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크로스오버 전쟁, 한국 땅을 밟은 악동들의 각축전

GEARBAX 입력 2016.11.02 17:54 수정 2016.11.02 18:3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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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V 대란이다. 승용차와 짐차의 기능성을 결합해 크로스오버로 시작한 SUV는, 어느새 모든 메이커가 군침 흘릴 정도로 먹음직스럽게 커버린 시장의 주역으로 발돋움했다. 유럽에서 인기 높은 소형차 기반의 B 세그먼트 컴팩트 SUV가 세계적으로 늘어나는 가운데, 프리미엄, 럭셔리, 스포츠카 브랜드까지 그들 브랜드 고유의 특성을 담아 SUV시장을 공략하고 나섰다.

한국은 컴팩트 SUV가 강세다. 쉐보레 트랙스와 르노삼성 QM3, 쌍용 티볼리가 연이어 등장하며 판을 키웠고, 여러 수입차 브랜드 역시 라인업에 컴팩트 SUV를 더하며 시장에 뛰어들었다. 그래서 대표적인 모델 다섯 대를 모았다. 조만간 식상한 얼굴 대신 말끔한 새 얼굴로 돌아올 트랙스, 그리고 르노삼성과 쌍용의 어여쁜 막내 QM3와 티볼리 에어가 국산 소형 SUV를 대표해 무대에 올랐다. 디젤모델 일색에 신선함을 더해줄 하이브리드 SUV 기아 니로는, 꼬리를 내린 채 우리의 부름을 외면했다. 미국에서만 잘 팔리는 기아 쏘울은 애초부터 무대에 오를 자격이 없었다.

수입 컴팩트 SUV의 대표들이라면 폭스바겐 티구안과 닛산 캐시카이를 꼽을 수 있지만 당분간 한국에서 볼 수 없다. 고민 끝에 불러들인 두 대는 시트로엥 칵투스와 피아트 500X. 한국 땅을 밟은 지 얼마 되지 않은 풋풋한 새내기들이다. 하지만 이미 여러 외신을 통해 컨셉트카라 해도 좋을 칵투스의 독특한 디자인과, 소형차에 조예 깊은 피아트의 새로운 모험 500X에 대한 평가가 줄곧 이어졌기에 자격은 충분하다.

그리고 오늘 다섯 SUV를 불러들인 또 다른 이유는 실용성과 성능, 완성도에 따른 가격 대비 성능을 따져보기 위함이다. 판타스틱 럭셔리 프리미엄이 절대 아니기에, 주변시선을 의식한 허세 따위는 없다. 소형차는 무조건 가격 대비 성능이 좋아야 한다는 게 지론이다(그래서 모든 시승을 마친 뒤 500X에 아쉬움이 컸다).

연장자 예우 차원에서 가장 먼저 접한 모델은 트랙스. 2013년 가솔린모델만으로 등장해 지난해에 이르러서야 디젤엔진을 새로이 품은 트랙스는, 어느새 페이스리프트를 코앞에 둔 최고연장자. 게다가 쉐보레의 철 지난 디자인룩을 입고 있어 더 구닥다리처럼 보인다. 다른 넉 대가 소형차 이점을 살려 개성 있는 디자인을 걸치고 있는 걸 생각하면 더 그렇다. 하지만 기능적인 측면에서는 결코 아쉽지 않다. 오히려 가장 SUV답다고 해야 할까?

▲ 여기에 뭘 넣고, 저기에는 뭘 넣고. 어디 넣어놨을까 헷갈리지 않겠지?


정통 SUV 못지않게 강건한 캐릭터라인은, 다른 넉 대에 비해 크로스오버 분위기가 덜하다. 평범한 외모지만 쉽게 질리지 않는다. 칵투스처럼 개성 가득한 모습까지는 아니더라도, 지금보다 조금만 더 개성 있고 세련미 넘치게 바뀔 신형을 기약하며 시트 높이 껑충한 안으로 들어섰다. 수수한 인테리어를 좋아하지만, 아무 매력도 없어 그저 한숨만 나온다. 그래도 잘 찾아보면 실용적인 기능만큼은 알뜰히 챙겼다. 글러브박스 말고도 대시보드와 도어트림 곳곳에 잔뜩 마련해놓은 수납공간은, 갖가지 자질구레한 것들을 쓸어 담을 때 효과적이다. 어디 그뿐인가? 센터터널 뒤편으로 230볼트 콘센트를 설치해 전자기기 충전도 수월하다. 대시보드 안으로 하나만 덩그러니 있는 USB 슬롯보다야 충전하기에 좋다. 직접 경쟁하는 티볼리와 QM3보다 휠베이스가 50밀리미터나 짧기에 뒷좌석은 좁은 편. 하지만 시트포지션이 높아 머리공간을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면 큰 불만은 없다.

다음은 QM3. 넙데데한 트랙스에 비해 동글동글한 선으로 감싼 귀여운 외모는 실제 크기보다 작아 보여 앙증맞고, 여러 종류의 물감통에 쏙 넣었다 빼듯 다양하고 화려한 컬러로 옷을 입힐 수도 있다. 시승차는 지난 4월 새로 추가한 쇼콜라 브라운 컬러. 빨갛고 새파란 컬러가 젊은 층에게 인기라지만, 감성을 부드럽게 자극하는 브라운 컬러 모델은 안팎으로 색감을 조화롭게 섞었다.

▲ 가장 트렌디한 QM3의 실내. 복잡한 S-링크보다 태블릿 PC가 훨씬 낫다


외관과 같은 색으로 처리한 시트는 너무 높지도, 낮지도 않아 남녀노소 누구든 앉기 좋다. 처음부터 말이 많았던 시트등받이 조절 다이얼 위치는 이제 그만 이야기하자. 차라리 암레스트 역할을 하는 콘솔박스가 없었더라면, 옆자리에 앉은 그녀의 시트 다이얼을 후다닥 돌려 재빨리 뒤로 밀치고… 이 밖에도 은근히 넓은 서랍식 글러브박스와 시트백 고무밴드 등 독특한 구성이 많다. 역시 눈에 띄는 건, 2016년에 새로 더한 삼성 태블릿 PC. 일반적인 태블릿 PC의 기능 외에 T맵 내비게이션을 담았고, 밀어서 쏙 빼면 차 밖으로 가져 나갈 수 있다. 2~30대의 주요 소비층을 아주 정확히 분석한 결과물 아닐까?

티볼리는, 국내 컴팩트 SUV 1위를 달리는 인기스타라 그런지 섭외가 쉽지 않았다. 티볼리 꽁무니를 늘여 트렁크를 넓힌 티볼리 에어를 불러들일 수 있었다. 개인적으로 기본 티볼리보다 티볼리 에어의 디자인 완성도가 더 낫다. 에지를 너무나 강조한 나머지 이리저리 삐죽했던 모습보다, 바벨 모양 범퍼를 두르고 적절히 밋밋한 뒤태를 지닌 티볼리 에어가 한층 더 안정감 있어 보인다.

▲ 티볼리 에어의 720리터 트렁크공간. 현대 투싼보다 넓다며?


현재 쌍용차 라인업 중에서 가장 파격적이고 혁신적인 인테리어는 티볼리와 거의 다르지 않다. 똑같이 저렴한 플라스틱 소재를 사용하더라도, 트랙스보다 신경 쓴 흔적이 역력하다. 부디 이런 노력과 좁은 실내공간을 폭넓게 활용할 수 있도록 만드는 재치가 다른 쌍용차 모델에도 이어지길 바라는 마음은 누구나 같겠지? 이를테면 32.5도까지 뒤로 뉘일 수 있는 뒷좌석 등받이나, 티볼리보다 300리터 넓은 트렁크공간을 알차게 활용하는 것 말이다. 러기지 보드는 필요에 따라 위아래로 구분해 넣을 수 있고, 220볼트 콘센트며 쇼핑백을 고정할 수 있는 벽걸이와 고무밴드도 그렇다. 바닥 평평한 뒷좌석 공간이 성인 남성에게 전혀 부족하지 않을 만큼 넓다는 것도 손에 꼽을 강점.

▲ 시대를 뛰어넘는 유쾌한 발상과 합리적인 사고의 결과물이 펼쳐졌다


프랑스에서 이제 막 건너온 칵투스는 완전 개성 만점의 크로스오버다. 불필요한 디자인요소는 보이지 않는다. 둥그런 차체 모서리와 옆구리마다 붙은 에어범프는 문콕 같은 생활 충격을 방지하기 위한 기발한 아이디어. 과감한 외장 컬러 선택권은 칵투스의 매력을 더욱 업그레이드해주는 무기. 심지어 17인치 휠조차 여느 차들과 차별화된 디자인이다. 브랜드 패밀리룩을 이끄는 대표모델이 아닌 이상, 강한 개성을 어필해도 받아들이기 쉬운 소형차라면 이처럼 독특하고 확고한 컨셉트가 필수다.

여느 양산차에서 쉽게 볼 수 없던 디자인은 실내에도 고스란히 이어진다. 전반적인 분위기는 간결한 가운데, 금방이라도 여행을 떠나야 할 듯한 기분. 가방끈처럼 생긴 도어핸들, 조수석 에어백 있을 자리(에어백을 천장에 설치한 기발한 발상!)에 놓인 여행용 캐리어 느낌의 글러브박스, 집 거실에 가져다 놔도 어울릴 법한 소파 느낌의 시트가 그렇다. 새로 나오는 차마다 죄다 비슷비슷한 구성에 지쳐있는 우리는 이토록 참신한 발상을 얼마나 기다렸던가?

▲ 벤치, 소파, 뭐라 불러도 좋으니 이성과 함께 타도록 해주소서…


반면 편안함을 중시하는 국내 소비자가 느끼기에 부족한 부분도 더러 있다. 이를테면, 부족한 컵홀더, 센터콘솔의 부재, 햇빛 가림막 없는 글라스루프, 미세한 틈만 남기고 좌우로 여닫는 뒷좌석 창문 등. 조작버튼도 최소한으로 남겨두고, 나머지 기능은 7인치 센터페시아 모니터가 죄다 품었다. 누군가는 조작이 불편하다며 투덜거리겠지만, 칵투스는 차의 기능을 조작할 일이 거의 없이 운전과 이동이라는 순수한 목적만을 위한 자동차다. 내비게이션 앱이 발달한 요즘, 쓸데없는 내비게이션을 과감히 빼버리며 차 가격 상승을 억제한 마케팅은 언제든 대환영이다.

▲ 깜짝 놀랄 만큼 고급스럽게 만들었지만, 그에 비한 만족도는 희미했다


그리고 500X 앞에 섰다. 실물을 앞에 둔 건 이번이 처음. 귀여운 친퀘첸토가 이런 떡두꺼비처럼 커버릴 줄이야. 그래도 피아트의 패밀리룩이 제법 살아있다. 휠과 타이어, 앞뒤 범퍼를 떼어놓고 보면 친퀘첸토의 인상이 드러난다. 미니가 거칠고 투박한 SUV로의 진화를 꿈꾸며 컨트리맨을 내놨을 때, 피아트는 한 지붕 두 가족인 지프 레니게이드를 이용했다. 그럼에도 본격 SUV를 지향한 프리몬트 같은 물건을 내놓지는 않았다. 작은 차를 잘 만드는 피아트는 터프한 레니게이드를 500과 함께 버무려 재미있고 귀여운 SUV로 그럴싸하게 만드는 데 성공했다.

▲ 500X에서 이건 마음에 드는군. 칵투스도 이렇게 여닫혔다면…


실내는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보기에는 고급스럽다. 전반적인 분위기는 함께 나온 넉 대의 SUV를 넘어선 지 오래. 미니에도 결코 꿇리지 않는다. 어디 하나 모난 구석 없이 500의 둥그스름한 이미지가 세련되게 배어있다. 독특하면서도 좋은 질감처럼 보이는 브라운 컬러 가죽시트를 사용해서인지도 모른다. 전반적인 구성은 나무랄 데 없이 좋다. 다만, 구석구석 꼼꼼히 살펴보면 허술한 데가 많다. 동그란 계기반 클러스터를 감싼 가죽은 접착 부위가 허술하고, 보기 좋던 시트는 생각 외로 불편했다. 티볼리 에어를 제외한 넉 대 중 차체 크기는 가장 컸지만, 휠베이스는 트랙스 다음으로 짧아 뒷좌석도 좁고 불편했다. 겉보기에는 번지르르했는데, 막상 알맹이를 들춰놓고 보니 속은 느낌이었다.

아직 본격적으로 타보기 전, 눈과 손으로 훑어봤을 때는 나이 탓 때문일까? 트랙스가 최하위에 머물렀다. 보기에만 좋았던 500X가 트랙스 바로 위에 올랐고, 신경 썼지만 여전히 부족한 디자인 감성의 티볼리 에어, 합리적이고 기능적인 구성을 한국인 입맛에 맞추려 애쓴 QM3, 독특한 감성을 강조한 칵투스가 차례대로 3위부터 1위까지 차지했다. 그렇다면 주행품질과 조종성은 어떨까?

오펠의 135마력짜리 1.6리터 디젤엔진을 품고 돌아온 트랙스는, 디젤차 특성에 맞게 엔진마운트부터 서스펜션, 스티어링 세팅까지 새롭게 매만졌다. 앞머리가 무거워졌지만, 트랙스의 주행감각은 겉보기와 달리 뒤뚱대는 SUV의 모습이 아니었다. 경쟁자들을 따돌리는 엔진성능은 육중해 보이는 차체를 부드럽고 가볍게 밀어주었다. 재빠른 응답성을 기대한 건 아니었지만, 밟으면 밟는 대로 매끈하게 힘을 내는 성격이 믿음직스러웠다. 가볍되 원하는 방향 따라 돌아나가는 스티어링 성능도 이를 뒷받침해주는 요소. 노면을 읽는 하체 움직임도 진중했다. 제대로 된 SUV에 오른 듯 높고 넓은 시야는 도로상황을 살펴보며 편히 운전하도록 도왔다. 높은 키 때문에 회두성이 부족할 줄 알았건만, 오산이었다. 무엇보다 진동과 소음 대책이 확실했다. 엔진의 각종 부위에 알루미늄을 사용해 경량화를 꾀하고, 사운드 엔지니어링으로 소음을 줄인 결과는 디젤 SUV 같지 않은 조용함으로 나타났다.

가솔린과 디젤모델 모두 경험해본 티볼리는, 하체감각이 너무 단단한 게 아쉬웠다. 장거리주행이라도 다녀오면 허리가 쑤시던 이유였다. 그런데 트림에 따라 네바퀴굴림을 지원하는 옵션을 추가하면, 뒷바퀴를 잡아주던 토션빔 대신 멀티링크 서스펜션이 따라왔다. 디퍼렌셜 록 기능을 갖춘 4WD 기능은 오프로드에서 요긴하게 쓸 수 있지만 서스펜션에 따라 승차감부터 차이가 났다. 오늘 만난 티볼리 에어는 앞바퀴만 굴린다. 고로, 탄탄한 듯하면서 통통 튀는 티볼리의 승차감 그대로. 꽁무니가 길어졌지만, 직진 안정성이나 회두성에서 기본 티볼리와의 차이는 그저 미세하다. 시속 140km, 딱 그 정도까지 속도 내면 좋을 컴팩트 SUV들을 너무 가혹하게 몰아붙일 필요는 없다. 초반부터 힘을 왈칵 쏟는 113마력의 1.6리터 엔진은 운전자의 부름에 빠르게 응답하는 모습이다. 아주 시원시원했다. 추월가속을 중요시하는 우리네 취향에 들어맞았다. 힘을 쏟을 때는 우악스럽게 소리 지르는 엔진사운드가 거슬렸지만, 곧 항속모드에 들어서며 차분해졌다. 최근 쌍용차 모델들이 예전보다 매끈하고, 조용하게 달릴 수 있는 데는 아이신 6단 자동변속기의 공이 컸다. 물론, 방음 수준도 높아졌다. 티볼리와 티볼리 에어 또한 그 덕을 톡톡히 봤다.

QM3는 오늘 모인 다섯 대 중 출력성능이 가장 떨어졌다. 오직 QM3와 칵투스만이 100마력, 30.0kg?m를 넘지 못했다. 하지만 QM3와 칵투스는 각각 1천305킬로그램과 1천240킬로그램으로, 다른 이들에 비해 100~300킬로그램 가까이 가벼웠다. 엔진성능이 큰 약점으로 작용할 일이 아니었다. 프랑스를 대표하는 르노와 시트로엥의 엔트리급 SUV 두 대는, 결과적으로 다섯 대 중 운전을 즐기기에 좋았다. 트랙스와 티볼리 에어, 500X가 1천600밀리미터를 넘는 차체와 높은 시트포지션으로 SUV의 운전감각과 시야를 제공하는 데 반해, 1천550밀리미터 안팎 높이의 QM3와 칵투스는 키를 약간 높인 해치백과 왜건 감각이었다. 다르게 말하면 소형차를 기반으로 만든 크로스오버에 잘 어울리는 모습이었고, 주로 도심을 주행하는 컴팩트 SUV에 가장 이상적인 감각이었다. 둘 모두 깨끗이 정돈되지 않은 유럽 본토의 도로 위에서 갈고 닦은 주행실력이 탁월했다.

핸들링 부분에서 더 나은 쪽은 칵투스였다. 덩치를 잊고 과감히 파고드는 코너링은 PSA 그룹의 훌륭한 전통. 이를 뒷받침하는 건 유연하면서도 쫀득쫀득한 하체였다. 스포츠카처럼 탁월한 수준은 아니어도, 동급에서 손에 꼽을 수 있는 세팅이다. 반면, QM3가 전반적으로 더 부드러운 감각이었다. 누가 앉아도 편한 시트포지션과 굽이를 부드럽게 돌아나가는 핸들링, 기어단수를 매끄럽게 오르내리는 게트락 듀얼클러치 트랜스미션 조합 덕분이었다. 칵투스의 약점은 하나였다. 수동변속기를 기피하는 우리나라에서 원망 자자한 ETG 6가 원인이었다. 게다가 계기반에 rpm 게이지조차 없어 순전히 감각에 의존해 패들시프트를 당기거나 페달에서 발을 떼야 했다. 직접 변속하는 걸 즐기는 운전자가 아니라면 신경질 낼 지도 모르지만, 그나마 다행인 건 예전보다 변속충격이 눈에 띄게 줄었다는 사실.

다시 마지막으로 오른 500X. 티볼리보다 우렁찬 소리와 진동에 흠칫 놀랐다. 아이들링에서만 이런가 싶어 속도를 붙이며 달려봐도 쉽게 잦아들 줄 모른다. 다섯 대 중 유일하게 갖춘 주행모드 다이얼을 돌려 스포츠 모드로 바꾸자 사운드가 한층 신경질적으로 변하며 회전수를 올린다. 힘이 좀더 붙자 계속 회전수를 낮추려 애쓰던 ZF 9단 자동변속기도 조금은 느슨해진다. 그래도 별반 인상적인 성능은 아니다. 저속에서는 변속을 망설이다가 고속으로 오를수록 너무 빈번히 변속하며 빠르게 치고 나가려는 운전자의 뒷덜미를 붙잡았고, 거친 소음은 신경을 거슬리게 만들었다. 마땅치 않은 엔진에 비해 하체감각은 비교적 균형 잡혀 있었다.

다행인 건 주행모드 중 하나로 있는 트랙션 플러스 모드와 네 바퀴를 굴리는 구동계를 가졌다는 것. 눈길이나 흙길 위를 달릴 때 네 바퀴 접지력을 살리면서 안정적인 주행을 도와주는 기능이다. 모드를 변경하자 계기반 디스플레이 위로 네 바퀴에 힘이 얼마큼 실리는지 보여주는 화면이 나타난다. 하지만 이 기능은 오직 오프로드에서만 써야겠다. 변속을 최대한 자제하며 마치 로 기어처럼 힘을 짜내는 데 주력하기 때문. 지프 레니게이드와 형제라더니, 지프의 브랜드 DNA를 너무 과다하게 받아들인 걸까?

시장에서 인기를 주도하는 국산 컴팩트 SUV 석 대와 시장 진입을 노리는 수입산 두 대를 서로 맞붙였다. 디자인과 만듦새, 개성 표현 부분에서는 아무래도 칵투스의 손을 들어줘야 했다. SUV의 필수덕목인 공간활용성은 티볼리 에어(기본 티볼리라 해도 결과는 같다)가 가장 앞섰다.

다섯 대의 SUV는 모두 디젤엔진을 품었다. 500X만 2.0리터이고, 다른 넉 대는 1.6리터로 엇비슷했다. 하지만 성능과 차 무게는 저마다 달랐다. 프랑스를 고향으로 둔 QM3와 칵투스는 힘이 부족한 대신 가벼운 몸놀림으로 맞붙었고, 트랙스와 티볼리 에어, 500X는 SUV다운 푸트워크로 대응했다. 그 중 500X가 가장 헤비급이었다. 하지만 주행성능과 질감은 트랙스가 가장 균형 잡혔고, 안정적이었다. 500X는 파워트레인과 하체의 균형이 고르지 않았다. 파워트레인과 차의 성격 그대로 공인연비도 결과가 갈렸다. QM3가 가장 높은 리터당 17.7킬로미터를 갖춘 데 반해, 500X가 디젤 1리터로 12.2킬로미터를 갈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가격. 가장 낮은 가격의 차는 QM3로 2천480만 원. 가장 비싼 차가 3천980만 원의 500X였다. 물론, 가격이 모든 걸 말해주지는 않는다. 지금껏 살펴본 완성도와 성능에 맞게 가격이 책정됐는지 봐야 한다. 가격을 제외하고, 다섯 대 중 좋은 평가를 받은 차를 순서대로 나열해보면 QM3, 트랙스와 칵투스가 동급, 티볼리 에어, 500X 순이었다. 차 가격까지 고려하자 칵투스의 가치가 뛰어올랐고, 트랙스와 티볼리 에어가 동급에 자리했다. 아쉽게도 500X는 여전히 제일 아래에 머물렀다.

이세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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