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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심(男心) 사로잡는 악동, 벨로스터 N

조회수 2020. 5. 30. 13:12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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론치컨트롤을 포함한 N DCT 전용 기능을 맛보라


몇 년 전, 한동안 현대 제네시스 쿠페 2.0T 를 몰면서 쓸데없는 편견이 생겼다. 스포츠카는 기본적으로 뒷바퀴굴림이어야 한다는 생각. 적어도 가속에서 앞바퀴굴림 자동차가 뒷바퀴굴림 모델을 이기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믿었다. 차는 급가속 시 무게중심이 뒤로 쏠리면서 뒷바퀴 접지력은 좋아지는 반면, 앞바퀴가 뜨기 마련이다(이를 스쿼트 현상이라고 부른다). 이때 앞바퀴굴림 차는 동력손실이 불가피하므로 같은 출력이라도 뒷바퀴굴림 차보다 출발이 느리기 마련이다. 현대차가 앞바퀴굴림 고성능 N 모델을 내놓는다고 했을 때 코웃음을 쳤던 이유다.

분명 제조단가를 낮춘 무늬만 스포츠카일 것이라는 의심의 눈길을 거두지 않았다. 그런데 아니었다. 베일을 벗은 벨로스터 N은 기대 이상이었다. 수동변속기 모델인데도 0→시속 100km 기록이 7초대였던 제네시스 쿠페 2.0T보다 가속이 훨씬 빨랐다(6.1초). 이번에 2020년형 벨로스터 N 에 추가한 DCT는 심지어 더 빠르다(5.6초). 국산 스포츠카가 자그마치 5초대라니… 출력은 분명 그때보다 나은 게 없는데 어떻게 된 일일까?

2020년형 벨로스터 N을 용인 스피드웨이에서 만났다. 8단 습식 DCT와의 궁합이 궁금했다. 부리부리한 눈매와 커다란 그릴, 피렐리 P제로 타이어 신은 19인치 휠, N 로고가 선명한 고성능 브레이크 등 악동다운 모습이 남심을 자극한다. 원한다면 카본 패키지로 존재감을 높일 수도 있다. 프런트 립과 리어 디퓨저, 사이드미러 커버 등 매력적인 탄소섬유 파츠는 오너 지갑을 열기 충분하다.

실내는 두 눈이 휘둥그래질 정도로 스포티하다. 멋스러운 버킷 시트에 제일 먼저 눈이 간다. 사이드 볼스터가 도톰하게 솟아 허리를 든든하게 지지해준다. 퍼포먼스 주행 시 다리가 쏠리지 않도록 허벅지 측면 부위도 높였다. 무엇보다 알칸타라 소재를 사용해 착좌감이 쫀득쫀득하다.

슬라럼으로 몸을 풀었다. 스티어링휠을 이리저리 휘감아도 서스펜션이 좌우 롤링을 잘 제어한다.  슬라럼 시 뒤가 한 템포 늦게 따라오는 차가 많은데 벨로스터 N은 그런 뒤뚱거림이 없다. 즉각적이고 매끄러운 움직임이 마치 미꾸라지 같다. 하지만 이런 주행성은 수동변속기 모델과 많이 비슷하다.

배기음은 오히려 수동변속기 모델이 낫다. 변속기가 달라진 탓인지 전보다 배기음 톤이 조금 억제됐다. 그렇다고 소리가 작진 않다. 가속 페달을 깊게 밟으며 출발하면 기어를 바꿔 물 때 뱉어내는 박력 넘치는 배기음이 소름 돋을 정도로 좋다. 팝콘 튀기는 실력은 같은 체급의 미니 쿠퍼 JCW보다 낫다. 튀겨줄 땐 기관총처럼 확실하게 내지른다.

DCT 모델만의 매력은 론치컨트롤 시 돋보였다. 사용할 엔진회전수를 설정할 수 있다는 점이 독특했다. 3500rpm으로 설정하면 높은 출력 탓에 출발과 동시에 스쿼트 현상으로 접지력이 약해진 앞바퀴가 약간 헛돈다. 욕심을 버리고 3000rpm으로 설정하는 게 적절하다. 일단 론치컨트롤로 차체를 발사하면 0→시속 100km 가속을 5.6초만에 끝내는 호쾌한 가속성능을 바로 증명한다. 론치컨트롤을 사용하지 않아도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6초가 걸리지 않는다.

트랙으로 나갔다. 워밍업으로 몇 바퀴 돌고는 지체 없이 N 모드로 진입했다. 최고출력 275마력, 최대토크 36kg·m의 힘을 더욱 거침없이 쏟아낼 때다. ‘N 트랙 센스 시프트’ 기능은 정말 마음에 들었다. 트랙처럼 코너가 많은 곳에서 역동적인 주행을 지속할 경우 브레이크 압력, 가속 페달 조작 정도 등 차가 운전자의 주행 패턴을 분석하여 변속 타이밍을 적절히 조절한다. 마치 프로 드라이버가 수동변속기를 다루는 느낌이라 운전 재미가 남다르다. 뒤에서 꾸욱 밀어주는 듯한 변속감도 운전 재미에 한몫한다.

트랙을 앞서 달리던 자동차와 거리가 벌어지자 좀처럼 좁혀지지 않았다. 비장의 카드를 꺼내 들었다. 바로  ‘N 그린 시프트’다. 스티어링휠에서 NGS 버튼을 누르면 현재 달리는 속도에서 가능한 한 최저단으로 바꿔 물고 튀어 나갈 준비를 마친다. NGS를 활성화하면 최대토크가 7%나 올라 38.5kg·m의 힘을 발휘한다. 효과는 확실하다. 20초간 힘을 몰아 쓸 수 있어서 거리를 좁히거나 상대를 추월하는데 제격이다. 포르쉐 스포츠 리스폰스와 비슷하다.

제네시스 쿠페 단종을 누구보다 아쉬워했다.  이제 막 태동한 국산 뒷바퀴굴림 스포츠카가 왜 역사 속으로 사라져야 하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하지만 벨로스터 N은 설득력 있는 퍼포먼스로 뒷바퀴굴림에 대한 아쉬움을 통째로 날려버렸다.

현대 벨로스터 N은 이제 DCT 모델 합류로 번거로운 수동변속 때문에 망설이고 있던 고객의 지갑을 열려 한다. 실용성까지 갖췄기 때문에 젊은 고객을 폭넓게 아우를 수 있다. 다음 N 모델은 어떤 놀라움을 선사할까? 고성능 브랜드 N의 다음 행보가 문득 궁금해진다.

박지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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