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볼리는 어떻게 1등이 됐을까?

조회수 2016. 12. 30. 09:31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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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산 소형 SUV 세그먼트에서 티볼리의 인기는 독보적이다. 11월까지 누적판매량 5만대를 훌쩍 넘기며 2위인 기아차 니로(1만7,000대)를 멀찌감치 벌려놓았고, 쌍용차는 티볼리 브랜드 창사 이래 최단기간 내수 10만대 판매를 기록하기도 했다. 더욱이 파워트레인과 상품성을 개선해 선보인 경쟁 신차들 사이에서 이뤄낸 성과라 의미가 깊다.

이런 티볼리가 안전 및 편의품목을 추가하고 2017년형으로 다시 돌아왔다. 화려한 겉모습을 치장하기 보다는 다른 차에 없는 알짜배기 옵션을 넣어 내실을 다졌다. 차별화 전략은 지금까지도 큰 변화 없이 가장 높은 자리를 지키며 긍정적인 효과를 불러 일으켰다. 절체절명 위기의 순간에 나타나 지금은 없어서 안 되는 효자 차종이 된 티볼리. 사람들이 티볼리에 열광하는 이유는 뭘까? 그 이유를 차근차근 살펴봤다.

첫인상

세상에 나온 지 2년이 다 되어 가지만 여전히 신선하다. 작은 그릴과 다양한 각도로 깊게 파 놓은 캐릭터 라인, 보닛 끝을 따라 촘촘히 넣은 LED 주간운행등도 존재감을 더한다. 뒷 문짝은 일부러 크게 부풀렸다. 소형 SUV의 단점을 시각적으로나마 보완하기 위한 조치다. 뒤로는 테일램프를 자연스럽게 이어 통일감을 살렸다. 트렁크 가운데에 붙은 커다란 티볼리 로고와 새로 디자인한 18인치 휠, 옵션으로 제공되는 다양한 액세서리도 트렌드를 부지런히 맞춘 모습이다.

SUV지만 부담스럽지 않다. 작은 크기와 낮은 차체가 오히려 잘 빠진 해치백을 보는 것 같다. 타고 내리기도 쉬워 치마 입은 여성 운전자들도 부담 없을 것 같다. 실제 티볼리 고객 중 절반은 여자라고 한다. 또, 올 해 여성들이 가장 많이 검색한 차로 티볼리가 선정되기도 했다. 이 외에도 커다란 사이드미러와 넓은 시야, 합리적인 공간은 여심을 저격하기에 충분하다.

남부럽지 않은 편의품목

실내는 큰 기교 없이 단정하게 꾸몄다. 대칭 구조의 센터페시아, 계기반, 버튼들이 대표적이다. 두 단계로 조절 가능한 통풍 및 열선시트, 운전 모드와 스티어링 휠 무게를 각각 설정할 수 있는 기능도 마련됐다. D컷 스티어링 휠은 손에 쥐는 맛이 좋고, 그 뒤로 보이는 화려한 계기반과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은 기대 이상이다. USB와 HDMI 연결 포트, 은은한 무드등, 타이어 정렬 상태를 알려주는 기능 등 세심한 배려도 돋보인다.

뒷좌석을 비롯해 곳곳에 마련한 수납공간은 쓰임새가 좋다. 반면, 트렁크는 다소 인색하다. SUV라면 넓은 수납공간을 생각할 수 있을 텐데 소형 해치백처럼 작게만 느껴진다. 뒷좌석 공간에 조금 더 신경 쓴 나머지 트렁크에서 손해를 봐야 했다. 트렁크 밑을 두 단계로 나눠 부족한 부분을 채웠지만 이마저도 경쟁모델대비 깊지 않다. SUV다운 길고 넓은 트렁크를 원한다면 롱보디 버전의 티볼리 에어를 생각해 봐야겠다.

합리적인 파워트레인

시승차는 디젤 모델이 준비됐다. 직렬 4기통 1.6리터 엔진과 6단 자동변속기가 조화를 이뤄 최고출력 113마력, 최대토크 30.6kg.m를 내며, 사륜구동 옵션 적용으로 힘을 네 바퀴에 고르게 전달한다. 시동을 켜고 일상적인 주행에서는 부드러운 가속감이 인상적이다. 마치 가솔린 차를 타는 것처럼 고르게 숨을 쉬며 일정하게 속도를 올린다. 디젤 특유의 잔진동과 소음도 거의 느낄 수 없어서 안락한 주행이 가능하다.

고속으로 갈수록 소리는 거칠어지고 속도 바늘도 더디게 올라간다. 어쩔 수 없이 배기량에서 오는 한계를 마주하게 된다. 다만, 낮은 차체에서 오는 안정감은 제법 마음에 든다. 묵직하게 가라앉는 느낌은 아니지만 빠른 속도에서도 불안함 없이 자세를 유지하며 앞으로 나간다. 전륜 맥퍼슨 스트럿, 후륜 멀티링크 서스펜션도 도로의 굴곡을 고르게 거르며 의연하게 대처한다. 차분한 6단 자동변속기와 침착한 핸들링 성능도 불만이 없다. 전체적으로 무난하면서 스트레스 없는 이상적인 주행이 가능하다.

티볼리는 속도감을 즐기며 빠르게 달려나가는 차는 아니다. 때문에 디젤차 특유의 힘 있는 토크감과 역동적인 운전을 좋아하는 소비자들은 아쉽게 느껴질 수도 있겠다. 그렇다고 마냥 단점으로 볼 수는 없다. 첫차 구매율이 높은 세그먼트 특징과 여성 소비자를 포함한 보다 많은 사람들이 느끼기에는 오히려 이런 세팅이 더 거부감 없이 다가올 것 같다.

차급을 뛰어넘는 안전장치

2017년형으로 오면서 또 하나 주목할 부분은 바로 안전품목이다. 기본적인 크루즈 컨트롤과 함께 앞 차와 거리가 가까워지면 자동으로 경고음이 울리는 전방추돌경보시스템, 운전자가 제동을 하지 않을 경우 스스로 차를 멈추는 긴급제동보조시스템이 들어갔다. 또, 야간 주행 시 맞은 편 차를 감지하면 자동으로 상향등을 조정하는 스마트하이빔과 차선이탈경보시스템, 차선을 파악한 뒤 알아서 스티어링 휠을 돌려 차를 복귀시키는 차선유지보조시스템도 새로 추가됐다.

안전장치를 모두 다 사용해 볼 수는 없었지만 각 기능들이 유기적으로 움직이며 고속 주행에 힘을 보태는 건 확실해 보였다. 그 중에서도 예민하게 스티어링휠을 돌려 차선을 유지하는 보조시스템은 웬만한 수입차에서 보던 것 못지않은 실력이었다. 차 급을 뛰어넘는 안전품목으로 경쟁차종과 다른 발걸음을 나가는 모습에서 끊임없이 도전하는 쌍용차의 마음가짐도 엿볼 수 있었다.

티볼리는 이런 차

티볼리가 가장 높은 위치에 오를 수 있었던 이유는 간단했다. 그들이 잘 만드는 SUV 장르에서 펼친 기술과 흐름을 반영한 세그먼트 구성, 젊은 소비자들이 좋아할만한 옵션 등을 적절히 섞어 차를 만들었다. 또, 폭 넓은 가격 및 편의품목 구성, 액세서리를 통해 개개인의 입맛도 맞췄고, 모양을 살짝 바꾼 롱보디 버전과 최신 안전장치, 사륜구동 시스템 등은 티볼리만의 장점으로 부각됐다.

티볼리는 쌍용차 브랜드 변화에도 큰 영향을 끼쳤다. 마냥 무뚝뚝하고 우직한 차만 만드는 회사가 아닌 요즘 트렌드를 정확히 이해하고 모두가 좋아할만한 차도 만들 줄 아는 회사로 변모했다. 그래서 내년에 나올 대형 SUV가 더욱 기대되기도 한다. 위기를 기회로 만들어준 차, 온 가족을 웃게 만드는 재간둥이 막내 역할을 톡톡히 해내는 차가 쌍용 티볼리다.

김성환 기자 swkim@ridema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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