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보기 좋은 CLA가 맛도 좋다, MERCEDES-BENZ CLA 250 4MATIC

조회수 2020. 5. 26. 11:43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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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자기한 핑거푸드 같다. 작고 예쁜데 달리는 맛까지 쏠쏠하다


당신은 어떤 차를 사고 싶은가?’라는 질문을 받으면 열이면 열 고민에 빠지기 마련이다. 당신만의 기준으로 선택지를 추리기 위해 두뇌가 바삐 움직인다. 나 역시 마찬가지다. 큰 덩치는 부담스럽고 세단은 밋밋하다. 쿠페는 보기에 멋있지만 실용성이 그다지 좋아 보이진 않는다. 조건이 너무 까다롭다고? 어쩔 수 없다. 차를 고르는 일에는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 물론 깐깐한 조건을 모두 맞춘 차가 없는 건 아니다. 긴 고민 끝에 메르세데스-벤츠 CLA를 떠올렸다. CLA라면 기준에 딱 맞아떨어지는 답이 아닌가?

메르세데스-벤츠는 CLA를 처음 내놓으면서 ‘Coupe Light A-Class’라고 이름을 풀어 설명했다. 쉽게 설명하면 A-클래스를 주물러 쿠페 형태로 만들고 문짝을 2개 더한 모델이란 얘기다. CLA를 포함한 메르세데스-벤츠 콤팩트카 라인업은 꽤나 촘촘하다. A-클래스, B-클래스, CLA, GLA, GLB까지. 심지어CLA는 슈팅브레이크까지 있다. 있을 건 다 있고 없을 건 없다는 화개 장터 같다.

이번에 등장한 CLA는 2세대다. 국내에는 A-클래스 세단과 함께 모습을 드러냈다. 군침이 돌 정도로 섹시한 디자인과 최신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휘감고 있다. 게다가 앞바퀴굴림방식 플랫폼 MFA2를 뼈대 삼아 공간도 꽤나 넓다. 4도어 쿠페 시장에서 가장 작은 모델이지만 마냥 작지만은 않다.

외모부터 보자. 일단 중심을 지키고 있는 삼각별 엠블럼과 그릴은 A-클래스와 별반 다르지 않다. 하지만 ‘ㄱ’자 모양 주간주행등이 들어간 눈매를 살짝 다듬어 밋밋한 세단이 아니라는 사실을 강조했다. 뒷모습 역시 많은 부분이 달라졌다. 테일램프는 CLS와 비슷한 형태로 변했고, 트렁크에 붙어 있던 번호판을 내려 달아 쿠페 디자인 특성을 살렸다. 몸집을 부풀린 것도 이전과 다르다. 2세대 CLA는 1세대에 비해 길이와 너비가 각각 50mm 늘었다. C-클래스와 비교하면 30mm 짧지만 폭은 20mm 넓다.

프레임리스 도어를 열고 실내에 들어서면 영락없는 신형 벤츠다. 콕핏 위를 감싸고 있던 카울을 떼어낸 독립형 와이드 스크린은 물론이고 스티어링휠, 송풍구, 버튼까지 모든 게 최신형이다. “안녕 벤츠?”라고 인사를 건넬 수 있는 MBUX 인포테인먼트 시스템도 빼먹지 않았다. AMG 라인 파츠가 기본으로 적용돼 시트와 대시보드 곳곳에 빨간 스티치로 멋을 부렸다. 차체가 커진 덕분에 2열 공간도 나쁘지 않다. 낮은 루프라인 탓에 시야가 가려지는 건 어쩔 수 없다.

문득 궁금증이 생겼다. ‘보기 좋은CLA는 맛도 좋을까?’ 맛을 제대로 느껴보기 위해 한참을 달렸다. CLA 모델 라인업은 엔진에 따라 220과 250 그리고 220d로 나뉜다. 국내에 들어온 모델은 250 4매틱 하나다. 터보차저를 물린 2.0L 가솔린 심장을 품고있다. 최고출력은 224마력, 최대토크는 35.7kg·m고, 이 힘은 7단 DCT 변속기를 거쳐 네 바퀴로 옮겨진다. 움직임은 차분하다. 엔트리급 모델이라는 사실이 무색할 정도로 소음을 잘 막아내고, 꽤나 안락하게 탑승자를 감싸 안았다. 하지만, 가다 서기를 반복하는 도심에서 변속기가 툭툭 거리며 심술을 부리는 게 살짝 마음에 걸렸다.

그렇다고 스포티하지 않은 건 아니다. 언제라도 힘을 끌어다 쓰면 매콤한 맛을 경험할 수 있다. 같은 엔진블록을 쓰는 A220 세단과는 완전 다른 맛이다. 스포츠 모드를 선택하면 스피커에서 가상의 배기음과 엔진음이 흘러나오고 기어를 내려 바짝 긴장한 채 운전자의 명령만 기다린다. 가속 페달을 있는 힘껏 밀어 넣으면 세단과 다르게 멈칫거리지 않고 속도를 더한다.

서스펜션은 상하 움직임이 짧은 편이다. 덕분에 세단처럼 흥겹게 춤을 추는 일이 거의 없다. 믿고 달려도 된다는 의미로 와닿는다. 디스크 로터를 강하게 붙잡아도 앞 코가 땅으로 처박히는 감각이 거의 없다. 이런 움직임만 보더라도 CLA는 A-클래스 세단과 가는 길이 다르다. 운전자 입장에서 상당히 만족스럽다.

우리 선조들은 ‘보기 좋은 떡이 먹기도 좋다’고 했다. CLA에 딱 어울리는 표현이다. 모양새를 잘 꾸미기도 했고, 그에 걸맞은 맛도 갖췄다. 같은 재료로 이토록 다른 메뉴를 만들었다는 점이 놀라울 따름이다.

허인학 사진 이영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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