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렉서스 ES300h '신구대결', 용인-부산 실연비 테스트

조회수 2021. 12. 6. 10:41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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렉서스 ES300h와 함께 ‘용인-부산’ 연비 테스트에 나섰다. 흔한 신차 연비리뷰는 따분하다고 판단, 22만㎞ 달린 2014년형 ES300h 한 대를 더 섭외했다. 오늘의 관전 포인트는 두 가지다. ①신형과 구형의 연비 차이는 얼마나 벌어졌을지 ②20만㎞ 넘게 달린 렉서스는 신차와 비교해 컨디션을 어느 정도 유지할지 꼼꼼히 살폈다.

글 강준기 기자
사진 신동빈 기자, 렉서스코리아

가장 합리적인 선택, 하이브리드


‘150.3%’. 올해 1~10월 수입 하이브리드카 등록대수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50% 뛰었다. PHEV는 230% 성장. 연비 좋은 저공해차에 대한 관심이 여느 때보다 뜨겁다. 그 중심에 ES300h가 있다. 하이브리드 판매 1위인데, 가솔린과 디젤 등 모든 차종과 섞어도 세 손가락 안에 든다. 1위는 메르세데스-벤츠 E 250. 2위 BMW 520i, 3위 ES300h 순이다.

비결이 무엇일까? 부드러운 승차감, 뛰어난 내구성뿐 아니라 살뜰한 연료효율도 빼놓을 수 없다. 부분변경을 거치며 복합연비는 17.0→17.2㎞/L까지 올라갔다. 덩치는 라이트 헤비급인데 먹성은 단식원 정회원 수준이다. 그러나 표시연비와 실제연비는 다른 법. 정확한 연비 테스트를 위해 우리는 ‘풀 투 풀(full-to-full)’ 방식을 통해 최종 연비를 산출했다.

오전 10시, 기흥휴게소 출발

시승 당일 오전 11시. 경기도 용인 기흥휴게소에서 출발했다. 공정한 비교를 위해, 신형과 구형 각각 성인 2명씩 탔고 촬영 장비는 트렁크에 나눠 실었다. 목적지인 부산 수영만 요트경기장까지 거리는 375㎞. 소요시간은 약 4시간 30분이다. 주행모드는 노멀, 실내 온도는 23°C 오토에 맞추고 진행했다. 의도적인 연비 주행은 피하되, 가급적 제한속도는 지켰다.

오늘 시승차는 두 가지다. 7세대 ES300h F 스포츠 모델은 직렬 4기통 2.5L 가솔린 엔진과 두 개의 전기 모터, 배터리를 맞물렸다. 시스템 최고출력 218마력을 낸다. 복합연비는 일반 모델보다 소폭 낮은 16.8㎞/L다. ‘도전자’ 6세대 ES300h은 최고출력 203마력을 뿜는다. 2014년 당시 복합연비는 16.4㎞/L. 공차중량은 신형 1,680㎏, 구형 1,685㎏이다.

배기량 차이도 조금 있다. 직분사와 간접분사를 아우르는 D-4S 기술을 심고, 2,494→2,487cc로 조금 줄였다. 대신 엔진 출력은 158→178마력으로 20마력 뛰었다. 최대토크는 21.6→22.5㎏‧m로 상승. 반면 전기 모터의 최고출력은 143→120마력으로 내려갔다. 아울러 배터리는 니켈 메탈→리튬 이온 방식으로 바꿨고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103→92g/㎞로 낮췄다.

주행 초반, 경부고속도로는 아직 출근길 정체가 말끔히 풀리지 않은 상태였다. 일반 내연기관차는 평균연비 내려가기 ‘딱’ 좋은 환경인데, ES300h에겐 수치 높일 절호의 기회였다. 엔진 개입을 최소화하며 EV 모드로 교통흐름에 맞출 수 있었다. 주행 시작 1시간 후, 두 차의 계기판상 평균연비는 신형이 23.6㎞/L, 구형이 21.6㎞/L로 정확히 2㎞/L의 차이가 났다.

효율의 핵심은 두 개의 전기 모터


다양한 제조사에서 하이브리드 자동차를 출시하고 있지만, 저마다 구조적 특색이 있다. 이 분야 ‘원조’ 렉서스는 심오한 시스템을 추구한다. 이른바 직병렬 하이브리드 방식이다. ‘동력분할기구(Power Split Device)’가 핵심으로, 유성기어를 통해 두 개의 전기 모터(각각 MG1, MG2) 작동을 주무른다. 주행하면서 구동과 충전을 동시에 할 수 있는 게 장점이다.

하이브리드 시스템 이해를 위해 먼저 전기 모터의 특성을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전기 모터는 양극과 음극을 바꾸면 발전기(제너레이터)로 변한다. 따라서 타력으로 달리거나 감속할 땐 전기 모터를 발전기로 바꿔 쓸 수 있다. 그래서 렉서스는 ‘모터-제너레이터’의 약자를 따서 MG라고 이름 붙였다. MG1은 엔진의 힘을 이용해 배터리를 충전한다.

MG2의 역할은 한층 더 적극적이다. 가속할 땐 엔진과 힘을 합쳐 속도를 높이고, 감속할 땐 발전기로 변해 배터리를 차곡차곡 충전하는 구동용이다. 이들 전기 모터는 동력분할기구와 하나 되어 변속기 역할도 같이 한다. 그래서 ‘e-CVT’라고 부른다. 가솔린 엔진과 두 전기 모터를 연결하는 렉서스 하이브리드 시스템의 핵심 장비다.

운전자 교대, 신형 타다가 구형 타보니…


공정한 비교를 위해 우린 낙동강의성휴게소에서 운전자를 맞바꿨다. 트립컴퓨터 상 평균연비는 신형 21.9㎞/L, 구형 19.6㎞/L. 새 차의 싱거운 승리는 예상했지만, 22만㎞ 달린 ES의 실력도 만만치 않았다. 더욱 놀라운 건 주행 질감이었다. 과거 접촉사고 여파로 뒷좌석 창문에서 ‘지르르’ 떠는 잡소리가 들리긴 했지만, 차분한 거동과 승차감은 한결 같았다.

높은 연비보다 인상 깊은 포인트는 바로 이 부분이었다. 때가 잔뜩 탄 시트에서 세월의 흔적을 느낄 수 있었지만, 주행거리가 늘어도 컨디션 하락이 크지 않다는 건 분명한 장점이다. 참고로 이 차는 두 차례의 접촉사고 이력을 빼면 매뉴얼대로 소모품만 교체하며 운행했다. 브레이크 패드는 교환하지 않았는데, 회생 제동 시스템 덕분에 교환주기가 긴 까닭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 차의 차이는 명확했다. 뉴 ES의 GA-K 플랫폼은 무게중심이 낮다. 그래서 고속주행 안정감이 좋다. 토요타 캠리와 같은 뼈대로 생각하면 오산이다. 구조용 접착제를 듬뿍 바르고 용접 포인트도 늘렸다. 덕분에 비틀림 강성이 한층 높다. 또한, 쇼크업소버엔 세계 최초로 ‘스윙 밸브’를 심었다. 미세한 차체 움직임도 꿀떡 삼키는 비법이다.

연비 높이는 노하우 가득한 2.5L 엔진


2.5L ‘다이내믹 포스(Dynamic Force)’ 엔진은 연료로 만든 열에너지 가운데 운동 에너지로 바꾸는 비율을 뜻하는 ‘열효율’이 41%에 달한다. 통상 가솔린 엔진은 열효율 30%를 넘기 힘들다. 또한, 실린더에 공기를 넣을 때 생기는 ‘텀블 플로우(Tumble Flow)’라는 소용돌이를 키웠다. 그 결과 적은 연료로도 공기와 잘 섞을 수 있고, 폭발도 빠르고 균일하다.

굳이 기술적인 내용을 몰라도 온 몸에 와 닿는다. 가령, 어지간한 도심에선 출발부터 전기 모터가 시속 40~50㎞까지 이끈다. 그 다음 엔진이 숨통을 터 ‘지원사격’한다. 엔진을 끄고 켜는 과정도 귀신같이 빠르다. 제동 감각도 좋다. 통상 하이브리드 차는 브레이크 페달을 밟았을 때 회생 제동 시스템이 작동해 불쾌한 모터 소음이 들린다. 이질감의 일등공신이다.


그러나 신형 ES는 페달 밟는 감각이 선형적이고 제동 성능도 점진적으로 키워간다. 회생 제동과 물리적 제동을 오고가는 과정 또한 자연스럽다. 차음시트나 플로어 사일렌서 등 방음 부위가 늘어난 점도 소음 줄이는 데 한몫 보탰다. 반면, 스포츠 모드로 바꾸면 꽤 자극적인 엔진 사운드가 들이친다. 랙 타입 전기식 파워스티어링 덕분에 소위 ‘손맛’도 좋다.

‘풀 투 풀’ 방식으로 계측한 최종 연비는?



중간에 식사하며 휴식시간을 갖느라 도착 예정시간이 한참 지났다. 오후 5시, 퇴근길 정체가 시작할 무렵 부산 톨게이트를 지났다. 그동안 시원스레 달리느라 평균연비는 다소 내려갔다. 구형 ES300h는 1L 당 18.6㎞. 반면 신형은 20㎞/L 이상의 연비를 그대로 유지했다. 아무래도 배터리 상태가 ‘짱짱한’ 7세대 시승차가 EV 모드를 한층 길게 쓸 수 있었다.

렉서스 하이브리드 시스템은 도심 정체구간에서 빛을 발한다. 가령, 시속 100㎞ 이상 고속 주행에선 가급적 EV 모드를 쓰지 않는다. 어차피 엔진 효율이 뛰어나기 때문이다. 이 때, 전기 모터는 상황에 따라 힘을 보태거나 배터리 충전을 동시에 한다. 시원스레 고속도로 달리며 충전한 배터리를 퇴근길 정체에 아낌없이 쓰니, 연료효율이 크게 떨어지지 않았다.



이전 ES는 센터페시아 중앙 디스플레이가 다소 깊숙이 자리했고, 터치를 지원하지 않아 불편했다. 최대 단점 중 하나였다. 반면, 신형은 모니터 위치를 앞으로 112㎜ 당겼다. 터치 기능도 추가. 더욱이 애플 카플레이를 연결해 스마트폰처럼 T맵과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도 편하게 이용할 수 있다. 마크 레빈슨 오디오로 청아한 사운드 즐기며 달리는 맛이 일품이다.

지독한 정체를 뚫고 부산 수영만 요트경기장 옆 GS 주유소에 도착했다. 두 차 모두 가득 주유를 통해 최종 연비를 산출했다. 휘발유 가격은 1L에 1,779원. 신형은 총 16L가 들어갔고, 연료비는 28,500원이 나왔다. 평균연비는 23.44㎞/L. 구형은 총 23L의 가솔린이 들어갔고, 비용은 40,900원이 나왔다. 평균연비는 16.3㎞/L, 트립연비보다 약 2㎞/L 낮았다.

렉서스 ES300h. 테스트 결과가 말하듯, 하이브리드 시장 1위의 이유는 뚜렷했다. 공인연비를 웃도는 실 주행 연비, 편안한 승차감과 부드러운 주행질감, 오랜 시간 운용해도 컨디션 저하가 크지 않다는 점이 제대로 맞물렸다. 연비 때문에 디젤차 고집할 이유가 없다면, 충전의 불편함 감수하고 전기차 구입하기 싫다면, 지금 당장 만족할 최적의 선택지 중 하나다.

<렉서스 ES300h>

*장점
1)제대로 숙성한 파워트레인, 부드러운 주행질감
2)20만㎞ 뛰어도 든든한 내구성능

*단점
1)다소 떨어지는 후방 카메라 화질, 개선할 필요가 있다.
2)F 스포트 모델의 앞좌석은 일반 모델만큼 편안하지 않다.

<제원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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