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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승기] 토요타 RAV4, '서울-제주-서울' 1,000km 시승기

조회수 2021. 12. 31.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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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리타분한 생각일지 모르지만, 나는 SUV엔 사륜구동 시스템이 필수라고 생각한다. 높은 무게중심을 보완할 수 있는 안정감, 험로에서 자신 있게 달릴 수 있는 능력 때문이다. 그러나 장점만 있는 건 아니다. 무게 증가로 인한 연비 하락은 감수해야 한다. 비싼 옵션 비용도 부담이다. 반면, 토요타 RAV4 하이브리드의 E-Four 시스템은 고민을 덜어줄 만했다.

글 강준기 기자
사진 서동현 기자

*참조 : <[시승기] 렉서스 ES300h ‘신구대결’, 용인-부산 실연비 테스트>


지난달, 우린 렉서스 ES300h와 함께 서울-부산 실연비 테스트를 진행했다. 이번엔 더 멀리 가고 싶었다. 여정의 총 길이는 1,000㎞. 서울에서 출발해 전남 여수→제주까지 배를 타고 이동하기로 결정했다. 그 다음 제주 한 바퀴 약 300㎞를 돌고 다시 서울로 복귀하는 코스를 짰다. 표시연비가 아닌 장거리 주행에서 실제 RAV4의 ‘풀-투-풀’ 연비를 보고 싶었다.

Since 1994

RAV4는 국내 시장에서 인기 모델은 아니다. 그러나 미국에선 승용 판매 1위로 통한다. 지난해는 43만 대, 올해는 11월까지 37만 대 이상 팔렸다. 연 판매 40만 대 이상은 RAV4가 유일한데(픽업트럭 제외), 2위 혼다 CR-V와 격차는 딱 10만 대다. 그 만큼 RAV4에 대한 소비자 충성도가 대단하다는 걸 알 수 있다. 참고로 토요타 캠리는 지난해 29만 대를 기록했다.

RAV4는 1994년 데뷔했다. 도심형 SUV 장르를 개척한 주역이자, 세계 최초의 모노코크 보디 SUV다. 차명 RAV4는 ‘사륜구동 여가활동 자동차(Recreational Activity Vehicle with 4wheel drive)’의 이니셜. 이 차의 지향점이 이름에 고스란히 묻어난다. 오늘 소개할 모델은 5세대로, 2.5L 하이브리드 구동계와 전기식 상시 사륜구동 시스템 E-Four를 맞물렸다.

①익스테리어




요즘 자동차 디자인을 보면, 운전자 나이에 따라 차급을 강요하는 기분이 든다. 아반떼, 투싼  등 C-세그먼트 모델은 파격 디자인을 갖췄다. 젊고 역동적인 소비자를 겨냥했다. ‘무난한 스타일의 차’를 원하면 급을 올려 쏘렌토를 사야하는데, 투싼 정도의 덩치를 좋아하는 사람도 많다. RAV4는 적당한 체격과 질리지 않는 평범한 디자인을 앞세운다. 티구안도 비슷하지.




차체 길이와 너비, 높이는 각각 4,600×1,855×1,685㎜. 4세대보다 5㎜ 짧고 10㎜ 넓으며 20㎜ 낮다. 신형이지만 막연하게 체격을 키우지 않았다. 반면 휠베이스는 2,690㎜로 30㎜ 더 넉넉하다. 비슷한 체격의 SUV와 비교하면 어떨까? 티구안보다 90㎜ 길고 15㎜ 넓다. 푸조 3008보단 각각 150㎜, 15㎜씩 크다. 혼다 CR-V와 비교하면 30㎜ 짧고 너비는 같다.

②인테리어




RAV4의 실내. 명색이 ‘요즘 차’인데, 조금 식상한 맛은 있다. 화려하고 기능 많은 경쟁 차와는 결이 다르다. 대신 필요한 기능을 직관적으로 배치했다. 센터페시아는 7인치 돌출형 디스플레이를 중심으로 골격을 짰다. 그 아래 송풍구와 공조장치 다이얼을 가지런히 배치했다. 편의장비가 많진 않은데, 앞좌석 3단계 열선 & 통풍 기능과 열선 스티어링 휠은 챙겼다.







가장 마음에 드는 건 수납공간. 큰 차는 아닌데, 곳곳에 꽤 쓰임새 좋은 수납공간이 있다. 가령, 동반석 대시보드 아래엔 길쭉한 트레이를 마련했다. 기어레버 앞 공간도 넉넉하고, 스마트폰 무선 충전패드도 깔았다. 도어 포켓 크기도 충분한 편. 뒷좌석은 건장한 남자 성인 2명이 앉기에 부족함 없다. 트렁크 용량은 580L이며, 2열을 접으면 최대 1,690L로 늘어난다.

③파워트레인 및 섀시

5세대 RAV4는 토요타의 최신 TNGA K 플랫폼을 밑바탕 삼았다. 공차중량은 2.5L 가솔린 기준 1,535㎏. 기존보다 125㎏ 덜 나간다. 대신 차체 비틀림 강성은 57% 더 강력하다. TNGA 플랫폼의 핵심은 낮은 무게중심. 여느 SUV와 비교해 엔진이 상당히 아래쪽에 자리했다. 또한, 5세대로 거듭나며 하이브리드 구동 배터리는 트렁크→2열 시트 아래로 이동했다.

7인치 모니터 크기와 해상도는 다소 아쉽다.


시승차는 직렬 4기통 2.5L 가솔린 엔진과 3개의 전기 모터, 배터리를 품었다. 시스템 최고출력은 222마력. 통상 토요타‧렉서스 하이브리드 모델은 2개의 전기 모터가 들어간다. 그러나 E-Four는 뒷바퀴 굴리기 위한 전용 모터가 뒤 차축에 추가로 자리했다. 프로펠러 샤프트와 트랜스퍼 케이스가 없는 대신, 노면 상황에 따라 전기 신호를 보내 뒷바퀴를 굴린다.

전자식 파킹 브레이크, 오토홀드, 트레일 모드 등 여러 장비들을 든든히 갖췄다.


그래서 여느 AWD와 비교해 무게 증가가 크지 않다. 뒷좌석 가운데 바닥을 평평하게 만들 수 있어 실내 공간 확보에도 유리하다. 또한, RAV4는 E-Four를 쓰는 다른 토요타와 달리 ‘트레일’ 모드가 있다. SUV로 오지 캠핑 꿈꾸는 소비자는 반길 만한 장비다. 무엇보다 평소 출퇴근할 때, 연비 하락을 최소화할 수 있는 사륜구동이라는 점에서 가치를 찾을 수 있다.

원조의 가치

토요타 하이브리드 시스템은 ‘동력분할기구(Power Split Device)’가 핵심이다. 유성기어를 통해 두 개의 전기 모터(각각 MG1, MG2) 작동을 제어한다. MG1은 엔진의 힘을 이용해 배터리를 충전한다. MG2는 가속할 때 엔진과 힘을 합쳐 바퀴에 동력을 보내고, 감속할 땐 발전기로 변해 배터리를 충전한다. 달리면서 구동과 충전을 동시에 할 수 있는 게 장점이다.

또한, 뒤 차축의 세 번째 전기 모터 역시 제동할 때 발전기로 변한다. 역방향으로 전기 모터를 돌려 제동 에너지를 차곡차곡 모아 배터리를 충전한다. 그 만큼 다른 차종보다 회복 시간이 빠르다. 즉, EV 모드 사용 시간이 늘어나 연비를 높일 수 있다. 그렇다면 ‘서울–제주–서울’로 이어지는 시승 코스에서 실제 RAV4 하이브리드가 기록한 연비는 어땠을까?

④주행성능

오전 7시, 서울 서초동 사무실에서 출발해 경기 광주로 이동했다. 기름이 가득 차 있는 상태였지만, 정확한 ‘풀-투-풀’ 방식의 연비 계측을 위해 한 번 더 주유하고 출발했다. 1차 목적지인 여수 엑스포항까지 거리는 353.7㎞. 소요 시간은 약 4시간 30분 정도 나왔다. 남자 성인 2명이 탑승했고, 실내 온도는 23°도 오토, 주행모드는 노멀 모드에 두고 출발했다.


10㎞/L 초반에서 시작했던 연비는 주행속도를 높이자 금세 16~17㎞/L 수준으로 올라갔다. 그런데 고속도로 환경에선 이보다 높은 연비를 기록하는 건 어려웠다. 여기서 토요타 하이브리드 시스템의 특징이 드러났다. 엔진 효율이 좋은 고속 항속주행 상황에선 EV 모드를 쓰지 않는다. 대신 배터리를 두둑하게 충전해둔다. 이후 도심에 진입할 때 사용빈도를 높인다.

토요타‧렉서스 하이브리드 모델에 두루 얹는 I4 2.5L 가솔린 엔진은 효율이 좋다. 밀러 사이클 방식으로, 압축 때 흡기밸브를 좀 늦게 닫는다. 그러면 피스톤이 상사점을 향해 솟아오를 때, 실린더 속 연료와 공기 섞은 혼합기가 조금 빠져 나간다. 그 결과 압축할 때 저항이 줄어든다. 상대적으로 연료도 적게 태운다. 그래서 모터의 도움 없어도 고속에서 효율이 좋다.

제주 렌터카 가격이 부담스럽다면, 이렇게 배에 싣고 가는 방법도 나쁘지 않다.



오후 11시, 여수 엑스포항에서 시승차를 배에 싣고 1시간 뒤 제주로 출발했다. 요즘 제주 렌터카 가격이 비싸, 이렇게 배 타고 이동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제주항까지 이동 시간은 약 6시간. 어차피 밤 출발이라, 자고 일어나기 딱 좋았다. 드디어 제주항에 도착하고, 우리 팀은 아침식사 위해 근처 고기국수 집을 찾았다. 두둑하게 배 채우고 해안도로 따라 주행 시작.

쭉 뻗은 고속도로보단 정체 잦은 도심에서 연비 좋아

12월의 제주도. 낮 기온이 15도 안팎으로 포근하다.


주행거리 1,000㎞를 달성하기 위해선, 제주도를 한 바퀴 돌아야 했다. 사실 제주 시내 길을 달리기 전까지 RAV4의 연비 한계는 1L 당 16㎞ 수준이라고 생각했다. 여수까지 가는 고속도로에서 이보다 높은 숫자 얻는 건 힘들었다. 그러나 막히는 도심 구간에서 드디어 진가가 나왔다. 남자 성인 2명이 탑승한 상황에서 트립연비는 1L 당 17㎞ 초반까지 솟았다.

여기서 토요타 하이브리드 시스템의 핵심을 찾을 수 있다. 엔진은 도심을 천천히 달릴 때보다 고속도로에서 항속 주행할 때 효율이 훨씬 좋다. 엔진 회전수 변화가 크지 않고, 낮은 RPM으로 꾸준히 달리기 때문이다. 그래서 토요타는 고속에서 굳이 EV 모드가 개입하지 않도록 했다. 대신 고속도로 달리며 가득 충전한 배터리를 도심 진입 때 쓸 수 있도록 설계했다.


이튿날, 약 760㎞ 정도 달린 후 주유소를 찾았다. 한 번 주유로 1,000㎞ 달리는 건 불가능했다. 생각보다 작은 연료탱크 용량 때문이었다(55L). 참고로 폭스바겐 티구안이 58L, 혼다 CR-V 하이브리드가 53L. 해당 주유소의 1L 당 휘발유 가격은 1,640원이었고 가득 주유했을 때 총 71,000원이 들어갔다. 최종 연비 산출은 최초 출발지에서 하기로 결정했다.

오후 5시, 우린 제주항에서 차를 다시 배에 싣고 여수 엑스포항으로 이동했다. 도착 시간은 밤 11시. 목적지인 경기 광주 GS 주유소까지 353㎞, 약 4시간이 필요했다. 이번에도 성인 남성 2명이 탔고, 의도적인 연비 주행은 피하되 가급적 제한속도는 지켜 달렸다. 야간 이동이라 많이 피곤했는데, 다이내믹 레이더 크루즈 컨트롤 덕분에 편하게 이동할 수 있었다.


중간 휴식을 취하고 오전 4시, 드디어 목적지에 도착했다. 이번 여정의 총 이동거리는 1,113㎞. 다시 기름을 가득 채워 ‘풀-투-풀’ 실제 연비를 측정했다. 이번엔 42,000원의 가솔린이 들어갔다. 어제 주유 금액과 합산해 계산하니, RAV4 하이브리드 AWD(E-Four)의 최종 주행연비는 16.4㎞/L가 나왔다. 공인 복합연비인 15.5㎞/L보다 0.7㎞/L 높게 나왔다.

⑤총평

토요타 RAV4. 이 차는 첫인상으로 평가하면 좋은 점수를 주기 어렵다. 지나치게 평범하다. 하지만 이런 성향은 함께하는 시간이 늘수록 빛을 발한다. 정직한 주행성능, 굳이 연비운전 하지 않아도 알아서 높은 효율 뽑아내는 파워트레인, 실용적인 공간 설계와 편안한 승차감은 오랜 시간 운용해도 운전자를 배신하지 않는다. 시선 끄는 개성 강한 차보단, 장시간 함께할 든든한 파트너를 찾는다면 RAV4는 괜찮은 선택지 중 하나다.

좋아요
1)이질감 없는 파워트레인
2)‘막’ 타도 알아서 좋은 연비 뽑아내는 구동계
3)1열 통풍시트

싫어요
1)모니터, 이젠 큰 거 쓸 때도 됐잖아?
2)애플 카플레이 & 안드로이드 오토의 부재
3)다소 떨어지는 후방카메라 화질

<제원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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