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멈추지 않는 레인지로버의 도전과 진화

조회수 2021. 10. 18. 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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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화하는 독창성 보여주는 '사막의 롤스로이스'

1960년대 중반 미국은 가족과 친구끼리 레저를 즐기는 사람이 증가하기 시작했다. 그와 동시에 지프 왜고니어, 쉐보레 블레이저, 포드 브롱코 등 사륜구동 차를 레저용으로 찾는 이도 많아졌다. 이런 시장의 변화에 발맞춰 영국 로버는 신차 개발을 계획했다. 이 프로젝트로 26대의 레인지로버 프로토타입이 제작되었다. 다양한 기술을 테스트하기 위해 각기 내구성과 파워트레인을 달리한 모델들이었다. 차명은 모두 벨라였다. 이탈리아어를 참조해 ‘베일에 감추다’라는 의미로 정한 이름이었다.

레인지로버 프로토타입의 이름은 모두 벨라였다

1970년 6월, 레인지로버가 세계 언론에 공개됐다. 아름다운 보디 라인, 우아한 승차감 그리고 탁월한 주행력에 비평가들은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이 차를 시승한 농부들은 뛰어난 오프로드 성능 덕분에 편안함을 느꼈다. 서민들은 높은 차고와 고급스런 인테리어에 지위 상승의 느낌을 받았다. 귀족들과 부유한 사업가들은 세단처럼 안락한 주행 질감에 만족했다.

1970년 6월 모터쇼에 전시된 레인지로버

시간이 갈수록 레인지로버의 성능과 인테리어 그리고 외양적 신선함에 매료된 이가 늘어났다. 미술계도 마찬가지였다. 1971년 루브르 박물관은 오리지널 레인지로버와 1/4 축소 모형을 갤러리에 세웠다. 관객들에게 ‘산업 디자인의 훌륭한 모범’이란 소개도 잊지 않았다. 미술관에 전시된 자동차는 레인지로버가 최초였다.

모험으로 성능을 검증하다

정작 로버는 레인지로버의 상시 사륜구동 시스템을 알리고 싶었다. 마침 그때 영국군은 오지 탐험을 준비하고 있었다. 알래스카 앵커리지에서 남아메리카 최남단까지 험난한 모험이었다. 로버에게는 레인지로버의 성능을 검증할 절호의 기회였고, 2대의 레인지로버를 영국군에게 제공했다. 1971년 12월 3일, 알래스카의 혹독한 추위를 견디며 약 2만 7,358 km의 대장정이 시작됐다. 그 여정에 지구에서 가장 심한 오지 중 한 곳이 포함됐다. 그 지역은 당시 지도에도 없던 '다리엔 갭(Darien Gap)’이었다. 흡혈 박쥐, 독거미, 독사 등이 모여 사는 정글과 늪지대였다.

1972년에 다리엔 갭을 통과하고 있는 레인지로버

영국군 장교 개빈 톰슨(Gavin Thompson)이 이끄는 원정대는 3개월간 악전고투를 이겨내 87km에 이르는 다리엔 갭을 통과했다. 강력한 로버 V8 3.5L 엔진과 네 바퀴에 고른 힘을 전달하는 부변속기 그리고 험로 주파 능력이 뛰어난 차동 기어 등의 기술이 이룬 쾌거였다. 이 횡단에서 레인지로버의 우수한 성능이 단번에 검증됐다. 도전은 거기서 멈추지 않았다.

2013년 엠티 쿼터를 달리고 있는 레인지로버 스포츠

2013년 11월 4일 레인지로버 스포츠(L494)는 우리나라 면적의 3배에 달하는 크기를 자랑하는 엠티 쿼터(Empty Quarter) 횡단에 도전했다. 낮에는 기온이 50°C가 넘어 매우 뜨겁고 위험할 정도로 건조한 사막이라 악명이 자자했다. 끊임없이 높이가 변화하는 지형으로 사람과 자동차에게 극한의 테스트 장소로도 유명했다. 사우디의 와디 아드 다와시르(Wadi Ad Dawasir)에서 아랍에미리트(UAE) 국경까지 849km를 달리는 테스트 드라이브였다. 레인지로버 스포츠는 이곳을 횡단한 자동차 중 가장 빠른 10시간 22분을 기록했다.

2015년, 중국 쑤저우에 설치된 종이 다리를 건너는 레인지로버

2015년에는 레인지로버 탄생 45주년 기념 이벤트가 중국 쑤저우에서 열렸다. 미리 설치된 종이 다리를 건너는 행사였다. 또한 경량 알루미늄 구조와 지능형 사륜구동의 우수성을 입증하는 자리기도 했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2018년 중국 천문산 999계단을 올르고 있는 레인지로버

2018년 2월에는 레인지로버 스포츠 하이브리드 모델이 세계에서 가장 높다는 천문동(天門洞) 동굴에 올랐다. 결코 쉽지 않은 코스였다. 99개 굽이를 돌아야 하는 통천대로(通天大路)는 좁은 폭이 문제였다. 정교한 조향 능력이 필요했다. 이 난관을 지나면 999개 계단을 올라가야만 했다. 문제는 거리가 아닌 각도였다. 45도 이상 기울어져 걸어서 올라가기에도 위험한 곳이었다. 이런 일련의 도전들이 레인지로버의 상징적인 이미지를 만들었다.

이어지는 혁신적 진화

이후 세대가 이어질수록 레인지로버는 혁신적인 진화를 했다. 1986년에는 배출가스를 약 40% 줄인 전자제어 연료 분사 방식(EFI) 엔진을 탑재한 모델을 선보였다. 향상된 서스펜션 기술은 롤링을 감소시켰다. 1989년에 온·오프로드 겸용 ABS 브레이크가 설치된 4x4 차량은 레인지로버 뿐이었다. 1992년에는 세계 최초로 전자식 트랙션 컨트롤(ETC) 및 자동 전자식 에어 서스펜션을 채용해 온·오프로드에서 정교한 드라이빙을 보장했다.

1993년에 출시된 레인지로버 클래식 4도어

1994년 9월에는 롱 휠베이스 섀시와 모노코크 바디, 자동 전자 에어 서스펜션이 적용된 2세대 레인지로버(P38A)가 발매됐다. 이때부터 2.5L BMW M51 디젤 엔진과 4.0L 및 4.6L 의 V8 가솔린 엔진이 도입됐다.

왼쪽부터 레인지로버 1세대, 2세대, 3세대 전기형, 3세대 후기형

2001년에는 3세대 레인지로버가 모습을 드러냈다. 최초로 전자동 지형 반응 시스템을 채용한 모델이었다. 또한 모노코크 구조와 독립식 에어 서스펜션을 채택해 차체 강성과 주행 안정성을 높인 모델로 평가 받았다.

진화하는 독창성

멈추지 않은 것은 아이코닉한 디자인도 마찬가지다. 눈에 확 띄지 않지만 천천히 진행되고 있다. 노트북처럼 열리는 클램셸 또는 플립 보닛 라인은 1세대나 지금의 모델이나 별차이가 없다. 분할형 테일게이트도 레인지로버의 독창성이 엿보이는 요소다. 아래위 반반으로 열리던 테일게이트가 위쪽 문이 아래쪽 문을 덮는 스타일로 진화했다. 안전까지 생각해 변화한 것이다.

멈추지 않는 레인지로버의 진화

최근에도 레인지로버는 아이덴티티를 유지한 채 진일보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탄소중립 시대에 파워트레인 변경은 선택사항이 아니다. 변화를 강요하는 시대에도 독창성을 유지한 채 진화하고 있다. ‘사막의 롤스로이스’라는 애칭에 맞게 부드러운 주행 질감이나 안락함 그리고 편의성 등은 부족함이 없다. 진화하는 독창성이야말로 럭셔리 SUV 레인지로버의 본질이 아닐까 한다.

| 글 윤영준 (자동차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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