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에 빠지다 – 기아 K5 시승기

조회수 2020. 2. 25. 09:14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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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아자동차의 새로운 중형 세단, 3세대 K5를 시승했다. 2010년 초대 모델이 등장한 이래 기아자동차를 대표하는 중형 세단으로서 자리를 잡았다. K5는 스포티하면서도 세련된 스타일과 상품성으로 현대자동차 쏘나타의 거의 유일한 경쟁상대로 자리매김했다. 그리고 2019년 말에 등장한 3세대 K5는 충격적으로 변화한 스타일로 출시가 되기 전부터 화제를 모아 왔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새로워진 K5를 시승하며 그 매력을 알아 본다. 시승한 K5는 2.0 가솔린 모델이다. VAT 포함 차량 기본 가격은 2,395~3,120만원.

새로운 K5에서 가장 인상 깊게 다가오는 점은 외관 디자인이라고 감히 말하고 싶다. 3세대 K5의 디자인 변화는 실차가 공개되기도 전부터 크게 화제가 되었던 바 있다. 이는 아마도 기존의 기아자동차의 양산차에서 시도되지 않았던, 가히 실험적이다 싶을 정도로 파격적인 디자인 덕분이 아닐까 싶다. 이 때문에 기자는 새로운 K5의 외관 디자인에서 초대 K5가 나타났을 때보다도 더한 충격을 받았다.

새로운 K5의 외관은 적어도 외견 상으로는 당장 유럽산 스포츠 세단들과 나란히 세워 놓아도 부족하지 않을 정도로 과감하고, 또 과격하다. 전면부는 공격성이 느껴질 정도로 매서운 인상을 하고 있다. 차체 형상은 정통 패스트백에 가까운 형상을 취하고 있으며, 튼실하게 강조된 휀더와 캐릭터 라인을 이용해 스포티한 감각을 온몸으로 표현하고 있다.

K5의 전면부는 '스포츠 세단'이라고 해도 믿을 만한 다운 위용을 뽐낸다. 일상 주행 용도의 성격이 강한 전통적인 중형 세단에 이렇게까지 과격한 스타일을 적용해야 할 필요가 있을까 싶을 정도다. 헤드램프는 라디에이터 그릴과 일체화된 스타일을 취하고 있으며, 헤드램프의 끝자락은 프론트 휀더에 가깝게 뻗어 있다. 이렇게 극단적으로 수평향의 디자인을 설정하여 차를 좌우로 넓어 보이게 하고, 안정감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 낸다. 범퍼의 디자인 또한 스포츠세단에 가까운 인상을 자아낸다.

또한 헤드램프와 라디에이터 그릴은 측면에서 보았을 때, 과거 60~70년대에 유행했던 역 슬렌트 형상을 부분적으로 구현하고 있다. 그리고 아래쪽으로 갈수록 다시 뻗어나가는 형태로 디자인되어 있어, 상당한 입체감을 준다. 이 덕분에 차의 인상이 상당히 역동적으로 느껴지게 한다. 상당히 과거의 스타일이기는 하지만 이를 21세기에 걸맞은 스타일로 재구성했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여기에 보닛은 파팅 라인 하나 없이, 라디에이터 그릴 끝까지 뻗어있다. 이 덕분에 보닛이 상당히 길어 보이며, 전륜구동 차량 특유의 긴 오버행을 시각적으로 감춰준다.

측면의 실루엣은 가히 K5 디자인의 '백미'라고 봐도 무방하다. 지금까지 출시되어 왔던 그 어떤 세단보다도 패스트백형에 놀라울 정도로 가까운 루프라인을 가졌다. 지금까지 '쿠페형' 혹은 '패스트백형' 루프라인을 강조해 왔던 세단들은 K5 앞에서는 그저 조금 더 매끄러운 루프라인을 가졌을 뿐인 3박스형 세단에 불과하다고 생각될 정도다.

K5의 루프 라인은 '패스트백'의 요소를 부분적으로 '첨가'만 해 오고 있었던 여느 세단들과는 확연히 다른, 정통파 패스트백의 그것과 99% 일치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그러면서도 더욱 눈에 띄는 점은 이렇게 정통파 패스트백의 형상을 전면적으로 도입했음에도, 후면에 해치도어를 사용하지 않고, 단순한 트렁크 리드로 마무리했다는 점이다. 여기에 트렁크 리드의 전후 길이도 굉장히 짧다는 것도 특징이다.

신형 K5의 이러한 디자인을 이끌어 내는 요소로는 약간의 '트릭'이 숨어 있다. 이러한 트릭은 루프 라인과 트렁크리드 중앙을 가로지르는 크롬 라인, 그리고 블랙 하이글로스 패널로 처리된 트렁크리드 안쪽 면 등에서 찾을 수 있다. 트렁크리드 안쪽을 하이글로스 블랙으로 처리하여 뒷유리와 일체화된 느낌을 주고, 크롬 라인을 이용해 뒷유리가 트렁크리드 끝까지 뻗어 나가는 것처럼 보이게 만든 것이다. 해치도어를 적용하지 않은, 4도어 세단의 틀 안에서 이 정도까지 패스트백에 가까운 형태를 구현해 낸 것은 실로 인상적인 부분이다. 

뒷모습 역시 스포티한 분위기를 숨지기 않고 표출한다. 일체형으로 디자인된 테일램프를 시작으로, 범퍼의 디테일 하나하나까지 최대한 수평향으로 뻗은 라인을 사용해 더욱 스포티하고 안정감 있는 분위기를 자아낸다. 하부 역시 두 개의 옆으로 길게 뻗은 사각형 테일파이프와 디퓨저는 스포츠 세단에 가까운 분우기를 만들어 준다. 단, 좌우 양쪽의 테일파이프는 사실 가짜다. 진짜 엔드 파이프는 조수석측 하단에 숨어 있다.

실내는 K7과 모하비 페이스 리프트 모델에서 나타난 기아자동차의 새로운 디자인 언어가 그대로, 그리고 더욱 적극적으로 반영한 모습이 눈에 띈다. 극단적인 수평향의 대시보드 디자인과 더불어 10.25인치에 달하는 대형 디스플레이, 그리고 고급스러운 질감의 내부 소재가 눈에 띈다. 전반적으로 기존의 K5에 비해 소재나 분위기 면에서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 기분이 든다.

스티어링 휠은 기아자동차 고유의 3스포크 스타일을 사용하고 있다. 직경은 그리 작은 편은 아니지만 차를 조종하는 데 있어 크게 아쉽지는 않다. 그립감도 무난한 수준이다. 계기반은 쏘나타는 물론, K7과 K9 등에 공통적으로 사용하고 있는 LCD 디스플레이를 사용하고 있다. 애니메이션의 움직임도 매끄럽고 시인성도 우수하다. 변속장치는 모하비 더 마스터 등을 통해 보여준 바 있는 다이얼식 변속 장치를 사용 중이다. 하지만 이는 다이얼이라기 보다는 조그셔틀에 더 가까운 방식으로 R레인지와 D레인지로 돌릴 때 은근히 힘이 들어가서 사람에 따라서는 신경이 쓰일 수 있다.

앞좌석은 대체로 무난한 착좌감을 지니고 있다. 전반적으로 부드러운 착좌감을 가지고 있으며 신체를 든든하게 지지하기보다는 부드럽게 감싸주는 부분에 더 집중한 느낌이다. 운전석은 8방향 전동조절 기능과 더불어 2방향 요추받침이 내장되어 있다. 앞좌석은 사양에 따라서 각 3단계의 열선 및 통풍 기능을 제공한다. 

뒷좌석은 K5의 유연한 루프라인을 감안하면 충분히 만족스러운 공간을 보여준다. 시승차는 파노라마 선루프까지 적용되어 있는 모델로, 헤드룸에 여유가 적어질 수 있는 구성이지만, 실제로 탑승해 보면 상당한 수준의 헤드룸을 확보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또한 어깨와 다리쪽의 공간도 우수하여, 성인에게도 여유 있는 수준의 거주성을 경험할 수 있다. 트렁크 공간 역시 넉넉하여 주로 가족용으로 이용되는 대한민국의 중형세단으로서 기본적으로 갖춰야 할 요건들을 충실하게 만족한다.

시승한 K5는 2.0리터 스마트스트림 G 가솔린 엔진을 탑재한 모델이다. 2.0리터 직렬 4기통 스마트스트림 G 엔진은 160마력의 최고출력과 20.0kg.m의 최대토크를 발휘한다. 이는 지난 해 출시된 현대자동차의 8세대 쏘나타와 동일한 사양이다. 변속기 또한 쏘나타와 동일한 6단 자동변속기를 사용하며, 구동 방식은 전륜구동이다.

새로운 K5는 정숙성 면에서 충실한 모습을 보여준다. 저회전에서는 엔진의 회전질감이 상당한 수준이고 정차 중 차내 소음이 상당히 적은 편이다. 주행 중에도 정숙성은 쉽게 무너지지 않는다. 다만 8세대 쏘나타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엔진의 회전수가 2,600rpm 근처를 넘어가기 시작하면 엔진 소음이 차이를 체감할 수 있을 정도로 급격하게 커지는 편이다. 소위 말하는 '실용영역'이라 지칭되는 2,000~2,500rpm 사이에서의 소음 정도는 아주 양호한 정숙성을 유지하는 편이다. 여기에 전면 유리에 어쿠스틱 글라스가 적용되어 있어, 외부 소음 차단에서도 상당한 수준을 보여준다. 하부 소음 역시 아주 적은 편이다.

승차감은 설계 기반을 공유하고 있는 현대자동차 쏘나타와 비교하면 한층 부드러운 느낌을 느낄 수 있다. 상당히 스포티한 외관 디자인을 가지고 있음에도 쏘나타보다 부드러운 승차감을 더욱 강조한 느낌이다. 가족을 위한 패밀리 세단으로서는 정석에 가까운 답안지라고 생각할 수 있다. 그렇지만 외관에서부터 온몸으로 표출하고 있는 스포티한 분위기와는 전혀 다른 느낌 때문에 사람에 따라서는 괴리감을 느낄 수 있는 여지가 있다. 통과하는 요철에 따라서는 안정감을 약간 양보한 것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부드럽게 반응할 때가 있다는 점도 다소 아쉬운 부분이다.

가속력은 무난한 수준이다. 현행의 현대 쏘나타 2.0 버전과 큰 차이 없는 수준의 가속감이다. 가속페달을 밟는 만큼 속도를 내어주며, 통상의  고회전으로 올라가면 엔진의소음이 크게 상승하지만 썩 기분 좋은 느낌의 음색은 아니다. 2리터급 자연흡기 방식 엔진을 사용하는 전통적인 국산 중형세단의 틀에서 벗어나지 않는, 넘치지도, 모자라지도 수준의 가속력이다.

운동성과 조종성능 면에서는 현대자동차 쏘나타와는 여러가지로 많이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차체구조는 이전보다 탄탄해진 느낌이 들고 파워스티어링 시스템의 조작감도 이전에 비해 많이 개선되어서 이전만큼 피드백이 떨어져서 괴리가 느껴지는 정도는 아니다. 하지만 외모에서 보여지는 스포티함과는 크게 어울리지 않는 모습이기에 아쉬움이 느껴진다. 일상적인 운행에서는 크게 부각되지 않는 부분이고, 편안함을 추구하는 세단으로서 정석에 가까운 모습이다. 근래 들어 세단의 트렌드가 스포티한 면모를 안팎으로 강조하는 쪽으로 흘러가고 있음을 감안하면 조금 더 스포티하게 다듬어도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새로운 K5는 연비 면에서 나쁘지 않은 모습을 보여준다. 시승한 K5의 공인 연비는 도심 11.3km/l, 고속도로 14.8km/l, 복합 12.7km/l이다. 시승 중 기록한 구간별 평균 연비는 도심 평균 10.3km/l, 고속도로 평균 16.1km/l를 기록했다. 일상적인 운행을 위한 중형 세단으로서 충실한 수준의 연비라고 할 수 있다.

새로운 K5는 혁신적으로 달라진 디자인이 가장 인상적으로 남는 세단이다. 4도어 세단의 구조적인 한계 내에서 그 어떤 세단보다도 패스트백에 가까운 형상을 완벽에 가깝게 구현해냈고, 그동안의 국산 중형세단의 틀을 깨는 시도들이 눈에 띈다. 디자인만으로도 K5의 고성능 버전에 대한 기대감을 갖게 만들어줄 만한, 인상적인 스타일이다. K5의 디자인은 시장에서도 K5의 세일즈포인트로 톡톡히 기능을 하고 있다. 이는 마치 10년 전, 디자인으로 시장의 관심을 사로잡았던 초대 K5의 모습이 겹쳐 보이는 대목이기도 하다. 기아자동차의 새로운 K5는 세단 시장이 상대적으로 위축된 지금, 세단 시장에서 새로운 활력소로 작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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