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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승기] 포드 머스탱 마하 E, 전기차와 머슬카의 어색한 동거

뮌헨=신화섭 입력 2021. 09. 14. 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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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포드는 새로운 전기차 '머스탱 마하 E'를 공개했다.

지난 55년 간 아메리칸 머슬카를 대표하는 머스탱의 아이덴티티와 사뭇 다른 이미지에 상당수가 반신반의했다. 특히, 전형적인 2도어 쿠페로 대표되던 머스탱이 갑자기 크로스오버 스타일로 변신한 것에 대해 많은 머스탱 마니아들은 혹평을 쏟아냈다.

그러나 실제로 만나본 머스탱 마하 E는 이런저런 혹평과는 달리, 머스탱 특유의 감성과 전기차의 특징을 절묘하게 섞어놓은 퓨전 요리 같다. IAA 모빌리티 2021이 열린 독일 뮌헨에서 머스탱 마하 E를 짧게 타봤다.

시승차는 사륜구동 시스템과 더불어 88kWh 배터리 확장 옵션까지 더해진 마하 E 4X 모델이다. 머슬카 특유의 늘씬한 허리와 쭉 빠진 루프라인은 더 이상 만나볼 수 없지만, 강렬한 색상과 날렵한 헤드램프, 질주하는 로고 등에서 풍기는 사나운 인상만큼은 예전과 다르지 않다.

한발짝 뒤로 물러나면 머스탱 특유의 세 줄 테일램프와 툭 튀어나온 트렁크 도어가 눈길을 사로잡는다. 긴 가로줄에 이어진 세 줄 테일램프는 빨간 차체 색상과 어우러져 마치 아이언맨의 얼굴을 보는 듯한 느낌이다. 방향지시등은 머스탱답게 한 줄씩 순차적으로 점등된다.

19인치 휠은 역동적인 느낌을 반감시킨다. 물론, 효율성을 위한 선택이지만 편평비가 낮은 타이어나 20인치 이상 휠을 탑재했으면 어땠을까.

A필러의 동그란 버튼을 누르면 철컥하고 문이 열린다. 그 위에는 포드의 여느 차량들처럼 비밀번호로 차 문을 열 수 있는 기능이 배치됐다.

문을 열면, 이 차가 전기차임을 실감하게 된다. 실내 중앙에는 테슬라 모델S와 같은 거대한 세로형 디스플레이가 운전자를 반긴다. 디스플레이 하단부 중앙에는 볼륨 조절 다이얼이 자리한다. 디지털과 아날로그의 조합이 신선하다.

센터 디스플레이에서는 드라이브 모드를 비롯해 공조 장치, 스티어링 휠 및 시트 열선까지 차량의 모든 기능을 조작할 수 있다.

상대적으로 운전석 디지털 클러스터는 귀엽다. 화면의 가로 길이는 여느 자동차와 비슷하지만, 세로는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전달되는 정보 수준은 결코 부족하지 않다. 남은 주행거리부터 배터리 잔량, 외부 온도, 안전벨트 착용 여부, 차량 주변 센서, 속도까지 모든 정보를 깔끔한 그래픽으로 전달해준다. 얇은 만큼 스티어링 휠 사이로 한눈에 파악하기에도 편리하다. HUD의 부재가 전혀 아쉽지 않다.

다이얼 방식으로 기어를 선택하고 가속 페달에 발을 얹으면 차가 나아간다. 진동도 소리도 없으니 확실히 이전 머스탱의 느낌은 아니다.

의구심을 가진 채 시내로 들어섰다. 가속 페달에서 발을 떼니 회생 제동이 생각보다 강하게 걸리며 금세 차가 멈춘다. 머스탱 마하 E는 원 페달 드라이빙을 지원하기 때문에 여유로운 일상 주행에서는 브레이크를 밟을 필요가 없다. 강한 회생 제동에 이질감이 느껴진다면 센터 디스플레이에서 끌 수도 있다. 원 페달 모드를 끄면 가속 페달에서 발을 뗐을 때 일반 내연기관 차량처럼 부드럽게 감속이 이뤄진다.

생각보다 심심하다는 느낌을 안고 아우토반에 올랐다. 그제야 옆에 동승한 포드 관계자가 드라이브 모드 선택 창을 열어준다. 머스탱 마하 E는 위스퍼(Whisper), 인게이지(Engage), 언브리들드(Unbridled) 등 세 가지 주행 모드를 지원한다.

에코 모드에 해당하는 위스퍼 모드에서는 이름 그대로 속삭이듯 조용히 나아간다. 가속 페달을 깊게 밟아도 빠르게 반응하지 않으며, 적당한 수준으로 움직인다. 인게이지 모드는 일반 차량의 노멀 모드와 같다.

아우토반에 오른 만큼 언브리들드 모드를 체결해봤다. 마하 E는 '억제되지 않은'이라는 뜻의 언브리들드 모드에서 한 마리의 야생마처럼 변신한다. 가장 먼저, 차량 뒤에서 말발굽 소리 혹은 V8 엔진 소리와도 비슷한 '둥둥둥'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는 소리라는 것을 알면서도 괜스레 흥분된다. 그리고 아우토반의 속도 무제한 구간을 마주쳤다.

가속 페달을 과감하게 끝까지 밟았다. 뒤에서 들려오는 둥둥둥 소리는 고조되기 시작하고 빠르게 속도가 올라간다. 배터리가 바닥에 깔려있는 만큼 180km/h 이상에서도 차량은 비틀거리는 느낌 없이 안정적이다.

다만, 고조되는 소리에 비해 가속력은 아쉽다. 머스탱 마하 E 사륜구동 모델은 최고출력 346마력이라는 높은 성능을 가졌지만, 다른 전기차를 처음 시승할 때처럼 온 몸이 시트에 파묻힐 기세로 강력하게 튀어 나가지는 않았다. 아쉬운 부분을 강렬한 소리가 채워주는 셈이다.

빠른 속도에 대한 갈증은 시승이 워낙 짧았던 탓에 더욱 크게 느껴졌다. 진정한 머슬카의 느낌을 원한다면 고성능 모델인 머스탱 마하 E GT는 선택이 아닌 필수다.

포드 머스탱 마하 E는 아메리칸 머슬카 브랜드가 지녔던 편견을 과감하게 깨버리고 전동화를 선택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전기차 시대가 도래했음에도 머스탱이 멸종하지 않았다는 점은 크게 환영하고 싶다. 다만, '머스탱'이라는 이름값에 비해 빈약한 감성적 만족도가 아쉬운 것은 사실이다. 이를 해결하는 것은 머스탱뿐만 아니라 모든 스포츠카 브랜드가 가지고 있는 숙제가 아닐까.

자동차 전문 매체 모터그래프(http://www.motorgraph.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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