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1만km 달린 현대 아이오닉 5 타보니, 장단점 뚜렷했다

조회수 2021. 9. 7. 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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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행거리가 꽤 있는 차를 타면 그 차의 히스토리를 대략 짐작할 수 있다. 같은 1만㎞를 뛰어도 어떤 차는 부드럽고 어떤 차는 거칠다. 기자들이 타는 미디어 시승차는 대개 후자다. 신차 때부터 ‘길들이기’는커녕 가혹하게 굴리니까. 제조사에서 통상 1년 정도 운영하는데, 여러 기자들의 손길 거친 까닭에 컨디션이 빠르게 떨어진다.

글 강준기 기자
사진 현대자동차, 강준기

그래서 문득 궁금했다. 가혹 운명의 시승차, 신차 때와 비교해 어느 정도 컨디션을 유지할까? 소비자 입장에선 ‘따끈따끈’한 신차 상태보다 장기간 소유했을 때 이 차의 품질이 어떻게 변화할지 궁금할 듯하다. 마침 현대자동차에 9,000㎞ 달린 아이오닉 5가 있어 일정을 잡았다.

<장점>
1) 전기차가 처음인 사람도 적응하기 쉬운 주행감각
2) 상당히 빠른 초급속 충전속도
3) 4인 가족의 패밀리카로도 충분한 실내 공간

<단점>
1) 다소 거슬리는 내장재 잡소리
2) 생각보다 저렴하지 않은 충전료
3) 부담스러운 회전직경

2박 3일간 아이오닉 5와 함께하며 장단점을 각각 3가지씩 추렸다. 누적 주행거리 8,800㎞의 시승차를 받아 9,234㎞까지 총 434㎞를 주행했다.

장점 ① : 적응하기 쉬운 주행감각

아이오닉 5가 가장 돋보이는 부분은 역설적으로 ‘평범한 주행감각’이다. 내연기관차만 줄기차게 타온 운전자도 적응하기 쉽게 설계했다. 테슬라처럼 급진적이지 않다. 인테리어뿐 아니라 가속과 감속하는 과정 모두 낯설지 않다. 운전대 뒤쪽 패들 시프터로 회생제동 강도를 4단계로 조절할 수 있는데, 레벨 1에 두면 일반 엔진 차와 감속 느낌이 비슷하다.

아이오닉 5는 특색이 있는 자동차는 아니다. 저속에서 조용하지만 속도를 붙이기 시작하면 주변 소음 때문에 내연기관차와 비교해 큰 차이는 없다. 승차감도 마찬가지. 무거운 배터리를 차체 밑바닥에 깔았지만, 테슬라처럼 ‘통통’ 튀는 감각은 느낄 수 없다. 전자제어 서스펜션이나 에어 서스펜션 없이 이처럼 매끄러운 감각을 구현한 게 새삼 놀랍다. 그러나 시승차 기준 1,950㎏의 무게를 완벽히 숨길 순 없었다. 요철을 만났을 때 서스펜션은 충격을 부드럽게 흡수하지만, 내뱉는 과정이 조금 강하다. 전반적으로 편하게 타기 좋은 전기차라는 점이 아이오닉 5의 으뜸매력이다.

장점 ② : 상당히 빠른 초급속 충전속도

나는 성격이 급한 편이다. 주유소 자주 들락거리는 게 싫어 지난해 하이브리드카를 구입했다. 그런 면에서 전기차는 내 성향과 거리가 멀다. 자주 충전해야 하고 충전시간도 기니까. 반면 아이오닉 5는 참을 만했다. 350㎾ 초급속 충전기를 이용하면 10→80%까지 배터리를 채우는데 18분이면 끝나기 때문이다. 충전기 꼽아놓고 실내에 앉아 노래 2~3곡 들으니 끝났다.

문제는 초급속 충전시설이 아직 많지 않다는 점이다. 다행히 나의 경우, 사무실 바로 옆 GS 칼텍스 주유소가 ‘에너지 허브’로 변하며 초급속 충전기 4기를 들였다. 따라서 ‘집밥’이 없어도 크게 불편하진 않다. 참고로 현대차는 초고속 전기차 충전소 ‘이피트(E-pit)’를 늘리고 있다. 올해 4월 15일 오픈해, 현재 전국 고속도로와 도심에 총 14개소가 있다. 또한 7개의 신규 충전소가 오픈을 앞두고 있다. GS 칼텍스 등 정유사 역시 주유소 개조를 통해 전기차 충전기를 도입하고 있다.

장점 ③ : 4인 가족의 패밀리카로도 충분한 실내 공간

아이오닉 5는 이미지보다 실물이 더 큰 차다. 휠베이스는 3,000㎜로 팰리세이드와 같고, 차체 너비는 1,890㎜로 싼타페와 비슷하다. 실내에 앉으면 체감 상 신형 투싼과 비슷한 거주공간을 지녔다. 키 182㎝의 기자가 앞좌석을 맞추고 뒤에 앉았을 때 무릎 여유공간은 주먹 2.5~3개 정도. 등받이도 꽤 많이 눕힐 수 있어 장거리 여행도 손색없다.


다만 트렁크 공간은 신형 투싼만큼 넉넉하진 않다. 기본 용량은 VDA 기준 520L로, 622L의 투싼과 비교하면 100L 가량 작다. 대신 2열 시트를 앞뒤로 슬라이딩할 수 있기 때문에 필요에 따라 짐 공간을 더 넓게 확보할 수 있다. 참고로 쏘나타 DN8이 510L로, ‘요즘’ 중형 세단보다 소폭 넓다고 이해하면 좋다. 유모차나 각종 캠핑 용품을 ‘테트리스 신공’ 없이 넣고 싶다면, 투싼 또는 싼타페가 나은 선택일 수 있다.

지금부터는 단점 이야기다. 400㎞ 이상 아이오닉 5와 함께하며 눈에 띄는 단점 3가지를 추렸다.

단점 ① : 다소 거슬리는 내장재 잡소리

근래 타본 현대차‧기아 미디어 시승차 중에 실내 내장재 잡소리가 가장 컸다. 속도가 붙기 시작하면 1열 도어 트림 내부와 2열 시트, B필러 부위에서 ‘지르르’ 떠는 잡소리가 시종일관 귀를 괴롭혔다. 내가 현재 운행 중인 쏘나타 DN8 하이브리드도 비슷한 증상으로 서비스센터를 두 번 방문한 경험이 있다. 도어 트림 내부 엄지 손톱만한 고무패킹을 교환해 잡소리를 잡은 적이 있다.

아이오닉 5는 엔진 소음이 없어 내장재 잡소리가 더 또렷하게 들린다. 출고 이후부터 거친 주행을 치른 시승차만의 문제일 수 있으나, 다른 현대차‧기아 미디어 시승차보다 소리가 더 컸다. 파워트레인과 플랫폼만 혁신할 게 아니라 조립품질 역시 신경을 더 썼으면 하는 바람이다.

단점 ② : 생각보다 저렴하지 않은 충전료

전기차는 내연기관차와 비교해 연료비 절감 효과가 대단히 클 거라고 막연히 생각한다. 하지만 실제 충전금액을 보면 그렇게 저렴하다는 생각은 안 든다. 시승기간 동안 세 차례 충전을 진행했다. 먼저 고양휴게소 문산방향 충전소를 찾았다. 배터리 잔량 50% 상태에서 70%까지 약 20분이 필요했다. 충전속도는 최대 35㎾. 고속도로 충전소는 속도가 빠르지 않기 때문에, 충전하는 동안 식사를 하는 등 시간을 잘 짜는 게 좋다.

고속도로 휴게소 충전기로 35 - 80%까지 충전하는데 45분이 필요했다.



배터리 잔량 72% 상태에서 371km를 달릴 수 있다.


두 번째 충전은 수도권제1순환고속도로 시흥하늘휴게소에서 진행했다. 배터리 잔량 35% 상태에서 72%까지 정확히 40분이 걸렸다. 충전속도는 최대 48㎾, 충전금액은 9,949원이 나왔다. 주행거리 171→371㎞로 늘리는 데 약 1만 원이 든 셈이다. 분명 기름 값보다는 저렴하지만, 7만 원 주유로 1,000㎞ 달리는 쏘나타 하이브리드와 비교하면 엄청 저렴하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세 번째 충전은 도저히 기다릴 수 없어 빨리 끝냈다. 경기도는 주민센터에 ‘G차저’라고 부르는 완속 충전기가 하나씩 있다. 총전속도는 6.5㎾. 배터리 잔량 65% 상태에서 완충하는 데 걸리는 예상시간이 4시간 30분이나 필요했다. 성질 급한 난, 결국 280원으로 0.96㎾h만 채우고 충전기를 뺐다. 충전기 물려놓고 밤늦게 차 빼러 다시 나오긴 싫었다.

비용 얘기 나온 김에 타이어 설명도 추가. 시승차는 롱레인지 2WD 프레스티지 모델로, 20인치 휠과 255/45 R20인치 미쉐린 타이어를 신었다. 아래 트림인 익스클루시브는 19인치 휠을 쓴다. 비슷한 가격의 여느 내연기관차와 비교해 휠타이어 사이즈가 큰 편이다. 이는 차체 무게 때문이다. 전기차는 배터리 때문에 통상 내연기관차보다 약 300㎏ 이상 무겁다.

가령, 시승차는 1,950㎏이며 투싼 가솔린 2WD 19인치 휠 모델이 1,525㎏이다. 즉, 무거운 무게를 감당하기 위해 큰 신발을 신을 수밖에 없다. 향후 타이어 교체비용을 생각하면 일반 소비자 입장에선 다소 부담스러울 수 있다. 인터넷에 검색해보니, 255/45 R20 사이즈 타이어 가격은 국산 모델이 최저가 기준 15만~18만 원대, 순정 타이어인 미쉐린 프라이머시 투어 제품이 28만 원대였다.

다만 저렴한 자동차세로 보완할 수 있다. 가령, 쏘나타 2.0 하이브리드의 1년 자동차세는 52만 원, 아이오닉 5는 13만 원으로 연간 39만 원 저렴하다.

단점 ③ : 부담스러운 회전직경

세 번째 단점은 다소 의외였다. 왕복 4차선 도로에서 유턴할 때, ‘한 방’에 성공하지 못 했다. 3m에 달하는 휠베이스 때문에 대형 SUV처럼 유턴이 부담스럽다. 참고로 아이오닉 5의 회전직경은 11.98m로 기아 카니발(11.58m)과 비교해도 크다. 대중 브랜드 차종인 만큼 뒷바퀴 조향 시스템을 넣는 건 어렵기 때문에, 앞바퀴 타각을 조금 더 크게 개선하면 좋겠다.

총평

현대 아이오닉 5. 정리하면, 2박 3일간 430㎞ 가량 시승하며 세 차례 충전했다. 반납하기 전 최종 배터리 잔량은 63%, 주행가능 거리는 317㎞를 기록했다. 평소 타던 대로 평범하게 운행하면 인증 거리보다 한층 넉넉하게 탈 수 있다. 또한, 주행감각이 내연기관차와 비교해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에 전기차를 처음 접하는 운전자도 어렵지 않게 적응할 수 있다. 포근한 승차감과 넉넉한 거주공간도 눈에 띈다.

대신 부지런한 성격이 아니면, 순수 전기차보단 하이브리드카를 권하고 싶다. 아이오닉 5의 실주행거리가 가솔린차를 대체할 수 있는 정도로 높긴 하다. 그러나 초급속 충전기를 쓰지 않는 이상 긴 충전시간을 감수해야 한다. 다만, 소위 ‘집밥’이 있고 이웃주민과 충전기를 놓고 갈등할 상황이 없으며, 직장 근처에 ‘에너지 허브’처럼 초급속 충전시설이 있다면, 출퇴근용 자동차로 충분히 고민해 볼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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