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모토야

남들과는 다른, 자기만의 길을 걷는 파리지앵 - DS5 시승기

모토야 입력 2016.06.23. 15:48 수정 2016.06.23.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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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 이 차를 무슨 수로 설명해야 할까? 보면 볼수록 기묘하고도 전위적인 외관을 비롯해, 그 어떤 세부적인 요소도 현대의 고급 자동차들이 따르고 있는 시류에 영합하는 모습은 통 보이지 않는다. 고향인 프랑스에서는 이 기묘한 디자인의 차를 1955년에 등장한 브랜드의 시조이자 시트로엥 역사 상 최고의 걸작으로 손꼽히는 `DS`의 가장 가까운 직계후손이라고 말한다. 이 차는 프랑수아 올랑드 대통령의 의전 차량으로 사용하고 있으며, 이를 적극적으로 홍보에 활용하고 있다. 이 차의 이름은 바로 DS5다.

DS5는 2015년을 전후하여, 외관 디자인 면에서 한 차례의 변화를 맞았다. 이 페이스리프트는 기존에 시트로엥의 산하에 있던 DS 브랜드를 독립시킨다는 의미가 더 크다. 그래서 기존에 있었던 시트로엥의 더블 셰브론 엠블럼을 이용한 라디에이터 그릴을 제거하고, 그 자리에 날개의 형상과 매시 패턴과 블랙 페인팅을 적용한 신규 라디에이터 그릴을 달았다. 또한, 더블 셰브론 엠블럼을 모두 없애고, 큼지막한 DS 엠블럼들을 차체 앞뒤에 하나씩 붙여 두었다.

DS5의 외관은 상기한 대로, 보면 볼수록 기묘하고도 전위적이다. 이 때문에 현재 고급 자동차 시장을 리드하고 있는 독일이나 영국, 혹은 일본계의 고급 자동차들과 닮은 모습은커녕, 전반적인 주류에 영합하는 모습도 찾아보기 어렵다. 물론, 장비 면에서는 주류에 따라 LED 주간주행등을 비롯한 등화류와 파노라마 선루프 등을 갖추고 있지만, 그것을 스타일링하는 방법론에서는 자신만의 독보적인 개성을 가감 없이 보여준다.

DS5의 차체 형태는 그 경계가 모호하다. 보는 이에 따라서 5도어 해치백으로도, 5도어 에스테이트로도 보여질 수 있다. 하지만 에스테이트라 정의하기에는 D필러 부근의 형상이 지나치게 패스트백 스타일로 만들어져 있는데다, 통상적인 소형 해치백처럼 뒤가 극단적으로 짧지도 않다. 이 때문에 언뜻 MPV와 같은 차체로 보이기도 한다. 한 편으로는 80년대 후반부터 90년대 중반까지 유럽에서 유행했던 테라스 해치백을 재해석했다는 생각도 든다.

여기에 DS5의 디테일 중, 헤드램프 상단을 기점으로 둘로 나뉜 A필러 너머 프론트 도어까지 뻗어 있는 굵직한 크롬 라인이 인상적으로 다가오는데, 이 부분은 시트로엥 시절부터 펜싱의 `사브르(Sabre)` 검에서 모티브를 가져왔다고 말한다. 차체 하단의 번쩍거리는 크롬 몰딩은 차체 형상을 시각적으로 더욱 도드라지게 만든다. 또한, 차체의 벨트라인 위쪽으로는 대부분 유리로 되어 있어, 현대의 전투기 캐노피와도 유사한 스타일링을 추구한다. 트렁크 해치도어는 D필러가 아닌, C필러 상단에서부터 시작되며, 측면에서 봤을 때 `ㄱ`자의 형태를 갖는다.

실내에 들어서면, 외관만큼이나 기묘한 인테리어가 운전자를 맞는다. 운전자를 극단적으로 감싸는 스타일의 인테리어 구조를 비롯하여, 다수의 버튼을 상하로 배치한 것, 벨트라인 위쪽으로 대부분이 유리가 차지하고 있는 점은 다분히 항공기에서 이미지를 차용한 것으로 보인다. 외모에 비해 전혀 부족하지 않은 독특한 감각을 자랑하는 인테리어 디자인은 외관 디자인과 함께, DS5에서 가장 인상적인 부분이다. 또한, 둘로 나뉜 A필러 등에서 나타나는 시원한 전방시야도 인상적이다.

스티어링 휠은 시트로엥 모델들의 것에 DS 엠블럼을 붙여 둔 느낌이다. 그립감은 크게 부족하지 않지만 극단적인 D컷 스타일 때문에 운전자에 따라서는 호오가 크게 갈릴 수 있다. 계기반은 중앙에 속도계, 좌측에 회전계, 그리고 우측에 트립컴퓨터를 배치한 구성을 취하고 있다. 깔끔한 폰트를 사용하는 계기판은 시인성이 우수하고 붉은색 조명임에도 눈의 피로가 적은 편이다. 센터페시아의 버튼 배치도 독특하다. 좌측에 오디오와 공조장치를 제어하는 큼지막한 다이얼을 세로로 배치하고, 그 옆으로 각종 버튼들을 전개한 형태다. 공조장치의 온도 설정은 액정화면이 달린 우측 두 개의 다이얼로 조절한다. 센터페시아 상단의 세로로 길쭉한 시계는 독특한 디자인이 인상적이며, 시인성도 좋은 편이다.

중앙의 터치스크린식 디스플레이는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으로 기능한다. 하지만, 아직도 구식의 시스템을 사용하고 있어, 고급 자동차의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이라고 하기에는 부족한 부분이 많다. UI의 디자인부터 시작해서 사용 편의성은 그리 좋지 못하다. 추후에라도, 근래 출시된 푸조-시트로엥 모델들이 채용하고 있는 신형의 시스템을 채용하는 것이 사용 편의성 면에서 더 바람직할 것으로 본다. 대신, 기본으로 채용한 데논(DENON) 오디오 시스템은 기대 이상의 품질이 인상적이다.

외관에서도 언급했던 부분이지만, DS5는 벨트라인 상단을 주요 골격만 제외하고 몽땅 유리로 채워 넣었다. 이를 통해 더더욱 항공기와 같은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앞좌석 상단의 경우, 운전석과 조수석 부분의 천장이 나뉘어져 있어, 선 블라인드를 따로 조절할 수 있다는 점이 특이하다. 운전석과 조수석 사이의 상단 콘솔에는 글라스 루프의 블라인드와 실내등을 조절하는 스위치들은 물론, 항공기의 기내 선반을 연상케 하는 수납공간까지 마련되어 있다. 이 부분은 시원스런 전방 시야와 극단적인 콕핏 스타일의 레이아웃과 함께 항공기의 인테리어 디자인을 차용했다는 점이 크게 드러나는 대목이다.

그러나 스타일을 더욱 중시한 결과인지, 상단 수납함은 공간이 그다지 넉넉지 못하다. 하지만 플로어 콘솔의 경우, 푸조의 3008 등에서 볼 수 있었던 넉넉한 수납공간을 갖추고 있다. 그러나 이를 제외하면, DS5의 수납공간은 전반적으로 부족한 편이다. 앞좌석 주변에는 그 흔해 빠진 컵홀더도 찾아볼 수 없어, 도어 포켓에 마련된 보틀 홀더를 쓸 수 밖에 없다.

외모만큼이나 독특하게 디자인된 앞좌석은 안락한 착석감을 제공한다. 운전석의 경우, 8방향의 전동조절 기능과 2방향의 전동식 허리받침, 그리고 수동으로 조절되는 다리받침이 구비되어 있다. 기본적인 힙 포인트(좌석에서 엉덩이가 닿는 위치) 자체가 높은 편이어서, 승하차는 편리하지만 운전 중에는 운전자의 성향에 따라서 호오가 갈릴 수 있다. 조수석은 운전석과 마찬가지로, 8방향의 전동조절 기능과 수동으로 조절되는 다리받침을 제공하지만, 무슨 이유인지 허리받침은 제공하지 않는다. 공통 사양으로 3단계의 열선 기능이 구비되어 있다.

뒷좌석의 착석감은 약간 단단한 느낌이지만, 불편함으로 느껴지지는 않는다. 뒷좌석 공간은 차의 크기에 합당한 정도의 공간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뒷좌석 등받이의 각도가 다소 세워져 있는 데다, 앞좌석과 같이, 힙 포인트가 높은 편이어서 덩치 큰 성인 남성에게는 머리공간이 부족하다고 느껴질 수 있다. 대신 통유리로 뒤덮은 글라스 루프 덕에 시각적인 공간감과 개방감은 좋은 편이다. 뒷좌석의 팔걸이에는 앞좌석에도 없는 컵홀더가 구비되어 있다.

트렁크 용량은 468리터의 공간을 제공한다. 이는 일반적인 해치백의 수준에서는 넉넉한 편이지만, 세단의 기준에서는 무난하거나 조금 적은 정도의 용량이다. 하지만 DS5는 해치백과 같은 공간 활용성을 지니고 있다는 점이 포인트다. 6:4 비율로 접히면서도 스키스루를 지원하는 뒷좌석을 모두 접으면 총 1,600리터까지 확장된다. 뒷좌석의 접는 방식이 소형의 해치백들처럼 더블폴딩 방식으로 접힌다는 점도 특징이다. 트렁크의 개구부가 좁은 것은 아쉽지만, 내부 공간 설계가 잘 되어 있어, 짐을 싣기에 편리하다.

올해부터 국내에 시판되는 DS5는 유로6 규제에 맞춘 PSA그룹의 신형 BlueHDi 엔진을 심장으로 사용한다. 시승차에 탑재된 엔진은 최고출력 180마력/3,750rpm, 최대토크 40.8kg.m/2,000rpm의 성능을 낸다. 변속기는 최근 대대적으로 도입하고 있는 아이신 제 EAT6 6단 자동변속기를 채용하고 있다. 이 파워트레인 구성은 푸조의 고성능 디젤 해치백 308GT와 플래그십 세단 508GT, 그리고 508의 크로스오버 모델인 508RXH 등에 쓰이고 있다. 또한 PSA그룹의 3세대 스톱/스타트 시스템이 장비되어 있다. 공인 연비는 도심 12.6 km/l, 고속도로 14.7 km/l, 복합 13.5km/l이다.

180마력 사양의 디젤엔진을 장비한 DS5는 파워트레인 자체의 정숙성 면에서는 비교적 무난한 수준이라 볼 수 있다. 디젤 엔진 특유의 거친 소리가 기존에 비해 억제되어 있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으며, 회전질감도 보다 깔끔하게 느껴진다. 차체 외부에서 유입되는 소음을 막는 능력도 나쁘지 않다. 그러나, 하부에서 올라오는 소음은 그다지 잘 걸러내지 못하는 느낌이다. 승차감은 단단하다. 동작 하나하나에 절도가 있고 똑 부러지는 느낌이 있다. 노면의 굴곡이나 요철을 융통성 있게 거르기보다는 운전자에게 직설적으로 전달하는 편이다. 이 때문에 불필요한 출렁거림 등과 같은 모습을 거의 보이지 않는다. 다만, 이 단단한 승차감은 운전자에 따라서 호오가 크게 나뉘게 될 부분이다. PSA그룹의 3세대 스톱/스타트 시스템의 완성도도 인상적이다. 신속하고도 매끄러운 작동 덕에, 순전적으로 일본계 하이브리드 자동차와도 같은 느낌을 준다.

180마력 사양의 디젤엔진과 검증되고도 남은 아이신 6단 자동변속기 덕에, 가속감은 시원스럽고 펀치력이 있게 느껴진다. 일상적인 주행에서는 꽤나 묵직한 느낌을 주다가도, 가속을 재촉하는 순간부터 차체가 주는 느낌이 한층 가벼워진다. 가속은 초기부터 중/고속 영역까지 시원스럽게 이어지는 편이다. 힘 있게 밀어주는 파워트레인 덕에, 가속이 생각보다 즐겁게 느껴진다. 특히, 추월가속에서의 느낌이 더 좋다. 머뭇거림 없이 적당한 단수로 착착 변속을 진행하는 EAT6 자동변속기의 능력도 인상적이다. 정지 상태에서 100km/h까지 내모는 데에는 10초도 필요하지 않다.

단단한 승차감을 지닌 DS5는 예상대로 우수한 고속 주행 안정감과 빼어난 코너링 실력을 보여준다. 직선 구간에서의 고속 주행에서 불안한 모습을 보이지 않으며, 구배가 완만한 코너에서도 네 바퀴는 마치 레일에 올라 탄 듯 도로를 움켜잡고 있다. 불필요한 동작을 보이면서 불안감을 조성하는 법도 없다. 코너에서는 강력해진 파워트레인과 단단한 하체가 더욱 빛을 발한다.

특히, 구배가 큰 저속코너에서의 움직임은 C세그먼트 해치백과도 유사한 감각을 제공한다. 전륜에 맥퍼슨 스트럿, 후륜에 토션 빔 서스펜션을 사용하고 있지만, 굳이 멀티링크의 필요성을 느끼기 어려울 만큼 탄탄하고 스포티하면서도 안정감 있는 코너링을 선보인다. 일견 MPV스러운 외모 탓에, 이러한 부분에서 큰 기대를 하지 않았다면, 기대 이상의 핸들링에 짐짓 놀라게 된다. 다만 ESP의 개입은 꽤나 빠른 편이다. 차체가 조금이라도 불온한 움직임을 보이는 순간에는 가차없이 끼어들어서 속도를 낮추고 자세를 바로잡아버린다.

제동력 자체는 노면에 팍팍 내리 꽂히는 수준의 고성능은 아니지만, DS5를 제어하는 데 있어, 부족함이 없다. 브레이크 페달을 밟는 만큼만 제동력을 가하는 방식으로 만들어져 있어, 고속 주행 중의 급제동에서도 좋은 능력을 발휘하며, 코너가 연속되는 와인딩 로드 구간에서도 제어가 용이하다.

기자는 DS5를 시승하면서 서울과 부산을 왕복하는 장거리 운행을 실시했다. 출발지는 서울 수서동이며, 도착지는 부산 해운대구로, 고속도로 운행 경로는 중부 내륙 고속도로와 경부선 일부, 그리고 중앙고속도로(대구-부산)이었으며, 부산 시내에서 약 80km가량을 운행했다. 해운대구를 중심으로 한 부산의 혼잡한 도심에서 기록한 평균연비는 10.4km/l였다. 원활하게 소통하고 있는 경우에는 13.6km/l까지 오르기도 했다. 고속도로 구간의 평균 연비는 19.6km/l로, 공인 연비에 비해 5km/l가량을 상회하는 기록을 냈다.

DS5는 2016년형으로 변경되면서 파워트레인이 2.0 BlueHDi 사양으로 교체되었고, So Chic와 So Chic+의 두 가지 세부 모델로 판매되고 있다. 시승차는 LED+제논 조합의 헤드램프를 탑재한 So Chic+ 사양으로, VAT 포함 가격은 4,950만원이다. So Chic 모델의 가격은 4,590만원이다.

DS 브랜드의 플래그십인 DS5는 더욱 개성적인 외모와 성능이 증강된 파워트레인을 가지면서 상품성이 더 높아졌다. 기존 모델의 외모에서 보여졌던 독보적인 개성은 브랜드의 독립과 함께, DS만의 요소가 강조된 새로운 얼굴을 받아들이면서 더더욱 돋보이게 되어, 시트로엥의 그늘에서 벗어나 독립된 DS만의 디자인 세계를 보여주고 있다. 성능을 비롯하여 모든 면에서 향상된 신규 파워트레인은 우수한 주행 질감과 효율을 동시에 안겨준다. 그러나 이미 독일식 고급세단들의 성능과 편의성에 익숙하면서도 네임 밸류에도 민감한 한국의 고급 수입차 시장에서는 받아들이기 어려운 부분들이 여전히 존재한다는 점은 부인하기 어렵다. 하지만 정말로 남과 다른 자신만의 것을 찾고자 하는 이들이라면, DS5는 누구와도 닮지 않은 개성적이고 패셔너블한 디자인과 함께, 우수한 주행질감과 연비를 모두 갖춘, 매력적인 선택지가 될 수 있다.

글, 사진 박병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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