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시장을 겨냥한 벤츠의 의지, 메르세데스-EQ EQA

조회수 2021. 8. 31. 0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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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알려진 경제용어로 ‘레드 오션’이 있다. 경쟁이 치열해 성패를 판가름하기 어려워 출혈경쟁을 벌이는 데서 나온 말이다. 반대말로 ‘블루 오션’이 있다. 고기가 많이 잡힐 수 있는 넓고 깊은 푸른 바다를 뜻하는 것으로, 새롭게 개척된 시장, 혹은 한 기업에서 신기술의 신제품이 개발되어 팔리는 경쟁이 없는 시장을 뜻한다.

자동차 시장에서 내연기관 시장은 레드오션 중의 레드오션이다. 오랜 전통과 역사를 지닌 쟁쟁한 업체들이 이미 시장을 장악하고 있고, 어지간한 신기술로는 명함도 내밀지 못한다. 물론 파격적인 성능으로 뒤늦게 시장에 진입해 이름을 얻은 코닉세그 같은 업체도 있다. 하지만 가장 큰 문제는 이 시장이 사라지는 시점이 명확하게 눈으로 보이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내연기관 쪽이 레드오션이라면, 전기차 시장은 아직 블루오션이다. 물론 시장에 도전장을 던지는 업체들은 많지만, 누가 우세를 잡고 있다고 말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전기 모터의 성능도 대동소이할 뿐 아니라, 가장 중요한 배터리 역시 용량의 차이를 빼면 대부분 동일하기 때문이다. 현재 대부분 전기차 배터리는 리튬이온 방식을 채택하고 있는데, 부피 대비 효율이 그리 좋은 편이 아니어서 늘릴 수 있는 용량에 한계가 있다. 또한 무게도 상당한 수준이라 상용차량이나 다른 이동수단에는 적용이 불가하고, 충격 등으로 인한 폭발의 위험성도 갖고 있다.

어쨌든 이런 쉽지 않은 상황이지만, 모두가 똑같은 조건이라면 서둘러 자신만의 특징을 내세워 시장에서 빠르게 점유율을 끌어올려야 한다. 시장을 선점하게 되면 소비자는 다음 제품 역시 같은 브랜드를 선택할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또한 시장을 리드하는 브랜드는 제품의 기준이 될 수 있는데, 그 브랜드만이 가진 특징들이 표준이 된다면 그 기술에 대한 로열티만으로도 상당한 수입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어쨌든 이런 상황인 만큼 전기차를 준비하고 있는 브랜드들은 각자의 특성을 담은 제품들을 속속 선보이고 있다. 이는 대중차 브랜드는 물론이고 프리미엄 브랜드도 예외는 아니다. 프리미엄 브랜드지만 상당한 대중성을 확보한 메르세데스-벤츠 역시 ‘EQ’라는 전기차 브랜드를 론칭하고 제품을 차근차근 선보이고 있다. 첫 번째 모델이었던 전기 SUV EQC에 이어 이번에 새롭게 EQA를 라인업에 추가하며 시장 점유를 노리고 있다. 과연 벤츠의 계획은 성공할 수 있을지 신제품을 직접 확인해보았다.

라이트바로 좌우 헤드라이트를 잇는 디자인으로 차체가 넓어보이는 효과를 줬다. 뒤도 마찬가지.

전체적인 외관에선 GLA의 냄새가 물씬 풍긴다. 물론 GLA와 전면부 디자인이 다르긴 하지만, EQA는 EQ 브랜드의 패밀리룩을 따라가야 하니 어쩔 수 없는 부분. 휠도 전기차 특유의 공기저항을 최소화하는 형태의 디자인이다. 나머지 요소들에선 ‘전기차 버전의 GLA’라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그렇다고 문제가 되지는 않는 것이, GLA의 디자인이 충분히 예쁘고, EQ 브랜드 특유의 헤드라이트와 그릴의 일체형 디자인과도 잘 어울리기 때문이다. 요즘 라이트바로 좌우를 잇는 디자인이 유행인데, EQA의 전후 라이트에 모두 적용됐다. 이를 통해 그만큼 더 차체가 넓어 보이는 효과를 주기 때문인데, EQA에 꼭 필요한 부분이지 싶다.

실내는 내연기관 모델과 다른점을 찾기가 쉽지 않다.

실내로 들어오면 벤츠스러운 디자인, 터빈 모양의 송풍구가 가장 먼저 눈길을 사로잡는다. 10.25인치 스크린 2개를 이은 커브드 디스플레이가 그 위로 자리했고, 스티어링 휠이나 터치패드 같은 구성요소들은 다른 벤츠 모델들에서도 보던 것이다. 이번 EQA의 실내 디자인에서 가장 인상적인 건 엠비언트 라이트다. 도어에서 대시보드, 다시 반대쪽 도어로 이어지는 라이트바와 함께 조수석 크래시 패드 뒤쪽에서도 도트 패턴으로 빛이 올라온다. 여기에 도어 빈, 앞좌석 레그룸, 센터콘솔 주변 등에서도 간접 조명이 빛나기 때문에 근미래적인 느낌도 든다. 시승할 기회가 있다면 꼭 지하 주차장 같은 어두운 곳에서 직접 아름다움을 확인해보길 강력 추천한다.

엠비언트 라이트가 실내 분위기를 확 뒤바꿔놓는다. 직접 확인해보길 추천한다.

EQ 전용 MIB3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은 대부분 내연기관의 것과 동일하지만, 여기에 전기차에 필요한 기능이 더해졌다. 배터리 상태 확인, 충전 관리 등을 확인할 수 있고, 내비게이션에는 역시 전기차 충전소 안내 기능을 갖췄다. 배터리가 일정 이하로 내려가면 가까운 충전소로 안내한다고 하지만 아쉽게도 시승을 마칠 때까지 배터리를 다 쓰지 못해 그 부분은 확인 실패.

EQ 전용 MBUX 탑재로 충전 옵션, 에너지 흐름 등을 확인할 수 있고, 충전소 안내도 가능하다.

전반적인 실내 공간은 준중형 차급에 맞게 꽤 널찍한 편이다. 패밀리카로 구입을 고려하는 것도 괜찮겠다. 2열 시트 폴딩이 되어 많은 짐을 싣기에도 문제 없지만 차박용으로는 길이가 아쉬워 어려움이 있을 듯. 앞좌석에는 수입 브랜드에서 보기 드문 통풍 시트가 적용된 점이 반갑다. 또한 공기 청정 패키지, 안드로이드 오토와 애플 카플레이를 사용할 수 있는 스마트폰 통합 패키지, 무선 충전 패드 등도 기본 지원된다. 차급을 생각하면 구성이 꽤나 풍족하다.

66.5kWh 리튬이온 배터리는 바닥면 아래에 분산 배치됐고, 충전 포트는 우측 뒤편 주유구와 동일한 자리에 위치해있다.

전기차에서 가장 중요한 배터리는 66.5kWh 리튬이온 방식이 적용되어 국내 인증 주행거리 306km에 WLTP 기준 426km이니 300km 중후반 정도의 실제 주행거리를 기대할 수 있겠다. 물론 전력을 다 소모하기 전에 운전자가 휴식의 필요성을 느끼겠지만. 배터리는 차량 하부에 배치됐는데, 단순히 늘어놓은 것이 아닌, 고주파음과 같은 전기차 특유의 소음을 줄여 정숙성을 높이기 위해 여러곳에 분산 배치했다고. 엔진 소음이 없어진 만큼 다른 소음이 도드라지는 전기차의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개발진들이 얼마나 고심했을지가 눈에 보이는 듯하다.

전륜구동이라고 얕볼 수 없는 강력한 성능을 보여준다.

국내에 출시된 EQA는 전륜구동 방식인 EQA250으로, 140kW의 성능을 내는 모터는 앞 차축에 배치됐다. ‘모터가 고작 하나뿐인데 잘 달리겠냐’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전기차는 내연기관에서 경험하기 쉽지 않은 가속을 보여준다. 일정 회전수에 도달해야만 최고치의 성능을 내는 엔진과 달리 모터는 움직이는 즉시 최고치의 파워를 낼 수 있다. 덕분에 어지간한 내연기관 스포츠카에서도 경험하기 쉽지 않은 강력한 가속력을 경험할 수 있는 것. 이는 EQA도 마찬가지여서 다이나믹 셀렉트로 모드를 스포츠로 바꾸고 풀 가속을 하면 초반부터 강력한 파워 덕분에 시트에 몸이 묻히는 경험을 할 수 있다.

경쾌한 핸들링 성능에 다양한 보조 기능들이 뒷받침해 즐겁고 안전한 주행을 경험할 수 있다.

핸들링은 상당히 경쾌하다. 와인딩 구간에서도 원하는 만큼 빠르게 머리를 돌려주는 덕분에 다음 코너를 준비하기가 편하다. 서스펜션은 무른 세팅인데, 딱딱한 하체와 어우러져 독특한 승차감을 제공한다. 그렇다고 불편한 게 아닌, 내연기관 차에선 느끼지 못한 색다른 감각이라는 의미다. 약간의 롤이 있지만 와인딩도 재미있게 달릴 수 있는데, 전기차의 파워가 상당한 만큼 가속 페달 조절에 주의하며 달려야 한다. 물론 EQA에도 다양한 주행 안전 기능이 있어 일정 부분까지는 차체를 조절해주기 때문에 너무 무리만 하지 않으면 재밌고 안전하게 달릴 수 있다.

룸미러 뒤편에 장착된 카메라로 도로 정보를 수집해 주행 보조 기능 작동에 활용한다.

다양한 주행보조 기능들이 갖춰져 있어 일상 주행도 상당히 편하다. 가장 대표적인 액티브 디스턴스 어시스트 디스트로닉(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과 차선 유지보조/이탈방지 기능을 모아놓은 드라이빙 어시스턴트 패키지가 기본 제공된다. 그동안에는 상위 트림이나 별도의 옵션을 선택해야 제공하던 기능인데 EQA에 적용된 것은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확보하는 동시에 주행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함이다. 아무리 연비에 신경 써서 운전한다고 해도 컴퓨터의 효율성을 따라갈 수 없으니 말이다.

스티어링 휠 뒤편의 패들 시프트로 회생 제동 단계를 조절한다. 패들 시프트를 길게 누르면 속도에 따라 자동으로 조절하는 D 오토가 활성화된다.

그래도 직접 운전하는 재미가 있다고 생각한다면 패들 시프트를 적극 활용해 회생 제동을 사용해보자. 총 5단계로 회생제동 모드가 제공되는데, D+가 가장 약한 단계로 타력 주행에 적합하고, D--는 가장 강력한 회생제동이 적용되어 여유 있는 도로에선 원페달 드라이빙도 가능할 정도다. 패들 시프트를 길게 당겨주면 앞차와의 거리에 따라 자동으로 회생제동 단계를 조절하는 D 오토 모드도 있다고. 조절 방식이나 기능 모두 만족스러운 부분이나, 브랜드마다 패들 시프트의 조절 방향이 달라 어떤 건 왼쪽 패들로 회생제동을 강하게 하고, 어떤 브랜드는 오른쪽 패들로 강하게 하는데, 표시 방법이나 방향에 대한 표준화가 필요하지 싶다.

기본 가격을 5,990만 원으로 설정하고 옵션 패키지를 발매하는 방식으로 정부 지원금 대상에 포함됐다.

이번 EQA는 벤츠의 의지를 상징하는 모델이다. 기존 벤츠 차량들은 동급 국산모델 대비 상당히 높은 가격으로 책정되는 것이 일반적이었는데, 이번에 선보인 EQA의 가격은 정부 보조금 지원 상한선인 5,990만 원이어서 국산 전기차와도 크게 차이나지 않는다. 물론 이런 가격 책정은 앞서 선보인 EQC가 보조금 지급 대상에서 빠지게 되며 소비자에게 외면받은 것도 이유겠지만, 기사 서두에 설명한 것처럼 점유율을 높이기 위한 것이 더 큰 이유이지 싶다. 전기차 시장에선 벤츠도 테슬라에 비해 판매량이 뒤지는 상황이고, 이는 다른 브랜드들도 마찬가지인 만큼 빨리 시장 점유율을 높인다면 이후 이어질 EQS 등으로 프리미엄 수요까지 끌어모아 시장을 리드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한 것이 아닐까? 그 결과 벤츠라는 이름값에도 불구하고 상당히 파격적인 가격을 책정한 것이다. 물론 기본형의 가격을 낮춘 대신 별도의 패키지를 판매하는 우회 전략을 선택했는데, AMG 패키지가 500만 원, AMG 패키지 플러스가 800만 원이고, 여기에 정부 및 지자체 보조금을 더해도 최대 6000만 원을 살짝 넘기는 가격에서 구입이 가능한 수준이다. 삼각별의 대중화가 시작되는 것일까?

EQA는 시장 점유율 확대의 특명을 받았다. 역할을 다할 수 있을까?

벤츠는 EQC를 시작으로 EQA를 선보인데 이어 올 하반기에는 EQS를, 그리고 곧 EQE까지 다양한 전기차 라인업을 확충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테슬라를 뺀 나머지 브랜드에선 이렇다 할 시장 리더가 없는 상황이고, 테슬라의 아쉬운 점들은 전통 브랜드라면 충분히 해결할 수 있는 요소들이어서 라인업만 확대되면 충분히 따라잡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 중간에서 점유율 확대의 특명을 맡은 EQA는 차급 이상의 편의기능들과 전기차 특유의 고성능, 뛰어난 품질로 그 의지를 명확하게 보여주고 있다. 의지만큼의 활약을 보여줄 수 있을지는 앞으로 계속 지켜봐야 하겠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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