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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초시승] 주행거리 '실증!' 쉐보레 볼트 EV 400km 도전기

조회수 2020. 6. 29. 2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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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백산맥 자동차 도로 중 가장 높은 한계령 휴게소에서

‘다시는 전기차로 여행 가지 않을 테다.’ 지난 2017년 전기차로 국토횡단 갔다 온 후의 다짐이다. 당시 제원상 1회 충전으로 470㎞나 간다던 전기차의 한겨울 실제 주행 거리는 거의 절반에 불과할 만큼 절망적이었다. 그래서 여정 내내 충전하느라 시간만 다 버렸다. 아래 전기차를 비꼰 유럽 렉서스 광고가 그때의 상황을 잘 담고 있다.

<렉서스 CT 200h 광고>

그런데 쉐보레가 호기롭게 초청장을 보내왔다. 내용인즉, ‘주행가능거리 414㎞ 2020년형 볼트 EV를 타고 서울과 동해를 한 번에 왕복해보세요.’ 대단한 자신감이다. 겨우 414㎞ 달릴 수 있는 전기차로 약 400㎞ 거리 왕복을 시키다니, 더욱이 주행 환경 대부분이 전기차에 불리한 고속 주행이다. 중간에 멈춰 서도 상관없다는 각오를 다진 채 행사에 참여했다.


숨은그림찾기

시승차를 마주하자마자 내뱉은 첫 마디. ‘뭐야, 뭐가 달라졌어?’ 신차의 안팎 변화는 눈을 부릅뜨고 살펴보지 않으면 볼 수 없을 만큼 적다. 그럴 만도 하다. 이 차는 부분변경 신차가 아닌 단순한 연식변경 신차니까.


연식변경 전(왼쪽)과 후(오른쪽). 맨들맨들했던 그릴 표면이 입체적으로 바뀌었다

물론 자세히 보면 다르긴 다르다. 거울처럼 매끈했던 위아래 듀얼 포트그릴 표면을 올록볼록 어지럽게 파 놓았다. 여기에 새로이 더한 몇까지 색깔만 빼면 바깥 변화는 끝이다. 실내에선 계기판 화면 테마를 바꿀 수 있는 기능이 들어갔으며, 이 밖에 몇몇 편의 기능을 더하는 수준의 변화가 있었다.


총 390.3㎞ 시승 코스와 출발 전 계기판

400㎞ 여정을 떠나다

구경은 여기까지. 오늘 안에 태백산맥을 넘어 동해를 찍고 다시 서울로 돌아와야 했기에 서둘러 길을 나섰다. 66kWh 배터리를 가득 채운 상태에서의 계기판상 예상 주행가능거리는 421㎞다. 계산대로라면 오늘 일정 소화는 거뜬하다.


출발지는 서울 송파구 시그니엘 호텔 지하주차장이다

역시 전기차답게 저속은 참 쾌적하다. 진동 하나 없는 전기 모터로 이끌기에 매끄러운 지하주차장 바닥을 온전히 만끽할 수 있다. 더욱이 모터가 도는 순간 36.7㎏·m에 달하는 최대토크를 발휘해 주차장 오르막도 무덤덤하게 오른다. 앞에서 비명 지르며 올라가는 3기통 경차 엔진 소리가 오늘따라 크게 들려온다.

도로로 나와 본격적으로 가속 페달을 밟았다. 배터리 용량을 키운 신형 볼트 EV의 실제 성능이 궁금해서다. 조심조심 맘 졸여가며 기록한 최대 주행가능거리는 현실에선 아무짝에도 쓸모없다.


볼트 EV는 7초 이내에 시속 100㎞까지 가속한다

마치 스피커 끄고 레이싱 게임할 때의 느낌이랄까. 볼트 EV는 아무런 소리 없이 맹렬히 속도를 붙였다. 제원상 시속 100㎞까지 가속 시간은 7초 이내. 대표적인 국산 펀카 중 하나인 현대 아반떼 스포츠보다도 1초 이상 빠른 수치다. 작은 덩치에 204마력 전기 모터 출력은 차고 넘쳤다.

더욱이 언제든 즉각 반응하는 덕분에 운전 감각이 아주 쾌적하다. 보통 내연기관차는 항속 중 페달을 밟으면 저단 기어로 바꿔 무는 시간 동안 멈칫한다. 그러나 볼트 EV는 변속기 없는 전기차니까 항속하다가도 페달을 밟으면 바로바로 튀어나간다.


배터리 용량이 66kWh로 이전보다 6kWh 늘었는데도 이전과 배터리 크기와 무게가 똑같다. 당연히 전체 무게도 1,620㎏으로 같다

승차감도 작은 차답지 않았다. 현대 그랜저와 맞먹는 1,620㎏ 무게로 도로를 짓이기며 나아가기에, 자잘한 노면 진동을 꿀꺽 삼켜버린다. 더욱이 430㎏ 배터리가 바닥에 깔려 있어 운전대를 돌릴 때 감각도 무척 안정적이다.

다만 속도가 빨라지면 작은 덩치의 물리적 한계는 여실히 드러난다. 2,600㎜ 휠베이스는 도로 충격에 신경질적으로 반응하며, 엔진 소리 빈자리를 가득 채우는 노면 소음도 딱 소형차 수준이다.


해발 920m 한계령 고개를 올랐다

내리막이 반갑다

그렇게 배터리 걱정 접어둔 채 해발 920m 한계령 고개까지 올랐다. 평지에서 그랬듯이 오르막에서도 양껏 페달을 밟으며 쾌적하게 오르막을 올랐다. 그러나 그만큼 주행가능거리는 뚝뚝 떨어졌다.


한계령에서의 주행가능거리. 182㎞에 불과하다

세상에, 큰일 났다. 아직 목적지까지 32㎞나 남았건만, 주행가능거리가 182㎞밖에 남질 않았다. 너무 맘 놓고 달렸다. 서울에 돌아갈 거리까지 생각하면 232㎞는 족히 남아있어야 하는데 말이다. 그래도 희망은 있다. 예측 주행가능거리는 이전의 주행 상황을 반영해 표시하는 까닭이다. 즉 182㎞는 앞서 오르막 달릴 때처럼 계속 달리는 상황을 가정한 결과일 뿐이다.


'D'아래 'L'로 변속 레버를 당기면 원 페달 드라이빙 시스템이 켜진다

다행히 이제부터는 내리막이다. 전기 쓸 일 없이 회생 제동으로 전기를 모을 차례다. 그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볼트 EV의 장기, 원 페달 드라이빙 시스템을 켰다. 가속 페달을 떼기만 하면 본격적으로 전기 모터에 저항을 걸어 적극 감속함으로써 최대한 에너지를 모으는 기능이다.


볼트 EV 앞에선 무색한 '브레이크 과열 사고 다발지역' 경고 표지판

휴게소를 나서는 데 경고 표지판이 눈에 들어온다. ‘브레이크 과열 사고 다발지역.’ 연이은 내리막에서 브레이크를 계속 사용하는 바람에 생기는 일이다. 물론 볼트 EV와는 상관없는 얘기다. 이 차는 회생 제동만으로 완전히 정지까지 하니까. 참고로 가속 페달을 모두 뗐을 때 역방향 G 포스(중력가속도)는 약 0.22다. 일반적인 주행에서의 평균 제동 수치인 0.15보다 훨씬 강해 진짜 브레이크 대용으로 쓰기에 손색없다.

처음엔 잠깐 어색했다. 가속 페달을 떼는 순간 예상치 못한 제동이 턱 걸려서다. 그러나 짧은 적응 시간을 견디면 이내 편안히 누릴 수 있다. 페달을 서서히 떼며 제동 정도를 조정하고, 가속이 필요할 땐 다시 눌러주기만 하면 된다. 오른발이 브레이크 페달과 가속 페달 사이를 바삐 오갈 필요가 없다.


더욱이 감속과 가속을 부드럽게 이어야 할 코너 구간에서 빛을 발한다. 코너에 진입할 때 페달에서 힘을 빼 속도를 줄이다가, 서서히 다시 밟아 코너 정점에서 재가속을 시작한다. 그 과정이 브레이크와 가속 페달을 오가는 일반 차보다 훨씬 부드럽고 자연스럽다. 더욱이 즉각 최대토크를 끌어내는 전기 모터 덕분에 코너 탈출 재가속도 재빠르다.


운전대 왼쪽 뒤 검은색 버튼을 당기면 리젠 온 디멘드 기능이 켜진다. 제동력은 누르고 있는 시간에 따라서 점점 세진다

그러나 급코너에서는 제동이 다소 부족할 수 있기 마련. 이때는 두 가지 선택지가 있다. 첫째는 일반 차처럼 브레이크 페달을 밟는 방법, 둘째는 볼트 EV 운전대 뒤 패들시프트처럼 생긴 ‘리젠 온 디멘드 버튼(이하 RoD)’을 당겨 회생 제동을 더욱 강하게 하는 방법이다. 당연히 후자가 전기를 많이 모으며, 이때 역방향 G 포스(중력가속도)는 약 0.3까지 치솟을 만큼 충분하다.


강원도 양양 낙산해수욕장에서

원 페달 드라이빙 시스템과 RoD 기능을 섞어 쓰며 내려가니 주행가능거리는 쭉쭉 반등했다. 꼬부랑 산길에서 계기판상 예상 주행가능거리 200㎞를 넘기더니, 해발고도 0m에 가까운 양양 ‘낙산해수욕장’에 다다르자 215㎞로 훌쩍 뛰었다. 다행이다. 집에 갈 수 있겠다.


애간장 태웠지만

서울로 돌아가는 길. 동료 기자가 운전했다. 그런데 이 친구, 집에 갈 생각이 없는 모양이다. 주행가능거리도 빠듯한데 신나게 가속 페달 짓이기며 한계령을 다시 오른다. 결국 서울까지 거리가 100㎞ 남았을 때 주행가능거리는 103㎞ 남는 불상사가 펼쳐졌다. 에라, 모르겠다.

다행히도 서울에 가까워지면서 어김없이 통행량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자연스레 차 속도는 줄고 전비는 쑥쑥 오른다. 주행가능거리도 내비게이션에 표시된 남은 거리 줄어드는 속도보다 훨씬 느릿느릿 떨어진다. 이제야 가슴을 쓸어내릴 수 있었다.


총 390.3㎞를 달린 후 계기판. 아직도 34㎞ 더 달릴 수 있다

오후 여섯 시경, 마침내 본래 출발지였던 서울 송파구에 도착. 여정은 모두 끝났다. 이제 성적표를 확인할 차례다. 총 390.3㎞를 실제로 달린 후 남은 예측 주행가능거리는 33㎞다. 즉 더 달리면 423㎞ 주행도 문제없다는 소리다. 처음 출발할 때 예상 주행가능거리였던 421㎞와 엇비슷한 결과다. 배터리 잔량은 총 스무 칸 중 두 칸이 남았다.


2020년형 볼트 EV. 이전보다 31㎞나 늘어난 414㎞ 1회 충전 주행가능거리는 허상이 아니었다. 아니, 더 뛰어났다. 실제 주행에서 가속 페달을 충분히 밟으며 고속으로 달렸는데도 공인 주행가능거리보다 더 멀리 달리는 실력을 드러냈다. 이 정도면 이젠 전기차라고 불안에 떨지 않아도 되겠다.

글 윤지수 기자 / 사진 윤지수, 쉐보레, 한국지엠

<제원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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