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시승] 혼자 타기 딱 좋은 SUV, 현대 캐스퍼

조회수 2021. 9. 29. 12:13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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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풋, 저게 무슨 SUV야!” 현대자동차가 캐스퍼 이미지를 공개했을 때, 엔트리 SUV라는 설명이 그다지 와 닿지 않았다. 판매 높이기 위한 달콤한 전략으로 보였다. 그러나 직접 캐스퍼의 운전대를 잡으니 생각이 변했다. 껑충한 지상고와 높은 시트 포지션, 우뚝 솟은 A필러와 넉넉한 헤드룸 덕분에 기대 이상 만족감이 높았다. 단, 아쉬운 부분이 한 가지 있었다.

글 강준기 기자
사진 현대자동차, 강준기

1990년대 후반, IMF 금융위기가 우리나라를 덮쳤을 때 작고 경제적인 경차가 대세로 떠올랐다. 대우 마티즈, 기아 비스토, 현대 아토스 등이 주역이다. 이들 3인방이 앞세운 핵심 가치는 ‘경제성’이었다. 작고 가벼운 차체와 저렴한 연료비를 무기로 소비자를 유혹했다.

그러나 캐스퍼의 가치는 과거 경차와 결이 다르다. 이젠 경제성을 첫 번째 가치로 앞세우지 않는다. 대신 효율적인 공간 활용성을 주특기로 내세웠다. 현대차가 베뉴와 함께 선보인 ‘혼라이프’ 제 2탄이다.

①익스테리어





캐스퍼의 길이와 너비, 높이는 각각 3,595×1,595×1,575㎜. 기아 모닝과 비교하면 길이와 너비는 같다. 대신 90㎜ 더 높다. 15인치 휠 신은 베뉴보다도 10㎜ 더 크다. 볼록한 네 바퀴 펜더와 두툼한 B필러, 루프랙 덕분에 SUV 느낌이 물씬하다. 특히 액티브 모델의 그릴엔 동그란 숨구멍이 자리했는데, 터보 엔진 인터쿨러를 하나의 디자인 포인트로 활용했다.



블루멤버스 카라이프몰에서 구입할 수 있다.


행사장엔 다양한 캐스퍼 커스터마이징 모델이 있었다. 특히 지붕에 루프 캐리어 얹은 캐스퍼가 눈에 띈다. 캠핑에 필요한 각종 짐을 올리고 혼자 여행을 다니면 딱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휠은 15인치 스틸 휠이 기본이며, 최상위 인스퍼레이션 모델은 17인치 알로이 휠을 신는다. 차체 컬러는 6가지인데, 평범한 무채색보단 소울트로닉 오렌지와 톰보이 카키 등 개성 있는 컬러가 잘 어울린다.

②인테리어


아이오닉 5처럼 스티어링 휠에 현대 엠블럼을 덜어냈다.




요즘 유튜브를 보면 혼자 또는 반려견과 함께 차박 캠핑을 다니는 크리에이터가 정말 많다. 캐스퍼는 이들의 취향을 정확히 겨냥했다. 곳곳에 아이디어 넘치는 장비가 즐비하다. 가령, 1열 등받이는 180° 접을 수 있다. 2열까지 접고 평평한 매트를 깔면 강아지와 둘이 차박하기 ‘안성맞춤’이다. 앞뒤 좌석을 모두 접으면 실내 길이가 2,059㎜로 성인 남성도 발 뻗고 누울 수 있다. 또한, 부족한 공간을 보완하기 위해 앞좌석 컵홀더를 운전석 시트와 통합했고, 대시보드엔 가로로 길쭉한 수납공간을 팠다.


실내 평탄화를 위한 러기지 박스도 블루멤버스 카라이프몰에서 판매한다.


다양한 반려견 용품도 눈에 띈다.


캐스퍼에서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쾌적한 시야다. 지붕이 높아 건장한 남자 성인이 앉아도 머리공간이 여유롭다. 아울러 기어레버가 센터페시아에 위치하며 앞좌석 중앙 공간이 아이오닉 5처럼 탁 트였다. 2열 공간은 의외로 답답하진 않다. 뒷좌석을 앞뒤로 160㎜까지 슬라이딩할 수 있다. 등받이 각도는 최대 39°까지 눕는다. 무엇보다 머리 공간이 여유로워 만족스럽다.

③파워트레인 및 섀시


과거 “경차는 충돌사고 시 취약하다”는 말이 있었다. 캐스퍼는 이를 극복하기 위한 안전 설계가 들어갔다. 가령, 고강성 경량 차체를 바탕으로 에어백은 총 7개를 심었다. 이 가운데 앞좌석 센터 사이드 에어백이 눈에 띈다. 측면 충돌 시 앞좌석 승객 사이의 부상을 막는 장비다.

또한, 전방 충돌방지 보조는 앞 차뿐만 아니라 보행자, 자전거 운전자까지 인식한다. 차로 유지보조(LFA), 운전자 주의경고(DAW), 하이빔 보조(HBA), 전방차 출발 알림 등의 안전장비를 경차 최초로 ‘기본’ 적용했다.

캐스퍼의 보닛은 두 가지 가솔린 엔진을 품는다. 직렬 4기통 1.0L 가솔린 자연흡기와 1.0L 가솔린 터보다. 최고출력은 각각 76, 100마력. 최대토크는 자연흡기 모델이 9.7㎏‧m, 터보 모델(캐스퍼 액티브)이 17.5㎏‧m를 뿜는다. 복합연비는 출력과 반비례한다. 자연흡기 버전이 14.3㎞/L, 터보 버전이 12.8㎞/L다.

④주행성능


우리가 탄 시승차는 캐스퍼 액티브. 인스퍼레이션 트림으로, 선루프와 스토리지 옵션이 들어갔다. 우선 운전석 느낌은 레이에 탔을 때와 비슷하다. 앞 창문이 수직에 가깝게 섰고 주변 시야가 상당히 쾌적하다. 또한, 지상고와 시트 포지션이 높아 SUV에 탔다는 느낌이 제법 든다. 덕분에 건장한 성인 남성이 혼자 출퇴근 용도로 타도 그렇게 답답하지 않겠다는 생각이다.

가속 감각은 터보 모델답게 기운차다. 저회전부터 줄기차게 뿜는 17.5㎏‧m의 최대토크가 공차중량 1,030㎏의 차체를 이끌기에 충분하다. 과거 자연흡기 엔진이 들어간 모닝이나 레이와 비교하면 가속 성능 차이가 제법 크다. 고속도로에서 추월가속을 하거나 언덕길을 올라갈 때, 헐떡거림 없이 꾸준히 밀어붙이는 느낌이 괜찮다.

다만, 한 가지 아쉬운 부분은 변속기다. 캐스퍼는 토크컨버터 방식의 4단 자동기어를 쓴다. 작은 차 특유의 생기 있는 움직임을 변속기가 희석시켰다. 가령, 저속에서 가속 페달을 끝까지 밟았을 때, 변속기는 약 2~3초 정도 숨고르기를 하다가 바퀴에 동력을 보낸다. 반응속도가 느리다.

또한, 4단 변속기는 고속에서 엔진 회전수를 높게 쓰는데, 시속 100㎞에서 2,300rpm까지 돌린다. 언덕길에선 때때로 아랫단을 적극적으로 물어 힘차게 가속해야 하는데, 주행 상황에 따른 적절한 ‘판단력’이 부족했다.

2년 전, 같은 장소에서 베뉴를 시승했을 때 우린 현대차가 새롭게 개발한 스마트스트림 IVT 변속기에 매우 만족했었다. 무단 변속기로, 운전자가 수동 모드로 조작했을 때 반응속도가 굉장히 빨랐다. 고속에서는 수동모드를 통해 8단 기어까지 넣을 수 있었다. 그래서 엔진 회전수를 낮게 쓸 수 있어 의외로 쾌적한 고속 크루징 능력을 뽐냈다. 캐스퍼에도 낡은 4단 기어대신 IVT 변속기를 맞물렸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또한, 차급의 한계는 냉정하게 나눴다. 캐스퍼는 고속이 즐거운 차는 아니다. 바람 소음은 많이 거슬리진 않는데, 타이어를 통해 들어오는 바닥 소음이 꽤 크다. 방음 소재를 많이 두르지 못한 한계가 명백하다. 따라서 나의 주 운행패턴을 고려해 고속주행 비중이 높으면 베뉴가 나은 선택이며, 근거리 시내주행 위주라면 캐스퍼에서 충분히 만족할 수 있다.

캐스퍼에서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시야뿐 아니라 승차감이었다. 작은 바퀴로 노면 요철을 퉁명스럽게 처리하는 레이와 다르다. SUV답게 긴 서스펜션 스트로크를 바탕으로 부드럽게 충격을 삼킨다. 또한, 액티브 모델은 험로주행 모드가 들어갔다. 눈길, 모랫길, 진흙길 등 각 노면에 따른 모드를 마련해 무늬만 SUV가 아닌 임도주행 능력까지 양립시켰다.

⑤총평


현대차가 19년 만에 선보인 경차 캐스퍼. 가격이 비싸다는 이야기가 많다. 우리가 탄 시승차는 1,870만 원 인스퍼레이션 트림에 총 137만 원 어치 옵션이 들어가 2,007만 원에 달한다. 이 사양대로 구매하는 소비자는 많지 않을 듯하다. 다만, 기존 경차와의 성격 구분은 확실히 나눌 수 있다. 오롯이 근거리 시내 위주 출퇴근 용도로 접근하면 합리적인 모닝을 구입하는 게 낫다. 그러나 혼자 또는 반려견과 함께 주말 차박 여행을 염두에 뒀다면, 개성 있는 라이프스타일을 즐기고 싶다면 캐스퍼의 구매가치는 충분하다.

현대 캐스퍼

*장점
1) 실용적인 공간 구성과 쾌적한 운전 시야
2) 레이 & 모닝보다 포근한 승차감, 안전 설계

*단점
1) 똑똑하지 않은 4단 자동변속기
2) ‘혼라이프’ 외친 베뉴는 전략을 다시 세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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