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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7. 르노와 길리의 협업, 그리고 르노삼성차의 기회

원선웅 입력 2021. 08. 16. 21:30 수정 2021. 08. 19. 1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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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노그룹과 중국 길리(지리)홀딩스 그룹이 2021년 8월 9일, 공동으로 하이브리드 전기차 생산을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두 회사의 합작은 기존 길리(지리)자동차와는 별도로 운영되며 우선은 길리의 럭셔리 브랜드 링크&코의 플랫폼을 베이스로 하는 하이브리드 전기차를 한국의 르노삼성 공장에서 생산하기로 했다. 간단해 보이면서도 복잡한 속내가 얽혀 있다. 르노는 닛산 및 미쓰비시와 자본 및 기술제휴를 하고 있다. 그런데 닛산이나 미쓰비시가 아닌 길리자동차와 르노삼성을 중국 시장 확대를 위한 거점으로 삼겠다는 것은 의미가 있다. 또한 당장에 중국시장을 위한 중대형차를 생산하는 것은 연구개발센터와 생산공장이 검증된 르노삼성이 더 우위에 있다는 판단도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르노와 길리, 르노삼성간의 협업, 그리고 르노삼성차의 기회에 대해 짚어 본다.

 


글 / 채영석 (글로벌오토뉴스 국장)

20세기 자동차회사들은 인수합병을 키워 규모의 경제를 추구했다. GM과 포드가 주도했고 폭스바겐도 많은 브랜드를 산하에 두고 있다. 현대와 기아도 그런 예에 속한다. 그래서 400만대에서 출발해 1,000만대까지 확대됐다. 거기까지였다. GM과 포드는 인수했던 브랜드를 매각했고 그룹 내 브랜드도 많이 축소했다. 더 큰 1,500만대 규모를 노렸던 2017년 GM과 PSA간의 딜이 무산됐고 2019년 FCA와 르노닛산간의 합병도 없었던 일로 됐다.

그보다는 폭스바겐과 포드의 전동화차 관련 협력과 GM과 혼다간의 파워트레인 분업 등에서 알 수 있듯이 지금은 연구개발역량과 생산을 경쟁업체가 각각 나누어 담당하는 분업이 확대되고 있다. BMW와 토요타가 공동으로 스포츠카를 개발해 마그나에게 위탁생산을 하는 것이라든지 로터스가 같은 모델에 메르세데스 AMG과 토요타의 엔진을 탑재하는 것, 닛산이 메르세데스 벤츠의 엔진을 공유하는 것, 르노가 다임러에 엔진을 공급하는 것 등이 좋은 예다. BMW가 토요타와 연료전지 전기차 기술 관련 협력도 마찬가지이다.

물론 이런 분업은 완성차회사간만의 문제가 아니다. 이종업종간에도 이미 깊숙이 침투해 있다. 차량제어 및 HMI, 자율주행 컴퓨터 기술에서는 보쉬와 콘티넨탈 등 전통적인 자동차 부품업체에 더해 구글과 애플, 마이크로소프트와 LG 전자, 삼성전자, 소니 등이 상당 부분을 담당하고 있다. 여기에 뛰어들고 있는 것이 폭스콘과 바이두 등 다양한 업종의 소위 말하는 파괴적 경쟁자들이다.

이런 이론을 정립하게 한 것이 애플이다. 애플은 자본으로만 따지면 당장에라도 완성차회사를 직접 설립하고 운영할 수 있지만, 수익성을 계산하면 그들의 사고방식과는 맞지 않는다고 판단해 그들의 생태계 속에 각종 외부 업체들을 끌어들여 자동차를 만들어 소비자들과의 최종접점을 장악해 부가가치를 높이겠다는 생각이다. 구글도 웨이모라는 자율주행차회사를 통해 애플 이상의 수평 분업을 통한 자동차산업 진출 가능성을 점쳐 볼 수 있다.



이번 르노와 길리자동차의 기술과 자본제휴를 통해 르노삼성의 생산역량을 이용한다는 것도 결국은 투자 비용 부담을 분산해 시너지효과를 노리는 국제 분업의 일환이다. 길리자동차의 모기업인 길리홀딩스는 모빌아이와 자율주행기술을 개발하기로 했으며 바이두와도 자율주행 배터리 전기차를 개발하기로 전략적 제휴를 체결하고 있다. 또한 텐센트와도 스마트카 개발 계약을 체결한 상태다. 2020년 전용 배터리 전기차 플랫폼을 개발해 외부업체에 공급하겠다는 폭스콘과도 협력해 글로벌 자동차회사에 OEM및 맞춤형 컨설팅 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선언하고 나섰다. 길리는 자체적인 라이드 헤일링 회사 카오카오를 운용하고 있기도 하다.

길리의 이런 대대적인 확장은 자본이 배경이다. 볼보를 인수하면서 시선을 끌었던 것이 사실이지만 그 외에도 다임러AG의 지분 9.8%를 보유하고 있고 말레이시아의 프로톤과 영국의 로터스를 인수합병하기도 했다. 그리고 산하에는 길리 브랜드를 중심으로 프리미엄을 지향하는 링크&코, 전기차 전용 브랜드 지오메트리와 프리미엄 전기차 브랜드 지커가 있다.

특히 이들을 뒷받침할 볼보의 기술력을 배경으로 개발한 전기차 전용 플랫폼을 개발해 그룹 내 9개 브랜드간의 아키텍처를 공유하고 다른 자동차회사에도 공급하겠다고 천명하고 나섰다. 길리의 이런 세 확장의 배경에는 볼보의 인수를 통해 일거에 기술력을 세계적인 수준으로 끌어올렸다는 자신감이 있다.

주목할 것은 중국의 길리와 인도의 타타는 볼보와 재규어랜드로버를 포드로부터 인수했지만, 경영의 독자성을 부여해 브랜드를 되살려냈다. 동시에 아직은 완전치 않지만, 자동차 개발 및 제조 프로세스를 배웠다.


르노의 중국 재건, 길리의 유럽 공략이 축
여기에서 르노와의 접점이 이루어졌고 이번 계약이 이루어진 것이다.

르노의 처지에서 보면 제휴관계에 있는 닛산은 카를로스 곤 사태로 불거진 변화 대응역량 부족과 라인 구축의 부재, 그리고 품질 관리 소홀로 인한 시장 전략 실패로 르노와의 관계가 매끄럽지 않다. 닛산은 이미 1999년 부도 직전에 미쉐린 출신 카를로스 곤을 CEO로 영입해 과감한 수술을 한 경험이 있다. 카를로스 곤은 코스트 커터, 즉 비용절감의 귀재라는 별명을 얻었지만, 이는 동전의 양면이다. 수익성을 높일 수는 있겠지만 연구개발 투자에도 영향을 미쳐 라인업의 업데이트 한계에 부닥칠 수 있다.



그것은 르노와 닛산이 제휴관계를 맺은지 15년 가까이 되서야 공동 플랫폼을 개발했다는 것에서도 알 수 있다. 게다가 절대권력은 절대부패라는 것을 증명하듯이 카롤로스 곤은 재정적인 비리를 저질렀고 그로 인해 그동안 르노와 닛산간의 갈등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두 번째로 르노는 B세그먼트와 C세그먼트 위주의 남유럽 회사답게 중대형차 개발에 대한 역량이 부족하다. 푸조와 시트로엥의 라인업을 봐도 알 수 있다.

그런 라인업의 한계로 드러난 것은 자동차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중국시장에서의 부진이었다. 르노는 2016년 합작회사 둥펑르노를 통해 중국시장에 본격 진출했지만, 중국 소비자들에게 어필하지 못했고 2020년 결국 종료됐다. 그러나 지금 중국시장 의존도가 30~40% 달하는 대부분의 글로벌 플레이어들이 그렇듯이 중국시장에서의 입지구축은 르노에게도 필수조건이다.

그 고민을 제휴관계에 있는 닛산이나 미쓰비시와는 해결할 수 없다는 결론에 도달했고 그래서 급부상하고 있는 길리자동차와의 협력을 생각하게 된 것이다. 르노와 닛산은 자본제휴를 하고 있지만, 태생적인 문화의 차이와 내부문제 등으로 들여다보면 물과 불의 관계다. 물론 길리자동차도 생산역량에는 한계가 있고 그래서 부상한 것이 르노삼성자동차다.

르노삼성자동차의 사장을 역임한 후 르노그룹 아시아태평양 비즈니스 총괄 부회장으로 승진했다가 지금은 해외사업을 총괄하고 있는 프랑소와 프로보 부회장의 역할이 있었을 것으로 추측된다. 그는 과거 르노삼성자동차의 인수에 대해 처음에는 별 기대를 하지 않았으나 정작 제품의 개발과 생산성 등에서 의외의 역량을 발견했다며 높이 평가한 바 있다. 지난 4월에는 서울을 방문해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만나 르노삼성의 친환경차 개발과 반도체 수급에 관한 논의를 하기도 했다.

프랑소와 프로보 부회장은 소형차 위주의 시장에 갇혔던 르노의 글로벌화에 필요한 것은 생산역량, 기술 개발, 그리고 중국시장이라는 간파했고 그 결과가 이번 르노와 길리홀딩스, 그리고 르노삼성 자동차의 수평 분업으로 나타난 것으로 분석된다.


르노삼성, 공장 가동률과 전동화 라인업 확대 위한 절호의 기회
르노그룹은 지난 4월 르놀루션이라는 전략을 통해 탄소중립과 디지털화에 대한 계획을 발표했다. 르놀루션(Renaulution)의 내용은 그룹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제품, 비즈니스, 기술력 향상을 위한 얼라이언스 정립, 모빌리티, 친환경 에너지 중심의 데이터 연계 서비스 가속화, 그리고 르노 그룹 조직을 브랜드, 고객, 시장을 중심으로 바꾼다는 것이 골자다. 그중에는 2030년까지 유럽의 르노 브랜드 차량의 90%를 전기차로 전환하는 것이 포함되어 있다. 탄소중립이라는 절체절명의 상황에서 피할 수 없는 선택이다. 그를 위해 향후 5년간 100억 유로를 투자한다. 전기차의 판매가 많지 않을 때 르노는 조에 등으로 유럽시장 1위를 지켜왔으나 테슬라와 폭스바겐 등이 본격적으로 배터리 전기차를 출시하면서 올해 들어서는 3위로 떨어졌다.

이를 끌어 올릴 필요가 있고 그를 위해서는 우선은 프랑스 내의 내연기관 자동차 공장의 배터리 전기차 공장으로의 전환이 필요하다. 이는 당장에는 일자리 감소로 이어진다. 르노의 지분 15%를 보유한 최대 주주 프랑스 정부의 일자리 정책과 맞물려 있어 그리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그러니까 르노는 프랑스 내의 특수한 상황에 맞는 새로운 시대에 맞는 전략이 필요했고 그중 하나로 선택된 것이 길리자동차와의 협업이고 그 안에 르노삼성차의 활용이 있는 것이다.

르노는 이미 르노와 닛산, 르노삼성차가 협업하는 윈-윈-윈을 위한 전략적 결정을 통해 2014년부터 르노삼성의 부산 공장에서 닛산의 북미지상용 SUV로그를 생산했던 경험이 있다. 배경에는 르노삼성차 부산공장의 생산 품질 우수성이 있다. 2012년 르노삼성은 2,000억 이상의 적자를 내며 내수 수출이 모두 부진한 상황이었는데 로그의 생산은 부산공장의 가동률을 높여 크게 기여했다. 여기에 르노제 소형 크로스오버를 QM3라는 이름으로 들여와 공전의 히트를 기록하며 기적적으로 회생했다.

그러나 50만대 이상 생산해 수출했던 로그의 생산은 2020년 3월로 끝이 났고 르노삼성은 300억원에 달하는 적자를 기록했다. 공장가동률이 가장 큰 문제이다. 지난 6월부터 XM3의 수출이 시작되어 올해 6만대 이상 수출이 가능한 상황이지만 내수 부진을 완전히 해소하지는 못하는 상황이다.

특히 르노삼성이 필요한 것은 전동화차 라인업의 한계다. 르노제 배터리 전기차 조에 등을 수입해 판매하고 있고 SM3를 기반으로 한 배터리 전기차를 판매해왔지만, 본격적인 전동화를 위한 계기가 필요한 상황이다.

그런 상황에서 르노와 길리홀딩스의 협업은 르노삼성에게는 또 다른 기회일 수 있다. 길리와 르노의 합작은 기존 길리자동차와는 별도로 운영된다. 두 회사는 이를 위해 링크&코의 플랫폼을 베이스로 하는 모델을 우선은 한국에서 생산하기로 했다. 우선은 하이브리드 전기차부터 생산한다는 계획이다.

길리의 입장에서는 배터리 전기차는 전용 브랜드 지오메트리와 지커에 집중하고 하이브리드 전기차는 르노삼성에서 생산해 조달하겠다는 얘기일 수 있다.

이는 중국 정부가 2020년 10월 발표한 신에너지차 개발 전략이 배경이다. 중국 정부는 2035년까지 배터리 전기차 50%, 하이브리드 전기차 50%로 한다는 목표를 설정했다. 2019 년의 신차 판매에서 신에너지차의 비율은 5%였지만 새로운 로드맵은 2025년에 20% 전후, 2030년에 40% 전후, 2035년에 50% 이상까지 끌어 올린다는 것이다. 신에너지차의 95% 이상은 배터리 전기차로 한다는 방침이다

나머지 가솔린차 등은 모두 에너지 절약형 차량인 하이브리드로 전환한다. 하이브리드 전기차의 비율을 2025년에 가솔린차 등 50%, 2030년 75%, 2035년 100%로 높이고, 하이브리드가 아닌 기존의 가솔린 자동차 등은 제조 판매를 중단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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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우선은 르노삼성은 하이브리드 전기차를 생산해 중국을 비롯한 해외시장으로의 수출은 물론이고 전동화차 라인업이 부족한 내수시장에서의 판매 증대도 기대할 수 있다. 그러니까 신차를 출시해 내수시장을 확대할 기회인 것이다. 더불어 연구개발비의 투자를 분담해 차세대 기술의 채용 폭을 늘릴 수도 있다. 특히 디지털화 측면에서 르노와 길리가 확보한 다양한 제휴의 산물을 활용할 수도 있다. 중국시장의 규모를 고려한다면 르노와 길리의 역할에 따라 기대 이상의 성과도 예상할 수 있다.

르노삼성은 현대기아가 80% 이상을 독점하고 있는 한국시장에서는 한국GM이나 쌍용자동차와 마찬가지로 한계가 있다. 하지만 쌍용 티볼리와 르노삼성 QM3의 예에서 봤듯이 한국시장의 소비자들은 ‘다른 것’에 대한 갈망이 있다. 길리홀딩스와 그 길리에 기술력을 제공하는 볼보의 원천적인 배경을 활용한다면 얼마든지 시장을 확대할 제품을 내놓을 수 있다.

이번 르노와 길리의 협력 내용 중 길리는 생산을, 르노는 브랜드 전략, 판매 채널 및 서비스에 중점을 둔다는 것이 있다. 우선은 르노삼성에서 생산해 중국과 한국시장에 출시하겠지만 장기적으로는 아시아 시장의 확대를 추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약 20년 동안 차량을 생산해 온 르노삼성자동차의 역량이라면 두 회사와의 플랫폼 공유뿐 아니라 그들에게도 도움 줘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 르노삼성차에는 다시 한번 도약할 새로운 기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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