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네시스가 미국에서 '헐값'에 판다고?

조회수 2020. 1. 14. 16:26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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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제네시스 G90 기사와 관련해 흥미로운 ‘베댓’을 읽었다. 내용은 이렇다. ‘한국에서 1억 넘는 G90이 미국에선 헐값에 팔리는데, 사는 사람이 진정한 호구다’. 정말 ‘헐값’에 팔고 있을까?

먼저 ‘맏형’ G90 미국 판매가격부터 알아봤다. G90 부분변경 모델은 지난해 11월 LA 오토쇼에서 미국 시장에 첫발을 디뎠다. 트림은 G90 3.3T, 5.0 등 두 가지로 나눈다. 국내와 달리 3.8 자연흡기 모델은 없다. 3.3T 2WD의 시작 가격은 7만3,195달러, 우리 돈으로 약 8,460만 원이다(원 달러 환율 1,156.10원, 2020년 1월 13일 기준). 국내 모델의 경우 3.3T 럭셔리가 8,250만 원부터 시작한다. 즉, ‘헐값’이란 표현은 사실과 다르며, 제네시스 US 공식 웹사이트(https://www.genesis.com/us/en/genesis.html)에서 확인할 수 있다.

동생들은 어떨까? ‘막내’ G70은 2.0T, 2.0T 6단 수동, 3.3T 등 크게 세 가지 트림으로 나눈다. 언뜻 수동변속기 모델이 소위 ‘깡통’처럼 보이지만 ‘달리기 마니아’를 위한 트림이다. 오히려 2.0T 자동변속기 기본모델보다 비싸다.

2.0T 스탠다드의 시작가격은 3만5,450달러로, 약 4,099만 원이다. 국내 모델과 비교하면 어떨까? 엔트리 모델인 2.0T 어드밴스드 트림이 3,920만 원부터 시작한다. 미국이 179만 원 더 비싸다. 이유는 휠 타이어에 있다. 국내 사양은 17인치 휠이 기본이지만, 미국은 엔트리 모델부터 18인치 휠과 미쉐린 올 시즌 타이어를 맞물린다.

고성능 3.3 터보끼리 비교하면 어떨까? 미국에서 3.3T는 스탠다드, 엘리트, 프레스티지, 스포트 등 4가지 트림으로 나눈다. 시작가격은 4만5,645달러, 약 5,276만 원이다. 가장 비싼 스포트 트림은 5,600달러(약 647만 원)를 추가해야 하는데, 이 경우 찻값은 5,923만 원에 달한다. 사륜구동 시스템(HTRAC)을 더하면 5만3,245달러, 약 6,156만 원이다.

국내 모델은 스포츠 엘리트부터 스포츠 프레스티지(얼티밋 패키지)까지 5가지 트림으로 나눈다. 시작 가격은 4,745만 원으로 미국보다 저렴하며, 최고사양 역시 5,805만 원으로 118만 원 더 낮다. 사륜구동 장치(250만 원) 옵션을 더하면 6,055만 원으로, 미국이 101만 원 더 비싸다. 즉, 가장 최고사양끼리 비교해도 미국 모델은 ‘헐값’이 아닌, 제값 받고 팔고 있다.

기본 적용사양도 비교해봤다. 미국의 3.3T 최고사양 스포츠 모델은 19인치 알로이 휠, 전자제어 서스펜션, LSD(차동제한장치), 퀼팅 나파가죽, 레드 스티치, 헤드업 디스플레이, 뒷좌석 열선, 스웨이드 헤드라이너 등을 기본 사양으로 품었다. 국내 최고사양과 거의 동일한 걸 알 수 있다.

G80도 비교해봤다. 미국 모델은 3.3 자연흡기가 없는 대신, 3.8, 3.3T 스포츠, 5.0 등 세 가지로 나눈다. G80 3.8 2WD의 시작가격은 4만3,545달러, 약 5,033만 원이다. 3.8 중 가장 최고사양인 얼티메이트 트림은 여기에 9,950달러(약 1,150만 원)를 더하는데, 이 경우 찻값은 6,183만 원이다.

국내 모델은 어떨까? G80 3.8은 럭셔리, 프리미엄 럭셔리, 프레스티지, 피아니스트 등 4가지 트림으로 나눈다. 같은 2WD 기준으로 시작가격은 5,370만 원이며, 최고사양(파이니스트)은 7,230만 원이다. 그러나 파이니스트 트림은 미국 모델엔 없는 스웨이드 내장재, 뒷좌석 냉난방 통풍시트, 뒷좌석 듀얼 모니터를 챙겼다. 즉, 사양 차이를 감안해도 미국 모델이 마냥 싼 가격에 팔리는 건 아니다.

참고로 미국의 지난해 연간 자동차 등록대수는 1,701만1,534대에 달한다. 중국과 함께 세계 최대다. 자동차 제조사는 판매 차종을 지역 딜러에 배분하고, 해당 딜러가 판매한다. 즉, 딜러는 많이 팔기 위해 저마다 '좋은 프로모션'을 앞세워 타 딜러사와 경쟁한다. 따라서 할인은 오롯이 딜러 재량이다. 우리도 아우디, BMW를 크게 천만 원 가까이 할인받아 사곤 한다. 그렇다면 제값 주고 사는 독일 사람들은 ‘호구’일까?

다시 말해 딜러 코스트가 제각기 다르며 주마다 환율 및 세금 부과율도 다르기 때문에 제네시스가 ‘헐값’에 판다고 단언할 수 없다.

보증기간에 대해, “미국은 왜 우리나라보다 길게 제공하냐”고 궁금해 하는 분도 많다. 제네시스의 보증기간은 5년/6만 마일이다. 참고로 보증기간도 딜러사에 따라 더 넓게 제공하는 경우도 있다. 다른 브랜드는 어떨까? 메르세데스-벤츠는 4년/5만 마일, BMW 4년/5만 마일, 렉서스 4년/5만 마일, 캐딜락 4년/5만 마일 등 대부분 같다(보증연장은 추가비용).

제네시스 브랜드는 2017년 출범한 신생 업체다. 1960년대 BMW도, 1980-90년대 렉서스도 처음 미국에 진입했을 때 소위 ‘듣보잡’ 브랜드였다. 캐딜락 좋아하는 진성 미국인은 콧방귀도 안 뀌었다. 즉, 경쟁 브랜드보다 긴 보증기간을 앞세우는 건 신생 업체의 전략이다.

그렇다면 제네시스는 지난해 미국 시장에서 총 몇 대의 차를 팔았을까? 대부분의 비난 댓글 중 ‘제네시스 판매량이 곤두박질해 철수하기 일보직전’이란 댓글이 많다. 실상은 다르다. 지난해 제네시스 미국 판매량은 2만1,233대로, 1만311대에 불과했던 2018년보다 두 배 이상 성장했다. 여전히 갈 길 바쁜 신생 브랜드지만, ‘곤두박질’이란 표현과는 거리가 멀다. 이 가운데 G70은 1만1,901대의 판매량으로 제네시스 브랜드의 견인차 역할을 했다. 풀 모델 체인지가 임박한 G80은 2018년 7,662대에서 2019년 7,094대로 생각보다 하락이 크지 않았다.

물론 소비자를 기만하거나, 차체 결함 등은 비판받아 마땅하다. 그러나 위의 차종은 출처가 불분명한 내용으로 비난받고 있다. 자극적인 언어로 깎아내리기보다, 엄격하고 공정한 잣대로 ‘건강한 비판’을 하는 게 어떨까?

글 강준기 기자
사진 제네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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