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르노삼성 XM3 vs 쉐보레 트레일블레이저..②주행편

최하림 객원 입력 2020.03.16 17:4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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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야흐로 소형 SUV 전성시대다. 부족함 없는 실내 공간과 다양한 활용성, 개성 넘치는 디자인, 부족함 없는 파워트레인, 합리적인 가격 등을 이유로 소형 SUV에 대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한때 쌍용차 티볼리가 독점하던 이 시장은 경쟁력 있는 신차들이 잇따라 출사표를 던지며, 이제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게 됐다. 무엇보다 개성을 중히 여기는 시장인 만큼 각자 서로 다른 매력을 세일즈 포인트로 내세우고 있다.

이 가운데 올해 새롭게 선보인 르노삼성 XM3와 쉐보레 트레일블레이저를 시승했다. 각자 매력이 분명했고, 그동안 해당 메이커에서는 느낄 수 없었던 뛰어난 완성도와 상품성을 충실히 갖췄다. 직접 체험한 XM3와 트레일블레이저를 비교해봤다. 먼저 시승차는 최상위 트림 풀 옵션 모델로, 가격은 XM3 RE 시그니처 2710만원(선루프 제외), 트레일블레이저 RS 3072만원임을 밝힌다.

이번편에는 두 차량의 주행성능을 각각 비교해봤다.

승부를 가리기 전, 두 차량의 제원부터 살펴보자. 최고출력은 트레일블레이저, 최대토크는 XM3가 각각 더 높다.

XM3는 다임러AG와 르노-닛산 얼라이언스가 공동 개발한 직렬4기통 1.3리터 TCe260 엔진이 탑재된다. TCe260이란 명칭은 최대토크를 Nm로 환산한 것을 반올림한 수치다. 델타 실린더 헤드, 보어 스프레이 코팅 블록, 가변 용량 오일 펌프 등 다양한 기술을 더했다. 그 결과 최고출력 152마력(5500rpm), 최대토크 26kgㆍm(2250-3000rpm)의 성능을 발휘한다. 변속기는 습식듀얼클러치인 게트락 7단 EDC다. 공차중량은 18인치 휠&타이어 기준 1345kg이며, 복합연비는 13.2km/L(도심 11.8km/L, 고속도로 15.3km/L)다.

트레일블레이저는 GM이 개발한 직렬3기통 1.35리터 E-터보 엔진이 탑재된다. 해당 엔진은 국내에서 더 뉴 말리부를 통해 소개됐으며, 경량 알루미늄 소재를 바탕으로 초정밀 가변 밸브 타이밍 기술 등 다양한 신기술을 적용했다. 그 결과 최고출력 156마력(5600rpm), 최대토크 24.1kg.m(1600-4000rpm)의 성능을 발휘한다. 시승차의 변속기는 AWD RS 기준 9단 하이드라매틱이 탑재된다. 공차중량은 1460kg이며, 복합연비는 11.6km/L(도심 10.9km/L, 고속도로 12.6km/L)다. 트레일블레이저 전륜구동 모델은 CVT가 탑재된다.

# 가속 성능은 XM3

AWD 사용이 가능한 트레일블레이저가 더 빠를 것이라 생각했지만 의외였다. 공차중량이 가볍고 듀얼클러치가 탑재된 XM3가 더 빠르게 느껴진다.

XM3 TCe260 엔진은 2000rpm을 넘기는 시점부터 실제 변속이 이뤄지는 6000rpm까지 꾸준하게 속도를 높인다. 순정 타이어(금호타이어 TA31) 접지력이 좋지 않은 까닭에 출발 직후나 코너 선회 시 가끔씩 휠 스핀이 발생하기도 했다.

반면 트레일블레이저는 XM3와 비교해 상대적으로 거칠다. 엔진 기통수 차이가 가장 와닿았다. 3기통 특성상 엔진을 거칠게 쥐어짠다는 느낌을 받았다. 때문에 고회전을 유지하며 달릴 때 썩 유쾌하지 않았다. 메이커를 막론하고 3기통 엔진 특유의 거친 회전 질감은 어쩔 수 없나 보다. 단 최대토크가 더 넓은 영역에서 발휘되는 만큼 실 주행 영역에서 상대적으로 힘의 여유가 느껴진다.

변속기도 듀얼클러치의 반응성을 이길 순 없다. 변속기 반응은 XM3가 트레일블레이저보다 한 수 위다.

XM3에 탑재된 7단 게트락 EDC는 자동과 반자동(D 옆 기어 단수가 표시), 수동(M 옆 기어 단수 표시) 등 세 가지 모드로 작동되며, 엔진을 효율적으로 쓸 수 있게끔 돕는다. 영리한 일부 자동변속기처럼 수동 변속 시 변속이 불가능한 상황에서 그 조작을 3초 정도 기억해 엔진 회전수가 낮아졌을 때 이를 수행하는 기민함도 챙겼다.

트레일블레이저 9단 자동변속기는 전형적인 GM 제품답다. 자동 모드에서 액셀 페달을 어떻게 다루냐에 따라 꽤 적극적으로 반응하며, 차곡차곡 단수를 올려 나간다. 다만 수동 모드인 L 모드는 이해하기 힘든 변속 로직을 갖췄다. 예를 들어 90km/h를 달리던 중 L 모드에서 9단을 넣더라도 실제로 변속은 이뤄지지 않는다. 이는 트래버스에서도 그렇듯, 회전수가 맞지 않으면 변속을 수행하지 않는다는 논리다. 물론 XM3와 달리 수동 모드에서도 강제 변속을 하지 않는다.

# 브레이크는 트레일블레이저

트레일블레이저는 탱크 기질을 가졌다. 브레이크 성능과 한계를 통해 확실히 체감할 수 있다. 차에 많은 부담이 가해지는 와인딩 로드를 여러 차례 주행해도 지치는 기색을 보이지 않는다. 굳이 이 차에 이렇게 과한 브레이크가 적용될 필요가 있었나 싶지만, 때때로 미국차는 오히려 이 같은 점을 중요하게 여기는 경우가 있다. 이 케이스 또한 그렇다.

반면 XM3는 동일한 와인딩 구간을 달릴 때 1바퀴 이후부터 슬슬 힘들어하는 기색을 보인다. 물론 그 상태를 유지하며 브레이크 내구성을 유지하는 경우도 있지만, 그건 몇배가 더 비싼 스포츠카에서나 구현되는 극히 일부의 케이스다. 심지어 XM3는 공차중량이 트레일블레이저 대비 115kg 더 가볍다는 점을 감안하면, 브레이크 성능 한계가 아쉽게 느껴진다.

# 핸들링의 기민함은 XM3, 기본기는 트레일블레이저

태생은 어쩔 수 없는 것일까? 프랑스차는 평범한 서스펜션 구성에 뛰어난 핸들링 성능을 구현하는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XM3 역시 마찬가지다. 분명히 높이가 껑충한 SUC라고 하지만, 고속에서 노면을 붙들거나 조향했을 때 느껴지는 반응은 해치백과 같은 묘한 느낌을 준다. 처음에는 이 괴리감이 몹시 낯설었지만, 이 차가 보여주는 정직한 반응에 점잖게 달리는 것이 쉽지 않았다. 프랑스차를 타며 느끼던 찰진 주행 및 핸들링 성능은 XM3에도 아주 잘 구현되어 있다.

반면 트레일블레이저는 쉐보레가 ‘기본기의 중요성’을 강조하던 시절로 돌아간 것 같다. 크루즈와 올란도가 함께 판매되던 그 시절, 쉐보레의 주행 성능은 그야말로 탱크 같았다. 트레일블레이저도 그렇다. 과거에 비해 살짝 무르긴 하지만, 여전히 다른 차들에 비해서는 무식하다 싶을 정도로 한없이 견고하다. 고속 노면 추종성과 핸들링 성능은 그때 쉐보레를 느꼈던 사람들이라면 친숙하게 느껴질 만한 자질을 두루 갖췄다. 물론, 이때의 감흥이 없는 사람들에게는 조금은 딱딱하고 불편하게 느껴질 수 있다.

# 스포츠 모드는 XM3, 차체자세제어는 트레일블레이저

두 차량 모두 스포츠 모드를 갖추고 있으며, 그에 따른 차이는 꽤 크다. 스티어링 휠 조향감이 살짝 더 견고해지고, 액셀 페달 조작에 더 민첩하게 반응한다. 취지는 같지만, XM3 쪽이 더 다루기 좋다.

오히려 트레일블레이저는 시종일관 엔진 힘이 넘친다는 느낌을 주기 위해 액셀 페달을 조금만 밟아도 훅 튀어나가는 경향을 보인다. 여기에 스포츠 모드까지 활성화하면 그 경향은 더 두드러진다. 한때 가속 성능을 포장하기 위해 급한 액셀 반응을 구현했던 옛날 국산차처럼 느껴진다. 트레일블레이저는 이 특성 때문에 오히려 에코 모드가 필요해 보인다.

반면, 차체자세제어 장치는 트레일블레이저가 훨씬 더 섬세하게 세팅되어 있다. 작동 모드는 3가지. 활성화, 트랙션 컨트롤 & 차체자세제어 장치 해제로 구성된다. 굳이 이 모드를 끄지 않아도 된다. 운전자의 조작을 막지 않고, 웬만해서는 개입도 하지 않는다.

XM3는 차체자세제어 장치를 끌 수 없으며, 시스템 설정도 상당히 보수적이다. 접지력이 떨어지는 순정 타이어 영향인지 선회 과정에서 액셀을 밟아도 차가 묵묵부답이다. 이 차가 가진 밸런스와 한계는 한참 위지만, 차체자세제어 장치가 시누이마냥 자꾸 맥을 끊어 아쉬웠다.

# 승차감과 정숙성은 비등비등

승차감은 XM3가 더 편하다. 앞 맥퍼슨 스트럿, 뒤 토션빔으로 구성된 서스펜션은 특별할 것 없지만, 기대 이상으로 편한 승차감을 경험할 수 있다. 다리 이음매나 과속 방지턱 등 토션빔이 신경질적으로 반응할 만한 상황에서도 상당히 매끄럽게 요철을 넘나드는 모습을 보여준다. 과거 르노삼성의 일부 차량은 동일한 구성을 갖췄음에도 ‘텅텅’거리는 소음과 함께 승차감이 무너지는 모습을 보였다. 그런 의미에서 XM3의 승차감은 차급과 가격을 뛰어넘는 만족감을 선사한다. 동급에서 승차감은 정말 예술이다. 다만 정숙성은 평균 수준에 그친다.

상대적으로 트레일블레이저는 정숙성이 차급을 뛰어넘는다. 쉐보레는 정숙성을 높이기 위한 여러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 스피커를 통해 엔진음의 반대 위상 소음을 출력해 실시간 상쇄하는 액티브 노이즈 캔슬레이션(ANC)부터 차음 및 자외선 차단 기능을 추가한 어쿠스틱 윈드실드 글래스, 풍절음을 고려한 A필러 각도 최적화 등 섬세한 차별화를 더했다. 액티브 노이즈 캔슬레이션은 최근 출시된 제네시스 GV80에 들어가는 고급 사양 중 하나다. 쉐보레가 얼마나 독기를 품고 만들었는지를 잘 보여주는 대목이다. 승차감은 딱딱한 편이며, 경우에 따라서는 튀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 능동형 안전 사양은 XM3

두 차량 모두 명칭은 다르지만, 더 편안하고 안전한 운전을 돕는 능동형 안전 사양을 빠짐없이 챙겼다. XM3는 차선 이탈 경보, 차선 이탈 보조, 사각지대 경보, 전방 충돌 경고 등이 RE 이상에서 기본 적용하고,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과 오토매틱 하이빔은 TCe260 기준 RE부터 옵션으로 제공된다.

트레일블레이저는 전방 거리 감지, 저속 긴급 제동, 차선 이탈 경고, 차선 유지 보조, 전방 보행자 감지 및 제동 등을 전 트림 기본 적용하고, 스마트 하이빔은 액티브 및 RS,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은 프리미어부터 옵션으로 제공된다. 기본 구성은 트레일블레이저가 훨씬 좋고, 옵션 가격은 XM3가 더 착하다.

다만 능동형 안전 사양은 두 차량 모두 충분한 경쟁력을 갖췄지만, 작동 시 섬세함은 XM3가 훨씬 좋다.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 활성화 시 XM3는 차간 거리 설정에 따라 액셀 페달을 떼면서 자연스럽게 속도를 떨어뜨리고, 가속과 감속이 정말 매끄럽다. 어지간한 운전자보다도 운전을 잘 한다.

반면 트레일블레이저는 모든 과정이 급하다. 가속과 감속이 모두 빠르게 이뤄진다. 이것과는 별개로 두 차량 모두 차선 유지 보조 기능만 있기 때문에 차선 중앙을 달리더라도 가끔씩 제멋대로 개입하는 모습을 보인다. 결과적으로 두 차량 모두 차선 중앙 유지 보조 기능을 추가할 필요가 있다.

# 실연비는 트레일블레이저

제원상 공인연비는 XM3(13.2km/L)가 트레일블레이저(11.6km/L)보다 더 높다. 그리고 직접 확인한 실연비는 두 차량 모두 공인연비를 훨씬 뛰어넘는 결과를 보였다. 다만 동일한 상황과 조건으로 실연비를 확인한 게 아니기에 참고하는 정도로 내용을 보시기 바란다. 트립 컴퓨터를 바탕으로 실연비를 비교해 봤다.

XM3는 양평에서 서울 서초까지 성인 2명이 탄 상태로 이동한 결과다. 90km/h 내로 달리며 달성한 평균연비다. 트레일블레이저는 서울 서초에서 강원도 원주까지 성인 3명이 탄 상태로 이동한 결과다. 110km/h 내로 달리며 달성한 평균연비다. 수치상 큰 차이는 없지만, 다만 115kg의 무게 차이와 1.6km/L 공인연비 차이에 비해서는 트레일블레이저가 더 좋은 모습을 보여준다는 결론을 내렸다.

다만 XM3는 100km/h가 넘는 속도로 항속하지 못했던만큼 트레일블레이저를 탈 때와 같은 조건이라면 이를 상회하는 평균연비를 기록했을 것으로 예상된다.

# 부담 없이 타는 XM3, 달리기 좋은 트레일블레이저

XM3는 누구나 부담 없이 탈 수 있게끔 잘 만들어진 차다. 첫차 또는 오랜만에 운전을 하는 이들에게 추천한다. 엔진과 변속기 반응은 빠르고, 조향하며 느껴지는 차의 반응이 잘 살아있다. 여기에 동급 최고 수준의 부드러운 승차감을 구현했다. 능동형 안전 사양은 숙련된 운전자보다도 훨씬 섬세하게 차를 운전했다. 어디까지나 운전 보조 장치라고 말하지만, 의지하고 싶을 정도로 만족스럽게 작동됐다.

트레일블레이저는 전반적으로 평균 수준의 완성도를 갖추면서도 일부 장점은 상위 차종을 위협할 정도로 장단점이 확실한 차다. 이마저도 기본기를 중히 여긴 쉐보레의 특성이 돋보인다. 특히 운전자의 조작을 오롯이 다 받아내는 차의 반응, 스포츠카 버금가는 성능과 내구성을 갖춘 브레이크, 뛰어난 정숙성, 실연비를 자랑한다. 전적으로 차를 신뢰하고 가끔씩 마음껏 달리고 싶은 이들에게 추천한다.

XM3와 트레일블레이저는 동급 차종 또는 상급 차종과 비교해도 손색없는 경쟁력을 갖췄다. 기존 ‘고인물’들은 이들의 성과가 몹시 신경 쓰일 것이다. 과연 이 두 차가 태풍의 눈이 될지 태풍에 휩쓸려 나갈지 궁금하다. 현재까지는 두 차량은 모두 성공적으로 자리를 잡아나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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