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르쉐만의 뒷날개, 고래 꼬리

조회수 2021. 11. 19.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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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르쉐 911 리어 스포일러 변화의 변곡점

포르쉐 911의 디자인은 시간이 지날수록 광범위하게 변화했다. 터보 엔진, 단조 알로이 휠, 스테인리스 롤 바, 아연 도금 차체 등 손으로 꼽을 수 없을 정도로 다양했다. 그런 혁신 중에서 911 최초로 적용된 리어 스포일러의 이미지는 강렬했다.

1971년 전후로 포르쉐는 FIA 그룹 4 레이스를 위한 양산형 모델 500대를 제작했다. 제한된 엔진 성능을 효율적으로 끌어올리기 위한 테스트가 이뤄졌다. 공차 중량을 가볍게 하려고 경량 패널과 유리를 사용했다. 또한, 가속성과 조향성을 높이기 위해 뒷바퀴에 광폭 타이어를 사용했다. 접지력 향상을 위해 리어 스포일러도 테스트했다.

'오리 꼬리' 스포일러를 처음 쓴 포르쉐 911 카레라 RS 2.7

결국 엔진 후드 일체형 스포일러가 채용됐고 사람들은 오리 꼬리(duck tail)란 애칭을 붙여줬다. 이렇게 양산차 최초로 리어 스포일러를 단 모델이 데뷔했다. 그 차가 바로 1972년형 911 카레라 RS 2.7이었다.

G 시리즈의 등장

1973년은 911 탄생 10주년인 해였다. 포르쉐는 911에 혁신적 변화를 시도했다. 강력한 파워와 조향성을 지닌 모델들을 개발하기 시작했다. 그 결과 남다른 퍼포먼스를 자랑하는 2세대 911이 등장했다. 이때부터 벨로스 범퍼(Bellows Bumper)가 적용된 모델이 생산됐다. 당시 강화된 미국 안전 규제에 대비한 장치였다.

벨로스 범퍼를 달고 1973년부터 판매되기 시작한 'G-시리즈' 911

그뿐만 아니었다. 3점식 안전벨트와 헤드레스트 일체형 시트를 기본으로 제공했다. 이렇게 등장한 911 모델이 바로 G 시리즈였다. 뜨거운 시장의 호응은 1989년까지 생산할 수 있었던 원동력이 되었다.

G 시리즈가 탄생한 해에 프랑크푸르트 모터쇼가 열렸다. 포르쉐는 그 무대에 3.0L 260마력 엔진을 얹은 모델을 선보였다. 911 터보 프로토타입이었다. 거대한 리어 스포일러가 눈길을 끌었다. 빠른 속도에 대응해 다운포스를 만들기 위해 고안한 디자인이었다. 이후 포르쉐 최초로 고래 꼬리(whale tail)를 단 모델로 기록됐다.

고래 꼬리로 불리다

1974년 포르쉐 911 카레라 RS 3.0이 등장했다. 3.0L 230마력 6기통 복서 엔진을 얹은 모델이었고, 전작 카레라보다 뛰어난 주행능력을 갖췄다. 퍼포먼스뿐만 아니라 차체 디자인에도 변화가 있었다. 전작의 오리 꼬리(duck tail)와는 다른 리어 스포일러가 쓰였다. 검정색 고무로 감싼 크고 평평한 스타일로 공기 역학적 효율이 높았다. 이는 수많은 테스트를 거치며 기능적으로 입증돼 채용된 것이다.

스포일러가 커지며 '고래 꼬리'라는 별명이 등장하게 된 911 카레라 RS 3.0

이 거대한 뒷날개는 고속 주행 시 진가를 발휘했다. 접지력을 높여 신뢰할 수 있는 주행을 약속했다. 이때부터 대중들은 이런 스타일로 제작된 리어 스포일러를 ‘고래 꼬리’로 불렀다.

1975년 포르쉐 911 터보(코드네임 930) 모델은 출시되자마자 순식간에 400대 생산 목표를 달성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시판 첫해 1,000여 대가 판매됐다. 이렇게 높은 판매량은 ‘고래 꼬리’의 대중성과 상품성이 인정받았다는 뜻이기도 했다.

'고래 꼬리'를 대중화한 911 터보(930)

930의 아이코닉한 디자인은 그뿐만이 아니었다. 16인치 훅스(Fuchs) 휠과 오버 펜더 그리고 블랙 스톤 가드(black stone guard)가 적용됐다. 파워트레인 설계도 남달랐다. 보그워너의 우수한 KKK 터보차저로 엔진 출력은 260마력, 최대토크는 35kg·m까지 올렸다.

공랭식 3.0L 수평대향 6 기통 SOHC 엔진에는 4단 변속기를 장착했다. ‘남는 파워와 유연한 엔진에는 4단으로 충분하다’는 포르쉐의 철학이 담긴 설계였다. 5.2초 만에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로 달렸다. 당시 독일에서 가장 빨리 달리는 양산차였다. 혹자는 아우토반의 미사일이라 평하기도 했다.

랠리카로 개조된 911 SC에서도 고정식 리어 스포일러를 발견할 수 있다

이후 1976년부터 생산된 911 터보 카레라 모델과 911 SC 모델에도 고래 꼬리가 채용됐다. 기존 디자인을 벗어난 새로운 형태의 뒷날개였다. 리어 스포일러를 고무 립으로 감싼 독특한 스타일이었다. 1980년에 나온 911 SC 바이자흐(Weissach) 에디션 모델은 예외였다. 당시 새로운 911 모델과 달리 초기 고래 꼬리 디자인을 채택했다.

비슷하지만 다른 뒷날개 등장

930 터보 후기형에서는 리어 스포일러 형태가 바뀌었다

1978년 911 터보 모델의 리어 스포일러 디자인은 기존의 것과 조금 달랐다. 뒷날개의 고무 립(lip)이 측면과 후면 가장자리를 감싸는 듯했다. 이런 디자인 덕분에 차 쟁반(tea tray) 같다는 평을 받았다. 인터쿨러에 다량의 공기를 빨아들이도록 디자인한 결과였다.

G-시리즈 후반에는 카레라 모델에도 대형 리어 스포일러가 달렸다

이후 1984년 발매된 카레라 3.2 모델의 뒷날개는 카레라 꼬리(Carrera Tail)라고도 불렸다. 방열공(louver vent)이 뒷날개에 삽입된 독특한 스타일이었다.

이렇듯 고래 꼬리라 불린 리어 스포일러는 애칭도 디자인도 변화했다. 지금도 고성능 포르쉐 모델에 주행 안전성과 아름다운 실루엣을 만들어내고 있다.

최신 992 터보 S는 리어 스포일러 형태가 단순하다

판자를 갈아치운 테세우스의 배처럼 본질은 변하지 않았다. 포르쉐가 창조한 고래 꼬리에는 ‘꿈꾸던 차가 없어 직접 만들었다’는 페리 포르쉐의 철학도 담겨 있는 듯하다.

| 글  윤영준 (자동차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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