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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sed Car] 2015년형, 6만km 뛴 BMW 740d xDrive 리뷰

조회수 2020. 4. 29. 20:5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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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바 ‘F바디’ 시절의 BMW 기함 F01 7시리즈. 이번 시승차는 2015년 1월 출고한 최후기형 버전이다. 740d 사륜구동 모델로서 최고출력 313마력을 낸다. 놀라운 가속성능과 운동성을 품으면서도 유지비는 저렴하다. 그래서 노려볼 만하다. 급에 어울리는 풍성한 편의장비와 ASCC 같은 안전장비 탑재도 강점. 대신 풍채에 비해 옹색한 뒷자리 공간은 아쉬움을 자아낸다.
글 l 정상현 편집장, 사진 l 이정현 기자

‘내가 사고 싶은 중고차’를 소개하는 Used Car 코너. 이번에는 코드명 F01의 740d다. 분류 상 F01은 스탠다드형, F02는 롱 휠베이스 모델을 일컫는다. F01은 7시리즈의 5세대 모델. 2008년 E65의 후계로서 등장해 2015년까지 팔렸다. 같은 해 G11(LWB는 G12)이 나오면서 생애주기의 끝을 맺었다. 시승차는 2015년 1월 20일 출고한 F01의 ‘끝물’ 모델이다. 총 마일리지는 6만2,000km. 이번 시승차 역시 지난 번 GLE처럼 사고는커녕 보험이력까지 전무하다.

우리나라에는 7시리즈의 거의 모든 라인업이 들어왔다. 가솔린은 6기통 3.0L부터 V8 4.4L, V12 6.0L까지 수입됐다. 디젤은 3.0L 한 가지였지만 터보차저 수와 세팅에 따라 730d와 740d, 750d 이름 달고 팔렸다. 오늘 가져온 차는 디젤 모델의 허리 역할 맡는 740d xDrive다. 직렬 6기통 디젤 엔진에 터보차저 두 개 붙여 313마력 낸다. 최대토크는 64.3kgf∙m. 최고시속은 250km에서 제한되고 0→시속 100km 가속을 5.4초만에 끊어버린다. 수치만 놓고 보면 E46 M3와 비슷하다.

크기는 제네시스 2세대 G80과 비슷하다. 길이×너비×높이가 5,079×1,902×1471mm이고 휠베이스는 3,070mm라 오너드리븐으로 쓸 만하다. 참고로 롱 휠베이스형은 길이와 휠베이스가 140mm 길쭉하다. 이때부터는 직접 몰기 부담스러워진다. 뒷문이 길어 비례도 어색하다. 사견이지만 유럽 F세그먼트 차들은 노말 휠베이스 모델이 확실히 예쁘다. S든 7이든 A8이든 다 그렇다. 허리 늘인 모델은 웨일스산 개(웰시 코기) 같다.

물론 롱 휠베이스가 아닌 데에 따른 단점도 있다. 가령 뒷자리 편의장비가 적다. 선블라인드가 전동 조절 되는 게 눈에 띌 뿐 전용 모니터라든가 암레스트 콘트롤러가 없다. 아울러 후석 레그룸은 현대 DN8 쏘나타 수준에 그친다. 물론 시트 자체의 쾌적성은 대중차와 비교 불가한 영역이다. 7시리즈가 압도적으로 좋다는 소리다. 그렇기 때문에 설령 공간은 좁을지라도 감정 면에서 ‘풍요로운 기분’을 선사한다.

뒷자리만 떼고 본다면 프리미엄 세단으로서 장비가 차고 넘친다. 시승차는 LCI 모델로 어댑티브 LED 헤드램프가 기본이다. 디지털 계기판과 HUD, ASCC도 기본 탑재한다. 압축 도어나 전자동 트렁크도 달려 있다. 도어 트림과 대시보드의 가죽 마감도 당연하다.

시승차 상태는 그야말로 ‘민트’였다. 외장에 문콕도 없고 자잘한 스크래치도 없다. 그 흔한 휠 기스조차 없다. 실내에서도 바닥 매트 빼면 1만km쯤 뛴 차라고 말해도 믿을 것 같다. 운전석 시트 날개 부분에 주름도 없고 까진 데도 없다. 뒷자리는 사람 탄 적 거의 없는 듯하다. 이로 미뤄보건대 전 차주는 분명 ‘환자’였을 것이다. 다만 F바디 5시리즈나 7시리즈의 고질병인 버튼 까짐 현상은 이미 시작된 상태. 자주 쓰는 공조장치 OFF 버튼 표면이 살짝 벗겨졌다. 다행히 애프터마켓에서 쉽게 대체품을 찾을 수 있단다. 대부분 이대로 탈 테지만 필자도 ‘환자’이기 때문에 눈에 거슬렸다.

시동을 걸면 거대한 기계가 잠에서 깨는 듯하다. 웅장한 소리와 함께 크랭킹이 시작된 뒤 이내 잠잠해진다. 시승차에 달린 N57 유닛은 원래 아이들링 때 특유의 소음이 있다. 한데 방음 수준이 압도적인 7시리즈에서는 이마저도 들리지 않는다. 차를 움직이면 웬만한 6기통 가솔린 엔진보다 엔진 소리가 더 좋다. ‘쌔앵~’거리면서 부드럽게 회전하는 맛이 일품이다. X4나 5시리즈에서는 가볍고 폭발적인 감각이었는데 7시리즈에서는 잔잔하되 웅장하다. 실제보다 더 큰 배기량의 차를 타는 듯한 느낌이다. 바퀴가 땅을 짓누르며 가는 듯한 서스펜션 세팅과 어우러져 버터 듬뿍 넣은 것 같은 주행감을 선사한다.

가속 페달을 끝까지 밟으면 꿈결 같던 에덴 동산이 팡하고 터져버린다. 이윽고 폭력적인 가속과 함께 폭주한다. BMW가 제시한 5.4초의 ‘제로백’이 허풍이 아님을 체감한다. 그러면서도 연비는 L당 11~12km를 마크한다. ‘사기캐’가 따로 없다. 국산 대형차 중 6기통 디젤 세단이 없다는 게 아쉬워지는 순간이다. 특히 7시리즈는 그 어떤 F세그먼트 럭셔리 세단보다 스포티하다. 본격적으로 달릴 때는 실제보다 20%쯤 콤팩트한 차를 모는 것 같다. 그만큼 몸놀림이 날렵하다. 파나메라 살 돈은 없지만 큰 차가 타고 싶고, 그러면서도 파나메라처럼 달리고 싶으면 7시리즈를 추천한다. 독일 대형차중에 7시리즈만큼 운전이 재밌는 차는 본 적 없다(파나메라 빼고).

시승차의 가격은 4,000만 원 중반이다. 신차가는 1억3,670만 원이었다. 프로모션을 감안해 생각해도 현재 가격은 신차가의 40% 정도다. 3시리즈 신차 살 돈이면 가질 수 있는 셈이다. 함께 시승한 이정현 에디터가 “이거 사는 거 어떠냐”고 물었을 때 뜸 들여 버렸다. 고민했던 거다. ‘F바디로 오면서 BMW 내구성도 크게 개선됐다’는 생각과 ‘요즘은 BMW 싸게 고칠 만한 사설 업체 무척 많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복귀 내내 진정성 있는 현실적인 고민이 머리를 채웠다. 결국 수리에 대한 괜한 부담이 유일한 허들이다. 제품 자체만 놓고 본다면 740d의 가치는 하늘을 찌르니까.

정성모터스, 070-8840-4032, https://bit.ly/3bNR4aN

정상현 편집장 jsh@encarmagazin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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