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TORBIKE OF THE YEAR - 크루저 편
2019년을 마무리하며 한해동안 시승했던 모델들에 대해 썰을 풀었다. 지난 시즌 신모델을 시승하면서 느꼈던 바이크에 대한 이야기와 전반적인 국내 업계 동향 등 한해를 정리하며 솔직하고 담백한 대화를 나누었다.
양 현 용 편집장
본지 편집장. 키187에 100kg에 달하는 거대한 덩치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대형 모터사이클을 선호하는 편이지만 모터바이크는 다 좋아하는 잡식성이다. 스스로 바이크를 만지는 것을 좋아하며 커스텀빌더의 꿈을 가지고 있다.
이 민 우 수석기자
최근 슈퍼커브110을 즐겨왔는데 C125가 공식 출시하는 바람에 가슴앓이를 하고 있다. 2020년도에는 경량화를 통해 스포츠 라이딩을 즐겨볼 예정이지만 고난의 행군이 예상된다.
조 건 희 기자
클래식과 네이키드 바이크를 선호하지만 모터바이크 편집부에서 일하며 새로운 취향에 점점 눈을 뜨는 중이다. 라이딩 센스가 좋아 능숙하게 바이크를 다룬다.
윤 연 수 기자
어렸을 때부터 자전거, ATV, 오프로드 바이크로 단련한 현란한 라이딩 스킬의 소유자. 최근은 듀얼퍼퍼스를 중심으로 온로드와 오프로드를 넘나들며 바이크를 즐기는 중이다. 2020년 GS트로피를 선수로 참가 예정.
HARLEY-DAVIDSON FXDR 114
양 : 올해는 전통적인 크루저 보다 다른 스타일이 접목된 스타일이 많다는 게 특징이다.
조 : 크루저 시장을 대표하는 브랜드 할리데이비슨에서 선보인 신모델 FXDR 114가 눈에 띈다.
이 : FXDR은 드래그레이서에서 온 차체 디자인과 비행체에서 영감 받은 디자인이 인상적이다.
양 : 기존의 할리데이비슨의 이미지와는 조금 다른, 퍼포먼스 이미지다. 드래그레이스 신에서 할리데이비슨이 큰 역할을 하고 있으니 할리데이비슨의 또 다른 일면이기도 하다. FXDR은 드래그 레이스 머신을 도로로 옮겨온 느낌이다. 전통적인 할리의 이미지는 아니었지만 국내에서 반응도 좋았다.
조 : 젊고 세련된 스타일이 어필된 것 같다. 클립온 핸들바가 적용된 점도 독특하다.
양 : 에어필터 디자인은 드래그 머신의 오픈 필터를 형상화 한 것인데 이 차의 성격을 잘 보여주는 포인트다. 미니멀한 헤드라이트 둘레와 박력 있는 뒷모습, 시트 뒤쪽이 휠하고 분리되어 보이는 느낌 등 전체적으로 스타일리시 하다.
윤 : 프런트 휠이 리어보다 크고 폭 차이가 큰데 반해 핸들링이 좋다. 프런트 19인치, 리어 18인치에 240mm 광폭인데 코너링 성능이 좋다는 게 신기했다.
조 : 할리데이비슨 라인업 중에서 선회력이 좋지만 다루기엔 어려운 부분이 있다.
이 : 아무래도 바이크의 절대 사이즈와 무게, 긴 휠베이스 때문인 것 같다.
양 : 그래도 할리데이비슨 크루저 라인업 중 가장 뱅킹각이 큰 모델이다. 공식 프로모션 영상이 트랙에서 촬영된 점도 신선했다.
조 : 할리데이비슨이 다양한 카테고리로 영역을 넓히려고 하는데 그 예고편인 것 같다.
DUCATI DIAVEL 1260/S
양 : 두카티 디아벨도 크루저 라인업에 넣을까 말까 고민이 많이 되는 모델이다. 하이퍼 네이키드에 들어가야 될 것 같기도 한데 스타일은 머슬 크루저나 드래그레이서에 가깝다. 최근 이런 크로스오버 모델이 등장하고 있는데 디아벨이 개척하는 장르가 명확한 것 같다.
조 : 세대를 거듭할수록 디아벨만의 컬러가 강해지는 것 같다. 두카티는 이번 세대 디아벨을 ‘메가 몬스터’로 칭했다. 처음엔 무슨 얘기지? 하는 의문이 들었지만 바이크를 타고 나니 그들의 설명이 납득됐다.
양 : 사실 두카티에는 X디아벨이라는 완벽한 크루저 모델이 있다. 이 카테고리에 FXDR이나 FTR1200이 들어있기 때문에 같이 이야기해도 좋을 것 같았다.
이 : 디아벨을 크루저라고 하기엔 퍼포먼스가 워낙 강력하다. 슈퍼 바이크 엔진을 바탕으로 설계된 엔진과 거대한 바이크의 존재 자체가 주는 에너지가 차원이 다르다. S 모델의 경우 고성능 서스펜션과 전자장비 등이 적용되어 더욱 강력하다. 크루저 바이크들은 출퇴근하기 부담스러운데 디아벨은 편한 포지션에 순간순간 강력한 힘을 쏟아내는 즐거움이 있다. 두카티니까 만들 수 있는 바이크인 것 같다.
윤 : 어디에서도 뒤처지지 않는 존재감과 퍼포먼스가 있다.
양 : 국내에서 디아벨이 인기 있는 이유는 발착지성이 좋다는 점이다. 이전 세대엔 곱등이라고 놀릴 정도로 독특한 디자인이었는데 점점 무난한 디자인이 되고있다.
조 : 덩치와 240mm의 광폭 리어 타이어에 비해 핸들링이 정말 가벼웠다.
양 : 네이키드 바이크의 선회력을 그대로 가져온 느낌이랄까.
윤 :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크루저라는 카테고리에 분류하면서 크루저에서 조금 다른 방향을 추구하는 정도일 것이라 예상하는데 전혀 다르다. 두카티의 컬러가 또렷하다.
이 : 타면 탈수록 크루저가 아니라는 것을 느낄 것이다.
INDIAN MOTORCYCLE FTR1200S
양 : 이 모델이야말로 사실 크루저로 분류하기 정말 애매한 바이크이다.
이 : 인디언 모터사이클이 아메리칸 크루저를 베이스로 하는 브랜드기 때문에 FTR1200을 크루저에 배치했는데 정말 어색하다.
양 : 네이키드로 분류하기도 애매하고 FTR 만을 위해서 플랫 트랙 레이서라는 카테고리를 만들 수도 없으니까. 디아벨과 FXDR이 크루저에 속해있는 이상 크게 이상한 것 같지 않다. 또 엄밀히 따지면 네이키드에 가까운데 아메리칸 크루저 브랜드 인디언 모터사이클이 변화하는 첫 시점인 모델이기 때문에 크루저에 배치했다. 굉장히 의미 있는 모델이라고 생각한다. 스카우트 엔진을 바탕으로 전면 재설계한 엔진과 새롭게 설계한 프레임으로 구성도 기존의 인디언 바이크와 전혀 다르다. 주행의 재미, 스타일, 완성도 등 그 결과물에 대한 만족도가 높았다.
이 : 좋은 바이크인 것은 알겠는데 현실적으로 국내시장에서 ‘이 바이크를 어떻게 팔 것인가’에 대한 어려움이 있는 것 같다. 바이크가 출시된 이후 국내 시장에서 판매되는데 까지 많은 시간이 소요됐다. 수입사에서 FTR1200만을 위해서 별도의 마케팅 전략을 전개하기에도 어려움이 있다.
양 : 인디언 모터사이클이 가지고 있는 플랫 트랙 레이스에 대한 자부심, 레이스에서 얻은 노하우 그리고 새롭게 변화할 인디언 모터사이클의 첫 모델이라는 사명을 띄고 태어났는데 문제는 국내에서 플랫 트랙 레이스는 비주류, 비인기 장르다. 전 세계적으로도 힙한 장르이지만 주류는 아니다. 인디언도 그 점을 알고 있기 때문에 네이키드에 가깝게 만든 것 같다. 실제로 플랫 트래커라고 하기에는 너무 크고 무거운 것 같다는 의견도 있다.
이 : 하지만 실제로 레이스 머신을 옆에 두고 비교하면 닮은 점이 매우 많다. 가장 놀랐던 점은 바이크의 무게 중심 설계다. 프런트 19인치, 리어 18인치라는 수치가 흔히 쓰이는 휠 스펙이 아니다. 연료탱크의 위치, 엔진의 배치, 프레임 구조를 인디언이 추구하는 이상적인 플랫 트래커로 설계되었다.
윤 : 그 점에서 가장 놀랐다. 오프로드에서 주행해보니 그 부분이 더욱 잘 느껴졌다. 플랫 트랙을 할 수 있지만 또 다르게 즐길 수 있는 바이크다. 올해가 기대되는 모델이다.
양 : 무게 중심을 극단적으로 낮춰 주행 시 무게가 가볍게 느껴진다.
이 : 바이크를 끌 때와 달리 바이크가 출발하면 무게 부담이 사라진다. 스타일면에서도 일상에도 잘 녹아들고 클래식 라이더들도 좋아할 스타일이다.
조 : 스크램블러처럼 카리스마 있고 거친 느낌이다. 굳이 FTR1200으로 플랫트랙을 하지 않더라도 도심에서 즐기는 것으로 충분히 멋지다.
이 : 옵션 파츠를 통해 다양한 스타일로 꾸밀 수 있다. FTR1200만을 위한 마케팅 전략이 있으면 좋겠다. FTR 크루를 만들고 그들을 위한 이벤트 정도면 충분하지 않을까.
양 : 기존 인디언 모터사이클 고객층과 전혀 다른 취향의 라이더이기 때문에 어떻게 풀어나갈지는 수입사에 달린 것 같다.
TRIUMPH SPEEDMASTER
이 : 후보 중 전통적인 크루저 스타일에 가장 가까운 모델 아닌가. T120과 똑같은 엔진인데 엔진이 훨씬 커 보인다. 포지션도 포워드 스텝에 넓은 핸들바로 편안한 전통적인 크루저 포지션이다.
조 : 바이크 실루엣이 낮고 길어서 그런 것 같다.
윤 : 스피드 마스터 전용 타이어의 사이 드월이 높아서 타이어도 더 꽉 차 보이는 느낌이다.
양 : 한때 크루저에 대한 감을 잃었던 트라이엄프가 다시 감을 되찾았다. 아메리칸 크루저를 표방하는 것이 아니라 영국산 정통 로드스터 느낌이다. 브랜드 헤리티지를 잘 살리고 있다.
조 : 본네빌 T120이라는 베이스 모델을 바탕으로 스크램블러, 바버, 카페 레이서, 로드스터 그리고 크루저까지 다양한 카테고리를 전개하는 모습이 재미있다.
윤 : 모듈식으로 각각의 스타일에 맞게 파츠를 공유하며 다양한 카테고리를 쉽고 영리하게 만들어낸다. 트라이엄프 바이크를 타기 전부터 기대되는 것은 핸들링이 좋다는 점이다.
조 : 엔진과 서스펜션을 공유함에도 바이크 각각의 느낌이 다른 점도 인상적이다. 스피드마스터도 포지션에 비해 핸들링이 좋았다. 스텝이 낮아서 뱅킹 센서가 금세 닿긴 했지만.
KR MOTORS AQUILA 125
이 : 2019년 유일하게 국내 브랜드가 만든 125cc V-트윈 매뉴얼 바이크!
양 : 125cc 2기통은 흔하지 않지. 여러모로 아퀼라 125는 매우 아쉽다. 국내 제조에 품질 이슈가 없었다면 더 좋았을 것이다. 시승 당시 KTM125 듀크와 함께 시승했는데 함께 꽤 잘 달렸던 기억이다.
이 : 125cc에 2 기통이다 보니 엔진 회전수를 끝까지 끌어올려 주행해야 한다는 점이 새로운 경험이었다.
양 : 그럼에도 필링이 부드러웠고 배기음도 좋았다. 여러 가지 부분에서 마음에 들어 아퀼라 300이 기대되었는데 아직도 국내 출시가 되지 않았다. 중국에는 판매를 시작한 것 같다.
조 : 바이크를 보고 실망했다가 좋았다, 다시 실망했다 또 좋아지곤 했다.
이 : 정확한 표현이다.
조 : 디자인만 봤을 땐 ‘예쁘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바이크에 가까이 다가가니 스로틀, 스위치 뭉치, 배선 정리 등이 완성도가 낮았다. 그런데 바이크를 주행해보니 엔진 반응, 출력, 브레이크나 서스펜션에서 기본기가 좋았다. 또한 125cc V-트윈이라는 점이 계속 즐겁게 했다.
이 : 국내 디자인과 기술로 이 정도를 만들어 낼 수 있다는 점도 긍정적인 판단을 하게 했다.
조 : 그래서 300cc 버전을 매우 기대했는데 소식이 없다. 디자인은 할리데이비슨 883을 많이 차용한 것 같다.
윤 : 크루저 바이크하면 대형 모델만 떠오르는데 컴팩트한 사이즈에 호감이 갔다.
양 : 시승 후 많은 응원을 보내고 싶은 모델이었는데 현재 KR 모터스의 활동이 활발하지는 않은 것 같다.
이 : 그럼에도 KR은 과거에도 대형 모터바이크를 개발하고 실제로 만들어냈고 현재도 노력하고 있는 것으로 느껴진다. 지난 2019 EICMA에 도 KR 연구팀이 참관했다. 아직도 국내 모터바이크 산업에 열정을 갖고 있다.
조 : 긍정적인 점은 125cc 클래식 카테고리에서 검증되지 않은 중국산 바이크를 제외하면 선택지가 없는데 국내 브랜드의 바이크가 존재한다는 사실이다.
윤 : 이정도 가격과 클래스에서는 부족한 부분은 커스텀을 해도 부담이 적다.
양 : 그런 점에서 앞으로도 가능성이 있는 모델이라고 생각하고 KR 모터스가 아퀼라 시리즈의 판매를 공격적으로 전개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모터바이크 에디터가 선택한 올해의 크루저 모델
INDIAN MOTORCYCLE FTR1200S
양현용 : FTR1200. 주행성능에서 만족감이 컸고 스타일에 반했다. 2020년에는 전 세계적으로 플랫트래커 열풍은 더 본격적이 될 것이다.
이민우 : FTR1200. 완전히 새로운 구성이고 또 인디언 모터사이클 브랜드가 변화하는 시발점이기도 해서 응원의 마음을 담았다.
조건희 : 디아벨 1260. 성능과 스타일 모두를 잡은 퍼포먼스 머신! 바이크는 역시 타는 맛이 좋아야 한다.
윤연수 : FXDR 114. 드래그 머신에서 가져온 매력적인 디자인과 박력있는 엔진, 브랜드 내에서 높은 뱅킹 한계가 가진 점도 매력적이다.
글 월간 모터바이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