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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승용 칼럼] 부산모터쇼, 코로나 시국에 꼭 강행해야 하나요?

전승용 입력 2020.03.31 14:29 수정 2020.04.02 12:38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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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승용 칼럼]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장기화됨에 따라 프랑스에서 진행될 예정이었던 ‘2020 파리모터쇼’가 전격 취소됐습니다. 모터쇼 조직위가 30일(현지시각) 성명을 내고 10월1일부터 11일까지 열기로 했던 모터쇼를 취소한다고 공식 발표한 것입니다.

코로나 여파로 인한 모터쇼 취소는 이제 그리 놀라운 소식이 아닙니다. 이미 3월 제네바모터쇼를 시작으로 4월 뉴욕모터쇼와 베이징모터쇼, 6월 디트로이트모터쇼까지 모두 연기되거나 전면 취소됐기 때문이죠.

이런 취소 릴레이는 비단 모터쇼에만 해당하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세계 3대 스포츠라 불리는 포뮬러1을 비롯해 포뮬러1의 전기차 대회인 포뮬러 E 대회도 무관중 경기로 열리거나 연기됐습니다.

그뿐만이 아닙니다. 각 브랜드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신차 출시회도 모두 온라인으로 축소돼 열리고 있습니다. 어쩔 수 없이 시승회를 하더라도 차량에 오직 한 사람만 타도록 시승 인원을 조정하기도 합니다.

그만큼 코로나 상황이 심각하다는 방증입니다. 이런 심각함을 인지한 자동차 업계 역시 코로나 확산 방지를 위한 사회적 거리 두기에 적극적으로 협조하고 있고요.

그런데 부산모터쇼는 오는 5월 말 열린다고 합니다. 해외 모터쇼 취소 소식이 전해질 때마다 부산시 및 부산모터쇼 조직위에 연락해 진행 여부를 확인하고 있는데, 계획대로 추진하겠다는 입장이 바뀌지 않고 있습니다. 가장 최근에도 예정대로 진행하기로 결정했다는 답변을 들었습니다.

부산시 관계자는 “모터쇼 개최를 두고 여론이 좋지 않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면서도 “그러나 지역 사회의 경기 침체 국면도 무시할 수 없다”고 밝혔습니다.

연기하는 방안도 고려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6월 이후의 스케줄을 담보할 수 없어 행사 연기는 취소와 다름없다는 것입니다. 6월 이후의 대관 일정이 꽉 차서 2주를 빼기가 힘들다고 하더군요.

모터쇼 조직위 역시 마찬가지였습니다. 조직위 관계자는 “모든 출입구에 열화상 감지 카메라를 설치하고, 마스크 착용 의무화 등 다양한 예방 조치를 할 계획”이라며 “참가자 및 방문객 출입 기록을 전산화해 역학 조사 및 동선 추적에도 대비하겠다”고 말했습니다.

부산시와 모터쇼 조직위의 행보는 코로나 사태를 극복하기 위한 '사회적 거리 두기'를 역행하는 행동입니다. 아무리 지역 경제가 좋지 않더라도 수십만명이 모이는 부산모터쇼는 코로나 시국을 막는데 전혀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오히려 코로나가 확산에 일조해 지역 경제가 더 나빠질 가능성도 높습니다.

조직위의 말처럼 예방 조치를 강화하더라도 한계가 있습니다. 아무리 역학 조사 및 동선 추적을 하더라도 수십만명 중 모든 확진자를 추정하기는 불가능한 일입니다. 한 번 뚤리면 일파만파 퍼져나갈 수 있다는 겁니다.

현재 정부는 대규모 군집 행사를 자제할 것을 권고하고 있습니다. 질병관리본부가 발간한 집단행사 방역 관리 지침에 따르면 주최 측은 혼잡도를 최소화하고 충분한 방역 조치를 병행해야 합니다.

특히, 밀폐되고 협소한 공간에 집결하는 행사는 아예 연기하거나 대상자 축소하고 군중 혼잡도를 최소화해 운영하라고 명시돼 있습니다. 관람객을 최대한 많이 모아야 흥행할 수 있는 모터쇼의 특성상 이런 권고를 충족하면서 행사를 열기에는 무리가 있어 보입니다.

사실 코로나 사태가 아니었어도 부산모터쇼는 흥행을 장담하기 어려웠습니다. 일단, 제조사 참가가 확 줄었는데요. 현재까지 부산모터쇼 참가를 발표한 업체는 현대차, 기아차, 한국GM, 르노삼성, 제네시스, BMW, MINI, 캐딜락 등 8개 브랜드에 불과합니다. 부산모터쇼가 비용 대비 효과가 떨어진다는 것이죠.

그런데 이마저도 코로나 여파로 인해 줄어들 것으로 보입니다. 실제로 몇몇 브랜드는 모터쇼 참가 취소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이 들리고 있습니다. 한 브랜드 관계자는 “행사 준비를 이어가고는 있지만, 모터쇼 취소를 대비한 온라인 쇼케이스 등을 함께 고민하고 있다”며 “다만, 불참할 경우 어느 정도의 불이익이 발생하고 어떤 피해가 생기는지 등을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부산모터쇼는 열려도 걱정, 안 열려도 걱정이지만, 현재로서는 열렸을 때의 걱정이 훨씬 더 큰 것으로 보입니다. 국내 코로나 현황이 유럽 및 미국 등과 달리 안정화 추세에 접어든 것으로 보이지만, 절대 방심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부산시와 부산모터쇼 조직위가 모터쇼를 강행한다면, 아마 올해 부산모터쇼는 역대 최악의 모터쇼로 기록될 수도 있습니다. 참가 브랜드 축소 및 부실한 행사, 이로 인한 관람객 감소 등 양에서도 질에서도 모두 역대 최악이라는 평가를 받을게 뻔합니다. 지역 경제를 위한다는 목적과 달리 흥행 실패로 인한 역풍을 맞을 수도 있습니다.

최악의 경우, 코로나 확진자라도 나온다면 모터쇼 현장은 아예 폐쇄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조금씩 진정되던 코로나 국면을 망친 주범으로 두고두고 회자될 수도 있습니다. 가뜩이나 사그라들고 있는 부산모터쇼의 수명은 더 줄어들 겁니다.

물론, 모터쇼 전에 국내 코로나 사태가 완전 진압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최근 추세로 봤을 때 이런 전망은 실현되기 어려운 희망에 가까워 보입니다. 이런 국가적 위기에서 최고의 대응은 최악을 대비하는 것입니다. 희망에 기대 하루하루 눈치를 보다가 강제 취소를 당하기 보다는, 자발적으로 취소하고 이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수습의 노력이 더 필요한 시기라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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