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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승기] 가장 풍요로운 대형 SUV, 쉐보레 트래버스

입력 2021. 10. 18. 18:21 수정 2021. 10. 18. 1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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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차를 타면 출신 국가의 특성을 어렴풋이 알 수 있다. 국산차는 승객을 위한 편의장비와 널찍한 실내 공간을 갖췄다. 독일차는 아우토반에서 단련한 튼튼한 하체를 자랑하고, 일본차는 빈틈없는 조립 품질과 완성도를 갖췄다. 반면, 미국차는 모든 요소가 광활한 땅덩어리를 닮아 여유롭다. 쉐보레 트래버스는 그러한 미국식 SUV 감성을 100% 담고 있었다.

글 서동현 기자
사진 쉐보레, 서동현 기자

2세대 트래버스는 지난 2017 북미 국제 오토쇼에서 데뷔했다. 1세대 출시 후 8년 만에 치른 풀 체인지였다. 한국 땅을 밟은 건 그로부터 2년 뒤. 투입 시기가 빠른 편은 아니었다. 이미 현대자동차가 2018년 말 팰리세이드를 출시해, 숨어있던 대형 SUV 잠재 고객을 흡수해나갔다. 막강한 경쟁자도 있었다. 포드 익스플로러는 이미 수입 SUV 주도권을 움켜쥐었다.

6세대로 거듭난 신형 익스플로러의 인기도 고공행진을 이어갔다. 팰리세이드보다 비싸고, 익스플로러보다 인지도 부족했던 트래버스는 시장을 이끌기 어려웠다. 그런데 최근, 분위기 반전을 꾀하고 있다. 올해 하반기부터 익스플로러 판매량을 앞지르기 시작했다. 동급에서 가장 넓은 실내와 기운찬 자연흡기 엔진, 비교적 편리한 A/S망이 트래버스의 주요 무기다.

① 익스테리어


처음 마주한 순간부터 압도당했다. 트래버스의 길이와 너비, 높이는 각각 5,200×2,000×1,785㎜. 올해 만난 SUV 중에서 가장 크다. 휠베이스(3,073㎜)는 또 어찌나 긴지, 뒷바퀴 휠 하우스가 뒤 문짝 가장자리를 넘보지 않는다. 허리 길쭉한 비례 때문에 지상고 띄운 미니밴 같기도 하다. 바퀴가 작아 보이는 착시도 일어난다. 모든 트림의 휠 크기는 20인치.


요즘 출시한 신차는 아니다 보니, 사실 디자인이 주는 신선함은 적다. 다만 모든 부품이 큼직해 눈이 시원하다. 위아래로 나눈 라디에이터 그릴은 V6 엔진이 마실 공기를 양껏 빨아들인다. 헤드램프 속은 알파벳 ‘D’ 모양 LED 램프 9개로 촘촘히 채웠다. 앞 범퍼 아래에는 에어 댐을 달았다. 차체 바닥에 흐르는 불안정한 공기 양을 줄여, 고속 주행 안정성을 올린다.

시승차는 프리미어 트림. 휠 아치를 외장과 같은 컬러로 칠했다. 그릴 테두리와 사이드미러 커버, 도어 핸들, 창문 테두리, 루프랙 등은 크롬으로 덮었다. 사각형 머플러는 뒤 범퍼 양쪽에 자리했다. 바라보기만 해도 자연흡기 엔진의 고동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TRAVERSE’ 레터링은 트렁크 패널과 앞문 등 총 세 군데나 새겼다.

② 인테리어



실내 디자인도 무난하다. 그러나 익숙하다. 처음 탔지만 필요한 기능 찾는 일이 번거롭지 않다. 요즘처럼 쌀쌀한 시기에 손 많이 가는 ‘온도’ 관련 버튼을 센터페시아 중심에 가지런히 모았다. 중앙 8인치 모니터는 애플 카플레이와 안드로이드 오토를 지원한다. 화면 뒤로는 선글라스 등을 넣어두기 알맞은 비밀 수납공간도 마련했다. 스마트폰 무선 충전 패드도 기본.



실내의 진가는 뒷자리에 있다. 2열 구성은 가운데에 통로를 둔 독립식 캡틴 시트. 슬라이딩과 등받이 각도의 조절 폭이 크다. 통상 네바퀴 굴림 승용차는 2열 바닥 중앙이 우뚝 솟아있는데, 트래버스의 바닥은 마치 전기차처럼 매끈하다. 따라서 불편함 없이 옆자리로 이동하거나 3열로 드나들 수 있다. 프리미어 트림에는 3단계 열선 기능도 들어간다.



맨 뒤 공간은 어떨까. 보통 3열 시트는 ‘보조석’ 개념에 가깝다. 하지만 5.2m 짜리 대형차라면 말이 다르다. 레그룸 길이만 851㎜. 2열 시트를 무리하게 밀어내지 않아도 쓸만한 무릎 공간이 나온다. 쿠션 길이와 등받이 각도는 어느 정도 타협해야 하나, 누군가를 태워도 미안하지 않을 수준이다. 넓은 쪽창과 옵션인 듀얼 패널 선루프 덕분에 시야도 만족스럽다.

뒷좌석 탑승객을 위한 수납공간과 편의장비도 돋보인다. 거대한 뒷문 도어 트림에 물병 꽂을 자리가 가득하다. 커피잔과 텀블러는 물론, 맨 아래 칸은 1.5L 페트병도 꿀꺽 삼킨다. 3열에도 크기가 서로 다른 컵홀더 2칸을 양쪽에 넣었다. USB A 타입 단자 역시 각 열에 2개씩 들어갔다. 에어컨 송풍구는 천장에 심었다. 올여름처럼 무더운 날씨에 열 식히기 좋은 위치다.



트렁크는 기본 용량만 651L. 3열 시트 등 뒤 끈을 잡아당겨 눕히면 1,636L로 늘어난다. 2열 시트까지 모두 접고 난 용량은 2,780L. 경쟁상대인 익스플로러보다 각각 136, 280, 294L씩 더 넓다. 거실처럼 반듯한 바닥을 보고 있자니, 차박 여행 다니고 싶은 생각이 머릿속을 스친다. 추가로 바닥 패널 아래에는 90.6L 용량 적재 공간이 숨어있다.

③ 파워트레인

보닛 아래에는 V6 3.6L 가솔린 엔진을 넣었다. 효율을 위해 너도나도 따르는 ‘다운사이징’과 ‘과급기’ 모두 없다. 대신 고배기량 자연흡기 특유의 풍성한 감각을 지녔다. 복합연비는 1L당 8.3㎞. 몸무게가 2,090㎏인 점을 감안하면 나쁘지 않은 수치다. 최고출력과 최대토크는 각각 314마력, 36.8㎏·m. 여기에 9단 자동변속기를 맞물려 동력을 네 바퀴로 보낸다.

사륜구동 시스템은 조금 독특하다. 다이얼 하나로 앞바퀴 굴림과 네바퀴 굴림을 오가는 ‘스위처블 AWD’다. 평소에는 뒷바퀴 동력을 완전히 끊어 연료 효율을 높이고, 큰 힘이 필요하거나 미끄러운 길을 만났을 때 본격적으로 네 바퀴를 모두 굴린다. 진흙과 모래, 자갈길을 주파하는 통합 오프로드 모드와 트레일러를 이끌 토우/홀 모드까지 갖췄다.

④ 주행성능

막상 운전석에 올라 보니, 첫인상만큼 덩치가 부담스럽진 않았다. 앞 유리와 창문이 넓어 시야가 좋고, 커다란 사이드미러는 사각지대 경보 시스템을 품어 한결 마음이 편안하다. 룸미러로 본 후방 시야는 아득히 멀다. 그럴 땐 거울 아래 레버를 밀어 영상을 띄우는 디스플레이로 바꾸면 된다. 어두운 밤이나 비 오는 날에도 유용하다. 시동을 걸고 곧장 고속도로에 올랐다.

출발과 함께 자연흡기의 매력에 빠졌다. 특정 회전수에서부터 토크를 쏟아 붓는 터보 엔진과 달리, 최고출력을 내는 6,800rpm에 다다를 때까지 고르게 힘을 뽑아낸다. AWD 모드로 바꾸면 뒷바퀴도 함께 등을 떠민다. 연비는 떨어지겠지만, 작은 추진력 차이가 묘한 중독성을 만든다. 고회전 영역에선 날카로운 엔진음도 뱉는다. 정숙성에 초점을 둔 여느 6기통 엔진보다 화끈하다.

소음 틀어막는 실력이 부족한 건 아니다. 엄청난 몸집에 비해 바람 부딪히는 소리가 크지 않다. 노면 소음도 마찬가지. ‘ANC(Active Noise Cancellation)’는 1·2열 머리 위 마이크로 엔진 소음을 감지해, 반대 위상 음파를 스피커로 출력한다. 가솔린 모델답게 정차 중 운전대와 시트 진동도 매우 적다. 실제로 장시간 운전했을 때 생각보다 피로도가 적었다.

앞 맥퍼슨 스트럿, 뒤 멀티링크 서스펜션은 뛰어난 고속 주행 능력을 뒷받침한다. 작은 요철쯤은 가볍게 짓누르고, 큰 충격에도 위아래 진동을 길게 남기지 않는다. 곡선 구간에서는 무게중심이 쏠리지 않도록 굳건하게 버틴다. 미국산 대형차들은 마냥 넘실거리는 승차감을 가졌을 줄 알았는데, 섣부른 편견이었다. 유럽산 프리미엄 SUV 부럽지 않을 정도로 안정적이다.

핸들링은 어떨까. 애초에 큰 기대는 없었다. 휠베이스가 3m를 넘어가니 신체 구조의 한계가 명확할 거라고 생각했다. 예상은 반반씩 들어맞았다. 굽잇길에서 운전대를 잡아채면 묵직한 거동을 보인다. 한마디로 벅차다. 속도를 낮추고 욕심을 버려야 한다. 그런데 앞뒤 바퀴가 따로 노는 듯한 이질감은 적었다. 방향 전환이 깔끔하다. 오직 ‘직진’만 잘하는 차는 아니다.

패밀리카라면 든든한 안전장비도 필수다. 앞차와의 거리는 전방 충돌 경고 및 전방거리 감지 시스템이 늘 주시한다. 시내나 골목길에서는 불쑥 튀어나오는 어린이 등을 걱정할 수 있다. 이 땐 전방 보행자 감지 및 제동 시스템이 활약한다. 에어백은 총 7개. 그중 하나는 운전자와 동승자끼리 2차 충돌을 막는 센터 에어백이다. 노력을 기울인 결과, 미국도로교통안전국(NHTSA) 안전도 검사에서 만점인 ‘별 5개’를, 미국고속도로안전보험협회(IIHS) 테스트에서 ‘탑 세이프티 픽’을 받았다.

⑤ 총평

‘SUPER SUV, TRAVERSE’. 쉐보레가 트래버스 공식 카탈로그에 새긴 슬로건이다. 동급 최고 수준의 실용성과 탄탄한 달리기 실력, 믿음직한 안전장비를 맛보니 ‘수퍼’라는 단어가 아깝지 않다. 특히 가족을 동반한 장거리 여행에서 장점이 빛을 발한다. 마치 북미 대륙을 가로지르는 듯한 여유로움을 경험할 수 있다. 그러고 보니, 트래버스(Traverse)라는 이름의 뜻도 ‘횡단’이다.

*장점
① 넓다 못해 광활한 수준의 실내 공간
② 부드러운 V6 자연흡기 엔진의 회전 질감

*단점
①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의 부재
② 시간이 꽤 흐른 듯한 실내외 디자인

<제원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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