작점부터458보다 껑충하게 높다.
이날 마테오는 페라리 엔진의 정체성부터 설명했다. 그는 ‘페라리다운’ 엔진의 특징으로 날카롭고 역동적인 반응, 날을 세워가는 가속, 독특하고 전형적인 사운드, 고회전 등을 손꼽았다. 아울러 그는 “488 GTB의 터보 엔진에 이 같은 특징을 오롯이 녹여 넣었다”고 강조했다.쉬운 과정은 아니었다. 자료를 보니 대부분의 엔진 부품을 새로 설계했다.
가령 엔진은 높이를 57mm 낮춰 무게중심을 끌어내렸다. 터빈은 기존 니켈 합금 대신 티타늄-알루미늄 합금으로 만들어 회전저항을 절반으로 낮췄다. 터빈은 항공기용 제트 엔진처럼 특수 코팅했다. 케이스와 간격을 최소한으로 줄이기 위해서다. 덕분에 압축 효율을 2% 높였다. 회전축엔 평범한 저널베어링 대신 볼베어링을 물려 마찰저항도 30%나 낮췄다.
또한 트윈 스크롤 방식을 도입해 모노 터보보다 반응시간을 60%나 줄였다. 페라리가 공식적으로 밝힌 엔진 반응시간은 0.8초. 아울러 페라리는 “사운드에도 유달리 신경 썼다”고 강조했다. 각 기어 단수별 데시벨 분포를 컬러로 표시해 보여줬다. 흡기 또한 강렬한 음압을 형성할 수 있도록 설계해 4,000rpm 이전엔 강력한 바리톤,이후엔 선형적으로 치솟는다.
V8 엔진의 터보화는 궁극적으로 페라리 세대교체의 숙명인 성능에 획기적인 변화를 가져왔다. 변속기와의 궁합도 여기에 한몫했다. 488의 변속시간은 458보다 업시프트는 30%, 다운시프트는 40% 더 빠르다. 그 결과 458로 기어를 두 단 낮출 동안 488로는 세 단을 연거푸 내려 물 수 있다. 488은 0→시속100km 가속을 3.0초, 0→시속 200km 가속을 8.3초에 마친다.
시속 100km 가속은 458 이탈리아보다 0.4초, 시속200km 가속은 458 스페치알레보다 0.8초 더 빠르다. 동시에 이산화탄소 배출량도 줄였다. 최근 2세대전부터 수치를 비교하면 이해가 빠르다. 유럽연합의 복합 사이클 기준으로 F430은 345g/km였다. 458 이탈리아로 진화하면서 이 수치는 275g/km로 확 낮아졌다. 그리고 488 GTB는 다시 260g/km로 떨어졌다.

감성을 양보한 대신 모든 면에서 진화

최근 두 세대의 차이가 크지 않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터보를 달면서 100마력을 추가로 얹었다는 사실을 잊어선 안 된다. 488 GTB는 터보 심장을 얹고도 자연흡기 고회전 엔진의 감성을 구현해냈을까? 시승에 앞서 가장 우려했던 점이다. 페라리 역시이 점을 몹시 걱정했던 모양인지 “1~2단 가속 초반에 토크를 의도적으로 억눌렀다”고 귀띔했다. 프레젠테이션 다음날, 488 GTB의 운전대를 쥐고 페라리 본사의 피오라노 트랙과 마라넬로 인근 국도를 입에서 단내가 나도록 쏘다녔다. 그날 이후 1년이 훌쩍 지나 국내에서 488 GTB의 운전석에 다시 앉았다. 버튼을 누르자 우렁찬 포효와 함께 엔진이 깨어났다. 패들 시프트를 당겨 1단을 넣고 스로틀을 활짝 여는순간, PPT 파일의 숫자는 까맣게 잊혀졌다.
488 GTB의 가속엔 독기가 잔뜩 서렸다. 페라리는 자연흡기 특유의 선형적 감각을 살리기 위해 초반 토크를 일부러 억제했다. 그러나 가속 페달 바닥까지 밟는‘총공격’ 땐 인위적으로 옥죈 영역을 지난 뒤의 반전이 오히려 섬뜩하게 극적이다. 토크가 수직이착륙 전투기처럼 까마득히 치솟는다. 자연흡기에선 상상도할 수 없는 반응이다.
사운드도 사뭇 다르다. 예컨대 가속 땐 맹렬히 도는 터빈의 소리가 도드라진다. 고속에선 차체 옆구리를 뚫고 꽁무니로 쓸려나가는 바람 소리도 제법 크게 들린다. 페라리가 섬세하게 조율했다는 사운드는 이 소음에 적잖이 상쇄된다. 그러나 감성을 양보한 대가는풍성하다. 가령 페달 조작에 따른 반응 시간이 0.06초에 불과하다. 각 단수별 가속 또한 25% 빨라졌다. V8 터보로 거듭난 페라리 488 GTB는 어느 모로 봐도 이성적이다. 모든 게 너무나도 완벽해 감성이 비집고 들어갈 틈이 없어 보인다. 치밀한 계산과 농익은 노하우, 노련한 마케팅이 낳은 기계공학의 정수다. 하지만 우려는 현실이었다. 아득한 고회전이 주는 희열과 작별을 고할 때가 되었다. 강렬한 잽처럼 긴박하고 빠른 터보 엔진의 가속에 정을 붙여야 한다.
‘자연흡기 V8의 감성이 그립다’는 페라리 팬에게 기자는 단호하게 말할 수 있다. 지금이라도 458 이탈리아나 스페치알레의 중고를 찾아보라고. 이제, 세상이 원하는 고성능의 정의가 바뀌었다. 나날이 목을 조여오는 법규를 만족시키지 못하면 언제라도 도태될 수 있다.결과만큼 과정도 중요해졌다. 엔진으로 산전수전 다 겪은 페라리가 내놓은 해법이 바로488 GTB다.
*글 김기범

SUV의 탈을 쓴 V8 머슬카

MERCEDES-AMG GLE 63 4MATIC
메르세데스 벤츠는 V8 엔진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하고, 가장 많이 생산하는 브랜드 중 하나다. 콤팩트카를 제외한 대부분의 모델에 V8을 얹고 있다. 벤츠가 미국 프리미엄 시장을 장악할 수 있었던 것도 V8에 대한 이런 각별한 애정 덕분이다. 벤츠 V8을 얹은‘500’은 미국에서 모델명을 넘어 풍요의 아이콘으로여겨질 정도. 벤츠가 500의 이름을 미국에서만 550으로 바꾼 것도 바로 이런 관심 때문이다.
메르세데스 벤츠 가솔린 V8 엔진의 역사는 1930년대부터 시작된다. 당시 벤츠가 참가하던 이탈리아 트리폴리 그랑프리의 규정이 바뀌며 V12을 대체할 작은(?) 엔진이 필요하게 됐고 그래서 제작한 것이 바로V8이다. 참고로 벤츠의 8기통 레이스카는 2차 세계대전이 끝나고도 한참 뒤인 1954년에서야 부활한다. 후안 마누엘 판지오, 스털링 모스 등의 전설적인 드라이버들이 탔던 W196 F1 머신이 8기통이었다.
현대적인 개념의 대량생산 가솔린 V8은 1963년W100을 통해 데뷔한 M100부터라고 할 수 있다. 이후 벤츠는 V8 엔진에 집중하기 시작하는데, 그중1970~80년대를 지배했던 M116/M117과 1990년대 중반에 등장해 2000년대를 화려하게 장식했던 M113(쌍용 체어맨 W에 지금도 사용되고 있다)은 사치스러운회전 및 주행 감각으로 벤츠의 기술력을 널리 알린 주인공으로 평가받고 있다.

나긋한 V8부터 과격한 V8까지

현재 벤츠는 4.0L, 4.7L, 5.5L 등 3종의 V8 엔진을 생산하고 있다. 각 모델에 맞게 손질한 버전들을 따로 구분하면 종류는 더 늘어난다. 벤츠가 이렇게 다양한 V8을 만드는 이유는 간단하다. 세단과 SUV, 그리고 스포츠카까지 각기 성격이 다른 모델들을 전부 커버해야 하기 때문이다. 전통적인 벤츠 V8의 성격은 402~455마력을 내는 4.7L 바이터보 엔진(M278)이이어간다. S500, G500, SL500 등 벤츠 ‘일반’ 모델에 쓰이는 엔진으로 높은 효율과 토크, 그리고 고급스러운 회전감각을 자랑한다.
510마력의 4.0L 바이터보 엔진(M177/M178)은 레이스에 바로 투입해도 좋을 만큼 화끈하다. 특히 AMG GT에 쓰이는 M178은 극한 상황에 대비해 드라이섬프, 에어/워터 인터쿨러 등으로 무장하고 있다. GT3 레이스를 위해 개발된 AMG GT R의 엔진도 M178이며 애스턴마틴의 차세대 스포츠카 DB11도 M178을 얹을 예정이다.
최고출력 536~585마력의 5.5L 바이터보(M157)는현재 C63과 AMG GT를 제외한 모든 63 모델에 공급되는 AMG의 핵심 엔진이다. 4.0L M177/M178(이후 M17X)와 5.5L M157은 모두 ‘원 맨 원 엔진’이라는AMG의 철학에 입각해 제작된 V8이지만, 성격은 조금 다르다. M17X는 배기량이 작아 보어 대비 스토로크가 긴 롱스트로크 타입이며, M157은 숏스트로크 타입이다.
물론 M157에서 출력을 쥐어짜는 듯한 느낌은 찾아볼수 없다. 숏스트로크는 어디까지나 넉넉한 배기량과 두 개의 터보차저로 만든 저회전 토크를 고회전까지 유지하기 위한 설정일 뿐이다. 터보 스포츠카에 최적화된 M17X와는 달리 전 영역에서 막대한 토크를 쏟아내는 여유로운 세팅인 것. 벤츠가 M157에 토크컨버터방식(G트로닉)이나 MCT(멀티 클러치 변속기)를 주로 사용하는 것도 바로 이런 특성 때문이다.?

SUV의 장점을 극대화한 세팅

AMG의 V8은 배기량과 흡기 방식을 막론하고 언제나 근사한 소리를 냈다. 최신 엔진들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여기에도 분명 차이는 있다. 가령 M17X에 비해 M157이 더 기름지다. 가속 페달에서 발을 떼면 M17X는 바로 스로틀을 닫고 연료를 뿜어 정신없는 굉음을내지만, M157은 동력을 끊는 동시에 회전수를 살짝 띄워(스포츠 플러스 기준) 조금 더 경쾌한 파열음을 낸다. 메르세데스 AMG GLE63의 557마력 버전 M157도마찬가지다.
물론 이런 설정이 전부 사운드만을 위한 것은 아니다. 벤츠는 가속 페달을 밟았을 때의 반응 못지않게 가속 페달에서 발을 떼었을 때의 반응도 중시한다. 사뿐하고 경쾌한 발걸음에 엔진 브레이크라는 찬물을 급격하게 끼얹지 않는 것. 흔히 말하는 벤츠의 ‘우아한’ 주행감각이 바로 이런 세심함들이 모여서 완성된다.
사실 이는 벤츠가 파워트레인을 세팅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때문에 벤츠는 한때 ‘노땅취향’으로 내몰린 적도 있다. 그러나 현재 벤츠는 다양한 파워트레인으로 모델에 맞게 성격을 달리하고 있다. 가령 AMG GT의 가속감각은 기존 벤츠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과격하다. 물론 이런 과감한 세팅에는 가변기술의 발전도 한몫하고 있다. 이제 점화 시기, 연료 분사량, 스로틀 반응, 변속 타이밍 등을 조절해 성능뿐만 아니라 감각까지도 세밀하게 조정할 수 있게 됐다. AMGC63과 같은 최신 AMG 모델에 이런 변화가 담겨 있다.
GLE 63과 M157은 빈틈없이 맞물려 있다. 둘을 관통하는 핵심은 여유다. 거대한 몸집, 넉넉한 공간, 머슬카와같은 가속감각과 사운드 등이 절묘하게 어우러져 있다. 벤츠는 GLE의 원래 목적을 뒤틀려하지 않았다. 그저 SUV가 가진 한계를 인정하고 가진 장점을 최대한살리려고 노력했다. 거대한 핫해치를 표방하는 BMWX5 M이나 스포츠카를 꿈꾸는 포르쉐 카이엔 터보와는 분명 다른 노선이다. 물론 뒷바퀴에 집착하는 사륜구동 시스템, 가속할 때 유독 활기찬 스티어링, 타이어를 짓누르는 탄탄한 서스펜션 등 전통적인 SUV와는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스포티하지만, 동급 경쟁자 중가장 SUV다운 차라는 사실은 틀림없다.
* 글 류민 기자

[출처] V8 SPECIALIST - 카라이프 - 대한민국 최고의 자동차 전문지 카라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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