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빔]영국 전기차에 현대차가 주목한 배경

입력 2021. 11. 25. 0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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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차 투자 어라이벌 전기버스 컨셉트 주목

 현대차그룹이 투자한 영국의 신생 전기차 기업 어라이벌(Arrival)이 전기버스 컨셉트를 공개했다. 그리고 내년 2분기에 미국 생산을 시작으로 보급에 나선다. 무엇보다 어라이벌 전기버스의 특징은 경량화다. 차체를 금속 재질이 아닌 합성 플라스틱으로 만든 덕분이다. 또한 평평한 플랫폼을 활용해 지상고를 낮추고 탑승 계단이 없어 승하차가 편리하다. 물론 바닥에 탑재한 배터리가 무게 중심을 낮추는 역할도 한다.
출처:어라이벌 홈페이지

 버스에 들어가는 배터리는 310.8㎾h의 용량이다. 최대 인원이 탑승했을 때 8t의 무게를 견디는데 이때 주행 가능한 거리는 200~480㎞(영국 기준)로 알려져 있다. 36명의 승객이 앉을 수 있으며 최대 80~125명을 태울 수 있다. LED 스크린이 이동 경로를 표시하고 창문이 커서 개방감이 뛰어나다. 또한 소프트웨어는 무선으로 업그레이드 된다. 어라이벌은 미국 생산 전기버스를 미국의 여러 지방에 공급키로 하고 보조금을 기대하는 중이다. 
출처:어라이벌 홈페이지

 그런데 어라이벌 전기버스가 주목받는 것은 단순히 제품 때문만은 아니다. '마이크로 팩토리(Micro factory)'로 불리는 생산 방식이 시선을 이끈다. 대규모 공장을 짓는 게 아니라 곳곳의 조그만 공장에서 현지 부품 조달을 이뤄내 지역 맞춤형을 추구한다. 덕분에 수 십만대 생산 시설 구축에 필요한 막대한 투자도 필요하지 않다. 컨베이어 벨트의 움직임에 따라 사람이 배치돼 조립하는 기존 방식이 아니라 작업대 한 곳에서 완성차 한 대를 생산한다. 이때 필요한 부품은 소형 물류 로봇이 작업 로봇과 통신을 주고받으며 건네준다. 작업대는 360도 회전이 가능한 만큼 하나의 작업대 위아래를 모두 활용해 두 대를 동시에 생산할 수도 있다. 이를 위해 사용 가능한 부품 수를 최소화하고 일체화된 모듈 확대를 시도했다. 일반적인 자동차 생산 방식은 부품이 한번 정해지면 공급사도 바뀌지 않지만 어라이벌은 필요한 부품을 표준화해 공장이 만들어진 나라별로 부품을 조달하는 맞춤형도 추구한다. 대부분의 투자 비용이 생산 시설 구축에 들어간다는 점을 바꾸려는 혁신이다. 그래서 이들이 주요하게 삼는 항목도 지속 가능성, 확장성, 비용 효율성 등의 세 가지다. 실제 어라이벌은 마이크로 공장 설립에 필요한 비용이 600억원 정도로 매우 적다는 입장이다. 

 -금속 없는 플라스틱 차제로 도색 없애
 -최저 비용으로 맞춤형 소량 생산 추진

 마이크로 공장이 가능한 배경은 전동화 플랫폼의 단순화가 꼽힌다. 이른바 스케이트 플랫폼 위에 필요한 공간 모듈을 얹으면 되는데 대부분 로봇이 역할을 수행하도록 설계해 비용의 최소화를 이뤄낸다. 게다가 자동차 생산에서 꽤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금속 도색 과정이 없는 점도 마이크로 공장 설립을 추진한 배경이다. 도색이 필요한 금속을 색상이 들어간 플라스틱으로 대체하기 때문이다. 생산에서 도색 과정에 적지 않은 비용과 시설이 필요하다는 점을 떠올리면 색상 플라스틱 사용이 공간 활용성을 높여주는 대목이다. 
출처:어라이벌 홈페이지

 그래서 현대차가 어라이벌에 투자한 배경으로 '마이크로 팩토리'가 꼽힌다. 기능이 차별화된 목적지향 이동 수단(PBV, Purpose Built Vehicle)은 이동의 완성을 추구하는 기업에게 반드시 필요한데 수요가 한정돼 대량 생산이 쉽지 않아서다. 이때 필요한 것이 소규모 맞춤형 생산 방식이고 여기서 만든 제품은 말 그대로 한정된 지역 등에서 '특별한 목적'으로 운행된다는 뜻이다. 이동의 형태가 점차 다양해지고 목적 또한 세분화된다는 점에서 PBV는 기능의 확장이 단연 경쟁력이기 때문이다. 
출처:어라이벌 홈페이지

 실제 현대차와 비슷하게 폭스바겐그룹은 전기차로 내놓는 ID 시리즈의 전동화 플랫폼을 외부에 제공해 중소기업이 소규모 필요한 목적 지향 차종을 생산토록 하고 있다. 대량 생산에 맞추어진 공장에서 맞춤형 소량 생산은 결코 쉽지 않은 탓이다. 그래서 어라이벌의 생산 방식 전환은 미래 모빌리티 제조 부문의 혁신으로 주목되고 있다. 많이 만들어 최대한 저렴하게 판매하던 자동차산업의 특성이 최소 비용으로 필요한 수량만 만들어 최저 가격에 판매하는 형태로 변모할 수 있어서다. 오랜 시간 불문율처럼 여겨졌던 대량 생산이 이제는 소량 생산과 경쟁하는 시대가 될 수도 있을 것 같다. 

 권용주(국민대 겸임교수, 자동차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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