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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성능 쿠페 황금 레시피를 찾아라!

조회수 2020. 4. 28.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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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세데스-AMG, 재규어, 로터스의 쟁쟁한 쿠페를 모았다. 0→시속 100km 가속은 모두 3초대. 과연 누가 화끈한 쿠페 요리를 완성했을까?

고성능 스포츠 쿠페’는 각 브랜드가 가진 첨단 엔지니어링 기술을 뽐내기 좋은 재료다. 그 때문에 저마다 브랜드 성격이 짙게 밴 건 당연하다. 다양한 레시피로 완성되어 브랜드의 간판 모델을 자처한다. 스타일은 하나같이 용맹이 넘친다. GT카와 미드십 스포츠카의 형태도 늘어나면서 선택의 폭은 더 다양해졌다. 주머니 사정이 허락하더라도 고르기가 쉽지 않다.

행복한 고민에 빠졌다. 차체 형식, 엔진, 구동방식을 두고 고민 끝에 3대로 압축했다. 정통 스포츠카 재규어 F-타입 SVR, 코 길쭉한 롱노즈 숏데크 스포츠카 메르세데스-AMG GT S, 그리고 유독 다이어트에 열중한 미드십 스포츠카 로터스 엑시지 스포츠 410이다. 이들 셋은 2인승 고성능 쿠페라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지만, 뚜렷한 개성으로 각자의 차별화된 매력을 어필한다.

그렇다면 과연 어떤 차가 더 매력적일까? 생김새로는 엑시지를 이기기 어렵다. 마침 또 시승차는 튀는 하늘색 옷을 입고 시선을 붙잡는다. 커다란 리어 스포일러와 시선을 사로잡는 노란 AP레이싱 캘리퍼 덕분에 영락없는 슈퍼카의 자태다. F-타입은 V8 엔진의 매콤함을 맛보고 싶은 이에게는 로망과도 같은 모델이다. 특히 슈퍼차저 엔진이 내뱉는 사운드트랙은 누가 들어도 마음을 뺏길 만하다.

이런 종류의 기사에 단골로 등장하는 GT는 미워할 수 없는 스포츠카다. 유난히 노즈가 긴 독특한 디자인을 가진 이유는 전체적인 디자인에 옛 벤츠의 레이스카 실버애로우의 비율에서 영감을 받아 만들었기 때문이다. AMG 최상위 포식자의 실내라고 마냥 불편한 경주차 같지는 않다. 스포츠 버킷 시트에 몸을 맡기면 꼭 맞는 옷을 입은 듯 뒤를 감싸는데, 편한 느낌은 아니어도 묘한 안정감을 준다. 바텀 플랫 스티어링휠과 두툼한 근육질 센터페시아 등 감각적인 디자인 요소도 많다.

전체적인 상품성은 삼각별 배지가 부끄럽지 않은 수준이지만, 찾아보면 썩 마음에 들지 않는 부분이 있다. 환상적인 비율을 보여주는 보닛이지만, 너무 길어서 운전이 여간 부담스러운 게 아니다. 그렇다고 운전 못 할 수준은 아니다. 다른 차보다 손 한 뼘은 더 길다고 생각해야 마음이 편할 뿐.

전투기를 연상케 하는 인테리어는 예전부터 만족스러웠지만, 아무래도 전투기가 이제 구형이 된 듯하다. 최근 라인업에 추가한 GT 4-도어의 최신 디지털 요소가 눈앞에 아른거린다. 고성능 쿠페를 꼽을 때면 GT가 항상 빠지지 않는다는 점을 생각하면 만족스러운 스포츠카라는 사실은 틀림없는 듯하다.

하지만 GT를 정말 GT카로 생각하고 사는 일은 없길 바란다. GT는 메르세데스-AMG가 독자적으로 개발한 스포츠카다. 프리미엄 고성능 브랜드로서 자존심을 걸고 가진 기술과 노하우를 아낌없이 녹인 모델이다. 말 그대로 AMG의 영혼이 담긴 모델이기 때문에 달리는 데는 자신만만해도 안락성과는 거리가 있다. 그나마 다행인 건 승차감이 ‘딱딱’하지 않고 ‘단단’하다는 사실이다.

레이스 모드까지 갈 것도 없이 스포츠 모드만 해도 가속 페달 반응이 달라진다. 엔진과 변속기가 운전자의 명령을 기민하게 수행하기 시작한다. 핸들링은 정말 뛰어나다. 계산기처럼 정확하고 안정적이다. AMG 배지를 허락받은 그 어떤 모델도 이 정도까지는 아니다. 하지만 GT도 엑시지와 비교하는 순간 번데기 앞에서 주름잡는 격이 되고 만다.

로터스는 어쩌면 다른 브랜드와 정반대의 길을 걷는 자동차다. 오랫동안 경량 스포츠카를 고집해왔다. 실내를 들여다보면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든다. 가격 보고 화려한 인테리어를 상상했다면 오산이다. 극단적인 경량화를 추구하는 로터스에는 있을 법한 기능도 빠진 경우가 많다. 타고 내리기 힘겨울 뿐만 아니라 앉아 있기도 옹색한 실내공간에 불만을 토로하는 목소리가 있지만, 어쩔 수 없다. 막내뻘인 엘리스의 터브 섀시를 그대로 사용했기 때문이다.

승하차가 어렵긴 해도 금고나 탱크 안에 앉아 있는 듯 튼튼한 느낌이 좋다. 편의사양에 관해서는 이렇다 할 칭찬을 하기 어렵지만, 운동 성능 자체는 프리미엄 고성능 쿠페라는 수식어가 아깝지 않을 정도로 뛰어나다. 경량화는 물론 다른 기본기에도 충실해서다.

데일리카로 무리가 있을 뿐이지 구매 가치는 충분하다. 브랜드가 소비자의 니즈를 찾아 맞추는 태도는 전혀 찾아볼 수 없어도 오랜 수련을 이어온 명문 도장 같은 느낌이라서 왠지 더 끌린다. ‘운전 재미가 마음에 들면 선택하던가’ 식의 자신감도 마음에 든다. 운전 재미

측면에선 레이싱 카트 같은 주행감을 전하는 로터스를 뛰어넘기 힘들다. 앞서 말한 편의장비 부재만 빼면 딱히 흠잡을 점은 없다. 풀체인지는커녕 화장을 고칠 기미도 없다는 게 유일한 불평 거리다. 엑시지 스포츠 410은 전에 시승했던 컵 430보다 운전 부담도 적다. 컵 430은 지상고가 어찌나 낮은지 프런트 카본 립 하단에 고무를 덧댔다. 노면에 닿을 수밖에 없다는 것을 이미 예상한 조치다. 리어 스포일러는 스포츠 410이 훨씬 멋스럽게 다듬어 달았다.

운전을 시작하면 엑시지에 대한 만족도가 수직 상승한다. V6 3.5L 슈퍼차저 엔진은 8기통 엔진이 생각도 나지 않을 정도로 매력적이다. 6단 수동 변속기가 선사하는 찰떡같은 손맛은 흐뭇한 미소를 짓게 한다. 기어를 척척 올려 물리면 어서 가자고 떼쓰듯 넘치는 힘이 발끝에서 생생하게 느껴진다. 엔진회전수 4500rpm에서 플랩이 활짝 열리면 배기음이 장르를 록 음악으로 바꾸고서 우렁찬 음색을 뽑아낸다. 신호에 멈출 때마다 이 황홀한 과정을 반복한다.

F-타입은 셋 중 가장 편한 모델이다. GT라는 모델명은 어쩌면 F-타입에 더 잘 어울릴지 모른다. 요철을 지날 때도 말랑말랑한 서스펜션 덕에 충격이 크지 않고, 오래 주행해도 다른 두 모델에 비해 운전 피로도가 덜하다. 주행 모드를 공격적으로 바꿔도 서스펜션 감도가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데일리 스포츠카로는 괜찮을지 몰라도 스포츠카로서는 이런 부분이 감점 요소다.

F-타입은 세 모델 가운데 몸무게가 가장 많이 나간다. GT와 엑시지보다 각각 200kg, 750kg 정도 무겁다. 2t에 가까운 육중한 무게는 분명 스포츠카로서 치명적인 단점이다. 일단 한번 휘청거리기 시작하면 쉽게 롤을 허용한다. 무른 서스펜션이 무게중심 이동을 잘 억제하지 못하는 게 아쉽다.

스포츠카에 실용성을 따지는 것도 우습지만, 짐공간이 아예 없는 건 문제다. GT가 셋 중에서는 짐공간이 그나마 제일 멀쩡한 편이다. GT의 테일게이트를 열면 꽤 넓은 면적의 짐공간이 나타난다. 높이가 낮아서 부피가 큰 짐은 싣지 못하겠지만, 보스턴백 정도는 거뜬하다.



엑시지도 비슷한 위치에 조그만 적재함을 만들어 놨다. 그러나 짐공간이 뜨거운 엔진과 맞닿아 있어서 열에 민감하지 않은 물건만 놔둘 수 있다. F-타입의 경우는 더 끔찍하다. 테일게이트는 GT와 비슷하게 열리지만, 같은 위치에 스페어타이어가 ‘떡’하니 둥지를 틀고 있다. 작은 손가방이라면 모를까 짐다운 짐을 싣기는 어렵다. 핸들링을 비롯한 다른 운동 성능은 로터스 엑시지 410 스포츠가 단연 압도적이다. 컵 430보다 차체도 낮지 않아 부담스러운 느낌도 적다.

재규어 F-타입 SVR은 여기 모인 세 대 중 배기량이 제일 크다. 슈퍼차저를 더한 엔진은 가장 강력한 힘을 발휘한다 (최고출력 575마력, 최대토크 71.4kg·m). 실내에도 브랜드 특유의 고급 감성이 짙게 스며 제일 매력적이다. 하지만 어딘가 균형이 맞지 않는 느낌이다. GT카 성향이면서 보스턴백 하나 실을 공간조차 없고, 마구 출력을 노면에 쏟아내면 낭창낭창한 서스펜션 때문에 겁에 질릴 지경이다.

자연스레 메르세데스-AMG GT S에게 눈길이 간다. 하드코어 스포츠카 매력과 안락성 사이에서 어느 정도 타협을 본 모델이다. 더 정확히 말하면 안락한 F-타입보다는 강렬한 엑시지 쪽에 더 가깝다. 하체는 어느 정도 단단한 편이 고속 주행 시 안정적이다.

슈퍼카만큼 눈에 띄는 외모는 아니지만, 8기통 트윈터보 엔진의 걸걸한 배기음으로 부족한 존재감을 채울 수 있다. 빠르고 안전한 차에 운전 재미와 약간의 실용성까지 더해졌으니 금상첨화다. GT는 이 모든 가치를 모두 아우른다. 고성능 스포츠 쿠페 장르를 이보다 잘 요리한 차가 과연 있을까?

박지웅 사진 이영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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