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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승기] 공간의 마술사, 혼다 HR-V

조회수 2016. 7. 25. 15:31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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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다가 내놓은 소형 SUV 'HR-V'는 어떤 맛을 가지고 있을까. HR-V를 경험하기 전에는 도무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공간이 넓다고 하는데 그냥 말 뿐이겠지. 효율성을 높인 가솔린 엔진? 의구심이 가득했지만 시승을 하면서 이런 생각은 기억 저편으로 사라져 갔다. 작은 차체에 넓은 실내 공간.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이 차에게는 사용 가능한 말이었다. 혼다가 설명하는 매지컬 콤팩트 SUV(Magical Compact SUV)란 말이 절묘하게 딱 들어맞았다.

소형 SUV에 쿠페의 감성 한 스푼

HR-V를 가만히 바라보고 있으면 전형적인 SUV 모습에 조금은 다른 멋을 가미해 놓은 모습이다. 전면에 크게 자리한 그릴은 크게 멋을 부리지는 않았지만 헤드램프와 그릴의 라인을 맞춰 일체감을 높였다. 또 범퍼에 라인을 살려 소형 SUV에 어울리지 않는 날렵한 모습까지 갖추고 있다. 혼다에 따르면 디자인 콘셉트인 익사이팅 H 디자인(Exciting H Design)이 그대로 녹아있다고 한다.

옆에서 바라보는 HR-V는 쿠페 스타일의 라인을 통해 세련미를 더했다. 곳곳에 패어 있는 캐릭터 라인은 차를 좀 더 입체적으로 보이게 만들어 준다. 테일램프는 ㄱ자 형태를 가지고 있어 혼다 SUV 중 가장 큰 모델인 파일럿과 비슷한 느낌을 전해준다. 테일램프의 크기가 차급에 어울리지 않게 크게 디자인된 점은 개인적으로 아쉬웠다. 물론 디자인적인 부분은 개인의 취향에 따라 다르기 때문에 큰 단점이라고는 말하지 않겠다.

겉은 소형, 속은 중형

HR-V의 핵심은 실내. 이 차의 가장 큰 매력이 드러나는 부분 중 하나다. 결론부터 말하면 실내공간은 최고점을 주고 싶을 정도다. 먼저 제원을 살펴보면 전장, 전폭, 전고, 축거는 각각 4295mm, 1,770mm, 1,605mm, 2,610mm다. 실내공간을 좌우하는 축거, 즉 휠베이스는 혼다 'CR-V'와 크게 차이를 보이지 않는 수치다. 이 덕에 소형 SUV에 어울리지 않는 공간을 확보할 수 있었던 것이다.

2열에서 느껴지는 만족감은 상당했다. 키가 큰 성인 남자가 타도 다리 공간과 머리 공간에 부족함이 없었다. 뒷좌석에 위치하던 연료탱크를 앞 좌석 밑으로 이동시켜 충분한 공간을 만들었다는 것이 혼다의 설명이다. 또 2열 착좌면을 직각으로 세울 수 있는 매직시트도 만족감을 높이는데 한몫했다. 물론 2열 시트는 6:4로 접을 수 있어 많은 짐을 적재할 경우 트렁크 공간을 최대 1,665리터까지 늘릴 수 있다. 소형 SUV에서 느껴질 수 있는 실내공간의 아쉬움을 제대로 해소시켜 말 그대로 매지컬 콤팩트 SUV를 실현한 것이다.

운전석에 올랐을 때 느껴지는 실내는 몇 가지 단점을 제외하면 대체로 수긍할 수 있을 정도다. 필요한 정보만 나타내는 계기반의 시인성도 높았고, 터치 방식으로 조작하는 공조장치를 비롯해 오디오 시스템의 반응은 상당했다. 다만 아쉬운 점은 컵 홀더의 위치다. 높게 지나가는 센터터널의 끝자락에 위치한 컵 홀더에 음료를 넣고 꺼내기에 약간 불편함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또 도어 패널의 소재를 오염에 노출되기 쉬운 직물로 마무리했다는 점은 아직까지도 의문으로 남는다.

부드러움으로 무장한 주행성능

시승을 통해 HR-V의 구석구석을 알아보기 위해 정한 목적지는 강촌. 뜨거운 날씨에 도로 위에 피어나는 지열을 가로질러 출발했다. 34도가 넘는 뜨거운 날씨. 에어컨을 최대한 강하게 틀었다. 하지만 바람이 그리 시원하지 않았다. 냉매가 부족한가? 치명적인 단점이 있나? 함께 탄 기자들은 충격에 휩싸였다. 원인은 ECON 모드로 달리고 있어서 그랬던 것. ECON 모드를 활성화시키면 연료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다양한 부분을 효율적으로 작동시킨다. 연료를 아끼기 위한 배려인 셈이다.

HR-V 보닛 아래에는 1.8리터 4기통 i-VTEC 가솔린 엔진이 자리하고 있다. 이 엔진은 제원에 따르면 최고출력 143마력(@6,500), 최대토크 17.5kg.m(@4,300)의 성능을 가지고 있다. 실제로 주행해 본 바에 따르면 일반적인 상황에서는 부족함이 없었다. 가속페달을 밟으면 부드럽게 차를 밀어줬고 엔진 소음도 그리 크게 들리지 않았다. 여기에 무단 변속기의 조합은 부드러움을 한층 더 살려 주었다. 수많은 혼다의 모델을 시승했지만 수치상 제원보다 높은 만족감을 주는 점은 인상 깊었다.

차들이 꽉 들어찬 정체구간을 벗어나 시원스럽게 뚫린 도로를 만났다. 이 녀석을 제대로 느껴 볼 수 있는 절호의 찬스다. 물론 무지막지하게 가속을 하고 위험하게 차를 모는 것은 아니다. 시속 80km로 정속 주행할 때는 노면에서 올라오는 소음만 귀를 거슬리게 했다. 거친 노면에서는 소음이 조금 크게 올라오는 느낌을 지우지 못 했다. 계기반 속도계를 감싸고 있는 램프는 주행 상황에 따라 녹색 혹은 흰색으로 색을 바꾼다. 연료를 아끼며 달리게 도와주는 고마운 존재다. 이렇게 꾸준히 정속 주행을 하니 트립 컴퓨터 상에는 리터당 17km에 달하는 효율성을 보였다. 정체구간에서는 약 9km 가량을 주행할 수 있다고 알려 주었다. 참고로 제원에 따르면 HR-V의 연비는 복합연비를 기준으로 13.1km/l(도심 12.1km/l, 고속도로 14.6km/l)다.

차를 조금 더 빠르게 몰아봤다. 노면의 충격을 최대한 억제하려는 움직임을 보여줘 고맙기까지 했다. 약간 빠른 속도로 코너를 돌아나가니 의외의 모습을 보였다. 뒤뚱거리며 불안할 것만 같았지만 큰 불안함 없이 운전자가 의도하는 방향으로 따라가 주었다. 하지만 브레이크 성능은 아쉬움으로 남았다. 강하게 페달을 밟으면 제동력이 살아나기는 했지만 일반적인 상황에서는 조금 무르고 밀린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기 때문이다. 브레이크의 응답성을 조금 높인다면 만족감은 더욱 상승될 듯 싶다.

당당히 한 자리 차지할 만하다

SUV의 시장이 뜨거워짐에 따라 여러 브랜드가 SUV를 내놓고 있다. 소형 SUV 역시 마찬가지다. 하지만 소형 SUV의 넉넉하지 못한 실내공간은 여전히 갈증으로 남아있었다. 하지만 HR-V는 소형 SUV 답지 않은 널찍한 실내공간을 가지고 있었고 주행성능도 부족함이 없었다. 단, 3,190만 원이라는 판매 가격은 소비자의 눈길을 끌기에는 힘들지 않나 싶다. 가격을 포함한 몇 가지 단점을 제외하면 완성도는 높다고 감히 말할 수 있다. 가솔린 엔진의 조용함, 실내공간, 거기에 꽤 높은 효율성 등은 소형 SUV 시장에서 새로움을 원하는 사람들에게 좋은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허인학 기자 heo@ridema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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