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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이 반? 마세라티 첫번째 하이브리드인 기블리 하이브리드

모터트렌드 입력 2021. 09. 17. 15:44 수정 2021. 09. 17. 1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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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과 미래 사이, 현재의 답
고심 끝에 마세라티가 전동화 모델을 내놓았다.
비록 마일드 하이브리드지만 이름은 엄연한 기블리 하이브리드다


시간은 흐르고 시대는 변한다. 자동차라고 세월을 거스를 순 없다. 자연의 섭리는 고성능 고급차 브랜드라고 해서 비껴가지 않았다. 그렇다. 마세라티 이야기다. 광포한 대배기량 엔진을 보닛 아래 품고 성난 사자의 울부짖음으로 도로를 호령하던 이탈리아 신사도 시대의 변화 앞에서 고집만 부릴 수는 없는 일. 그리고 드디어 그들 최초의 전동화 모델인 기블리 하이브리드가 등장했다.

기블리는 마세라티 대중화(?)의 일등 공신이다. 국내 시장에서 마세라티 판매의 절반 이상이 기블리다. 단출한 라인업과 위풍당당한 가격으로 고급 틈새시장을 공략하던 마세라티가 시장을 확장하기 시작했다. 기블리는 엔트리 모델이지만 마세라티 특유의 매력과 장점이 풍성했다. 높았던 가격의 문턱을 조금 낮추며 사람들의 시선을 끌었다. 물론 1억 원이 훌쩍 넘는 차값이지만 다른 모델들에 비해 저렴했으니까. ‘고급 수입차는 독일차’라는 이분법적 사고에서 벗어난 사람들은 여타 고급 브랜드로 눈을 돌렸고, 바로 그 자리에 마세라티 기블리가 서 있었다.

존재감 컸던 기블리가 이번에 새 임무를 들고 등장했다. 마세라티 전동화 전략의 첨병 부대로 나선 것이다. 우선 부분변경으로 돌아온 기블리의 겉모습부터 보자. 사실 이전 모델과 95% 닮았다. 명색이 간만의 부분변경인데 뭐라도 좀 달라져야  하는 거 아니냐고? 테일램프 디자인이 달라졌다. 3200 GT와 알피에리 콘셉트카에서 영감을 받아 부메랑 모양으로 멋을 냈다. 그 외에는 동일하다. 하이브리드지만 커다란 네 개의 배기구와 과격한 디퓨저까지 고스란히 품고 있다. 무섭게 변해가는 세상이지만, 완성도 높은 디자인이라면 그 매력을 유지하는 것도 좋은 전략 가운데 하나다. 선과 면으로 만들 수 있는 차 디자인의 정점을 보여주는 마세라티 특유의 우아하고 고상한 디자인은 손대지 않아도 충분히 아름답다.

물론 마세라티 최초의 하이브리드답게 약간 티는 냈다. 하이브리드 배지를 엉덩이 한 귀퉁이에 다는 대신 앞펜더 에어 브리더와 C필러 엠블럼에 파란 줄로 포인트를 더했다. 브렘보 브레이크 캘리퍼도 파랑으로 덧입혔다. 차이는 여기서 끝. 오히려 하이브리드라는 이름을 애써 감추고 싶었던 게 아닐까 싶을 정도다. 모델명은 기블리 하이브리드지만 여러 브랜드에서 두루 쓰며 하이브리드라고 강조하지도 않는 48V 마일드 하이브리드를 품었으니까.

기블리 하이브리드는 마세라티에게는 어색한 2.0ℓ 4기통 가솔린 엔진을 품었다. 여기에 가벼워 반응이 경쾌하고 배터리 충방전이 용이한 48V 마일드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더했다. 마세라티에 4기통 엔진이 무슨 말이냐고? 앞서 말했듯 시대는 변했고,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여야 생존 가능한 현실 앞에 마세라티도 동의한 것이다.

2.0ℓ 4기통 엔진과 마일드 하이브리드 시스템이라고 출력 성능까지 비루해지지는 않았다. 330마력의 최고출력과 45.9kg·m 토크로 0→시속 100km 가속을 5.7초에 끊어낸다. 2.0ℓ 엔진과 마일드 하이브리드 시스템 조합이 절묘하다. 아날로그 계기반 가운데의 정보창으로 하이브리드 시스템의 움직임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다. 48V 배터리는 가볍고 빠르게 전기를 모았다 다양하게 활용한다. 엔진 공회전을 적극적으로 막는다. 빠르고 탄력 좋게 다시 시동을 건다. 더불어 싱글 터보 특유의 낮은 엔진회전수에서의 터보 지체 현상을 마일드 하이브리드 시스템이 보완한다. 다소 굼뜨게 반응하는 초반 가속이나 주행 중 재가속 시 힘을 보탠다. 적어도 V6 기블리를 아쉬워할 일 없이 움직이고 반응한다. 작은 전자식 터보가 적재적소에 힘을 보태며 4기통 엔진의 취약함을 보완하는 셈이다.

안타깝지만 기블리 최초의 마일드 하이브리드는 효율성에서 그다지 좋은 성적표는 못 얻었다. 국내 인증 표준연비는 ℓ당 8.9km. 약 200km를 주행하며 확인한 연비는 ℓ당 8km 초반. 하지만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기블리 가솔린 모델 대비 약 22%, 디젤보다도 약 5% 줄이는 데 성공했다. 결론적으로 출력성능은 더 큰 배기량과 비슷하면서 배기가스 줄이기에는 성공한 셈이다.

하이브리드라고 주행 모드(아이스, 노멀, 스포트)가 다르거나 커다란 패들 시프트를 감추지 않았다. 그래도 이름이 하이브리드라면 노멀 모드 대신 에코 모드 정도는 집어넣을 만도 하지만 마세라티는 무심하게 지나쳤다. 참고로 실내 또한 기존 기블리와 90% 같다. 실내 곳곳을 하이브리드 감성의 파란 스티치로 치장하고 8.4인치에서 10.1인치로 인포테인먼트 모니터를 키웠다. 커진 크기만큼 화질과 터치 조작감도 또렷해졌다.

가속 페달에 무게를 더하면 터보 지체 현상이 아예 없진 않다. 하지만 2톤이 넘는 차체 무게를 감안하면 이해할 만하다. 묵직하고 진득하게 도로를 타고 달리는 거동이 마세라티답다. 노멀에서 스포트로 모드를 바꾸면 평범했던 스티어링휠이 묵직하고 팽팽해진다. 더불어 하체도 긴장한다. 노멀 모드에서 느끼지 못했던 요철과 이음매의 깊이와 너비가 몸으로 전해진다. 승차감을 해치지 않는 선에서 탄탄하고 끈끈하게 아스팔트를 잡고 달린다. 더불어 마세라티 특유의 가슴 달뜨는 사운드도 살아난다. 전자식 가상음이 아니라 기블리 하이브리드를 위해 새로 만든 공명 장치를 배기시스템에 더한 덕에 마세라티 고유의 감성이 사라지지 않았다. 하지만 대배기량 마세라티가 토하는 저릿한 소리는 즐길 수 없다. 아무렴, 하이브리드에서 포효하는 마세라티 사운드를 바라는 건 과한 욕심이다.

48V 마일드 하이브리드를 품고서 하이브리드라고 으스대는 모습이 처음엔 못마땅했다. 하지만 콧대 높던 마세라티가 검소한 엔진에 비록 마일드지만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더하고 전동화로의 여정을 시작했다는 데 의미를 두면 이해 못할 일도 아니다. 디젤이 저물고 친환경 파워트레인이 대두되는 지금,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해 마세라티가 변화하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동시에 그만의 멋과 맛도 지키고 있다. 시작은 미약하나 끝은 창대하리라는 말처럼, 앞으로 마세라티가 보여줄 전동화 전략에 관심이 커지기 시작했다.

Maserati Ghibli Hybrid

기본 가격 1억1450만 원
레이아웃 앞 엔진, RWD, 5인승, 4도어, 세단
엔진 직렬 4기통 2.0ℓ 가솔린 터보+48V 마일드 하이브리드, 330마력, 45.9kg·m
변속기 8단 자동
공차중량 2030kg
휠베이스 3000mm
길이×너비×높이 4970×1945×1485mm
연비 8.9km/ℓ
CO₂ 배출량 186g/km

CREDIT
EDITOR : 이병진   PHOTO : 마세라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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